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통조림 (김종애 시집)

거짓말 통조림 (김종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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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둠을 밀어내는 고요한 몸부림

〈문학의전당 시인선〉 203. 2011년 『문학과의식』 봄호에 시 「아버지의 건널목」 외 3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종애 시인의 첫 시집. 『거짓말 통조림』은 “꽃의 완성을/지켜보는” “아주 잠깐”의 “시간”(「두 개의 봄」)이자 “마주 깡총거리”는, “처음은 아닌데 처음인 듯”한 순간과 마주하고 있다. “말이 되지 못한 고백이 범람하는, 누군가에 이르러 비로소 무엇이 되는/거기”(「다시 첫사랑」) 바로 그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시는 “막다른 골목”(「詩」)과 같은 의미의 영점(零點) 지대를 힘들게 통과할 때, 아주 “잠깐”이나마 “통통통통/두 팔 벌리고 달려”(「말」)오는 것. 김종애 시인의 시는 이렇게, 되돌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근원적 도약으로서 ‘말’과 ‘시’의 맨얼굴과 마주해 있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범상치 않은 늦깎이 시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종애

저자김종애는대구에서태어나한국방송통신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1년『문학과의식』봄호에시「아버지의건널목」외3편으로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빚/인터뷰/간이역/예수님의six-pack/희망퇴직/가을,그리고강/식구/말/마로니에,종로의아름다운나무/성금요일/장미/정오의버스/당신이원하신다면/서있는물

제2부
저녁/Q&A이브의제안1/이브의제안2/연(鳶)/PS/오후3시/안전지대/그사람,추기경/고양이/맥도널드할머니/누진다촛점/공중골목/스마트시티/2월

제3부
환절기/거짓말통조림/재의수요일/빈중심/저여자/두개의봄/섬/미소/어떤소식/뒷맛/처서/마지막출구/엉겅퀴꽃/바람부는날/두고온남자

제4부
다시첫사랑/능소화/부활성야미사/촛불/정거장에서/詩/인사동/꽃피는시절/통영/우리집/소리놀이/아버지의건널목/11월

해설여자란배역과빈중심의노래/임동확(시인)

출판사 서평

여자란배역과빈중심의노래

둔덕이면어떻고들판이면어떠냐/돈되는일이라면외판도서빙도못할것없지/바람분다물러서고비내린다풀죽을까/새끼먹일것이라면,명품가방에/고등어콩나물못담을것없지/한남자사랑해서결혼하고애낳고/희고길던손가락에힘줄돋아/교양은껌처럼질겨지고뱃살은두둑해져/죽어도죽을수없고/꺾여서도죽을수없는천형의배역(配役)/아―줌―마/그래도꽃은꽃이어야해서/마스카라얼룩진귀가길모퉁이에맺어보는보랏빛멍울/젖먹이가파먹은빈가슴에/사랑은가시덤불처럼헝클어지고/삼시세끼제헌(祭獻)될밥상/거룩하게섬겨야하는,/그래서혹은약이되기도한다는,/내생의줄거리는/흙에뿌리내린목숨들의/맨끝이다―「엉겅퀴꽃」전문

