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숲

희미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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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요한 울림의 시학: 한 시인의 내면 풍경
어떤 시집은 독자의 손에 들리는 순간부터 그 자체로 하나의 심오한 여정이 된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러한 작품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시인의 섬세한 감각과 깊은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시인의 시 세계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물결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는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의 배열이 아니라, 영혼의 풍경을 그려내는 시적 감수성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만의 내면 풍경을 탐험하고, 그 속에서 고요한 위안을 발견하리라 믿는다.

이숙경/ 소설가 『하나님의 트렁크』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사랑』 『곧 죽어도 로맨티스트』 등
저자

이철건

경기도중등교장으로정년퇴임
<시문학>으로등단
제4회기독신춘문예당선
bbabbyyong@hanmail.net

목차

시인의말
1부
1박│가을스냅│가을엽서│가을비내린날│강가의집│
거의울음에가까운│겨울소네트│겨울실내악│겨울연
│겨울을나는벗에게│고난에대하여│고장난지퍼

2부
그가을은특별했다│그겨울의일기│그때,강가에서│그바
닷가소녀│그시월의비가│그여름의비밀│그장미로
의연상│그믐│그믐과초승│그에게로가는길│꽃비를맞
으며│꿀을보낸벗에게│난초│낮은울음

3부
내마음의수채화│내마음의아프리카│내마음의하늘│다
시시작하는방랑│단조의겨울│달이운후│닻을내리다│
라벤더가든│마법의피아노│맑은것은눈물같다지만│머나먼너의집│못│문병│바람이아니라면

4부
밤비│버려진기타│보내며│변방에서│봄비내린후│비
오는날│비│비가│삼학도│소라껍질│소라껍질의집│
수선화│스케치│시월에

5부
안개의정의│안행雁行│암염층의기억│역정歷程의노래
│연평도│영산홍│우물│우울한편지│위험한여름│이
그가을은특별했다│그겨울의일기│그때,강가에서│그바
호비치에서│일년후│잊지못할저녁│자목련│저녁강
닷가소녀│그시월의비가│그여름의비밀│그장미로
가에서│저녁무렵의편지

6부
지구본│집2│철새도래지에서│촛불의추억│침몰│풀
씨의꿈│풍등│핀│하노이에서│해가질무렵│해미읍성회화나무│호박순치기│홀로남은정류장│회양목│희미한숲

7부시평

자녀들의말

출판사 서평

우아한소리를내는피아노가가라앉는다
깊은적막속으로

못쓰게된왼손이울고있는
저녁

피아노에묶인생각이가라앉는다하늘과소통이되지않는
침묵속으로

굳어버린손가락이떠다니는
슬픔

타락한천사처럼리비도의광시곡을쓸까
붉은손목을떨어뜨릴까

아,그러나
어두워질수록반짝이는내영혼

피아노를버리겠어요

반음의계절이지나면
새로시작할수있는곳으로떠나려고한다
-이철건,〈마법의피아노〉전문


이철건시인의‘마법의피아노’는피아노연주자인화자가왼손연주기능을상실한슬픔을극복하는과정을피아노를대하는관점에서의‘극적낯설게하기’를통해보여준다.“깊은적막속으로”“우아한소리를내는피아노가가라앉는다”는표현은피아노가까이다가갈수없음을모순어법으로비틀어표현한것이다.화자가서두에서술적순서로피아노를연주할수없음을말하지못하고“못쓰게된왼손이울고있는/저녁”이라는행간에서야밝히는것은가수가성대기능을상실한것에비할만큼,연주할수없게된왼손기능의상실이아프게다가온다.
“피아노에묶인생각이”“하늘과소통이되지않는/침묵속으로”가라앉는다는표현은마치하늘과침묵까지의거리가깊이를알수없는침묵의정도까지의거리만큼이나가늠할수없고다다를수없는막막한심사를비틀어표현한것이다.이제화자는“굳어버린손가락이떠다니는/슬픔”을극복(탈출)해보려고“타락한천사처럼리비도의광시곡을쓸까,붉은손목을떨어뜨릴까,몸부림치며번민한다.그러나시의결구는마지막낯설게하기로”아,그러나/어두워질수록반짝이는내영혼//피아노를버리겠어요//반음의계절이지나면새로시작할수있는곳으로떠나려고한다“는반전으로마쳐진다.
(시문학-김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