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반짝이다 (공장에서 거리에서 만난 조금 다른 목소리: 금속노조 여성운동사)

여성노동자, 반짝이다 (공장에서 거리에서 만난 조금 다른 목소리: 금속노조 여성운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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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금속노조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내놓은 여성노동자 증언집이다. 조합원 18만 명 중 단 6퍼센트인 1만 명이지만,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금속노조의 역사를 넘어 노동운동의 역사와 다름없다. 노조 여성위원회가 조합원 69명을 인터뷰해 여성노동자들이 살아온 삶, 노동조합을 만난 계기,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로 서는 과정을 귀담아들었다. 자동차 부품 생산, 조선소 용접 등 남성의 일로 여겨졌던 직종은 물론 휴대폰 등 전자제품 조립, 구내식당이나 렌탈 가전 방문 관리 등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또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살펴본다.

주로 제조업 생산직에서 일하며 임금 차별, 승진 배제, 성희롱, 우선 해고 등 공장 안에서는 물론 가정과 심지어 노조 안에서까지 성별에 따른 차별을 겪었지만, 여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출신도 일하는 곳도 성격도 다른 여성들은 늘 불의가 무엇인지 알았고 서로 의지해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대공장 남성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금속노조 안에서, 이들 여성은 ‘드센 언니들’로 살아남았으나 실은 강하고도 따뜻한,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우리 주위의 여성들이다.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9년생부터 94년생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노동자의 힘이 보태져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저자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철강,조선산업등의종사자18만여명이조합원으로가입된국내최대의산업별노동조합으로2001년출범했다.비정규직·여성·이주노동자조직,노동조건개선과차별철폐,평등사회와환경친화적발전,평화와통일등을목표로활동한다.www.kmwu.kr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언니가만들어온길을따라우리가갑니다

1.호명,그녀의이름을부르다
2.웃으며출근한사람들이웃으며퇴근하는세상
3.김진숙의87년,노동자대투쟁
4.세상을뒤엎을꿈을안고현장으로가다
5.공장을돌리지않으려거든노동자의허락을받으라
6.불안정한노동의시대를연신자유주의
7.다양한얼굴의노예노동,비정규직
8.오래다니고싶은회사?노동조합있는회사!
9.나의복직은시대의복직
10.체불임금받으러간내가왜도둑인가
11.성별에따른차별을이야기할때
12.너의무릎이내존엄보다중요한가
13.똑똑하고부지런하고대차게
14.평등실의꿈
15.서로의삶을존중하는각자의삶
16.우리가껴안아야할미래,마디오와실라
17.금속노조조끼입고뭘해도행복해요!

후기

[부록1]전국금속노동조합조직현황
[부록2]전국금속노동조합모범단협안‘제8장남녀평등과모성보호’중차별금지조항
[부록3]금속노조여성노동운동사기록에함께한사람들

출판사 서평

6퍼센트의여성,노동운동의역사를가로지르다
더나은세상을만들어온여성노동자들의증언

18만명중1만명.자동차,조선,철강노동자들이포진한국내최대의산업별노동조합인민주노총산하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여성조합원숫자다.비율로는6퍼센트다.대공장,남성,정규직노조를대변한다고여겨지는금속노조가창립20주년을맞아여성조합원들의말을책으로펴냈다.노조여성위원회가각지역과기업노조에서추천한69명을인터뷰했고,그들이왜노조에가입했고어떻게싸웠는지,여성으로서얼마나힘겨웠고혹은당당했는지시대와주제에따라조밀하게엮었다.한국에서여성으로태어나노동하고,노동조합을만나고,인간답게살고자싸워온이들의이야기가가난과노동에대한혐오와차별을걷고평등한사회를만들고자하는노조의바람과다름없기때문이다.