일반적으로‘엉겅퀴꽃’으로은유된‘아줌마’는자신의자녀들을양육하고보호하기위해지극히열악한삶의조건이나체면따위에아랑곳하지않은채생활전선에뛰어드는여성.가령자식“새끼를먹일것이라면”애지중지하는“명품가방”에냄새나는“고등어”나“콩나물”“담”을것을마다하지않는억척여성을가리킨다.그래서한국사회는물론세계적으로가끔씩비하되기도하는“아―줌―마”는남성적인호전성을바탕으로상대방에게적대적인태도를보이거나자기중심적이고이기적인생활태도를보이기일쑤다.하지만다른각도에서보면,“죽어서도죽을수없고/꺾여서도죽을수없는천형의배역(配役)”을도맡은“아―줌―마”들의이같은희생정신은,다름아닌항상사랑을베풀고자하는여성적능력과기꺼이모든것을사랑하고자하는여성적마음의일단을보여준다.이른바억척스럽고강인하며,한없이자애롭고인자한한국적인여성또는어머니상이또한그렇다.단적으로그러한이미지들은순전히그녀들의개인적인선택과의지의문제가아니다.대다수한국여성들이자신의여성성을희생할수밖에없었던근저에는“청상과부할머니”밑에서“무얼잘못했는지알지도못”한채“빌고또”빌어야했던“엄마”(「우리집」)가있다.한여성이자인간으로서모든것을포기하거나희생하는것을미덕으로칭송해온한국적어머니상은,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대변되는유교적전통을기반하고있다.예컨대일생동안한남편만을섬겨야한다는“일부종사(一夫從事)”(「예수님의six-pack」)나‘남존여비(男尊女卑)’와같은여성억압적사회윤리를내면화하고생활화한결과일뿐이다.그렇다고모든여성들이극도로제한된여성의역할에그친채그저수동적이고소극적인자세로삶을영위하고대처해온것은아니다.사회적이고제도적인억압으로“더이상”세상에대한“호기심이자라지않”은채“질기게껍질”만“남은”것같은시대의“날들”(「환절기」)속에서도드물게나마여성적인적극성을보인다.가족이나이웃의강요가아닌자발적인의지와결단으로외부남성과결혼하는능동성을보여주기도한다.

‘이것을보는사람은꼭편지해주시오’/전라남도신안군하태동리15번지김복남//땡볕염전에염증난한청년이/어느날소금부대에쪽지를넣었다//장담그다말고/방에들어와쪽지읽은처녀//‘여기는강원도강릉이래요’/태백산을넘어편지오가다//이듬해가을/콩판돈훔쳐대관령을넘은//우리할머니―「소금편지」전문

얼핏보면위의시「소금편지」는“우리할머니”의결혼에얽힌얘기로한정해서보기쉽다.하지만우연히“소금부대”에들어있는쪽지를보고“편지”를“오가다”가“이듬해가을”“콩판돈”을“훔쳐”“대관령”을“넘은”“할머니”는,단순히한가계사(家系史)의한인물에그치지않는다.당대로선보기드문용기와결단을보여준할머니는,무의식적이나마절체절명의위기의순간이나죽음의위험에남성들보다더현명하고과감하게대처하는모성원형을보여준다.이는조상의세계이자전통문화의모체이자자기실현의목표이자영적인인도자를의미한다.
한여성으로서“내가”“엄마가되면서멈추었던길”또는“장미가피어있는”“소도(蘇塗)”를찾아“다시달리고싶”(「장미」)다는욕망은,따라서한갓여성으로서성적자유와해방감을누리고싶은이탈욕구에그치지않는다.홀연“먼곳까지나아갔던내안의배들”에대한간절한“귀항”(「처서」)의지는,설령“개소주집가마솥”에서“뼈와살이모두녹은뒤에도/야광처럼꺼지지않”(「고양이」)은채빛나는“본연의야생성”을갖춘‘고양이’와같이감추어진신비의원지적(原地的,chthonian)인여성이다.미처“가려지지않는남루함”때문에“눈총”을받으면서도“자신에대한최소한의예의”(「맥도널드할머니」)를지키고자타인들의호의를끝까지거부해장안의화제를모았던,일명‘맥도널드할머니’처럼고대인의경외의원천이었던여성의원시적품격과숭고함의회복의지와맞물려있다.

