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 (칼로에서 멘디에타까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 (칼로에서 멘디에타까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25.38
Description
치열하게 사랑하고 후회 없이 예술에 투신한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그들이 피워낸 저항과 사랑의 초상
“대항해 시대, 스페인, 포르투갈 등 강력한 가톨릭 국가들의 약탈사가 땅 깊숙이 한으로
뿌리 내린 라틴아메리카는 원주민들로부터 전래된 토착문화와 기독교 서구문명이 뒤섞인,
그야말로 혼종의 문화지대로 유럽과 미국 중심의 미술사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독특한 미술세계를 형성한다.

한편, 라틴아메리카는 ‘마초이즘’, 즉 ‘남성 중심’의 세계관이 강력하다.
스페인어 ‘마초macho’는 ‘남성성을 과장되게 강조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형용사이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의 여성 미술가들은 존재 자체가 이미 가부장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그녀들에게 부여된 미술이라는 재능은 곧 신의 선물이자, 천형이기도 했다.

재능이 죄인 8명의 여성 미술가들이 라틴아메리카라는 토양에 뿌리를 박고,
꽃으로 잎으로 표현해낸 자기 앞의 생을 유화열 작가의 시선으로 좇다보면,
발칙하고 기발한 그녀들과 어느새 공범이 되고 싶은 묘한 충동이 인다.
작가의 꼼꼼한 자료연구와 편안한 문장에 독자는 8번의 생을 경험한다.”

_『1페이지 미술 365』 저자 김영숙
저자

유화열

이화여자대학교에서도예를전공하고늦가을어느날멕시코시티로날아가그곳에서7년을살았다.이름만대면알만한멕시코의거장들이공부한아카데미아데산카를로스AcademiadeSanCarlos에서조각을공부한것이,내가내세우고싶은이력이다.
멕시코에머물렀을때는그곳의자연,문화,예술,사람에홀려쫓아다니느라정신못차렸다.한국에돌아와서는늘그곳이궁금하고그리웠고,닳고닳아반질거리는그거리를또걷고싶었다.노트북하나만있으면되는글쓰기를하는동안은왠지그곳의어디쯤에발을살짝걸치고있는것만같았다.
프리다칼로가라틴아메리카여성예술가의문을활짝열었을때,여자가무슨벽화를그리느냐며멕시코의3대벽화거장들에게벽화자리를뺏겼음에도아무도거들떠보지도않는벽에서보란듯이벽화를완성한마리아이스키에르도가멋지게등장할것을기대하며혼자들떠있었다.그러나한참이지나도여전히프리다칼로만유명할뿐이었다.라틴아메리카에프리다칼로만있는게아니란걸보여주기위해글을써나갔다.
멕시코시티와서울에서세차례의개인전을비롯해다수의기획전,그룹전을가졌고멕시코와라틴아메리카미술에대한논문과저서를발표했다.저서로는『태양보다강렬한색의나라멕시코』(미술문화,2014)『라틴현대미술저항을그리다』(한길사,2011)『태양의나라땅의사람들:정직한페루미술을찾아서』(아트북스,2007)등이있다.

