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저자 : 김태현
역사와 철학, 경제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토대 위에서 동서양 고전의 지혜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인문학자이자 지식 큐레이터이다. 대학 및 대학원에서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한 뒤 오랜 독서와 연구를 통해 선구자들의 사상과 통찰을 탐구해 왔다. 또한 기업과 사업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제된 고전이 아닌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지식’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 《삼국지 인생 공부》, 《초한지 인생 공부》, 《군주론 인생 공부》, 《파스칼 인생 공부》 등이 있으며, 고전의 핵심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원저 : 사마천
중국 전한 시대의 역사가(B.C.145~B.C.90 추정). 섬서성 용문(龍門) 출신으로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의 뒤를 이어 한 무제 때 태사령(太史令)을 지냈다.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고자 국가의 장서가 있는 석실과 금궤에서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수집하며 역사서 저술에 임한다. 그러나 기원전 99년 이릉(李陵)의 흉노 투항 사건이 일어나자 홀로 그를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치욕적인 궁형에 처해진다. 사마천은 오직 『사기(史記)』를 완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그 치욕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마침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든 지 약 20년 만에 중국 역사의 대작 『사기』가 완성되었다. 이 책은 역사 서술의 새로운 전형인 기전체(紀傳體)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사료를 객관적으로 취사 선택하면서도 저자의 깊은 인간애와 통찰을 담아내어 인류 최고의 역사서 중 하나로 칭송받고 있다.
프롤로그 / 사마천의 문장으로 내일을 묻다
PART 1 야망과 처세: 판을 읽고 기회를 잡는 법
01 복수와 절정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_ 『범저 채택 열전范?蔡澤列傳』
02 천하를 거래한 거상 _『여불위 열전呂不韋列傳』
03 세 치 혀로 천하를 묶다_ 『소진 열전蘇秦列傳』
04 협상과 배신의 대가 _『장의 열전張儀列傳』
05 부의 원리 _『화식 열전貨殖列傳』
06 시대를 읽는 변통의 능력 _『유경 숙손통 열전劉敬叔孫通列傳』
07 천재 문인의 영광과 몰락 _『사마상여 열전司馬相如列傳』
08 점술을 통해 세상의 길흉과 나아갈 때를 읽는 지혜_『일자 열전日者列傳』
09 길흉화복을 읽는 지혜와 위험 _『귀책 열전龜策列傳』
10 아첨의 종말 _『영행 열전?幸列傳』
PART 2 권력의 민낯: 부귀영화와 뒤틀린 욕망의 끝
11 지략가의 치명적인 실수 _『춘신군 열전春申君列傳』
12 야망과 파멸의 기록 _『이사 열전李斯列傳』
13 반란과 권력의 역학 _『오왕 비 열전吳王?列傳』
14 완벽한 제도의 역설 _『상군 열전商君列傳』
15 혈연의 덫 _『양후 열전穰侯列傳』
16 망국의 형제들 _『회남 형산 열전淮南衡山列傳』
17 의리와 권세(權勢)의 변심 _『위기 무안후 열전魏其武安侯列傳』
18 영광 뒤에 가려진 운명의 장난_ 『위 장군 표기 열전衛將軍驃騎列傳』
19 극과 극인 두 재상의 운명_ 『평진후 주보 열전平津侯主父列傳』
20 군주를 이기는 직언 _『급 정 열전汲鄭列傳』