불이/빛이되기까지/어둠을밀어내는고요한몸부림을보아라/저숨죽인극기의안쪽을보라//심지를떠나고싶어날아보고싶어다삼켜버리고싶어/날름대는혓바닥/제안의광기와싸우는/저파란중심을보라//촛불이깜박이는것은/바람때문이아니다/꿈틀거리는본능어쩌지못해/잠깐씩혼절하는것이다//불이되고싶은데빛이되라는세상/책상도/십자가도/다못쓴내시도/제몸자해하다하얗게허물어진/불이무덤이다/차마감당하지못한,―「촛불」전문

일반적으로“빛”은남성원리의하나로서여성안에담겨있는“불”과연관되어눈부심또는상승을상징한다.특히모권제적인관점에서볼때새로운“빛”은여성적“불”이실제로출산한것을의미한다.하지만“불이/빛이되기까지/어둠을밀어내는고요한몸부림”과“숨죽인극기”를요구한다.모성적원리로볼때“불”은“빛”을가져오는밤의여신을뜻하며,여성성에게죽음의결혼을강요하는부정적남성원리를의미하는것이다.즉타오르고있는“촛불”의“심지를떠나”거나“날아보고싶”은,거기서더나아가“다삼켜버리고싶어/날름대는혓바닥”같은“제안의광기”는,“꿈틀거리는본능어쩌지못해/잠깐씩혼절하는”망아상태와연결되어있다.특히내적인불로서여성의섹슈얼리티를나타내기도하는“불”은망아상태의오르가즘추구를넘어보다높은상부와의소통을이루려는의지와맞물려있다.
하지만여성으로서“불이되고싶은”‘나’의욕망은“빛이되라는세상”의요구와충돌한다.그리고이는“빛”이다름아닌가부장제적의식,이른바영적이고추상적인남성원리를상징하고있는것에대한무의식적인반발을의미한다.달리말해,“제몸을자해하다하얗게허물어진/불”은“책상”과“십자가”와“시”로대변되는영적변환이다.그야말로“빛”과“불”의신성혼(神聖婚)에의한여성성의상부와하부원리와의결합의실패를나타낸다.남성적원리인“빛”과결합을통해다시젊어지고자하는여성적욕구는“차마감당하지못한”채“무덤”이된“불”로인해좌절되고만다.그에대한여성으로서“나”의반응은자신도모르게“간밤의숙취”에남성인“선생의멱살을잡고흔들”(「PS」)거나“고속도로를달리”는동안“갑자기끼어드는차를향해//저?저거!!!확받아버려?”(「그사람,추기경」)와같은부정적이고도발적인여성성으로나타난다.하지만그것은극히일부일뿐,그녀는쉽사리가부장적사회에대한경멸이나적대감을내보이지않는다.그러기는커녕오히려유복자로태어나“세상이모두빚이었던아버지”(「아버지의건널목」)나,가족들과평온하고“따스한저녁”시간을보내기엔“너무나도고단한생계의책임자”로서“계집아이”시절의“나”에게“상처”를주었던“아버지”(「PS」)에대한짙은연민의식을내보인다.동시에기업의이윤추구로쉽게구조조정당하는고용불안의세상에서살아남기위해“폭탄주”나“화주”의“폭풍우를건너와/변기앞에널브러진,//남자”(「섬」)들에대한따스한격려와응원을보내기도한다.
그렇다고한여성으로서김종애시인이자연적으로부여된인간의권리를약탈하고두성(性)사이의화합을왜곡하는억압적사회구조를개선하기위한노력을경시하거나외면하는것은아니다.그녀에게더중요한것은,“당신”으로대변되는남성이“먼곳을향해열려있”는여성인“나에게이르러서야/비로소”진정한“아담이될수있다”(「이브의제안2」)는점이다.그것은남녀라는양성(兩性)간의조화와더불어각기다른남녀의속성을포용할때우리의삶이보다풍요로워지고윤택해지리라는‘제안’이다.그리고이는모계중심사회(matrifocal)가스위스출신의법학자이자인류학자였던바흐오펜의주장처럼고고학적또는역사적실재물이아니라심리학적실체에가깝다는사실과일치한다.또한이는모계제적사회가어머니또는여성이통치하거나지배하기보다오히려남자와여자사이의동등한지위가보장된평등주의사회였다는연구결과와도통한다.