등장인물중엔한진중공업해고노동자인김진숙민주노총지도위원처럼이름난이도있지만,대다수는그저제조업생산라인에서일하다불의를겪고노조에가입해쟁의를경험한후,노동자의권리와단결의중요성을깨닫게된평범하면서도지극히특별한여성들이다.그들은자동차를조립하고,배를용접하고,공장식당에서밥을짓고,핸드폰을생산하고,범퍼를운반한다.여성노동자들은모든일을할수있고이미하고있지만,남성노동자와똑같은대우를받지못한다.그리고그들은여자도정규직이되어야한다고,똑같은월급을받고승진도하고싶다고,성희롱하지말라고싸웠다.그러면서여성노동자로서의정체성을인지하며삶을긍정하게된다.

‘여성노동자의이름을호명한다’는기획의도대로1959년생부터1994년생까지인그들의이야기앞에는이름과일터가나란히적혔다.자동차부품제조,휴대폰등전자제품조립,반도체생산,조선소용접등제조업생산직노동자는물론자동차회사구내식당조리,렌탈가전방문관리,노조법률원변호사등다양한직종의여성이이기록에목소리를보탰다.책을대표집필한권수정부위원장은“각자의사연과개성이다르지만,각각의모양과색깔이엮여커다란조각보처럼보이길바랐다”라며“그들이아름다운것은노동자그자체이기때문”이라고했다.점점더극심해지는불평등과차별속에서도우리가더나아진세상에살고있다고한다면,이는책에나오는이들처럼한순간도멈추지않은여성노동자의실천덕분일것이다.그리고이것이치열했던노동운동을여성노동자의증언으로기록한이유이자의미다.

87년노동자대투쟁에서비정규직시대에이르기까지
불의와차별에늘맞서온사람들

노조의역사는20년이지만,여성노동자들의기억은80년대부터시작된다.80년대에공장에들어가‘공순이’라는멸시를받았지만,87년노동자대투쟁을경험했고그힘으로노조를세웠으며30년넘게공장에서일했다.김진숙은의류공장에서각성제를먹고미싱바늘이부러지도록일했다.첫생리를시작한여자아이들은철야중치마아래로흐르는피를보고‘왜코피가아래로나오지?’라고했다.야학에서근로기준법을배우고노조대의원까지된김진숙이87년노동자대투쟁을증언하는부분은벅차도록생생하다.

여성노동자들은공장안에서일상적으로겪는불의와차별에맞서내내싸웠다.코리아에프티김지현은관리자에게반말하지말라고,대륙금속서인애는식당음식을개선하라고싸웠다.노조를만들거나노조에가입한후론변화를체감했다.현대중공업김혜숙은상여금차등지급이개선됐다고했고,앰코고미경은사무직과식사메뉴가같아졌다고했다.성진CS정영희는“노조를만들고나니까늘우리를아래로보던전무가90도로허리를꺾어인사하더라”며놀라워한다.싸운이후에야산전산후휴가와수유시간이보장됐다.임금이인상되고,휴일에쉴수있고,자판기와휴게공간이설치되는등노동자단결의위력은이들에게노동자로서의자긍심을심었다.노조가입과활동에따른탄압이나부당노동행위도여성들의강인한마음을꺾지못했다.

IMF외환위기사태를겪고신자유주의재편에따른구조조정,광범위한비정규직화,현재까지이어지는자본의노동탄압에이르기까지제조업생산직남성노동자들에가려졌지만,야만의시대를지나는동안항상열심히일했고싸움에나설땐주저하지않은여성들이늘존재했다.금속노조역사를넘어여성노동자의역사라고할만하다.

해고,직장폐쇄,노조탄압...
가장먼저희생되었지만강인하고도따뜻했던

시대는물론주제에따라서도여성노동자들의말을묶었다.가난하고평범한여성노동자가노동조합을만나는순간,거친남성들속에서더거칠게살아남은센언니들인‘학출’의이야기,폐업과구조조정으로공장에서쫓겨난사연들,여성비정규직노동자가처한조건과싸움의과정,노조활동으로인한수배와구속등고루억울하고부당한국가와자본의탄압속에서놀라운증언들이시대의정의를묻는다.

