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의 섬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위험에 관하여)

과로의 섬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위험에 관하여)

$17.00
Description
대만을 ‘과로의 섬’이라 부르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실태, 현행법의 허점과 사각지대,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근본적인 구조를 폭로한 르포다. 국회 보좌관 출신 사회운동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엔지니어, 보안요원, 과학기술기업 직원, 의사, 간호사, 운전기사, 마케터 등 대만에서 발생한 과로 사건들을 다룬다. 그들의 노동환경을 샅샅이 되짚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문제를 밝혀냈으며, 유족의 산업재해 신청을 돕는 등 과로사 문제를 공론화했다. 대만에서 이 책이 출간된 이후 과로 문제는 대중의 큰 관심을 얻었고, 이는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어지며 대만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과로사’는 전 세계에서 한국, 일본, 대만에만 존재한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급속한 경제 발전과 일중독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 장시간 노동환경이나 청년 세대의 빈곤, 산업재해 인정의 어려움 측면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 책은 노동자 과로 사례를 비롯해 노동자가 과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분석하고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법 및 산재보상 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우리가 참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제기다. 아울러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건강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동아시아 노동자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저자

황이링

黃怡翎
둥우대학東吳大學정치학과졸업.성평등주제에관심을가지고입법원에들어간후노동자권익관련문제를접했다.8년간국회보좌관으로일하며노동자권리쟁취를돕고적극적으로제도개혁을추진했다.2013년입법원을떠나동료들과대만직업안전보건연대를조직했고현재집행위원장을맡고있다.노동자의직업안전과건강보장을위해전담기관을설립하는데힘쓰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독서길잡이:‘붕괴세대’의과로사를직시하자
저자의말

들어가며:살려고일하는가,죽으려고일하는가

제1부피로의흔적
1장어느엔지니어의죽음
2장가슴아픈장례식
3장무급휴가의과로기록
4장사람을살리는의사가죽어간다
5장링거를맞으며일하는간호사
6장깨어나보니완전히달라진삶
7장생명을구하는영웅의비애
8장꿈의공장속고달픈인생

제2부제도가사람을죽인다?
9장과로일터현장기록
10장과로인정의머나먼길
11장고장난과로보상제도
12장세계의과로현상
13장과로대항대작전

제3부과로에서벗어나기
14장과로하는데어쩌죠?
15장과로예방자가조치

[부록1]대만과로인정기준및절차
[부록2]대만근로기준법제84조제1항적용대상
[부록3]대만노동보험산업재해급여내용

추천의글
노동착취는이제그만!_정야원대만직업안전보건연대이사장
과로를막는바른길_황쑤잉대만여성연대이사장
과로의공포에서벗어나도록_쑨요우리엔대만노동전선사무총장
과로가줄면삶은늘어난다_허밍시우대만대학교사회학과교수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노동자에게‘선택의자유’는없었다
장시간노동,저임금착취로쓰러진이들의흔적

메모리반도체제조회사엔지니어인쉬샤오빈은매일밤11시가넘도록야근했다.신입사원월급이4만위안인데,야근수당을합하면9만위안이될정도였다.교통사고로입원해있는동안에도원격으로업무를계속했고,승진한후에는‘재량근로제’를적용받아퇴근후나휴일에도24시간대기하며일을처리했다.어느날,출근시간이지나도록나오지않는아들의방에들어가보니쉬샤오빈이책상에엎드려있었다.밤새회사일을하던컴퓨터는켜진채였고,그는침대근처에도가지못한채29세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

환경미화원인홀어머니를둔아웨이는교대근무의보안요원이었다.매일12시간넘게일했고한달휴일이6일뿐이었지만,초과근로수당이없고월급은3만위안(120만원)을넘지못했다.월노동시간이288시간에이르자지칠대로지친그는얼마안되는휴가를써가며노동사무국,타이베이시정부에조정을신청했고노동보험국,감찰원에도고발하고제보했지만상황은달라지지않았다.오히려회사의보복을당해괴로워하던그는근무중뇌졸중으로쓰러져22일후결국사망했다.향년29세였다.

오늘날도시화,산업화,과학기술고도화로눈부시게발전한대만의모든산업유형과직종에과로의함정이은폐되어있다.기업들은더싸고편리한착취대상을찾았고청년세대는저임금과빈곤에내몰렸다.전체노동조건은계속하락하고있으며갓직장에들어간젊은이가더쉽게산업재해를당하고사망에이른다.위의사례처럼이책에등장하는젊은이들은전력을다해일했지만고도의착취가벌어진직장에서뜻밖의사고로세상을떠났다.이를추적한저자의말에따르면과로는노동자개인이대항할수있는문제가아니며한일터만의문제도아니다.과로는대만의사회문제이고,이는과로문화가여러직종에견고하게뿌리내린와중에노동정책또한열악했던결과라는분석이다.

국회보좌관을지내며과로사사건을접하게된저자는유가족들을만나사건이산업재해승인을받을수있도록힘썼고,이후노동자안전을위한단체를조직해현재까지활동하고있다.이책의1부에선과로사노동자의유가족과동행하며영정사진으로처음만난이의구체적인생전‘과로’의모습을묘사했다.낮은곳에서일하는노동자에게‘선택의자유’란없었음을,과로하는환경에서의생활이란조금만휘청해도바닥없는심연으로떨어지는외줄타기임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그리고‘과로의섬’의운명을바꿀방법을찾아야한다고말한다.