아버지병상곁에서통조림을딴다/달콤하고향긋한유년의냄새가/봉긋하게들어있는그안/그러고보면그시절/내거짓말뚜껑은참으로달콤했다/한나절앓고있으면아버지가내미시던통조림/말랑거리는복숭아속살은/신열에들뜬머릿속을환하게밝혀주곤했다/가끔씩그환한유혹이나를사로잡으면/망설임끝에나는거짓말뚜껑을열었지/뜨거운아랫목에누워꾀병을앓는나에게/모른척/통조림을먹여주시던아버지,/아버지입속에복숭아한조각넣어드린다/우물거리는볼이비어가는깡통속처럼우묵하다/감은눈자위따라흐르는눈물이/거짓말처럼야윈아버지를자꾸삼키고/나는행여/아버지가열어두었을지모르는거짓말뚜껑의단서를/자꾸만입속에넣어드린다/그렇게아버지는통조림을/다비우셨다
―「거짓말통조림」전문

위시는단지‘나’의어린시절“한나절앓”거나“꾀병”을부리면가만“복숭아”“통조림먹여주시던아버지”에대한추억담이나회고담이아니다.어느덧“병상”에누운“아버지”곁에서넣어드리는“복숭아한조각”은모든슬픔과고통을잊게하는네펜데(nepenthe),즉약(藥)이다.네펜데(nepenthe)는마치“거짓말”처럼병상에서일어나게하고생명을살리는주술적음료의일종이다.그리고이제“모른척/통조림을먹여주시던아버지”를대신하여자꾸만“통조림”을권하는“나”는다름아닌주술적효험의약이나증류주를가진일종의의무(醫巫)이자치료자로서고대적여신(女神)에다름아니다.단지부족하고결핍된음식과영양을공급하는자가아니라마술적변용과재생의터를제공하는원시적태모(太母)를가리킨다.
그러나“엄마/되는것보다/아내되는게어렵고/여자가되는건더어”려운현실속에서“한번도본적없는”,그러나분명어딘가로“열려있”을“여자란배역”(「정거장에서」)은버겁기만하다.가정과생활의책임자로서여성인“나”를“가운데두고돌아가는”“구심력”과“끊임없이옆구리를채근하는소명(召命)들”이환기하는자기실현의욕구들이견인하는“원심력사이”에서그“중심”(「빈중심」)을유지하기란여간힘든게아니다.특히“한번쯤간절히/뒤집히길바라”(「서있는물」)지만,여전히여성의억압을기반으로하는남성중심의가치와윤리가지배하고있는상황에서그누구의강요가아닌스스로주도하는‘여사제(女司祭)’로존립하기란더욱어렵다.
그러나제도화할수없고보이지않기에‘빈중심’이라고밖에말할수없는‘여자란배역’은때로부정적이고파괴적인형상을보여주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때로상식적이해를뛰어넘는지혜와자애로움등으로나타난다.특히양가적인그모성원형들은시대와의“균열”이나단절의“심연”속에도다루기에따라“퉁”“내안의공명들”(「가을,그리고강」)을이끌어낼수있다.한여성이자어머니로서그녀의내면또는“깊은궁륭어딘가웅크”린채“건드려주기만”“기다”리는“태초”의“소리”(「소리놀이」)와만날수있다.
김종애시인의첫시집『거짓말통조림』은“꽃의완성을/지켜보는”“아주잠깐”의“시간”(「두개의봄」)이자“마주깡총거리”는,“처음은아닌데처음인듯”한순간과마주하고있다.“말이되지못한고백이범람하는,누군가에이르러비로소무엇이되는/거기”(「다시첫사랑」)바로그출발선상에서있는것이다.결국모든시는“막다른골목”(「詩」)과같은의미의영점(零點)지대를힘들게통과할때,아주“잠깐”이나마“통통통통/두팔벌리고달려”(「말」)오는것.되돌아가면서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