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성장을향한전쟁과붕괴하는미래,
지금‘탈성장’을말해야하는이유
기후위기시대에자주들리는말가운데하나는“지속가능한성장”이다.정부도,기업도,국제기구도성장을포기할수없다고말한다.경제는계속커져야하고,소비는유지돼야하며,기술혁신이결국문제를해결할것이라는믿음도여전히강력하다.하지만현실은정반대로흘러가고있다.폭염과산불,홍수와가뭄은해마다기록을새로쓰고,생태계붕괴와불평등역시가속화되고있다.2023년지구평균기온은산업화이전대비1.5도를웃도는상태가한해의3분의1이상지속했고,기후학자들은이를“말그대로충격적인수준”이라고경고했다.
그런데도우리는왜멈추지못하는가.이책은그이유를‘성장지상주의’와그것을유지하려는거대한정보전쟁에서찾는다.화석연료산업과초국적자본,기술엘리트들이무한성장의신화를유지하기위해대중의공포를조직하고,탈성장을왜곡하며,다른미래를상상하지못하도록만든다는것이다.《누가탈성장을두려워하랴》는오늘날가장논쟁적인개념가운데하나인‘탈성장(Degrowth)’을둘러싼오해와반론,두려움과가능성을그래픽노블형식으로풀어낸다.등장하거나언급된관련인물만180여명에이르며,경제학·생태학·정치철학·사회운동의논쟁을유머와풍자,인터뷰와인포그래픽을통해직관적으로전달해독자를거대한토론의현장속으로끌어들인다.
이책은탈성장을하나의교리처럼설명하지않는다.오히려찬성과반대,조롱과반박,학자와활동가,정치인과언론인의실제발언을충돌시키며논쟁그자체를무대위에올린다.독자는마치공개토론회를지켜보듯페이지를넘기게된다.경제성장이인류를구했다고주장하는논객옆에는성장의혜택이얼마나불평등하게분배되었는지지적하는연구자가등장하고,기술혁신이모든문제를해결할것이라는낙관론옆에는플라스틱산업과화석연료자본의현실을추적하는탐사보도가이어진다.이책을읽으며독자는“왜우리는GDP를삶의기준처럼받아들이고있을까?”,“기술발전은누구를위해작동해왔는가?”같은질문을자연스레떠올리게된다.
탈성장은무엇을비판하고무엇을바꾸려하는가
성장의광기를넘어,다른경제를상상하다
많은사람은탈성장을“가난해지자는주장”혹은“경제를망치자는이야기”정도로이해한다.그러나이책이반박하는바에따르면탈성장은경기침체가아니며,무조건적인축소나금욕주의도아니다.경기침체는성장에의존하는경제가실패했을때나타나는파괴적현상이지만,탈성장은생태적한계안에서인간의웰빙을높이기위해불필요하고파괴적인생산을민주적으로줄여나가는계획적전환이다.경제인류학자제이슨히켈은“성장에의존하는경제가성장을멈추면경기침체가옵니다.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은전혀다른경제입니다.끝없는성장이아니라,인간의웰빙을중심에두는경제말이에요”라고말한다.
책은성장자체보다“성장없이는유지될수없는사회구조”를문제삼는다.끝없는GDP증가를정상상태로간주하는현재의경제시스템은자원고갈과기후재난,극단적불평등을끊임없이재생산한다.친환경기술몇가지를덧붙인다고해서이구조가바뀌지는않는다.경제학자티모테파리크는경제를인간의신진대사에비유한다.성장기의아이는많이먹어야하지만,성인이된뒤에도계속먹기만한다면그것은건강이아니라질병이라는것이다.탈성장은굶주리는다이어트가아니라,성숙한몸의필요에맞게균형을회복하는일에가깝다.
특히이책은무한성장이라는신화를해부한다.생태경제학자요르고스칼리스는이를“경제적이성의광기”라고부른다.“연3%성장률만유지해도경제규모는24년마다두배가됩니다.유한한행성에서무한성장은광기입니다.”성장주의자들은기술발전을통해환경파괴없이도경제성장이가능하다고주장한다.이른바‘탈동조화(decoupling)’다.그러나책은이것이물리법칙과생태적현실을무시한환상이라고지적한다.경제성장과인간의삶의질사이에도명확한역설이존재한다.프레스턴곡선이보여주듯,일정수준이상의소득을넘어선뒤에는GDP증가가기대수명이나행복에거의영향을미치지않는다.
