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선정‘2022년올해의책’★★★
“우리가직면한위기에대한새로운접근법”-뉴사이언티스트
“회복을위한설득력있는지침서.영감과활력을불어넣는다”-가디언
“생물다양성,시민주도의해양거버넌스,평등,지속가능성,회복을아우른다”-내셔널지오그래픽
“푸른행성을구하기위한실천을촉구하는강력한정치적제안서”-다이브매거진
기후위기의시대,바다는어떻게정치의대상이되는가
생명,불평등,정의,그리고바다를둘러싼새로운질문
우리가살고있는세계의70%는물이다.그거대한해양은산소의대부분을생산하고,기후를조절하며,수많은생명을품고,인간의식량과자원공급망을떠받치는생명기반이자순환체계다.그러나이처럼절대적인존재인바다는플라스틱쓰레기로뒤덮이고,산호초는녹아내리며,해양노동자는착취당하고,심해저는채굴되고있다.이처럼바다는전지구적생명기반이면서착취와불평등이가장집중되는공간이되었으나정작국제정치와정책결정의중심에서철저히배제되어왔다.환경문제또한육지중심의사고에서벗어나지못해탄소중립,재생에너지,육상생물다양성은이제광범위하게논의되지만,정작바다에서일어나는일은‘멀고보이지않는문제’로간주되기쉽다.『블루뉴딜』은바로이관성에정면으로도전하는책이다.저자크리스암스트롱은정치이론가의시선으로바다를응시하며,그안에서벌어지고있는불평등과위기를‘정치적정의’의언어로다시설명한다.
저자가말하는바다란해양생물의세계이자,자원착취의현장이며,제도적방임의공간이자,인간과비인간존재들이공존하는정치적장소다.이책은지금까지해양문제를기술적·자연과학적으로다뤄왔던기존담론과는전혀다른방식으로바다에접근한다.바다에‘정의’를도입하자는것이다.출발점은명확하다.바다는단순한자연환경이아니라,윤리와정치가작동해야할공간이라는것.자유무역,자원개발,어업,해양운송등의논리가지배해온이영역에서,우리는이제인권,권리,책임,생태적존중,미래세대의삶이라는관점으로사고를전환해야한다.『블루뉴딜』은바로그정치적상상력의전환을설계한다.바다는‘보호할대상’이아니라,우리가‘함께살아갈장소’라는새로운인식이이책의핵심문제의식이다.
‘블루뉴딜’이라는용어를차용했지만,그내용을들여다보면훨씬더근본적이고체계적인이론적제안이담겨있다.그것은바다에대한우리의시각,언어,제도,법,정책,실천전반을다시구성하자는요청이다.독자가이책에서마주하는것은거창한구호가아니라,깊이있는정치적성찰과실천가능한윤리적명제들이다.‘지속가능성’이나‘보존’같은익숙한단어들너머에서,우리는바다와의관계를다시사유할수있게된다.
생명을품은바다,착취로얼룩진바다
이익경쟁으로자본과권력의공간이된해양의역사
『블루뉴딜』은총10장으로구성되며,바다를생명의공간으로인식하는데서출발해국제해양질서의재편과새로운정치적구상까지나아간다.1장에서는바다를생명과생태계의핵심으로자리매김하며,바다가얼마나다양한방식으로인간생존과연결되어있는지를짚는다.단순히경관적공간이아니라,기후조절자이자대기탄소흡수원이며,생태적안전망으로기능하는바다의구조를설명한다.동시에이공간이어떻게산업화·세계화속에서훼손되고있는지를보여준다.2장과3장은바다의‘자유’라는고전적개념과그반대편에서작동해온‘인클로저(사유화)’의구조를검토한다.그로티우스이래로자유의바다라는이상은해양착취를정당화하는수단이되기도했고,오늘날배타적경제수역체계는이이상과충돌하며불평등을확대하고있다.바다는더이상모두의공간이아니라,기술력과자본을가진국가들이선점한‘권력의장’이되었음을설명한다.
4장에서는세계해양질서가어떻게형성되고실패했는지를역사적맥락속에서분석한다.‘인류공동의유산’이라는이상은냉전기와신자유주의시기를거치며좌절되었고,심해저자원과공해의법적지위는지금도불완전하다.이러한역사속에서놓쳤던정의의가능성을되짚으며,다시금국제질서재구성을촉구한다.5장에서는해양정의를구성하는일곱가지윤리원칙이제시된다.생명보호,평등한접근권,공정한분배,민주적절차,책임과의무,미래세대의권리,비인간존재고려등은단지이론이아니라,해양정책전반에적용가능한규범적지침으로제시된다.
