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와도로사이방음벽을없앨수는없을까?
-골목길주차전쟁을끝낼해결책은?
-주민센터는누가지을까?
-한집걸러한집이공사중인데대체건축산업규모는얼마나될까?
-문재인정부의도시재생뉴딜정책이성공하려면?
그동안질문하지않았던,하지만누군가는반드시질문해야했던
건축과집,도시,일자리에관한모든쟁점
통계,법규,공식자료에서도출한현실적인대안을제시하다
222조원짜리시장,건축은국가기간산업이다
통계청에서제공하는건설업수주액-기성액연도별통계를살펴보면,건축은아파트건설항목을제외하고도토목,설비,조경에비해단연코큰비중을차지한다.이뿐만아니라국가경제를이끈다고알려진자동차,정유산업에비해서도뒤지지않는규모이다.
시장규모면에서도그렇지만건축산업은철저히내수에기초한산업이라는점에서특히중요하다.생산과소비모두국내에서이루어지며,사회전반의경제활동량증가는건축물재고량증가로,다시건축물재고량증가는건물노후화에따른수리,교체,정비와같은경제활동으로연계되기때문이다.
건축산업에깊이들어가살펴볼때현실적인변화의가능성을높이는요소는소규모건축물이다.토목에비해개별생산물의규모는작지만이작디작은건축생산의규모는토목생산의세배이다.실제로매년신축되는중소규모건축물수만20만동에달한다.이들건축현장이창출하는일자리도무시할수없다.저자가인용한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연구에따르면,건축의고용유발계수는8.6으로,전체산업4.6보다두배가량높다(75쪽).하지만고용형태는대부분비정규직(일용직)인데다고용하는업체의건실성역시약한편인것도사실이다.바로여기에건축의또다른가능성이있다.고용창출의가능성을유지하면서정규직중심의생산구조를이룰수있다면?일자리문제가심각한지금가장먼저손대야할부분인지도모른다.
건축은모든것을관통한다
저자는건축이일자리,경제민주화,도시재생,교육현장혁신,복지확대와같은쟁점을모두관통한다고말한다.단순히시장의크기때문이아니다.건축이한국사회의질적변화를꾀하는데핵심적인가치를담고있기때문이다.미래의사회혁신을위해강조되는창의,네트워크,분산,협치,소통의가치는,‘표준’을거부하고장소와이용자‘맞춤형’작업을수행하는건축의가치와꼭일치한다.건축이맞닥뜨린과제는비단건축만의과제가아닌한국사회전체의과제와도맞닿아있다고봐도무방할것이다.
이책이말을건네는대상은다양하다.여전히‘건설의시대’에묶여있는행정가들,앞으로크고작은작업에서우리삶을바꿔나갈건축사들과도시설계전문가들,좋은설계를꿈꾸며공부하고있는건축학과학생들,그리고무엇보다우리의일상그자체인집과동네와도시가어떤방식으로만들어지고있는지,건축이창출하는가치가개개인의삶의질에얼마나중요한지아는(알아야할)시민들….저자는오늘을사는보통의사람들에게이렇게말한다.“건축을동네를바꾸고세상을바꾸지만,그건축을바꾸는것을결국시민이다.”
어린이집,파출소,주민센터,우체국은대체누가지을까?
‘설계’없는대한민국건축의현실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세계적인건축가자하하디드가설계하고,강릉의한고급호텔을유명건축가리처드마이어에게맡긴사실은이제한국에서충분히화젯거리가된다.보통사람들도건축물뒤에가려져있던건축가의존재를인식하기시작했다고해야할까.그런데정작우리사는곳지척에있는건물을누가어떻게지었는지에대해서는관심이없다.대체동네곳곳에서마주치는어린이집,파출소,주민센터,우체국은누가지었을까?
누가지었는지궁금하게생기지않은이들소규모공공건축물은실제로‘설계’되지않았다고봐야한다.때때로완벽하게똑같이생긴파출소나우체국을각기다른지역에서마주칠정도이니말이다.자주지을일도없거니와규모도작은이러한공공건축물의출발은지자체담당공무원이작성하는사업계획서이다.건축전문가도아닌데다경험도거의없는담당공무원은몇년전,어쩌면십수년전사업계획서를찾아복사해붙여넣기를반복한다.사정이이러하니규모와모양,자재마저비슷한공공건축물이도처에지어진다(91~100쪽).
