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에 성공한 K의 독백 (김민자 시집)

프러포즈에 성공한 K의 독백 (김민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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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의전당 시인선〉 196. 2001년 『시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민자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김민자 시인은 등단 15여 년 만에 세상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일상의 도처에 깔려 있는 모순을 시로 형상화하는 한편 기억의 시화(詩化)를 통해 이미 사라진 것들의 심연을 되살려낸다. 대상을 찾아내고 파헤쳐 재구성하려는 시적 주체의 이러한 능동성에 의해 시로 다시 탄생하는 ‘적을 수 없는 것’ 혹은 ‘적지 못한 것들’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긍정함으로써 ‘역설의 이율배반’이라는 김민자 시의 특이성이 된다. 즉 시의 소재로 호출된 대상은 본래 모습에서 탈각함으로써 죽음을 맞고, 시인의 손에 의해 재창조됨으로써 부활하여 ‘시’라는 두 번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를 통해 죽음을 통과하여 부활한 대상들은 ‘심연’의 복잡한 감정의 동선을 지면(紙面) 위로 떠올리며, 이제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은 순수한 자유를 구현한다.
저자

김민자

저자김민자는대구에서태어나계명대학교일어일문학과를졸업했다.2001년『시세계』봄호에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어항속열대어
너는언제노래를부를거니?
우리는선풍기날개를어째서날개라부르나
봄의질서
석공은뭔가를아는사람
송이버섯볶음
전철안에서무릎을치다
슬픔의빛깔
하트무늬마을의세라네꽃집
이제자동우산의버튼이되어
일회용디카페인커피
쥐똥나무새살이돋다
퍼즐맞추기
강냉이꽃
오월의어느흐린날
무엇이봄을오게하나
봉인은해제를꿈꾼다
다시시작을위하여
잔인한사월
유혹의정석
소통의장


제2부

프러포즈에성공한K의독백
와인을사러가는아침
오래된언어
너에게로가는길
장롱속가방을끄집어냈던거라
어쩔수없이저녁이온다
들꽃의질서
껍질은알맹이를기억한다
오늘의뉴스

칠월의정물화
유리파편을밟다
살아있어서부드럽다
아버지와함께춤을
4차선도로가의코스모스
너를생각하는밤
축제의재발견
침대가따뜻해지기를기다리는동안
M의아침
파리목숨에관한리포트
너,나
이주(移住)

해설‘시’라는‘적을수없는것들’에대한역설/박성현(시인)

출판사 서평

삶의심연에던져진시가길어올리는,서늘하게아름다운감정의파문들

〈문학의전당시인선〉196.2001년『시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김민자시인의첫번째시집.김민자시인은등단15여년만에세상에선보이는이번시집에서일상의도처에깔려있는모순을시로형상화하는한편기억의시화(詩化)를통해이미사라진것들의심연을되살려낸다.대상을찾아내고파헤쳐재구성하려는시적주체의이러한능동성에의해시로다시탄생하는‘적을수없는것’혹은‘적지못한것들’은삶과죽음을동시에긍정함으로써‘역설의이율배반’이라는김민자시의특이성이된다.즉시의소재로호출된대상은본래모습에서탈각함으로써죽음을맞고,시인의손에의해재창조됨으로써부활하여‘시’라는두번째삶을살게되는것이다.이렇게시를통해죽음을통과하여부활한대상들은‘심연’의복잡한감정의동선을지면(紙面)위로떠올리며,이제어디에도귀속되지않은순수한자유를구현한다.

[추천글]

언어를통해대상을표현하는‘시’는다른예술장르에비해‘기억’에대한점도(粘度)가탁월하다.언어는대상의형상만이아니라,그속에숨은복잡한감정의추이,사태를둘러싼주체들의시선을비롯해역사적가치판단이나단절된인식론적가치들을묘파하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사라진것들의심연또한‘시’를통해되살아난다.이것이김민자시가가진장점가운데하나로서,그는“껍질은알맹이를기억한다”는문장으로이모든사태를압축한다.이삭을감쌌던껍질은,쭉정이가되어도이삭의형질을갖고있다.놀랍지않은가.그는정확히예술의심연을꿰뚫고있으며,우리에게그개별적인작용과착란의유일무이를일깨운다.?박성현(시인)

[시인의말]

누가시를문장속에가두었나
내가적을수없는것들이시다

물에띄운호리병을
당신이언제건져올릴지
혹은영영발견할수없을지
그건모르겠다
나는단지띄울뿐

[출판사서평]

‘시’라는‘적을수없는것들’에대한역설


언어를통해대상을표현하는‘시’는다른예술장르에비해‘기억’에대한점도(粘度)가탁월하다.언어는대상의형상만이아니라,그속에숨은복잡한감정의추이,사태를둘러싼주체들의시선을비롯해역사적가치판단이나단절된인식론적가치들을묘파하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사라진것들의심연또한‘시’를통해되살아난다.이는김민자시가가진장점가운데하나로서,그는“껍질은알맹이를기억한다”는문장으로이모든사태를압축한다.이삭을감쌌던껍질은,쭉정이가되어도이삭의형질을갖고있다.놀랍지않은가.그는정확히예술의심연을꿰뚫었으며,우리에게그개별적인작용과착란의유일무이를일깨운다.

