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도시 (우리 시대 노점상을 말하다)

가난의 도시 (우리 시대 노점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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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점상은 ‘잡상인’이 아니다
비하를 거부하고 저항의 주체가 된 ‘노점상’
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리를 선택한 사람, 노점상들의 삶과 투쟁의 기록. 노점상 대다수가 자신의 노동력으로 손수레와 포장마차를 이용해 거리에서 장사하는 도시 빈민이며 불법이라는 굴레와 단속의 압박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은 서민의 정취를 자극하는 풍물 혹은 탈세와 비위생의 온상이라는 이중적 시선을 받으면서 치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길에서 쉽게 마주치는 노점상이 언제부터 존재했고 몇 명이나 되는지 분명한 기록이 없던 것처럼 이들이 어떻게 살며 장사하며 싸웠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30여 년 동안 빈민운동가로 활동한 저자는 노점상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는 도시를 위해 역사, 문화, 사회, 법률 측면에서 노점상을 분석하고 현황과 문제를 살펴보는 한편 노점상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두루 서술했다.

이를 위해 노점상의 탄생과 1960~1980년대의 상황, 노점상이 단체를 건설해 생존권을 찾아 나선 역사를 살펴본다. 이때 이덕인 열사, 최옥란 열사 등 희생된 사람들을 소개하며 기억과 추모를 제안한다.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노점상의 현실을 반영하는 미디어들, 언론에 비친 노점상과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노점상을 분석하는 한편, 노점상 관련 법률과 정책을 점검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의 문제점, 노점상 특별법 제안 등 구체적인 방안도 담겼다. 더불어 세계 각국 노점상 현황과 정책도 정리했다. 노점상뿐만 아니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장애인, 공간을 점유하며 저항하고 있는 철거민 등 도시에서 소외되고 내몰린 사람들이 어떤 고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이들이 권리를 위해 싸우는 동시대의 시민이자 우리 이웃이라는 점이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저자

최인기

1989년청년단체의문을두드리며사회운동을시작했다.노점상단체에서30여년간활동한빈민운동가로,현재민주노점상전국연합수석부위원장과빈민해방실천연대수석부위원장을맡고있다.국가보안법과집시법으로여러차례구속과수배생활을했다.경제적인어려움에도현장을지키며글과사진으로기록하는이유는‘더불어사는사회,차별없는사회’를희망하기때문이다.지은책으로『그곳에사람이있다』,『가난의시대』,『떠나지못하는사람들』이,사진집으로『청계천사람들』,『노량진수산시장』이있다.가난을주제로한글과사진작업,전시와출판을계속하며‘기록하는빈민운동가’로불리길원한다.

목차

책을펴내며

1장노점상의노露는이슬이다
1.노점상은누구인가
2.삼국시대보부상과조선의난전
3.해방전후노점상과오일장
4.양연수씨와1960~70년대노점상
5.1980년대군부독재와노점상
6.노점상단체의결성과6.13대회

2장거리에서쓰러져간사람들
1.1989년거제도노점상이재식
2.1995년서초구장애인노점상최정환
3.1995년인천아암도장애인노점상이덕인
4.1999년대전역근처노점상윤창영
5.2002년청계천장애인노점상최옥란
6.2007년고양시붕어빵노점상이근재
7.2017년삼양동갈치노점상박단순

3장나쁜사람에게는맵고,착한사람에게는달콤하게
1.대중문화속노점상
2.언론에비춰진노점상
3.노점상은어디에나있다
4.여성노점상들이나선다

4장노점상은잡상인이아니다
1.노점상과법
2.노점관리대책의전개과정
3.노점관리대책의실체와문제점
4.노점상총량제의결과는?
5.노점상문제에대한다양한관점
6.노점상정책을위한방향
7.노점상특별법제정의필요성
8.노점상과더불어사는도시를위해

5장세계의노점상을엿보다
1.저항하는노점상,인도와네팔
2.노점상과상생하는남아프리카공화국
3.동남아시아의노점상: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
4.엄격한규제의중화권노점상:중국,홍콩,대만
5.노점상정책에따라줄어드는일본의야타이
6.플리마켓에서푸드카체인까지,프랑스노점상
7.미국의노점상허가제와부작용
8.세계의노점상정책이시사하는것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영구적인판매시설이아닌곳,특정인도나공유지,사유지에자리를마련해포장마차등으로옮겨다니며장사하는사람.너무익숙해서간과했던거리의노점상에관해다각도로분석하고함께살기를모색한다.노점상은열심히생계를꾸리는이웃시민이자빈곤한사회적약자이지만,노점상의삶과미래에관한사회적인식은무관심하거나부정적이다.행정기관이무리한통제를가하고관리대상으로삼으려할때도1980년대이래노점상은스스로조직하고단속에맞서저항하며사회변화에동참해왔다.이책은첫장에서도시의변화발전과더불어노점상의역사,노점상단체의역사를훑어본다.군부독재에저항하며세력화하기시작한노점상투쟁의기록은곧민중운동의기록이기도하다.

이어서1989년부터2017년까지의노점상열사들의죽음을파헤쳤다.1989년마차를빼앗아간공무원들앞에서분신하고“이몸불살라노태우정권에경고한다”는유언을남긴거제도노점상이재식,장애인시설을전전하다겨우시작한리어카노점을빼앗기고1995년분신한서초구장애인노점상최정환,인천아암도노점상행정대집행을막으려망루에서농성하다구타당하고묶인시신이되어바다에떠오른이덕인,1999년단속에완강하게저항하며주변노점상들을돕다가표적단속된후몸에불을붙인대전역노점상윤창영,중증장애인으로서기초생활수급제도의문제를알리려농성하다2002년세상을떠난최옥란,본격적인노점관리가시작된2007년막무가내단속을당하고세상을등진고양시붕어빵노점상이근재,2017년단속반에게당하던도중쇼크로인한뇌출혈로쓰러진갈치노점상할머니박단순등이제껏조명받지못한여러희생의면면은쓰리도록닮았다.

