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필자서문
필자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한문을 배운 세대입니다. 덕분에 대학
교 2학년 때 타이완 대학교에서 유학 온 급우와 한자로 필담을 나눌 수 있
었고, 그에게서 중국어를 보다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학
년 때 일본인 학생을 안내하면서도 한자와 영어를 섞어서 필담으로 소통하
였습니다. 그때부터 일본어도 공부하였는데 비교적 쉽사리 익힐 수 있었습
니다.
그리고 2020년 무렵에 조선일보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
다. 주로 1920년 무렵 신문이었는데 한자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이
작업에 참여하셨던 분이 주로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선인
이 남긴 유산을 읽어낼 낼 수 있었던 것도 한자 덕분이었습니다. 고전뿐만
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이어 해방 후 신문조차도 읽어낼 수 있는 세대가
차츰 줄어드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필자는 한자 혼용론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한자어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듬어 쓰자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말 단어 가운데 약 60퍼센트가 한자
어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상 언어생활에 한자어가 널리
쓰이고 있어 이를 우리말로 다듬어 놓아도 일반인이 새로이 받아들이기에
는 저항감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가 한자로 이
루어진 단어를 보니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지난(齊南)에서 만난 중국인과의 대화가 한중일 삼국의 공통어를
모아보자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5·4운동을 전후해 일본에 유학한
사람들이 일본어 어휘를 대거 중국어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하여 세 나라가
함께 쓰는 단어를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성어를
포함하여 2만여 단어를 모았습니다. 자연스레 이를 세상에 발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일반인들에게 널리 쓰이는 두 음절 위주 2,000여
단어를 골라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같은 한자어라도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달리 쓰이기도 합니다. 낭
만(浪漫)은 세 나라 공통의 단어입니다. 반면 애인(愛人)이란 단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그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어는 북
한의 언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결속(結束)이라는 단어를
북측 대표가 썼는데, 이를 한국 대표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이야기
는 유명합니다. 그리고 요즘 문해력으로 문제 되는 ‘심심(甚深)’과 같은 어려운 단어는 이 책의 취지와 맞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한편 일본의 광사원(廣辭苑)은 같은 뜻으로 ‘深甚’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을 탓하기보다는 보다 쉽게 글을 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에 들어가서 표제어를 한자로 할 것인지 한글로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자를 표제로 하고 괄호로 한글을 넣
고 배열은 가나다순으로 하였습니다. 이유는 제가 학창 시절부터 중국인이
나 일본인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한자가 매개가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중국 간자와 일본 한자 가운데 어느 것을 앞세울 것인지입니다. 요
즘은 한일중을 많이 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한중일이 보다 일반적이라
생각되고, 한자가 중국에서 고안된 점을 감안해 중국 간자체를 앞세웠습니
다. 각 단어의 우리말 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했습니다. 그 뒤에 영
어 단어를 추가했습니다.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한국어 단어
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일본어와 중국어 표제어는 상무
인서관(商務印書館)과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이 공동 발행한 일중사전 제
2판을 토대로 했습니다. 중국어와 일본어 예문으로 실제 쓰임새도 알아보
았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같은 한자 단어가 나라마다 어떻게 달리 쓰이는
가를 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하여 세 나라 사이의 소통과 교류에 이바지하려는 학
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면 필자로서는 더없는 기쁨입니다. 또한 일반 독자
들도 한자를 익혀 선인이 남긴 유산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지적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생 모은 귀중한 음반 2,500여 점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기증하고, 한
국인 유학생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오치아이 히로야스(落合博康) 선생
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필자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한문을 배운 세대입니다. 덕분에 대학
교 2학년 때 타이완 대학교에서 유학 온 급우와 한자로 필담을 나눌 수 있
었고, 그에게서 중국어를 보다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학
년 때 일본인 학생을 안내하면서도 한자와 영어를 섞어서 필담으로 소통하
였습니다. 그때부터 일본어도 공부하였는데 비교적 쉽사리 익힐 수 있었습
니다.
그리고 2020년 무렵에 조선일보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
다. 주로 1920년 무렵 신문이었는데 한자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이
작업에 참여하셨던 분이 주로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선인
이 남긴 유산을 읽어낼 낼 수 있었던 것도 한자 덕분이었습니다. 고전뿐만
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이어 해방 후 신문조차도 읽어낼 수 있는 세대가
차츰 줄어드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필자는 한자 혼용론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한자어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듬어 쓰자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말 단어 가운데 약 60퍼센트가 한자
어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상 언어생활에 한자어가 널리
쓰이고 있어 이를 우리말로 다듬어 놓아도 일반인이 새로이 받아들이기에
는 저항감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가 한자로 이
루어진 단어를 보니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지난(齊南)에서 만난 중국인과의 대화가 한중일 삼국의 공통어를
모아보자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5·4운동을 전후해 일본에 유학한
사람들이 일본어 어휘를 대거 중국어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하여 세 나라가
함께 쓰는 단어를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성어를
포함하여 2만여 단어를 모았습니다. 자연스레 이를 세상에 발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일반인들에게 널리 쓰이는 두 음절 위주 2,000여
단어를 골라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같은 한자어라도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달리 쓰이기도 합니다. 낭
만(浪漫)은 세 나라 공통의 단어입니다. 반면 애인(愛人)이란 단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그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어는 북
한의 언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결속(結束)이라는 단어를
북측 대표가 썼는데, 이를 한국 대표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이야기
는 유명합니다. 그리고 요즘 문해력으로 문제 되는 ‘심심(甚深)’과 같은 어려운 단어는 이 책의 취지와 맞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한편 일본의 광사원(廣辭苑)은 같은 뜻으로 ‘深甚’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을 탓하기보다는 보다 쉽게 글을 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에 들어가서 표제어를 한자로 할 것인지 한글로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자를 표제로 하고 괄호로 한글을 넣
고 배열은 가나다순으로 하였습니다. 이유는 제가 학창 시절부터 중국인이
나 일본인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한자가 매개가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중국 간자와 일본 한자 가운데 어느 것을 앞세울 것인지입니다. 요
즘은 한일중을 많이 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한중일이 보다 일반적이라
생각되고, 한자가 중국에서 고안된 점을 감안해 중국 간자체를 앞세웠습니
다. 각 단어의 우리말 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했습니다. 그 뒤에 영
어 단어를 추가했습니다.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한국어 단어
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일본어와 중국어 표제어는 상무
인서관(商務印書館)과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이 공동 발행한 일중사전 제
2판을 토대로 했습니다. 중국어와 일본어 예문으로 실제 쓰임새도 알아보
았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같은 한자 단어가 나라마다 어떻게 달리 쓰이는
가를 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하여 세 나라 사이의 소통과 교류에 이바지하려는 학
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면 필자로서는 더없는 기쁨입니다. 또한 일반 독자
들도 한자를 익혀 선인이 남긴 유산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지적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생 모은 귀중한 음반 2,500여 점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기증하고, 한
국인 유학생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오치아이 히로야스(落合博康) 선생
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한중일 공통어 사전
$1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