김민자시의또다른특징은“자신이적을수없는것들”이그가만들어낸시와길항관계를유지한다고고백한「시인의말」에서찾을수있다(거기에는“내가적을수없는것들이시다”라고또박또박적혀있다).무슨뜻일까.‘적을수없는것들’을시로쓴다면자신의시는‘시가될수없는말들’에불과한것이고,시로쓰지않는다면그것은결코드러나지않을것이다.그런데도그는그런비수같은말을서슴없이뱉어낸다.

십오년을함께한/반려견의암수술을기다리며/방금구워져나온/플레인베이글을먹는다/옆자리엔/병원복을입은오십대아들이/지팡이를짚은일흔아버지에게/앞으로잘하겠노라,/아프지마시라고,/두손을잡는다//이상향은어디?/실수하고,상처주고,/기다리고,용서하고,/결국돌아가야할곳은그런곳인지도모르겠다//주인혼자/커피를만들고/서빙을하느라분주한/동네오래된커피숍//내가적지못한것들이시(詩)가된다?「살아있어서부드럽다」전문

십오년을함께한반려견이생사를오가는수술을하고있다.가족과같은생명이,어쩌면죽음속으로가파르게사라질지모른다.하지만시인은“방금구워져나온/플레인베이글을먹”고있다.죽음을앞에두고도스멀스멀피어오르는이신선한식욕의아이러니!게다가커피숍의주인도주변을전혀아랑곳않고,“혼자/커피를만들고/서빙을하느라분주”할뿐이다.그런환경에서‘이상향’을찾는것이가능하리라생각하는것은기우에가깝다.그래서인지시인은‘이상향’을“실수하고,상처주고,/기다리고,용서하”는지금우리의삶에서찾는다.살아있어서우리는한없이부드러워지는것이다.때문에,“적지못한것들”이란우리삶의행간이며,부드러움이시로변용되는순간이다.바로,“밖에서/훤히보이는/네치열한삶의몸짓이/내겐/안일한휴식의벽에걸린/한점/숨쉬는정물//죽음만이/너를그곳에서/건져낼수있다/깨지기쉬운/견고한유리세상속의/너”(「어항속열대어」)와같은것.이제‘적을수없는것들’로서의시라는의미는분명해진다.
「살아있어서부드럽다」의마지막행에서시인은“내가적지못한것들이시(詩)가된다”고쓴다.‘적지못한것들’은‘적을수없는것들’과비교했을때,적잖은차이가있다.전자에비해후자가불가항력에더가깝기때문이다.하지만,대상을찾아내고파헤치며,재구성하려는주체-의지의‘능동성’측면에서는공통점을갖는다.그리고양자는그공통분모로써‘경험’이라는삶의구체적인숲을공유한다.‘적을수없는것들’혹은‘적지못한것들’이시로다시탄생할때,우리는삶과죽음을동시에긍정하는역설의이율배반을경험하게된다.

이‘이율배반’은김민자시의중요한주제이자세계관의근본으로,이를통해그는상반된신경회로같은복잡한감정의동선들을만들어낸다.그는일상의도처에깔려있는이모순을시로형상하는것이다.예컨대,죽음과죽음의연결고리로서의‘파리지옥’을희화화한다거나(「파리목숨에관한리포트」),‘침대’라는매개물을통해무의식속에서도죽음을꿈꾸는삶을쓰거나(「침대가따뜻해지기를기다리는동안」),어느순간자신의정체성을잃어버려단지역할에만충실하기로한‘코스모스’를통해점점기계적이고익명화되어버리는삶의비극을환기한다(「4차선도로가의코스모스」).뿐만아니다.「일회용디카페인커피」「잔인한사월」에서는점점더물신화되면서일회용으로변질되는사랑과사회의위악(僞惡)을폭로한다.또한“딸깍,/정지버튼을누르면/안간힘쓰던날개가멎는다//우리는선풍기날개를어째서날개라부르나”(「우리는선풍기날개를어째서날개라부르나」)라며,장식에불과한모조-감정들의슬픔을시로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