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애인 -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9

세기의 애인 -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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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엄흥섭

1906~1987.충청남도논산출생으로1926년경상남도도립사범학교를졸업했다.진주근교의농촌학교에서4년간교사로일하며소설습작을하던중,1930년『조선지광』에소설「흘러간마을」을발표하며문단의주목을받았다.1929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카프)에가입했으나‘『군기』사건으로1931년탈퇴하였다.독립후에는1945년9월에결성된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소설부위원을거쳐,1946년조선문학가동맹소설부위원으로활동했고,『대중일보』와『인천신문』의편집국장으로근무했다.1950년6.25전쟁당시서울에진입한인민군에합류하여월북했고,이후에도작품을꾸준히집필했다.주요작품으로「번견탈출기」(1935),「숭어」(1935),「아버지소식」(1938),「패배아닌패배」(1938),「인생사막」(1941),「귀환일기」(1946)등이있다.

목차

세기의애인
해설:굴종과저항사이,시대의인물-엄흥섭의『세기의애인』읽기(김미연,성균관대비교문화연구소연구교수)

출판사 서평

한국문학사에서남다른의미가있는1935년,
그해세상에발표된엄흥섭의대표작『세기의애인』

엄흥섭은1925년「엄마제삿날」과「꿈속에서」라는시를발표하며문단에등장했다.1929년에는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카프)에가맹했다가1931년제명되었으나그뒤에도프롤레타리아문학에동조한‘동반자작가’로불리며계급문학과공통분모를형성했다.그러다1930년중·후반엄흥섭은‘통속소설’창작에몰입했다.이가운데하나인중편소설『세기의애인』은원래1935년2월부터8월까지『신동아』에「고민」이라는제목으로7회연재된작품이었다.여기에뒷부분내용을덧붙여1939년단행본으로펴내면서『세기의애인』라는새제목을붙였다.

「고민」이연재된1935년은한국문학사에서남다른의미를지닌다.그이유는1934~1935년대대적으로진압된카프2차검거사건때문이다.10년을이어온카프활동이일제의탄압으로마감되는순간이었다.그결과사회주의적경향작가들의창작이위축되었으며계급과사상에중점을둔문학은발표되기쉽지않았다.따라서사회주의계열작가들은이념에기반한문학보다전향소설이나통속소설로일컬어지는작품을창작하기시작했으며,그중에서도지식인의소시민성을다루는내용이많이다루어졌다.

당대사회적이슈를연애키워드로접근한『세기의애인』,
예술과통속을잘조화시킨작품으로평가받다

통속소설은보통‘대중에게예술적가치보다는흥미위주의오락물을제공하는소설’로정의되며미학적완성도가다소떨어지는것으로평가된다.하지만당시평론가홍효민은〈동아일보〉(1939.5.12.)를통해『세기의애인』을이렇게평한다.“조선문단의중견작가로가장많이통속과예술을교류해보려는작가가있으니이는이번『세기의애인』을낸엄흥섭씨인것이다.”홍효민은소설이예술성에초점을두면무미건조할가능성이있다고지적하고반대로통속성이두드러지면흥미위주가되므로작품의영속성이불명확해진다면서,『세기의애인』은두가지조건을갖춘소설이라고했다.『세기의애인』은인텔리청년남녀의방황과번민을담고있다.제목에포함되기도한‘세기적(世紀的)’인문제는인물이시대와빚는갈등을일컫는다.특히이소설은‘연애’라는키워드로시대적문제에접근하는데,남성-구여성본처-신여성연인으로이어지는관계는실제로당대의사회적이슈였다.

등장인물들의선택이개인의주체정립으로나아가는
특별한결말을주목해야할것

『세기의애인』에서는1930년대중반을배경으로연애와결혼을비롯해취업문제를다루었다.이작품은K대학4학년생김종만이대구의고향집에다니러갔다가서울로돌아오는기차의삼등칸풍경으로시작한다.김종만은우연히기차에서만난신여성유치원교사손보라에게애틋한감정을품게되고,한편으로는전문학교출신의박경옥과육체관계를맺는등의혼란스러운상황에놓인다.사실김종만은부모의강요로일찍결혼해고향에아내가있었기에죄책감을느끼고,얼마뒤대학졸업을했음에도취직이안되어좌절을거듭한다.

이렇듯식민지조선의인텔리청년이겪는내외적고민과근대적사회에서등장한새로운여성인물형들이제시되는『세기의애인』은표면적으로는통속적인요소를갖추었다.그런데이소설의결말은통속의문법을따르지않음으로써특별해진다.남성주인공은신여성과의사랑을중단하고홀연히일상의세계를떠나고,조혼한아내는가정을박차고나갈것을선언한다.기존의관계가절연되며개인으로서주체정립을시도하는마무리다.사회를떠난개인을상상할수없듯,인물들은새로운그리고미지의사회에서다시자신을만들어나갈것을암시한다.

엄흥섭이작품제목과내용에서의도적으로‘세기(世紀)’라는말을반복하며시대성을띤고민을담아냈음을강조한『세기의애인』.이소설은독자에게방황과번민끝에다시금삶의방향성을정하고나아가는일제강점기의다채로운인물들을생생하게보여준다.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틈〉소개

한반도에서한국어를사용하며살아가는우리는언어공동체이면서독서공동체이기도하다.우리는같은작품을읽으며유사한감성과정서의바탕을형성해왔다.그런데한편생각해보면우리독서공동체를묶기가그리간단하지만은않다.누군가는『만세전』이나『현대영미시선』같은책을읽기도했겠지만또다른누군가는장터거리에서『옥중화』나『장한몽』처럼표지는울긋불긋한그림들로장식되어있고책을펴면속의글자가커다랗게인쇄된책을사서읽기도했다.(…)그중에는우리문학사에서한번도거론되지않았던소설책들도적지않다.전혀알려지지않은낯선작가의작품도있고유명한작가의작품도있다.본격문학으로보기어려운이소설들은문학사에서는제대로다뤄지지않았던것들이다.―‘발간사’중에서

발간사에서이렇게밝혔듯〈틈〉총서는그간한국문학사에서제대로다뤄지거나거론된적이별로없었던대중소설을주로소개할계획이다.‘본격문학’의큰흐름들사이에서그간존재감을드러내지못하고잊혔던작품들중오늘날독자들에게소개할만한것을가려재출간함으로써근대문학사의군데군데빈틈을채워넣으려한다.특히일제강점기와그전후를아울러민중들에게읽히고상상력을자극했던작품들을발굴한다.과학소설,탐정소설,연애소설,무협소설등그장르도다양하게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았던작품들이다.일찍이학교에서배우거나들어본적없는소설들이지만당대대중들의정서에가장가까운욕망과상상력을생생하게드러내는이야기들임에틀림없을것이다.본총서를통해근대독서공동체의모습이조금더실체적으로드러나리라기대한다.

또한〈틈〉총서는다양한시각자료를통해당시의사회상을친절히소개하고자한다.소설의배경을이해하는데도움이되는도판을본문사이사이에배치한다.시대사적의의를짚어주는해제작업또한본총서의중요한부분이므로책의후반에는문학연구자의해설이함께한다.현장에서한국문학을연구하고학생들을가르치고있는연구자,교육자들로구성된기획편집위원회가선정부터해제,주석작업까지책임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