닮았기에더서글픈죽음의형태-한국,일본,대만에만있는‘과로사’
너무많이일하고너무많이죽는구조를고발하다

애초에장시간근로형태를인정하지않고직장문화에서도지나치게긴노동시간이거의나타나지않는서양국가와달리,과로로야기된뇌심혈관질환을직업병범위에포함하는나라는한국,일본,대만뿐이다.즉,‘과로사’는세계에서이세나라에만있다.일찍이과로사의심각성을인지하고적극적으로예방책을마련한일본과달리한국과대만은여전히연간노동시간이2천시간에육박하는초장시간노동으로앞서거니뒤서거니하며세계수위를다투고있다.그래서이책에등장하는대만노동자들의장시간노동환경은한국독자들에게낯설지않다.

‘과로사’라는말을처음사용하고보상제도를가장먼저정비한일본처럼한국과대만의과로사규모는뇌심혈관질환이업무상재해로인정받은숫자로짐작한다.대만노동보험국이최근9년간심사한과로사건은679건이고그중263명이사망했다.이에따르면5일마다한명이과로로발병하고2주마다한명이과로로사망한다.고용노동부통계에따르면한국에서뇌심혈관질환사망이산업재해로인정받은사례는2019년503명,2020년463명이다.까다로운승인절차를돌파하고보상에까지이른경우만따져도매일같이한명이상과로로죽는셈이다.업무상재해로승인되는비율이신청건수의절반이안되고,산재보험을적용받지않는광범위한직업군을고려하면과로사가얼마나많을지가늠하기어렵다.코로나19이후에는배달노동자의잇단죽음이과로문제를환기하고있기도하다.과로를양산하는한국과대만의노동환경,사회적조건을들여다봐야할이유다.

이책은2부‘제도가사람을죽인다?’에서노동환경과관련제도의문제를자세히살핀다.연간총노동시간2,033시간,게다가탄력적으로관리되어노동시간증명이어렵고은폐되는현실도꼬집는다.교묘한방식으로휴일을빼앗거나법정노동시간상한에직종별예외를두어사실상기업재량에맡긴것도과로의주범으로지목됐다.기업이이윤을위해필사적으로인력을줄이거나비정규직노동자로대체하는모습또한우리현실과겹친다.고용이불안한노동자는불합리한노동조건,장시간근로와저임금을받아들일수밖에없게되었다.이책에서주요하게다룬의사와간호사사례,즉의료계종사자의과로도팬데믹시대에더욱심각해지는추세다.기술의진보는노동시간을줄이지못했고,오히려24시간서비스업의증가,인터넷과휴대폰연결로더많은시간일에얽매이게만들었다.

더많은노동자가점점더많이일하다쓰러지는현실에도복잡한직업병인정기준,실제노동시간자료입증의어려움,전문가마다다른판단준거등과로를업무상재해로인정받기까지의과정은험난하다.어렵사리직업병으로인정받아도손해배상,복직협상,재활등의다툼을포함해또다른고난이시작된다.저자는대만의산업재해보상제도와실제현장에서의차이를지적하며법이노동자를보호하지못한다고비판한다.여전히부족한수준의산업재해보상,끝내이를인정하지않고노동자와가족을기나긴소송으로끌어들이는기업,책임을회피하고과로예방에소극적인정부의태도는모두우리현실이라해도좋을정도로비슷하기에더욱뼈아프다.

“과로를끝내자,일이삶을짓밟게내버려두지말자”
건강하고안전하게일하기위한연대의손내밀기

“그만두지않으면죽을때까지혹사당하고,죽지않으면그만둘때까지혹사당한다”는말이대만노동자들의유행어라고한다.저자는다음차례에쓰러질노동자가우리주위에있을지모른다며이목숨들을구할방안을모색한다.가장중요한것은노동시간단축이다.연간총노동시간을1,800시간이하로점차줄이자는주장이다.근로감독강화도급선무다.처벌이아닌개선을권하는수준의근로감독은대만의기업이30년에한번조사를받을까말까한형식적수단으로전락했다.노동시간제한의뒷문을활짝열어준근로기준법제84조제1항,즉특정직군에서는노동시간상한을두지않는다는조항은당장폐기되어야할것으로꼽았다.이조항때문에보안요원,수술실간호사,승무원등이과로사로내몰렸다.과로인정기준완화와산재보상제도의정비등우리에게도유효한여러제안을대응책으로실었다.

3부‘과로에서벗어나기’는과로에대항해건강과안전을지키고나아가노동자의식을높여야한다는조언이다.저자는각개인의작은혁명으로건강하고안전한노동환경을세울수있고,이를위해궁극적으로노동자의집단적인힘을발휘해야한다고말한다.일을위해살아서는안되며,일이목숨보다가치있지는않다는호소는대만과흡사한,아니오히려더욱심하게과로문제를겪고있는우리가귀담아들어야할말이다.

이책을번역한장향미씨는온라인강의업체에서일하던동생을과로로잃고2년여간싸워산업재해승인을받아낸유가족장본인이다.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회원으로2019년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컨퍼런스에나가저자황이링을만났고,그자리에서건네받은〈과로의섬〉의한국어번역을결심했다.그는“한국과꼭닮은대만의과로사실태를다룬책을번역하면서한국사회의과로사문제를상기시키고싶었다”고말했다.이책의저자와번역자처럼유가족의고통을누구보다잘알고그들을일으켜세우는사람,다음사람이생기지않기위해애쓰는이들을비롯해과로문제의심각성을계속알리고노동자가연대해과로에서벗어나야한다고외치는이가많아질수록안전하고건강한노동을실현할길이열릴것이다.“우리는스스로행동하지않으면세상은변하지않는다고믿는다.세상을변화시키는행렬에동참하자.자신을위해서,또한다음세대를위해서과로를끝내자.일이삶을짓밟게내버려두지말자.”(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