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사할린한인 문제를 둘러싼 한 러 일 3국의 외교협상)

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사할린한인 문제를 둘러싼 한 러 일 3국의 외교협상)

$17.05
Description
한ㆍ러ㆍ일 3국의 폭주하는 욕망,
국가와 민족, 그리고 냉전의 논리로 자행된 희대의 집단인질극,
동원, 억류, 기민으로 얼룩진 동상이몽의 실체를 파헤치다!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되었다가 백발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한인문제를 다룬 연구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이에 관한 번역서, 르포르타주, 구술자료집, 소설 등은 간간히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ㆍ러ㆍ일 3국에서 새로 발굴한 공문서 자료를 기초로 한 실증적인 연구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글이다. 특히 이 책은 본격적인 연구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 없는 문체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갈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사람’과 ‘그들의 삶’을 향한 필자들의 한결같은 시선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기밀 해제된 구 소련 정부의 내부자료를 통해 소련이 굳이 한인들을 붙잡아 두려고 한 이유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지금까지 아무런 비판도 없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노동력 부족설’ 내지 ‘점령지의 생산력 유지설’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 책은 1946년 말 〈미소 간의 민간인 송환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무려 ‘3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인들을 그 후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송환한 상태에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까지 감수해가며 ‘2만 5천 명’ 남짓한 한인들을 애써 붙잡아두려고 한 이유로서 이러한 가설들은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노동력 부족’을 메우거나 점령지의 생산력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강제로 끌려가 탄광이나 군수시설 등지에서 단순노동에 종사한 한인을 억류할 것이 아니라, 설령 ‘인권문제’가 제기되어도 어떻게든 미소 간의 민간인 송환협정을 거부함으로써 수적으로 10배가 넘는 일본인, 그것도 ‘고급기술과 각종 산업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일본인 하이테크 인력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자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렇듯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을 기초로 기밀자료들을 하나씩 검토해 나간다. 만일 이러한 실험적 연구가 계속 축적된다면 사할린한인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담론 속에 사장된 ‘인간의 문제’라는 보다 본질적 측면이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저자

이연식

현재일본소피아대(上智大,蘭科硏)및유럽대학연합국제공동연구단학술연구기금교수로서제2차세계대전후국제인구이동을연구하고있다.주로유럽제국과일본제국붕괴후본국인의귀환과정,재산처리와법적지위,인구유입으로인한사회문제를비교연구해왔다.최근에는정착지를찾지못한실향민(DisplacedPerson),국제난민(InternationalRefugee),냉전기의반체제이탈주민,그리고사람의집단이동에따른물자와문화전파현상을공부하고있다.
1993년서울시립대학교대학원에서한국근현대사와한일관계사를전공했다.1999년일본문부성국비장학생으로국립도쿄가쿠게이대학교(國立東京學藝大學)일본연구과에유학하였다.2002년교육인적자원부산하한일역사공동위원회현대사분과조교,2003년국무총리실산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연구위원,2008년서울시사편찬위원회(현서울역사편찬원)전임연구원을지냈다.서울시립대학교국제대학원과일반대학원,고려대학교행정대학원,서울시민대학등에서한국현대사,국제교류사,서울지역사등을강의했다.2013년일본소피아대의'일본제국내인구이동'공동연구에참여한이래2021년부터는옥스포드,하이델베르크,베네치아,루뱅,야기엘론스키대학의연구자들로구성된유럽대학국제공동연구단에서유럽과아시아의전후인구이동을비교연구하고있다.
주요저작으로는한국,일본,타이완에서출간된『조선을떠나며』(역사비평사,2012)와일본제국붕괴후의인구이동을다룬蘭信三外,『引揚ㆍ追放ㆍ殘留』(名古屋大學出版會,2019,공저)가있다.그밖에『책임과변명의인질극:사할린한인문제와한러일3국관계』(채륜,2018,공저)등약50여편의전후인구이동관련논문과저서,한일정부및유네스코·유엔난민기구의조사연구보고서등이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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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사할린한인문제의역사적배경과주요쟁점들(이연식)
전후일본사회에서사할린이라는시공간의콘텍스트
2차세계대전의종결과전후인구이동의특징
미소점령지구의판이한전후귀환환경
소련점령지구거류민송환을위한초기교섭과정
종전후사할린지역의귀환환경
식민지시기사할린한인의동원피해실태
박노학의일본입국과사할린재판
일본의교묘한‘면책담론’
지난한외교적교섭과영주귀국의실현

제2장소련:점령지의전후복구와한인의송환문제(방일권)
소련측자료의검토조차없이되풀이된무수한억측들
잘못끼운첫단추:1946년미소간의송환협정
멀어진귀향의꿈
계획과다른일본인의송환
노동력부족문제를둘러싼견해차:사할린민정국과극동군
모스크바중앙정부의입장
목숨을건탈출과고발
한인을둘러싼모스크바와연합국총사령부ㆍ주한미군정의고민
사할린한인의북송계획
민정국의송환지연공작
고민의해결사,한국전쟁
송환지연조치가정주화정책으로