바다를위한정의로운전환의조건,
‘보이지않는존재들’을권리주체로재구성하기
각각해상노동자와해양동물,해수면상승으로인해위기에처한소규모섬나라의문제를다룬6,7,8장은특히돋보인다.상업어업,수산업,해운업,크루즈산업등바다에서이루어지는대부분의경제활동은수많은노동자의힘으로유지되고있지만,이들의권리와안전은매우취약한보호수준에머물러있다.해상노동자는우리의식탁과물류체계,여행의즐거움을가능하게하지만,그대가는위험,고립,침묵이다.‘보이지않는인간들’인바다위노동자들은착취와위험,법적공백,윤리적무관심에놓여있고이들은편의치적제도라는구조아래해상무법지대에방치된다.저자는해상노동문제가해양정의의핵심이라며,바다를위한정의로운전환은그안의‘인간적기반’을회복하는데서출발해야한다고주장한다.
또다른‘보이지않는존재’는해양동물이다.이장에서는해양동물을단지인간의식량이나자원으로간주하는전통적시각을비판하고,해양정의를논의할때반드시비인간생명체에대한도덕적,법적고려가포함되어야함을강조한다.저자는‘지속가능한어업’이실제로는해양동물의고통을전제한수탈적개념에불과하다고비판하며,해양동물을권리주체로보는새로운상상이필요하다고주장한다.이를위해해양보호구역에서어업과채굴제한,고래·상어·거북등특정종의이익을정책결정에반영,동물개체의고통과죽음을측정하고기록하는감시메커니즘도입등실천적조치를제안한다.해양정의의개념을비인간존재까지확장하는이러한급진적재구성은바다를진정으로정의롭게만들기위해우리가어떤전환을감행해야하는지가장뚜렷하게드러낸다.
8장에서는해양위기와기후위기가교차하는지점에서가장가혹한현실을살아가는소규모섬나라주민들의처지를조명한다.해수면상승으로인해현실적으로국가의영토가사라지고삶터가침수되는가운데,기존국제법과정치체제가이를어떻게외면하고있는지비판적으로분석한다.투발루,키리바시,몰디브,마셜제도등은이미일상적으로해수면이넘치고,예측시나리오에따르면일부는수십년안에실질적국가상실사태를맞는다.이경우육지뿐만아니라주권,국민성,문화,법적지위,자원에대한권리모두가무효화될위험에처한다.저자는이것이전형적인기후불평등이자국제사회가해결해야할‘긴급한정의의과제’이며정의로운해양질서를위한시험대로보았다.이때섬나라국민들이단순히구조받아야할대상이아니라문화적주체,정치적행위자로존중받아야한다며다양한이주정책과재정착프로그램을설계했다.
9장은이러한논의를종합해‘블루뉴딜’이라는실천적비전을제시한다.해양의재야생화,해양거버넌스의민주화,지속가능한해양경제구축,세계해양기구설립등은선언적구호를넘어정책적실행구상으로정리된다.마지막10장은블루뉴딜이단지제도나정책이아니라,윤리적전환의요청임을강조하며마무리된다.해양정의는결국세계시민성과정치적상상력,그리고새로운이야기의힘에서출발해야한다는것이다.
해양을위한시민정치의감각을일깨우기위해
바다의위기를치열하게읽고,말하고,행동하자
『블루뉴딜』은바다를다룬수많은책중에서도독보적이다.그이유는이책이바다를정치철학의언어로분석한매우드문사례이기때문이다.기후위기시대,해양문제는단지보존이나과학의문제가아니다.그것은분명히정치의문제이며,윤리의문제다.바다에서누가이익을얻고,누가배제되고,누가고통을감내하는지에대한질문은정의의영역에속한다.이에따라기존의환경담론이간과한부분을날카롭게짚는다.해양을과학적수치나생태계구성요소로만보지않고,권력관계와제도설계,책임분배의공간으로재구성한다.바다위의노동자가어떤처우를받는지,해양동물이어떤고통을겪고있는지,해수면상승으로침몰하는국가는어떤권리를잃고있는지를정치적으로해석한다.
또한,단지문제를제기하는데그치지않고,가능한대안을제시한다는점에서가치가있다.해양자원의공정한분배,해양보호구역확대,국제기구개편,법제도재정비,시민감시체계구축,해양교육의강화등실천가능한제안이풍부하게담겨있다.이는그저이상주의가아니라,정치와정책이해양정의를구현할수있다는신념에기반한이론적기획이다.이처럼『블루뉴딜』은해양에대한책임을묻는책이자,우리가어떤세계를만들고자하는지되묻는책이다.이책을읽는다는것은바다를통해인간과세계의관계를다시묻는행위이며,그질문에정치적으로응답하려는윤리적선언이다.오늘날바다를걱정하는시민,해양문제에관심있는연구자,정의로운전환을고민하는활동가모두에게이책은깊은통찰과실천의자극을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