청계천복원과디자인도시서울을위해사라진노점상들
규제와관리대신생존권을보장할제도가필요하다

“전국4만5,000곳노점상에게최고50만원을지급하겠다”라며소모적인찬반논쟁을부추긴정부의4차재난지원금(소득안정지원자금)지급계획은1%인515곳지급으로결국‘엉터리통계’라는빈축을샀다.부랴부랴사업등록요건을폐지하고도9,319명이지급받는데그쳤다.정부관계자가“노점상에관한기초데이터베이스자체가없다”고인정할만큼정부와사회는사회적약자인노점상을구성원으로인정하지않거나관리통제할대상으로만삼았다.그러나노점상을불법으로몰아붙이며부정하고외면하는것은문제해결에도움이되지않으므로엄연한사회구성원인이들과함께살방안을모색하자는것이이책의기조다.이를위해저자는도로법,식품위생법,소득세법등노점상과관계된법률을검토하고비현실적조항이나지자체별일관성없는법적용을지적한다.

특히2002년이명박시장시기의청계천복원사업이후부터2006년오세훈시장의‘디자인서울’을거쳐박원순시장으로계승된서울시의노점관리대책은여러파행과갈등을낳았다.환경미화와잘짜인도시경관을명목으로노점상은‘정비’대상으로전락했고2009년서울전지역노점상이강제이주대상이되었다.박원순시장시기인2017년‘상생’을내세워나온‘노점상가이드라인’이후엔시에서지원하는푸드카야시장이관광명소가되는한편허가받지않은포장마차가단속으로내팽개쳐지는두가지풍경이공존하고있다.좌판크기,품목,영업시간,운영기간,거주지와재산등엄격한규제가중심이된노점관리대책과이에따른단속으로서울시노점숫자는2016년7,718곳에서2021년9월기준5,873곳으로감소하는추세다.노점증가를막기위해서울의각구청은예산수억원을들여단속을벌였고,이를전국의지자체들이벤치마킹하는것이현실이다.도시에서언제든노점상,빈민의희생이발생할위험은지난30년과마찬가지로사라지지않고있다.

규제수단으로만작용하는현행법대신노점상의생존권을보장하기위한정책으로이책은몇가지방향을제시한다.노점상의노동을권리로보장할것,사회적약자인노점상에대한복지지원,노점상을문제해결의한주체로인정할것,사회적으로인정받기위한노점상당사자의노력,활발한노점상운동,가난한사람들과민주시민과노점상의연대등이그것이다.아울러이윤만을좇으며경쟁으로치닫는불평등한사회에선안정적인삶을기대할수없고노점상이계속생길수밖에없으므로궁극적으로는경제적,정치적으로사회를바꾸려는노력이병행되어야한다고저자는주장한다.그리고실재하는수많은노점상상거래행위자를불법의낙인으로부터구제하고,거리질서유지라는공익적요소와생존권보장이라는헌법적가치를포함한다는취지로‘노점상생계보호를위한특별법’을제안했다.

치열한거리의이웃과함께살기위해
가난한도시에서차별없는사회로

첨단과학과신기술로오로지경제발전을거듭하는듯보이는도시안에서다수의사람은빈곤을벗어나지못하고있다.중위소득50%이하인구비율을집계한한국의상대빈곤율은16.7%로국민6명중1명에해당하며OECD국가중4번째로높다.노인의상대빈곤율은더심각해서44.7%로1위이고이는OECE국가평균의3배에달한다.그리고빈곤한사람들이최후에선택할수밖에없는직업이노점상이다.도시연구소와빈곤사회연대가실시한노점운영가구대상경제상태조사에따르면2020년월평균가구총소득은182만2,000원이었고집을소유한가구는38.7%였다.전체월평균가구소득(2021년4분기)이464만2,311원,전국평균자가점유비율(2020년)이57.3%임을고려할때이는노점상이가난한이들임을증명하는지표다.

가난은단순한소득을넘어주거환경,문화,심리적측면까지다양한차원에서검토되어야한다.노점상은이러한현실외에도단속과사회적편견이라는고통까지떠안고있다.최근에는기후변화나코로나19의확산과같은변수때문에더욱생계를꾸리기어렵다.소수가부를독점하고대물림하는자본주의사회에서빈민이영원히빈곤을벗어날수없다고해도이들은먹고살기위해도시에스며들어내내부지런한사람들이다.평범한시민,우리지역주민으로살아가지만,배제를기반으로극한까지몰아붙이는사회와행정에가로막힐때권리를위해싸우는사람이된다.그러니노점상,도시빈민은차별없는사회를바라는우리모두가연대할이웃시민이자동료다.

처음부터거리는보행의의미를넘어사람이살아가기위한곳이었고소통하며삶을나누던장소였다.이제도시와공간은권력과돈을중심으로재편되어많은사람에게제약을가하는것이현실이다.30년경력의빈민운동가인저자는그간의저작에서노점상,철거민,장애인,도시빈민등소외된이웃의이야기를애정어린글과사진으로기록해왔다.저자는노점상의모든것을다룬이번책을“무인도에서유리병에글을담아띄워보내는절박한심정으로”세상에내놓는다고했다.매일싸우는것이일상이되어버린노점상과빈민운동가들에게방패가되길바란다는바람도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