목차

1부.투쟁
①마리아이스키에르도-부당함에맞선예술
나로서깨어나기|멕시코인으로서자각하기|여성으로서우뚝서기|현실과초현실을넘나드는여성의삶|멕시코의본질

②티나모도티-예술로혁명을꿈꾸다
이주와변화|찍히는사람에서찍는사람으로|사회적리얼리즘|예술과혁명의교집합

2부.치유
③프리다칼로-고통을직시하는눈
자화상의시작|나는꿈을그린적없다|숨겨진멘토|고통과분노의초상,엑스보토스|새로운지형도

④아나멘디에타-대지에깃든피투성이여성의몸
유년의두갈래|뿌리찾기|오해받은예술|흙위에새긴기도

⑤리지아클라크-임신과출산,예술이되다
여성이라서,여성으로서|어긋남의미학|살아움직이는예술|미술이지닌치유의힘

3부.혼종
⑥아멜리아펠라에스-히비스커스꽃으로되살아난입체주의
쿠바다운것|모더니즘|국경을허문열대의꽃|베일에싸인삶

⑦아니타말파티-존재마저부정당한브라질의모더니스트
색의발견|베를린과뉴욕의표현주의|스캔들의중심에서다|전통으로의회귀

⑧타르실라두아마랄-길게늘어진가슴,뒤틀린팔다리
이중의정체성|브라질에이식한입체주의|파우브라질|식인주의미술의창시자|노동자의얼굴들

출판사 서평

혁명과저항의땅,라틴아메리카를살고그린
8인의여성예술가들
그들이남긴뜨거운흔적을되살리다

예술이곧삶,삶이곧예술이라는말이있다.흔히‘라틴아메리카여성예술가’하면가장먼저언급되는프리다칼로역시육체의고통으로점철된삶속에서예술을피워냈고,그녀의치열했던삶은지금까지우리에게위로와영감이되어준다.프리다는사랑에헌신했고그림에의지했고혁명에투신했다.이러한양상은비단프리다의삶에서만나타나는특징이아니다.『여자의재능은왜죄가되었나』의배경이되는멕시코,쿠바,브라질은모두분열과통합을반복하며지난한근현대사를지나왔다.그시대를살았던예술가들도정치적혁명의파도를비껴갈수없었다.특히사회적으로여성을향한차별과억압이만연했기에여성예술가들은이중삼중의관문을거쳐야자신의예술세계를펼쳐보일기회를얻을수있었다.칼로와절친했던멕시코사진작가티나모도티는사회적약자들의가난과노동을사실적이고도아름답게담아냈지만,그러기까지연인과고향,이름을잃고여기저기를떠돌며자신의자리를찾아헤매는시간을보냈다.오늘날브라질미술계의거장이된아니타말파티역시대중의인정을받기전에는‘젊고도전적인유학파여성’에가해지는일종의질시와편견으로인해큰상처를입고한동안붓을잡지못했다.

이들은고꾸라지고일어나기를거듭한끝에미술사에뚜렷한족적을남겼다.저마다독특한예술세계를펼쳤지만공통점도있다.가장두드러지는공통점은강렬하고화사한원색으로고국의문화를예술에담았다는것이다.여럿의작품들을하나의맥락으로엮어서감상할때그강렬함이배가된다.또다른공통점은인간의본성에집중하고이를자유롭게표현했다는점이다.사랑,후회,절망,외로움,공포,그리움…예술가들은그림이나조각,퍼포먼스를통해당시의감정을토해냈다.마지막으로는라틴아메리카의정열적인태도가작품에도묻어난다는것이다.토속신앙과신화,각종제의,그리고정치적격동의잔해가라틴아메리카예술가들에의해중요한문화사적기록으로승화되었다.멕시코전통의상인‘테우아나’와출산을관장하는여신‘트라졸테오틀’(프리다칼로),브라질전설로내려오는마녀‘쿠카’(타르실라두아마랄),19세기쿠바콜로니얼건축에남은‘바로크풍스테인드글라스장식’(아멜리아펠라에스),동물의피로신을숭배하는쿠바‘산테리아의식’(아나멘디에타)등이그예다.예술작품을감상하면서동시에중남미의독특한문화와전통까지접할수있다.

지금우리가‘라틴아메리카’의‘여성’예술가를되돌아보는일에는어떤의미가있을까?이들의작품하나하나를눈으로훑으며누군가의그림에담긴울분과회한을,또누군가의사진에담긴반항과도발을단편적으로느껴보는것도분명즐거운감상이될것이다.하지만『여자의재능은왜죄가되었나』의저자는여기서더나아가이들의작품과삶을한데엮는다.한작품이탄생하고무르익기까지그녀들을스쳐갔던현실적인고민,가족·친구·연인사이의사랑과이별,정치와예술사이에서갈피를잃었을때의혼란,여성이기때문에겪는경험을예술로승화하는용기…이러한배경을알고나서다시그들의작품을들여다보자.이전에는희미했던그들의이름과얼굴이캔버스너머에서형형히빛나는것을보게될것이다.

책은총3부로나뉜다.라틴아메리카여성예술가8인을각각‘투쟁’‘치유’‘혼종’이라는키워드로묶었으며,각서문에저마다의삶과예술이왜특정키워드와연결되는지를소개한다.

#“내그림은부당함에맞선나홀로혁명이다.”

1부에서는‘투쟁’으로묶인예술가2인을만난다.이들은삶의역경을예술로극복했으며또어떨때는삶은수단삼아독특하고개성넘치는예술세계를구축했다.
멕시코화가마리아이스키에르도는당대관습에따라어머니이자아내로살았지만미술을향한갈망을좇아과감히이혼하고화가가되었다.멕시코현대미술사에서최초로개인전을가진여성미술가였던그녀는당시멕시코최고의스타화가였던디에고리베라와그외벽화가들의견제를한몸에받았고,급기야는이미작업을시작한벽화마저빼앗기고말았다.하지만매사에당당했던마리아는여성의나체를에로티시즘의결정체로묘사하기에바빴던남성초현실주의자들과는달리저항의수단으로서여성의몸을그려내는데성공했다.
멕시코사진작가티나모도티는“로맨틱하고혁명적인”작가였다.1920년대,예술과혁명사이에서아무도걸어가지않았던새로운길을개척했으며자기삶의주체자로살았다.그럼에도그녀는작품보다는남성들과의연인관계로만곧잘언급되었고,언론역시그녀를가십거리로소비하기에바빴다.멕시코혁명에헌신했던티나는결국정치적표적이되어독일과러시아등지를떠돌며여전히사회의가장낮은곳을카메라에담았다.

