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잃은 음악 (베토벤과 바버라 이야기)

소리 잃은 음악 (베토벤과 바버라 이야기)

$20.13
Description
운명, 장엄 미사, 합창, 대푸가 …
베토벤이 불협과 혼돈의 한복판에서 지켜낸 삶!
악성, 괴팍한 천재와 같은 박제된 이미지나 영웅 신화를 탈피해, 귀먹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밝혀내는 책이다. 베토벤의 음악을 평생 연구해온 음악학자인 로빈 월리스는 아내 바버라에게 닥친 청력 상실을 10여 년간 곁에서 지켜보면서, 비슷한 청력 문제를 겪었던 베토벤의 말년을 탐구해갈 통찰과 동기를 얻는다. 저자는 또한 베토벤이 남긴 방대한 스케치와 자필 악보, 서간, 필담 노트 등 다양한 기록을 살피고, 베토벤이 썼던 여러 종류의 피아노와 ‘청취 기계’, 작곡 도구를 연구하고 직접 체험해본다.

이 책은 음악 연구와 뇌과학, 그리고 체험을 한데 엮어냄으로써 귀먹은 베토벤이 어떻게 작곡을 해나갔고,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 보인다. 나아가, 베토벤이 장애를 정녕 ‘극복’한 것일지, 베토벤이 써낸 음악이 과연 극복의 산물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불협과 혼돈, 파격의 한가운데로 나아간 말년의 베토벤과 그의 음악에 다가간다.
저자

로빈월리스

RobinWallace
베일러대학교에서음악학을가르치고있다.베토벤의음악을평생연구해왔으며,『베토벤의비평가들』(Beethoven’sCritics),『주목:능동적청취로음악입문하기』(TakeNote:AnIntroductiontoMusicthroughActiveListening)를썼다.

목차

서문
들어가며:텍사스로떠나는길
1장베토벤,귀가멀다
2장2003년,불시에귀가멀다
3장귀먹은작곡가
4장청각장애,한계,그리고소명
5장귀를대신한도구들
6장귀와눈,그리고인지
7장소리를그리다
나오며:온전함의포용

감사의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베토벤탄생250주년
청력잃은음악가베토벤에관한“아직아무도시작하지않은이야기”
2020년전세계음악계의최대이슈는베토벤탄생250주년이다.악성(樂聖)은베토벤을칭하는고유명사가됐고,그의극적인일화는한두개쯤모르는사람이없을만큼수많은책과대중문화콘텐츠에서다뤄졌다.베토벤이‘머릿속에서들려오는악상을그저받아적어음악을완성’했다는,낭만주의적천재예술가상엔들어맞으나신빙성이떨어지는얘기가그일례다.『소리잃은음악』은청력잃은음악가베토벤에관해“아직아무도시작하지않은이야기”가있다고말한다.악성,반신반인,괴팍한천재와같은박제된이미지나영웅신화를탈피해,귀먹은베토벤의창작행위와행적을새로운관점에서조명하고베토벤음악의위대함이어디에서비롯되는지밝혀낸다.

청력잃은아내를통해말년의베토벤을추적한한음악학자의기록
음악연구와뇌과학,그리고체험을한데엮다
베토벤의음악을평생연구해온음악학자인로빈월리스는아내바버라에게닥친청력상실을10여년간곁에서지켜보면서,비슷한청력문제를겪었던베토벤의말년을탐구해나갈통찰과동기를얻는다.겨우20대에악성뇌종양진단을받았던바버라는방사선치료후유증으로44살에돌연청력을잃었다.저자는이후그녀가청력보조기기인포켓토커를쓰는청력훈련과정,인공와우이식수술후의청각학습과정을지켜보며뇌의소리인식메커니즘,음악의시각적·물리적측면을구체적으로알아간다.또잘듣지못해도연주를눈으로보면악기소리를분별하는바버라의경험에서는희미한청각,촉각기억,시각을모두동원하는음악지각능력에감탄한다.이런경험을바탕으로청력상실후베토벤의작곡활동을낭만화하거나신화화해바라보지않는다.그렇게베토벤이장애를정녕‘극복’한것인지,그가써낸음악이과연극복의산물인지근본적인질문까지나아간다.

귀먹은베토벤은도대체어떻게작곡했을까?
한인간으로서베토벤을이해하기위한저자의또다른접근법은베토벤이남긴방대한스케치와자필악보,서간,필담노트등의다양한기록을살피는것이다.동시에베토벤이썼던여러종류의피아노와‘청취기계’,작곡도구를연구하고직접체험해본다.바버라를비롯해난청을겪는연주자,지휘자의사례도참조한다.이로써저자는귀먹은베토벤이어떻게소리를듣고작곡을할수있었는가,소리를잃고도뛰어난음악을창작하는방법은무엇인가에대한답을그려보인다.그실마리를얻으려면,베토벤의작곡도구와방식,작업과정을들여다볼필요가있다.