이런방식이반복되는근본적인이유는우리사회가‘설계’에대한인식자체가부족하다는데있다고저자는역설한다.짓겠다는계획만있을뿐어떻게지을지에대한설계는진지하게고민하지않는다는것이다.저자는계획(planning)과설계(design)가완전히다른개념이라고설명한다.계획은‘자원의양적배분에관한의사결정’이며설계는‘형상에관한의사결정’이다.따라서건축계획은필요한공간의규모에관한것이고,건축설계는공간의형상과구현재료,질감,분위기를결정하는것이다(114쪽).어떤공간,건축물을지을‘계획’만있고‘설계’가없다면,어린이집,주민센터,파출소,우체국이그야말로찍어낸듯똑같은모습으로서있을수밖에없다.
‘좋은’설계보다‘값싼’설계찾는풍토만연
빌라,저층주상복합등민간시장에서도마찬가지
싸구려설계가삶의질을떨어뜨린다
계획은공무원이세운다지만설계자체는건축가가할텐데어떻게질적향상을꾀하지않은채지금까지오게되었을까?공공부문에서공공건축물설계용역을줄때가장크게고려되는것이설계비다.‘가격입찰’‘사업수행능력평가’로불리는이방식은공공설계발주에서발주건수를기준으로무려80%를차지한다.17.7%에해당하는‘설계공모’시장은심사의공정성문제로진통을겪는다.로비를차단하기위해심사위원을하루전날선정하지만,그럴수록설계사무소는수백명의심사위원후보들에게전화를돌리며로비를하는역효과가발생한다.그렇다면대체어떻게해야한단말인가?저자는해답은정해져있다고말한다.“발주하고자하는건축물설계에대한방향이설계자들에게제시되기위해서라도심사위원은공모와함께공개되어야하며,심사위원각자의평가를투명하게공개해심사결과를통보해야한다.”(185~197쪽)
최저설계비만찾는행태는민간시장에서도마찬가지다.현재한국의설계시장은‘설계비무료’를앞세운하급시장이있는가하면유명외국건축가가설계하는고급시장으로양극화된상황이다.정상적인설계비가오가는건강한중급시장은작고허약하다(200~201쪽).
설계는제가치를인정받지못하는데설계사무소는생존을위해서라도작업을따내야하는현실은쉽게나아질기미가보이지않는다.사정이이러하니설계사무소의노동환경또한극악으로치닫는다.나쁜상황은돌고돌아나쁜질의주택으로,어린이집으로,주민센터로나타나고,결국우리삶의질을떨어뜨리고만다.
건축의최대과제는남루한동네환경개선
10분동네,‘열린학교’를아시나요?
저자는한국의도시공간문제중가장심각한문제로‘취약한동네환경’을꼽는다.생활형공원,생활체육시설,도서관,보육시설,주차장등기본적인인프라자체가부족하다는것이다.우리사는동네가이렇게된이유는공공투자의절대부족에있다.지난반세기동안상업?업무공간,중산층을위한아파트단지개발에집중해온나머지소필지주거지역과주변적상업지역은방치된것이다.
이러한현실을타개할대안적개념으로저자는‘10분동네’를제안한다.‘10분동네’는‘모든집에서걸어서10분안에필요한공공시설을향유할수있는동네’이다.이개념은명소와거점을중심으로개발해오던도시정책에제동을걸고,모든동네가건강한삶터가될수있도록고루지원하는데방점을찍는다.예산등비현실적이라는비난에대해저자는망설이지않고학교담장을없애는것부터시작해보자고말한다.운동장은공원이되고,학교도서관은상시개방되는지역도서관역할을맡아할수있다.학교를열면새로운공간이나오고새로운공간은주민에게돌아간다(311~315쪽).말그대로‘열린학교’다.학교담장을허문다는상상,단순하면서도시도해볼만한‘설계’가아닐까.
