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도망치다 (폭력에 내몰린 여성들과 나눈 오랜 대화와 기록)

맨발로 도망치다 (폭력에 내몰린 여성들과 나눈 오랜 대화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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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족과 애인의 폭력을 피해 밤거리로 도망친 10대 여성들을 만나온 한 연구자의 기록.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던 여성들이 천천히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고, 저자는 그저 오래도록 그 이야기를 듣고 쓴다.

가족과 애인의 폭력을 피해 밤거리로 나온 10대 여성들,그녀들과 만난 한 연구자가 써 내려간 1500일의 기록
오키나와 류큐대학 교육학 교수로 있는 우에마 요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밤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피해서, 보호자의 방치를 견딜 수 없어서 집을 나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10대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현재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앞으로 폭력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10대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현장 조사에서 만난 10대 여성 여섯 명의 ‘생활사’이다. 의도되고 준비된 질문이 던져지고 거기에 들어맞는 답변만 골라 뽑은 보고서가 아니라는 소리다. ‘폭력 피해자이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10대 여성’으로 납작하게 재단된 사람은 여기에 없다.
부모의 방치 속에 자랐지만 자매나 형제를 통해 가족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쓰바사, 오빠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지만 다시 오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유카, 싱글맘이고 비혼주의자인 교카,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간호사 준비를 하는 스즈노…
모순되고 불안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 여성의 삶에 어떠한 틀도 씌우지 않으려는 저자의 시선은 신중하다.
저자

우에마요코

1972년오키나와에서태어났다.류큐대학교육학부연구교수로전공은교육학이다.주로위기청소년문제를연구한다.
1990년대후반부터2014년까지는도쿄에서,이후에는오키나와에서10대여성을조사하고지원하는활동을해왔다.공저로『약자와빈곤』이있다.

목차

추천의글
한국어판서문
서문

집을나와서하는집들이
기념사진
책가방에드레스를쑤셔넣고
병원대기실에서
새섬유유연제,새가족
찾지말아요,안녕

조사일지
맺음말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분명히드러나는가해자의존재
피해자가있다면반드시가해자가있다.멀리서볼때와달리가해자는덩어리져있지않다.그들은호명할수있는직계가족이거나애인이고남편이다.저자가유흥업소에서일하는10대여성이반드시폭력의피해자일거라고단정짓고조사를시작한것은아니었다.하지만인터뷰를진행할수록폭력피해경험이수면위로드러났다.그리고이책의사례에서는통상‘친밀한’관계의남성이가해자인경우가대다수였다.피해자의이야기속에서가해자들은폭력의원인을피해자에게돌리거나,무책임한사과후다시폭력을행사하곤했다.
살아남기위해일부러머리를맞아잘못된양가장해폭력을멈추게하는‘요령’을터득하고,폭행의기미가보이면빈손으로집을뛰쳐나와거리를헤맸다는이야기에저자는말문이막히지만,듣는것을포기하지않는다.

개인의고통에서리서리얽힌더큰문제들
저자는개인의고통에집중하며피해자를안아주는데집중한다.하지만독자는결코쉬이지나칠수없는여러사회문제와맞닥뜨린다.
이책의당사자들은모두10대이고,대부분학업을중단했다.보호자의방치와폭력속에놓인청소년을배제하는방식으로작동하는공교육의어두운면이곳곳에서발견된다.
사실혼관계에서벌어지는폭력또한가정폭력에속하지만,생활보호지원을받기위해서는‘혼인’여부가매우중요해진다.저자는임신8개월의몸으로유흥업소에서일하는것외에는생계를유지할방도가없는유카와함께시청생활보호과를찾아상담을받지만‘대상이아니다’라는거절외에는실질적인상담을거의받을수없었다.
원치않은임신,임신중절수술,임신중폭력으로인한조산등임신및출산과관련된사안도가볍게볼수없다.임신한10대여성을향하는시선은따갑기만하다.임신중절을원하는아야와병원에간저자는대뜸“누구아이냐?”고묻는의사의태도에경악한다.하지만한편으로간호사는세심하게아야의건강상태를살피고수술에필요한준비사항을알려준다.보호자로함께한저자보다는당사자인아야와눈을맞추며수술에대해설명한다.아야는“괜찮은사람이네”하며작게안도한다.
이렇게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빈곤―가정폭력―공적돌봄의부재가어떻게연결되는지,유독청소년에게닫혀있는성문화와데이트폭력,강간사이에는어떤연결고리가있는지,안정적인주거환경과친구나직장동료와의관계망이피해자의회복력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가선명하게드러난다.

오래도록가만히들어주는사람이있다는것,그것이희망
저자는“[그녀들이]짊어진삶의무게까지존중”하는마음으로이책을썼다.더천천히어른이되어도괜찮다고,충분히열심히살고있다는말을해주고싶은순간에도기어이말을삼킨다.그보다는깔깔웃을수있는농담을건네고,아무말없이따뜻한차를내어주고,한밤중에온전화를외면하지않고,가끔소식을전하는것으로모든위로를대신한다.이책의가장큰울림은바로저자의‘말없는’위로에서시작된다.
추천의글을쓴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변혜정은적극적으로들어주는행위가고통에빠진한개인에게어떤위로와용기가되는지를이책이증명한다고말한다.
그리고변원장은한국의사정도일본과크게다르지않다고지적한다.집을나와시설이나가출팸에서생활하는10대여성은많지만,얼마나많은여성이거리에서생활하는지,가정폭력이나데이트폭력의피해사례가얼마나되는지는통계에잘잡히지않는다.피해를입고도신고하지않거나할수없는상황에놓인여성이많다는소리다.다만,상담소등의상담통계나관련실태조사의몇몇질문을근거로대략적인수치를유추할수는다.2017년한국성폭력상담소의전체상담건1260건중아동·청소년성폭력피해상담은296건으로23.5퍼센트를차지했고,경·검찰에서위기청소년교육센터에서인계된위기청소년수는2017년현재약385명,전국의위기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상담한청소년수는1200명을넘었다.결코무시할수없는숫자다.
이제우리가들을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