책은또한오늘날의혁신이누구를위한것인지묻는다.더빠른주식거래알고리즘,광고클릭을유도하는기술,더깊은지층의석유를시추하는기술이과연인류를위한진보인가?탈성장은기술자체를거부하는것이아니라,혁신의방향을공동체와돌봄,공공성과생태적지속가능성으로바꾸자고제안한다.지역화폐,노동커먼즈,수리네트워크,공유시스템같은공동체혁신이그사례로제시된다.이과정에서책은플라스틱산업을화석연료자본의‘플랜B’로분석한다.탐사보도기자에이미웨스터벨트는이렇게말한다.“플라스틱은새로운석탄입니다.플라스틱확대는화석연료산업의플랜B입니다.”운송과에너지분야에서화석연료수요가감소하자,석유기업들이플라스틱생산을통해새로운수익구조를만들고있다는것이다.이과정의피해는저소득층과유색인종공동체에집중된다.기후위기와환경오염은결코중립적으로발생하지않는다.
탈성장은어떤미래를꿈꾸는가
결핍이아닌돌봄과공공의풍요
《누가탈성장을두려워하랴》는기후위기를환경문제에만한정하지않는다.성장중심경제가글로벌불평등과식민주의구조를유지해온방식도중요한축으로제시된다.글로벌노스의과잉소비와자원독점이글로벌사우스의착취위에서유지됐다는지적,그리고탈성장이단순한절약이아니라정의와탈식민화의문제라는논의는기존환경담론과구별되는지점이다.탈식민·탈성장운동가제이미타이버그는탈성장을“탈식민화를향한지적·정치적투쟁의도구”라고설명한다.환경사상가볼프강작스는“발전이라는개념은오늘날지적세계에폐허처럼남아있다”라고말하며,성장과발전을동일시한근대의상식을비판한다.
이책에따르면탈성장은과거로돌아가자는주장이아니다.“무엇을줄이고무엇을늘릴것인가”에관한질문이다.SUV와광고산업,계획적진부화같은파괴적방식은축소해야하지만,돌봄·보건·교육·공공서비스같은영역은오히려확장되어야한다는것이다.경쟁과과잉생산대신충분성과공동체,돌봄과공공의풍요를중심에두는사회가가능하지않겠느냐는질문이책전체를관통한다.아울러탈성장을가난한사람들에게희생을강요하는권위주의적주장으로보지않는다.오히려전지구적오염을유발하면서도사회에는거의기여하지않는글로벌엘리트들의과잉소비와생활양식을축소해야한다고주장한다.소비축소의대상은절대다수의평범한시민이아니라,‘오염유발엘리트’들이다.
또한,이책에서유토피아는완성된설계도가아니다.그것은현재의모순을끊임없이교정하며더나은방향으로움직이게만드는‘나침반’에가깝다.경제학자티모테파리크는탈성장이“(매트릭스의)빨간약처럼현재상태를바꾸려는유토피아적상상력”이라고설명한다.왜경제는계속성장해야만하는가?왜더많이생산하고소비하는삶을발전이라고믿게되었는가?기술과효율은정말모두를위한것이었는가?기후위기의시대에인간다운삶과민주주의를유지하기위해우리는어떤사회를상상해야하는가?《누가탈성장을두려워하랴》는이처럼우리가너무오랫동안당연하게여겨온성장의상식을다시묻는다.이독특한그래픽논픽션은독자가경제와생태,정치와일상의문제를한꺼번에사유하게할것이다.
저자의말
한국의독자들에게.윤석열이계엄령을선포한내란의밤직후장희수(매사추세츠대학교미디어법·윤리학과조교수)는이렇게썼습니다.“민주주의의후퇴와제도의붕괴가이어지는시대에,정의와투명성을지키려는한국의투쟁은강인한회복력의증거다.민주주의를지키는일은모두의책임이며,그교훈은국경을넘어이어진다.”군인들에맞서맨손으로민주주의를지켜낸사람들,그리고불평등한세상에맞서변화를요구한여러분이이책을읽게되어매우영광입니다.여러분은제게큰영감을줍니다.감사합니다.
-2026년5월9일,셀린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