PART 3 리더십과 용인: 사람을 얻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
21 천하의 선비들이 신릉군에게 몰린 이유_ 『위 공자 열전魏公子列傳』
22 닭 울음으로 난관을 돌파하다 _『맹상군 열전孟嘗君列傳』
23 1%의 인맥법 _『관 안 열전管晏列傳』
24 세 치 혀와 세 치 칼_ 『평원군 우경 열전平原君虞卿列傳』
25 명장이 군주에게 버려지는 순간 _『악의 열전樂毅列傳』
26 아름다운 몸과 차가운 지혜 _『장 승상 열전張丞相列傳』
27 혀끝의 운명과 지혜 _『역생 육가 열전?生陸賈列傳』
28 능력이 충성과 결합될 때 _『번 역 등 관 열전樊??灌列傳』
29 덕행 명문가 이야기 _『만석 장숙 열전萬石張叔列傳』
30 백성의 마음을 얻은 현자들 _『순리 열전循吏列傳』
PART 4 신념과 의리: 시대를 거스르는 불멸의 가치
31 완벽한 신의, 화합의 칼날 _『염파 인상여 열전廉頗藺相如列傳』
32 죽음을 무릅쓴 다섯 사나이 이야기_ 『자객 열전刺客列傳』
33 지식인의 절규와 자존심 _『노중련 추양 열전魯仲連鄒陽列傳』
34 약속을 자산으로 만드는 법 _『계포 난포 열전季布欒布列傳』
35 진정한 어른(長者)의 품격 _『전숙 열전田叔列傳』
36 법 밖의 정의 _『유협 열전游俠列傳』
37 500인의 결사대 _『전담 열전田?列傳』
38 우정과 배신의 경계 _『장이 진여 열전張耳陳餘列傳』
39 군령(軍令)은 왕명보다 무겁다 _『사마 양저 열전司馬穰?列傳』
40 하늘의 도는 과연 공평한가 _『백이 열전伯夷列傳』
PART 5 전략과 통찰: 난세를 돌파하는 사유의 힘
41 냉혹한 지략가들의 기록 _『손자 오기 열전孫子吳起列傳』
42 유연함과 강직함의 결말 _『노자 한비 열전老子韓非列傳』
43 전쟁기계 백기와 지혜화신 왕전 _『백기 왕전 열전白起王?列傳』
44 이인자의 생존법 _『저리자 감무 열전樗里子甘茂列傳』
45 기만과 속임수가 전략이 될 때_ 『전단 열전田單列傳』
46 공자 77제자들의 인생기록 _『중니 제자 열전仲尼弟子列傳』
47 이상(理想)과 현실(現實)의 괴리 _『맹자 순경 열전孟子荀卿列傳』
48 신의(神醫)의 명예와 비극 _『편작 창공 열전扁鵲倉公列傳』
49 제국의 신의 3총사 _『부 근 괴성 열전傅??成列傳』
50 미지의 서역 개척기 _『대원 열전大宛列傳』
PART 6 경계인의 초상: 외면받은 영웅과 시대의 이면
51 토사구팽 당한 전쟁의 신 _『회음후 열전淮陰侯列傳』
52 배반의 역사 _『경포 열전?布列傳』
53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_ 『위표 팽월 열전魏豹彭越列傳』
54 의심이 반역이 될 때 _『한신 노관 열전韓信盧?列傳』
55 비운의 명장 _『이 장군 열전李將軍列傳』
56 만리장성에 새겨진 영광과 비극 _『몽염 열전蒙恬列傳』
57 신중함이 가진 양날의 검 _『한장유 열전韓長孺列傳』
58 문명과 야만의 충돌 _『흉노 열전匈奴列傳』
59 호기심이 만들어낸 욕망 _『서남이 열전西南夷列傳』
60 피바람과 멸망의 노래 _『조선 열전朝鮮列傳』
PART 7 인생과 허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마주하기
61 천재들의 고독한 비극 _『굴원 가생 열전屈原賈生列傳』
62 복수의 화신 _『오자서 열전伍子胥列傳』
63 직언의 두 가지 처세술 _『장석지 풍당 열전張釋之馮唐列傳』
64 웃음 속에 숨긴 비수 _『골계 열전滑稽列傳』
65 진리를 지키는 집념 _『유림 열전儒林列傳』
66 남쪽 끝 왕국이 불길 속에 사라지는 과정_『 남월 열전南越列傳』
67 파도 위의 제국 _『동월 열전東越列傳』
68 처세와 운명의 불가측성 _『원앙 조조 열전袁??錯列傳』
69 피의 심판자들 _『혹리 열전酷吏列傳』
70 치욕을 견디며 역사를 넘어 _『태사공 자서太史公自序』
에필로그 / 시대를 건너온 지혜의 긴 여정, 다시 인간을 묻다
『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은 2천 년 전 사마천이 기록한 『사기 열전』 70편을 인간의 욕망과 관계, 선택과 몰락을 들여다보는 인문 교양서로 다시 풀어낸 책입니다. 방대한 열전을 현대적 관점에서 주제별로 재분류하고, 각 인물의 삶에서 핵심적인 사건과 명문장을 뽑아 압축해 보여줍니다.