“음악은몸에서비롯되고,움직이고떨리는악기로만들어진다”
피아노건반의촉감,해머의오르내림,몸체의진동
베토벤은그라프피아노,브로드우드피아노,에라르피아노등여러대를쓰며한창진화중이던피아노를적극실험했다.저자는이들피아노각각의건반눌림(key-dip),액션,페달처럼촉각적·물리적특징에주의를기울인다.또한베토벤이19세기초에쓴피아노와공명기의복원을추진한연주자·제작자와교류하고복원결과물을직접연주해봄으로써,베토벤이경험했던소리와진동에좀더가까이다가가기도한다.실제로베토벤은평생피아노를만지고,펜과연필로종이에음표를그려가면서음악을매만졌던작곡가다.그는귀가나빠질수록점점더‘몸’에의지해피아노라는악기와소통했다.악기와의접촉을통해“소리를촉각적으로경험”(177쪽)했고,진동이더잘전달되는악기를찾았다.

종이위의즉흥연주
펜과종이역시필수적인작곡도구였다.늘종이를휴대할정도로악상기록을중요하게여겼던베토벤은그누구보다많은스케치를남겼고청력이나빠지기전부터기보를기발한방식으로활용했다.베토벤에게는기보작업역시일종의‘연주’였고“음악을소리의세계에서시각과촉각의세계로옮겨놓는과정”(266쪽)이었다.작품은반드시종이위에서다듬어나가는과정을거쳐완성되었던것이다.

귀의연장(延長),청취기계
더불어,베토벤은청각보조기구를적극적으로활용했다.소리를듣고자,기계발명가멜첼이만든다양한형태의나팔형보청기(eartrumpet)를“청취기계”라부르며사용했다.그리고1820년대에는피아노소리를연주자에게모아주는장치,즉피아노위에올리는공명기를직접구상해설치함으로써“예술사를통틀어손에꼽힐흥미로운창작환경을갖추었다”(12쪽).
귀먹은음악가가어떻게작곡했는가에대한이책의답변은명쾌하다.‘늘하던방식대로’했다.베토벤의작곡방식은개선을거듭했을뿐근본적인변화나단절은없기때문이다.그는난청전부터앞서언급된모든도구를독창적인스타일로이용했고,그활용법을발전시킬지언정일관되게“자신의몸과각종재료들이만나는접점에서음악을창조”(106쪽)했다.

“더없이현대적이며앞으로도영원히현대적일작품”
불협화음과파격으로가득한베토벤후기음악의불가사의에다가가다
말년의베토벤은음악사를통틀어가장사랑받는걸작들과심오한작품들을써냈다.교향곡9번,「장엄미사」,「함머클라비어」나「대푸가」같은후기피아노소나타및현악사중주,디아벨리변주곡등베토벤후기걸작은대체로생애마지막10년동안에쓰였다.당대의익숙한도식을벗어나불협화음,변칙적인리듬이두드러지는이작품들을두고평가가엇갈렸는데,평가내용과상관없이대부분그음악적특성이작곡가의귀먹음에서기인한것이라고여겼다.베토벤의중·후기음악을‘역경속의긍정’으로해석하거나,베토벤이음악을통해장애를극복(하지못)했다고평가하는방식이대표적인예다.
이책은베토벤이어느곳에서도음악을통해청각장애와‘맞선다’고말한적이없음을밝힌다.저자는말년의베토벤이리드미컬한곡,짧고귀에꽂히는동기를활용하는곡을많이쓴이유로,난청인이리듬을가장쉽게인식한다는사실을든다.이는인공와우이식후가장만족한공연이재즈공연이었던바버라의경험과도일치한다.또한짧고특징적인선율조각이청각기억에담기쉽기때문이다.베토벤이점차피아노와맺은관계의진화가미친영향도느낄수있다.스트라빈스키는「대푸가」를“더없이현대적이며앞으로도영원히현대적일작품”(275쪽)이라고일컬었다.200년넘게베토벤에게위대한음악가의위상을유지해준이현대성은청각장애를극복한결과가아니라그것을받아들임으로써,그리고귀가멀면서기존의방법들을조금씩개선해간덕분에선취될수있었다.

“그는청각장애를극복한것이아니다”
한계를껴안은베토벤과바버라,두사람의공명
『소리잃은음악』에서저자는아내바버라의삶을통해베토벤을더분명히알게되고,베토벤의음악과삶을통해바버라의삶의의미를발견한다.이작업은바버라를무리하게격상하려거나,비범한베토벤을부당하게끌어내리려는시도가아니다.두사람은후천적인청각장애를얻었고,둘다조금의소리라도듣기위해가능한모든수단을활용했다.그렇지만그것은장애를극복하려는것이아니라,자신의한계를받아들인채그경계를넓혀가려는시도였다.
두사람의자취가교차하고호응하면서종종온전히읽히지못하는베토벤음악에담긴서정성,유약함과연약함이더섬세하게드러나고,베토벤이겪었을사회적고립을더구체적으로상상할수있다.종이위에서수정에수정을거듭하고,자신에게소리를들려줄장치를고안하고,피아노와세심하게접촉하는비범한작곡가의삶.그리고들을수없어도아이들의매공연에참석하고,지역사회모임에나가고,단하루를즐거운여행으로만들기위해분투하는평범한여성,엄마,아내,이웃의삶.이둘의성취와온전한삶을향한의지가다르지않음을이책이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