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꽃이 쏟아졌다 (박미경 시집)

토란꽃이 쏟아졌다 (박미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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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토착적 정서가 서사 양식으로 빛난다
박미경 시인 첫 번째 시집 『토란꽃이 쏟아졌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미경 시인의 시편들은 농경사회의 오랜 전통과 습속을 주목한다. 여기에는 생래적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크게 작용한다. 이미 사라졌거나 앞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들에 대한 연민은 고향과 가족을 통해 현실적 언어로 형상화되는데, 이들 시편들은 하나같이 인간과 삶이라는 ‘하나의 공안(公案)’으로 다가온다.
저자

박미경

경북군위에서태어났다.2017년『시에』로등단하고현재대구경북작가회의,시에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그냥요·11
꽃,피는때·12
공명음·14
무·16
오동꽃·18
토란꽃이쏟아졌다·20
경계?·21
완성·22
천공·24
굴참나무숨소리·26
각근하다·28
겁박·30

제2부

욕쟁이의호적·33
행려여·34
내력·36
만가1·38
만가2·40
문두이여사의봄날·42
불안한인연·44
불인한인연,번외·46
사호댁을찾아가다·48
흙내가난다·50
등겨장·52
에움길·54
고등어·56
전설·58

제3부
만장(輓章)·61
무지예쁜그녀·62
만경창파·64
들깨까불리듯·66
늑대·67
똥개·68
달항아리·70
나무해골·72
극점·73
금호강변에싸락눈내리면·74
금노동블루스·76

제4부

소나르가온의기둥·79
패대기·80
패·82
잔상·84
진불·85
주억거리다·86
안용·87
약남리회화나무·88
싸리꽃·90
몽상·91
무거운겨울·92
해원·94

해설│김상환·95
시인의말·111

출판사 서평

군위,배태안태동음지다리건너고갯길안용으로간다돌무덤위찔레꽃입을맞추니따끔한초록향이몸으로번졌다뻐꾹채꽃말씀들으며한시간지났을까송아지는어미배를들이받으며놀고어미소는머리와꼬리를이리저리흔들며막아서는내리막길,그아래안용한눈에보인다가난하면바람에도집이기울어질까,배부를만한논한마지기보이지않고마을길이라야겨우열걸음,산비탈에기댄밭은안용에살았고고추밭스무고랑은평생고단했겠다길에서만난늙은여인이뚫어져라바라보는돌아서보면지금도보고있을듯한안용,나는오랫동안혼자밥먹었을늙은여인을생각하며안용,그안용을두고아스팔트놓인고로댐으로타박타박,집으로걸었다
-「안용」전문

“돌무덤위찔레꽃입을맞추니따끔한초록향이몸으로번졌다”.죽음보다못한가난과고통속에서도삶이란꽃은피고향기를발한다.그속에서만난“늙은여인”은부는바람에도집이기울어지는곳에서오래,“혼자밥을먹었”다.고단한노인의삶은그무엇으로도대신할수가없다.
안용이란시적공간은경계의의미를갖는다.시와삶의길에는또다른집이있다.생명과죽음의집이다.

고향마을에바람이사는곳집이있었다
강변가는길중간이었는데
돌과흙을비벼만든굴뚝없는낮은기와집
바람이다니는한뼘창이두개있고
서쪽의낮은나무문은항상잠겨있었다
이승을떠나지못한죽음웅크리고앉아
흙바닥을긁고있을것이라상상하던

엄마이승뜨실때
집안팎으로불밝혀동네가환하고
꽃상여마을안을지나살구목지로올라갔다
그날뒤
상엿소리와상여의목인얼굴이지워지질않았다
담넘어오는감나무그림자조차무서워
이불밖으로내놓은손과발을안으로숨겼다
고향떠나올때
곳집흙벽,바람에기울어지고있었다
-「경계」전문

혼의거처로서고향은죽음의집,“곳집”이다.곳집의곳은원래곳간이라는뜻이지만상여를보관하기도한다.그집의곳은“강변가는길중간”에위치해있다.“곳집”은“이승을떠나지못한죽음”으로서경계의영역이다.
죽음의“곳집”은“서쪽의낮은나무문은항상잠겨있었다”처럼제안을쉽사리드러내보이지않는다.바람만이가끔드나들뿐이다.“엄마이승뜨실때/집안팎으로불을밝혀동네가환하”다.환한어둠의상징으로서“꽃상여”는마을안을돌아“살구목지로올라갔다.”그후“상엿소리와상여의목인얼굴이지워지지않”고있다.“곳집흙벽,바람에기울어지고”있다.

오른쪽다리삼베바지를둘둘말아올리더니볏짚을바닥에깔고엎드려돌무덤구멍으로후후입김을불어넣었다멀찌감치구경하던조무래기들은후유후입모양을따라하며소리를밀어넣었다한참뒤말린토란대같은손으로꼭대기집할아버지는뱀대가리를꾹눌러거머쥐고집안으로사라졌다우리는그돌구멍으로돌을던지며놀았다그날밤꿈은발딛는곳마다뱀이꿈틀거려공중으로훨훨날아다니다지각하였다태풍지난뒷날할아버지골짝못머리토란밭에독새가쏟아졌다고막걸리냄새철철흘리며크게웃었다그해할아버지밭으로동네사람들노란토란꽃구경갔다//유하리저수지준설하던친구희한한복새가있다며덤프트럭불룩하게마당으로모셔왔다수장되었던토란꽃이쏟아졌다
-「토란꽃이쏟아졌다」전문

시집의표제작인이작품은개체(나)가아닌공동체(우리)의기억과정서가잘나타나있다.돌구멍을매개로하여놀이에열중하고있는아이들과현실적인이득(뱀)만취하고이내사라지고마는어른(할아버지)의대비는유희적-이상적인간과실용적-현실적인인간의차이다.특히아이들의경우는놀이가꿈으로까지이어진다.할아버지의토란밭에뱀이나옴직한곳에서자란다는독새(복새)가떼지어피어났다.할아버지는“막걸리냄새철철흘리며크게웃”는다.그해노란토란꽃이피었다.100년에한번피어난다는행운의꽃이다.토란(土卵)은말그대로흙의알-생명이다.토란-꽃의아름다움과비밀은대지와생명,그리고우연에있다.죽음을딛고일어선자의울음이자울림인토련(土蓮)은흙속에핀연꽃이다.그것은뿌리가구경(球莖)을형성하고,검은물과흙속에수장된채로남아있어존재의깊이를알수가없다.어둠속에핀토란꽃이마구쏟아졌다.생의구경(球莖,究竟)이란이런것인가.
장소또는고향을배경으로한이번시집은인간과자연,삶과죽음이크게두드러져있다.쉽사리만들어진시가아니다.절실하고진정성이있으며,내공과내력이있다.
오늘날문명과타향의현실을살아가는우리에게자연과고향이란무엇인가를진지하게되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