범저와 채택의 이야기에서는 권력의 절정에서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를 묻고, 춘신군의 몰락에서는 뛰어난 지략가조차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야심을 읽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에서는 나를 제대로 알아보는 한 사람의 가치를, 장이와 진여의 비극에서는 권력과 자존심이 깊은 우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또 백이와 숙제의 삶 앞에서는 원칙을 지킨 사람이 반드시 보답받는가라는 오래된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역사는 흘러가고 사람은 사라지지만, 그들이 남긴 선택과 흔적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때로 경고가 되고, 때로 위로가 되며,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하나의 지도가 됩니다. 불확실한 내일이 두려울 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혹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다시 『사기 열전』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그 안에는 우리보다 먼저 욕망했고, 실패했고, 사랑했고, 배신당했으며, 다시 일어서려 했던 수많은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사기열전』을 읽는 일은 타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읽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성공 앞에서는 조금 더 겸손해지고, 실패 앞에서는 조금 덜 흔들리게 됩니다. 『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은 바로 그 오래된 인간의 기록 속에서 오늘의 선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 속에서
복수와 절정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
『범저 채택 열전范?蔡澤列傳』
원한은 사람을 일으키지만, 집착은 끝내 그 사람을 집어 삼킵니다. 경쟁과 성과에 내몰린 삶에서도 진짜 승자는 모든 것을 차지한 사람이 아니라 멈출 때를 아는 사람입니다. 범저와 채택의 이야기는 복수의 절정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절제의 힘을 보여줍니다.
허름한 초가집, 작은 등불 아래서 밤늦게 책을 읽던 이는 가난한 선비 범저(范雎)였습니다. 그는 비록 누더기를 입었으나, 그 눈빛만은 형형하여 천하의 정세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드러날 길이 없어, 위나라의 중대부 수고의 식객으로 머물 뿐이었습니다.
그런 범저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위나라 왕의 명을 받아 수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나게 되었고, 범저 역시 그를 수행하여 제나라 도읍 임치로 향하 게 된 것입니다.
제나라 양왕(襄王)은 이 위나라 사신 일행을 접견합니다. 그는 수많은 유세가를 만나봤으나, 놀랍게도 수고의 뒤에 서 있는 범저의 비범한 언변과 깊은 식견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양왕은 수고의 눈을 피해 범저를 몰래 불렀습니다. 양왕은 범저에게 직접 황금 10근과 귀한 소, 술을 내리며 은밀히 말했습니다.
“그대의 지혜는 위나라에 머물 인재가 아니오. 이 작은 성의를 받아주시고, 제나라를 위해 힘써주시오.”
하지만 범저는 정중히 거절하며 말합니다.
“저는 신하의 몸으로 사신을 수행할 뿐, 감히 주군을 배신할 수는 없습니다.”
며칠 후, 수고가 사신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려 할 때였습니다. 그는 범저가 양왕과 밀담을 나누는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양왕이 그에게 황금 10근과 귀한 선물을 범저에게 주려 했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렇게 수고의 가슴속에 질투심과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함께 왔던 식객이 감히 나 몰래 제나라 왕과 밀약을 하고, 혹시 위나라의 비밀을 팔아 이토록 엄청난 대가를 받은 거 아닌가?’
수고의 눈빛은 순식간에 탐욕과 배신감으로 얼룩졌습니다. 그는 범저가 거절했던 그 황금 10근을 자신이 받지 못했다는 질투심과 자신의 식객이 자신을 능가했다는 굴욕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질투의 칼은 이미 뽑혔고, 범저의 운명을 뒤바꿀 피바람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귀국 후 수고는 재상 위제(魏齊)에게 이를 고해바쳤습니다. 위제는 격분하여 범저를 잡아들여 모진 매질을 가했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는 끔찍한 고문 끝에 범저는 죽은 척하며 숨을 멈췄습니다. 위제는 범저를 거적에 말아 뒷간에 던져버렸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술에 취한 빈객들이 번갈아 들어와 범저의 몸 위에 오줌을 누며 조롱하도록 했습니다. 천하를 논하던 지략가의 자존심이 오물 속에 처박히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를 꺼내주시오. 훗날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리다.”
범저는 뒷간을 지키던 병사에게 간청하여 가까스로 탈출했고, 친구 정안평(鄭安平)의 도움으로 이름을 장록(張祿)으로 바꾸고 숨어 지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그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진(晉)나라 사신 왕계(王稽)를 따라 몰래 위나라를 탈출하여 진나라로 향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