#“여성의몸은익명의오브제가아니다.”

2부는‘치유’의예술가3인이수록됐다.이들은육체적,정신적고통을예술로써치유했다.
프리다칼로의예술은고통에서시작됐다.남자옷을즐겨입는털털한소녀였던프리다는끔찍한교통사고를당한뒤평생37번의수술을받으며살아야했다.사고직후당시사귀던남자친구가떠날까봐자신을비너스처럼아름답게표현한〈벨벳드레스를입은자화상〉을그려그에게선물했는데,이그림이프리다의첫자화상이었다.
쿠바에서태어난아나멘디에타는자연과대모신,제의,정체성을탐구한퍼포먼스예술가였다.쿠바혁명기에부르주아집안에서태어난그녀는부모와생이별한채미국으로입양되었고,어려서부터자신의뿌리와정체성을끈질기게탐구했다.그결과로그녀는‘대지위에누운여성의몸’이라는형상을발견했다.대지와합치되는제의를통해분열된자아가고향땅으로돌아가고,정체성이회복되는것이다.이러한아나의예술은‘자서전적인여성주의’,‘대지미술과여성주의의혼합’이라는갈래로구분된다.
브라질의‘미술치유’예술가리지아클라크는세차례에걸친자신의출산경험에천착하여그때의‘충만함’과‘분출’을예술로승화했다.“셋째아이를출산한뒤에나는위기로부터살아남기위해예술을시작했다.”(본문)또한반골성향이강해30년넘도록어느한장르에머물지않고계속해서새로운장르에도전했다.그녀는기존미술관제도에반기를들어창작의주체를예술가에서관객으로이동시킨것으로도유명하다.

#“새로운것은겁나지않는다.아주신나는일이니까.”

3부는‘혼종’으로묶인3인의예술가가수록됐다.이들은오래된전통과혁신적인기법을뒤섞는데두려움이없었다.그리고이러한통합의과정에서전혀다른예술세계를창조해냈다.
쿠바의조형미술화가아멜리아펠라에스는쿠바전통(열대풍바로크,모자이크등)과유럽의모더니즘(입체파,추상화)을절묘하게연결했다.그리고자신이발견한이독특한양식을확립하기위해지독한자기성찰의시간을가졌다.결혼안한여성을유별나게생각했던당시사회에서평생미혼으로살았던아멜리아는자신을향한편견과무례한추측에도아랑곳않고오로지그림만그리며살아갔다.
브라질화가아니타말파티는프랑스와미국에서유학하며자신의감정을자유롭게분출하는표현주의양식을섭렵했다.그리고브라질문화를강렬한표현주의양식에녹여해외에서인정을받았다.하지만유학후고국으로돌아와연전시회에서한비평가의인격모독적인혹평을받았다.특히한여성이눈을치켜뜨고있는모습을그린〈바보〉가주타깃이었다.“보수적인브라질비평가들에게는그런눈빛이불편함을넘어불쾌했다.상대방을뚫어져라쳐다보는시선과불만을드러낸얼굴은당시사회가추구했던‘상냥한여성상’과는거리가멀었기때문이다.”(본문)스스로방어하는것조차쉽지않았던아니타는고국브라질에서그림을그리고싶다는소박한꿈을위해전통회화로돌아서야했다.
브라질화가타르실라두아마랄은‘브라질인으로서의자의식’이굉장히강했다.그러면서도파리아방가르드예술가와활발히교류하며모더니즘양식을흡수했다.특히브라질의문화를논할때빠지지않는개념‘식인주의’가바로타르실라의유명한그림〈아바포루〉에서탄생했다.식인주의란“새로운것을받아들여자기마음대로얼마든지변형시켜재창조하는것”을말하는데,브라질고유의문화와파리아방가르드를자유자재로섞어독특한예술양식을창조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살고그린
8인의이름을부를순간

익명의오브제에서저항의아이콘이된라틴아메리카여성예술가에대해안다는것은,그리고그들의이름을호명한다는것은곧한치앞도안보이는캄캄한어둠속에서각자가원하는것을발굴하고창조했던그때그들의진심에함께공감하는일이다.그리고그들의삶과예술에서오늘날과연결되는지점을발견한다면,비단예술뿐만아니라자신이사랑하는분야에서길을개척하고있는이들에게위안과동력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