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로그: 타워 빌라 프로젝트

50 로그: 타워 빌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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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의 다세대 주택, 통칭 ‘빌라’로 널리 불리는 주거건물은 차곡차곡 쌓여 고층의 타워형 건축이 되어간다. 우리는 이 과정을 빌라에 내재된 욕망의 이름을 따라 ‘타워 빌라’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삶과 건축,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성찰하며 건축적 실천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삶과 건축,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성찰하는 건축적 다큐멘터리 문학
권태훈의 『50로그: 타워 빌라 프로젝트』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타워 빌라 프로젝트의 참조 사례들로, 저자 해석이 덧부쳐져 소개된다. 18세기 영국 건축가 존 소안 경의 박물관에서부터, 양식이나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 동시대 건축가들의 ‘파스티치오’, 초현실주의자들의 실험적 놀이가 번안된 도시 건축 작업, 또 사진가 원범식의 ‘건축 조각’ 시리즈와 함께 창조적인 해석 방법/태도에 대해 말한다.
후반부에선 타워 빌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50개의 로그기록으로써 보여준다. 50 로그는 짧은 에세이와 건축 도면, 사진, 3D 모델링 결과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타워 빌라 프로젝트의 단계별 작업내용과 과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 문화적 가치/의미, 나아가 작업 주체인 건축가의 자기비판과 정서까지 담고 있다. 이는 마치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의 로그파일이 전체 시스템을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도 닮았다.
특히, 건축 도면은 집요함을 넘어 집착에 이르는 건축가의 창작 과정을 드러내며,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기능적 해법을 넘어 깊은 사유의 결과물임을 시사한다. 또한 저자의 압도적 드로잉 역량이 단박에 느껴지는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간 일상 속 건축물의 드로잉 연구를 계속해온 저자 권태훈은 〈서울 파사드〉, 〈빌라 샷시〉을 통해, 평범하고 이름 없는 건축물들을 연구의 대상이 되도록 수면 위로 올려 놓았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객관적 기록물인 데 비해 이번 〈타워 빌라 프로젝트〉에서는 건축가로서의 갈등과 자전적 이야기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의 표현대로 ‘빌라 로톤다와 한국 빌라’, ‘오닉스 대리석과 꽃무늬 벽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뻣속까지 한국인’인 건축가의 이중적 정체성이 시종일관 이 책의 주요 모티프다.
16세기 베네치아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빌라 로톤다’, 그리고 21세기 한국의 집장사 집 ‘한국 빌라’. 한국 건축가들은 이름만 같은 두 ‘빌라’를 한 대화에서 같이 쓰면서 서로 다른 맥락을 구분하고 능숙하게 소통한다. 하나는 건축의 전범으로, 다른 하나는 부동산 매물로.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착안하여, 두 ‘빌라’들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로 한다. 급기야 ‘빌라’들의 건축 언어를 차용해 조합하고 건축화하는 과정은 한 단어에서, 점차 한 문장, 한 단락씩 통째로 이식된다. 마치 파편화된 일상이 모여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이 프로젝트의 전개가 그리 논리적이거나 선형적이지 않다. 디자인연구와 실제 디자인의 관계도 딱히 설명이 없다. 오히려 저자는 학교교육을 통한 타자화 훈련과 오랜 습성이 건축에서 삶을 도려내도록 하는 건 아닌지 동시대 한국 건축가들을 향해 묻는다. 그리고 이런 지혜가 필요친 않냐고 넌지시 던진다. “부디 건축적 심각함에 삶 전체가 매몰되지 않기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