도시와삶에관한상상력만큼이나실행력이중요
지금당장써먹을수있는실질적인대안은무엇인가?
학교운동장담장허물기뿐아니라저자는동네환경을바꿀실제적인방안을책전반에걸쳐내놓는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이밀집한동네의골목길주차전쟁은어떻게끝낼수있을까?현재‘거주자우선주차제도’로일단의혼잡은막고있지만이것이근본적인해결책은아니다.저자는지지부진하게논의되고있는‘차고지증명제’만이해답이라고못박는다.주차장은원칙적으로거주자개인이해결해야할부담이며,주택가소필지에새로운건물을세우기보다주차장을건설해관리할때공간활용도가높아지고불법주차전쟁을종결시킬수있다는것이다(255~261쪽).
큰도로와아파트단지,주택가사이에필수적으로설치되는방음벽역시마찬가지다.방음벽이놓인경계부를살려가로공간을넓힐수있다면보행환경을개선하는좋은방안이될것이다.그렇다면소음문제는어찌한단말인가?저자는도로변아파트나주택에방음창을다는간단하고도신선한해법을제시한다(267~273쪽).
저자의대안은뜬구름잡는식이아니다.예상되는반론에대해미리답할뿐아니라이간단한해결책이여태왜실행되지못했는지에관해서도꼼꼼하게밝힌다.
젠트리피케이션을완화하고빈집활용도를높이는도시재생
부수는재개발에서살리는도시재생으로의전환은필수과제!
한국에서도지재생논의가본격화한것은2000년대들어지역균형발전정책의비중이커지면서부터다.2013년에는「도시재생활성화및지원에관한특별법」을제정해국가차원의정책으로추진되기시작했고,단순한물리적환경개선을넘어지역의사회?경제적활성화를도모하는정책으로자리매김하고있다.이와같은흐름에발맞춰문재인정부는‘도시재생뉴딜정책’이라는이름아래매년10조원을투입할전망이다.현정부의예산계획이보여주듯도시재생은수익을올릴여지는거의없고일방적인투자와지원이필요한업무여서소요되는예산도크다.그래서저자는‘사업성’보다‘공공성’에초점을맞추고그간의주거환경관리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등과연계할수있는다양한아이디어를모아야한다고주장한다.
일례로,2002년서울시가시작한노후?불량다세대?다가구주택을매입해공공임대주택으로활용하는정책은2004년부터는국토교통부주관의국가정책으로확장되어시행중이다.의욕있는건축가들의협력과충실한설계가더해진다면이사업은이미주거환경정비사업의일환으로진행되고있던골목도로포장개선,쌈지공원확충등과함께시너지효과를발휘하면서도시재생의훌륭한사례를내놓을수있을것으로기대된다.설령주거환경과주택의질이높아져임대료상승에따른저소득층거주자퇴출이우려된다고해도다세대?다가구주택리모델링공공임대주택을늘리면동네재생효과와더불어젠트리피케이션완화효과까지거둘수있는전략이다.저자는이를‘게릴라공공임대주택재생전략’이라칭하고적극적으로제안하고있다(164~167쪽).
한편,서울의마지막달동네백사마을재개발계획역시도시재생정책이나아가야할방향을잘보여준다.전면철거재개발후고층아파트단지로개발하려던애초의계획을뒤집고,길과터를유지하고‘골목문화’와‘공간과자원의공유’를지향하는단독주택마을로만드는방향으로계획이수정된것이다.‘사업성’을이유로진행이잠시중단된상태이지만,백사마을재개발계획수정안은건축이단순히건물이아닌생활방식을창출하는행위이며,도시재생이란그야말로삶터를되살리는일임을보여주는표지라고할수있다.
저자는“이러한주민생활공간구조를보전하는일,이를관행적인아파트단지설계규범에대항하는대안적설계어휘로공식화하는일,그리하여그러한생활공간구조가,골목공간과집들이연결된공간구조가,우리사회에서‘공식적으로생산’되도록하는일이야말로현재이사회와건축이겪고있는모순의고리를끊는중요한실천”이라고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