제3장한국:한국의외교적책임과시대적한계(오일환)
사할린한인의귀환을둘러싼책임공방
사할린한인귀환문제의주요쟁점과한국정부의입장
한국정부는사할린한인의귀국을바라지않았는가?
국제적십자위원회의방한과한국정부의대응
한국이일본측에제시한요구사항은무엇이었는가?
1960년대한국정부의대응
1968년한국정부의기본방침:일본의비용부담과일본정착
한일각료회의공동성명
1970년대:일소교섭의진전과귀환희망자의정착지문제
북한의개입과한일교섭의난항
한국정착문제에직면한한국정부의고민
소련ㆍ북한ㆍ국제적십자위원회에대한인식
한국정부외교적교섭전략의문제점

제4장일본:사할린한인의귀환문제를마주해온방식들(이연식)
영주귀국으로끝나지않은전후책임
사할린한인문제에대한전후일본정부의기본인식틀(1945~1965)
선택과배제의논리:혈통ㆍ치안ㆍ본토우선주의
박노학의일본입국과귀환촉진운동의확산
초기일본의외교교섭기조및방침:일본정주와비용부담의거부
(1966~1975)
다나카가쿠에이수상의모호한책임문제발언
일본시민운동세력과야당의원의역공
미야자와외무상과이나바법무상의‘도의적책임’표명
속절없는소련의외교교섭거부(1976~1983)
대소교섭정체기일본정부대응방식의특징
의원간담회의결성과정이시사하는교훈
사할린한인문제에대한전후일본정부대응의문제점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사할린한인의삶과진실이동북아시아근현대사의허를찌르다
이책은종전직후부터한국전쟁전후시기까지소련중앙정부와사할린지방당국사이에오간내부기밀문서를분석한뒤소련중앙정부와군부는‘처음부터한인을억류’할생각은없었다고주장한다.기존의가설을뒤엎는사뭇다른해석이다.이와동시에필자는‘결과적으로’한인의억류가고착화된요인들에주목하고자했다.즉소련중앙정부ㆍ군부ㆍ사할린지방민정국의견해차이,일본인의송환과러시아인의사할린이주상황,북한의개입과한인의한반도송환논의,한국전쟁의발발등의대내외적요인이향후‘한인의억류’를기정사실화하는과정에미친영향을세밀히짚어내고있다.
또한“일본은한인을강제로데려갔고,소련은그들의고향길을막았다”는명제에근본적인의문을제기한뒤이문제의책임을모두남에게만돌릴것이아니라고말한다.즉“그렇다면모국은과연반세기가넘도록이문제를해결하기위해무엇을하였는가?”라는다소뼈아픈질문을던지고있는것이다.한국외교부자료실에서잠자고있던기밀문서를열자마자적잖이‘당혹스런’이야기들이담겨있었다.

식민지배와전쟁,그리고냉전은우리에게무엇을의미하는가?
그밖에도이책은짧은지면에도불구하고전후일본정부가사할린한인문제를마주해온방식과그것이지닌근본적인문제점을조목조목짚어내고있다.또한사할린한인의억류문제가발생한원인과배경을자기만족적인‘내셔널리즘’에서탈피해종전후지구곳곳에서벌어진전후인구이동의맥락과연계해근거리와원거리에서동시에조망함으로써이문제를둘러싼세계사적외연과의접점을구체적으로제공하고있다.아울러각기다른계기로사할린과연을맺게된3명의저자가약10여년동안열정하나만으로한국,일본,러시아를오가며어렵게수집한귀중한사진자료와아카이브원사료들을풍성하게소개하고있다.일반독자들은물론이고연구자들도접하기어려웠던참신한자료,그리고이문제를마주하는다른차원의문제의식과시선만으로도이책의미덕은충분할듯하다.
우리는지난10년동안역사의흐름을거스르는정권의온갖행태속에서‘국가와민족’의이름으로자행된개인과일상의파괴를도처에서다양한방식으로경험하였다.이책은약70여년전극동의외딴섬사할린과그곳에억류된한인들을소재로삼고있지만,실상은지금도우리를끊임없이옥죄고있는‘더큰이야기’를화두로던지고있는듯하다.즉근대국민국가의‘욕망’이개개인의삶을어디까지파괴할수있는지,국가는어떠한‘변명’으로도지울수없는그무거운‘책임’을얼마나비열한방식으로포장하며회피하고외면해왔는지,그리고정작피해를입은당사자들은가해주체를상대로제대로한번따져보지도못한채그상처를고스란히끌어안고살아갈수밖에없는이문제의불편한민낯을여지없이드러내고자한것이다.연구자는물론이고이러한문제의식에공감하는독자들이라면기꺼이일독을권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