‘노조는빨갱이,학출은불순세력’이라고공격받던시절에도학생운동출신활동가들은현장에서조직하고투쟁하며노동자의친구가아닌노동자로살았다.최윤정은“내가학출이고돈벌러왔다”고내질렀다.헐값으로노동자를부리다폐업해버린회사를상대로한국산연노동자들은25년이나철수저지투쟁을벌였다.한국산연김은형은정말로회사가어려워서폐업한게아니라고했다.“여성이노조위원장이되고민주노조를만드니까자본을철수한다는거죠.”직장폐쇄를한다며파업하는노조원들을몰아내고대체인력을투입해공장을돌린KEC의노동자들이야기도있다.“우린일잘하는사람필요없다,말잘듣는사람이필요하다”라는회사를상대로업무방해배상금70억원을꼬박3년간갚아나가면서도조합원들은웃음을잃지않았다.

대규모정리해고사태에서도여성노동자는제일먼저희생됐다.현대자동차정영자는식당여성조합원,맞벌이중여자,가족2인이상이직원인경우의여자순서로통보된희망퇴직순서에반대하며버텼다.불법파견사내하청등비정규직이범람한시기에도여성들은남성비정규직보다도적은임금으로제조업현장을떠받쳤다.기아자동차김미희는집까지찾아와“당신딸이남자들틈에서정규직되려한다”고말한회사를상대로싸워정규직이됐다.

현대차사내하청업체권수정은월차내겠다던동료가관리자에게칼에찔린일을계기로노조를만들고해고되고구속까지됐다.하지만여성노동자들은해고에반발해복직투쟁,천막농성을하면서도서로를돌보았고함께웃었다.기륭전자유흥희는용역깡패에게얻어맞은날에도“추석이니송편도빚고전도부치자”고했다.한국시티즌정밀이은선은결혼이나병에걸리거나다들자기일처럼도왔다며‘언니들’이많은노조를좋아했다.

이중의굴레가만든‘센언니’이자
주변을끌어안는따뜻한연대자

성평등에관한이야기도여러장에할애했다.공장에서의고된노동과더불어여성이기에더해진차별과폭력은삶에고단함을더했다.일터에서도집에서도성별에따라겪는차별이어떻게구조화되었는지,성별에따라구분된산업에서여성노동자들이어떤인권침해를당하는지고발한다.반성폭력운동,특히노조내부에서발생한사건이나성별과위계에따른차별의실상도가감없이드러냈다.노조사무처여성활동가들의이야기는조직적성찰이필요하다는오늘의고민을잘보여준다.

대륙금속서인애는“여자라서못한다는말이너무싫어서남자들일도다하려고”한다.하지만남성을기준으로설계된생산라인에서기아자동차김미희는불편하고힘들다고호소한다.성별에따른노동현장의차별은다양하고광범위했다.한사업장에서만벌어지는것이아니라,남성의일로간주되는업종과여성의일로간주되는업종사이에발생하며한국산업구조의차별로확장했다.삼화이동훈은남성신입사원월급이여성기장월급과같았다고말한다.여자는30년넘게다녀도대리,남자는몇년만에과장이되었다.KEC황미진이왜여성은승급이안되냐고물으니회사는“남자는가장이라서승진해야한다”고대답했다.

남성이다수인노조에서도여성노동자의투쟁은어렵다.현대중공업사내하청변주현은“경비에게맞는것도두렵지않고삭발도할수있는데생리통이심해서농성장에선불편하다”고했다.관리자의폭언과성희롱,고객의성추행,심지어노조내부에서벌어지는성폭력사건도있다.노조교육시간에‘야동이나틀어라’고하는이가있는것이현실이지만,노조는끈질기게성평등교육을하고성폭력사건대응매뉴얼을만드는등적극적으로변화하고또고민하고있다.사무처상근활동가들은왜여성만회의록작성업무를하는지문제를제기하며조직적성찰을추동한다.

남성보다더부지런하고살뜰해야했고,약해보이지않도록대차야했던이들은자본주의와가부장제라는이중고난의자리,일터와가정에서굴레를깬‘센언니들’인동시에내옆의여성을응원하고연대하는따뜻한동지로성장했다.여성과비정규직,이주노동자등조직되지않은노동자들을모아내려는금속노조는마지막으로필리핀여성마디오와실라의이야기를실으며이들이‘우리가껴안아야할미래’라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