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유역 -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10

금단의 유역 -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10

$14.29
저자

정비석

1911~1991.정비석은1911년평안북도의주에서태어났다.본명은‘서죽’이지만스승김동인이지어주었다는필명‘비석’으로활동했다.1932년일본니혼(日本)대학문과를중퇴했고,1935년1월〈매일신보〉신춘문예에콩트「여자」를발표하며등단했으며,193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졸곡제」가,이듬해〈조선일보〉신춘문예에「성황당」이당선되면서문단에등장
했다.『금단의유역』은1939년발표된그의첫번째장편소설로의미가있다.일제강점기에는지식인의고뇌(「삼대」,「저기압」),종교와인간의미덕(「제신제」)등을주제로삼은작품을주로썼다.해방이후에는세태풍자적장편소설『자유부인』,『손자병법』등으로주목받았는데,특히『자유부인』은동명의영화로만들어져대중적인기를얻기도했다.

목차


1회
1.노화백의착각
2.무정한오뇌(懊惱)
3.창조의정열

2회
4.방황하는순정
5.‘금단(禁斷)’과‘동경(憧憬)’
6.마음에포즈

3회
7.좁은문
8.‘최후의만찬’
9.‘동경’의소묘

4회
10.심야의심리
11.동일한입장
12.무서운시선

5회
13.의문의방문객
14.‘사모(思慕)’의시
15.기회와기회
16.마(魔)의한강으로

6회
17.한강의이리
18.이브의죄
19.성수도원

해설:종교와예술을통한욕망의승화-예술가소설과연애소설사이에서『금단의유역』읽기(박수빈,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연구교수)

출판사 서평

1950년대베스트셀러『자유부인』의작가정비석이집필한
최초장편소설『금단의유역』

정비석은1935년등단하여1991년타계하기까지우리문학사에방대한작품을남겼다.하지만해방전이미콩트·단편소설50여편과장편소설3편을발표했음에도,다수의문학사에서정비석은우리나라출판사상최초로10만부를넘긴‘베스트셀러『자유부인』의작가’이거나,1951년5월조직된‘육군종군작가단소속작가’정도로간단히언급된다.또한‘점차애욕의세계로빠져들어가면서애정물작가로변화한작가’,‘처음에는수준높은소설을발표했다가그후대중소설쪽으로전향한작가’로규정되는것이보통이다.

『금단의유역』은1939년『조광』제5권7호(통권45호)부터제5권12호(통권50호)까지총6회에걸쳐연재되었다.이작품은정비석의첫번째장편소설일뿐만아니라본격적인‘애욕의작품세계’를장편을통해처음으로완성한것으로,이후그의대중소설의기초가되었다고평가된다.따라서사랑과연애에대한정비석의관점,예술에대한통찰을살필수있는작품이다.

복잡하게얽히고설킨관계들을통해
인간의깊숙한욕망,다양한구조적문제를들여다보다

『금단의유역』에는여러인물이등장해애욕을느끼고질투한다.이야기는주요인물인노화백추강홍시현으로부터시작된다.일흔의고전파서양화가인노화백은사별한아내를그리려10년만에붓을드는데,모델이되어준미모의미망인이자독실한가톨릭교도김순경에게매혹되어내적갈등을겪는다.그리고노화백의애제자최승조도순경을연모하게되며,노화백의딸로작곡을공부하는여대생홍영옥은승조를마음에품는다.그런영옥에게김순경의오빠인시인김순환은‘사모의시’를바치며,신문기자조창건또한영옥을짝사랑해최승조를질투한다.

『금단의유역』은이처럼복잡하게얽히고설킨관계들을통해인간의깊숙한욕망,다양한구조적문제를보여준다.정비석은“연애처럼시대에예민하고시대를솔직하게표현하는것은없을것”이라고했다.그리고연애는인생의가장중요한영원의과제이므로이를비속하거나저속하다고생각해서는안된다며,연애/소설에대한바른인식의중요성을강조했다.

‘연애소설의공식을깬예술가소설’이라는
『금단의유역』의문학적의의

『금단의유역』에는다양한인물의욕망은있지만,애초에서로사랑하는인물의관계가없다.이것이이소설의독특한점이다.등장인물들에게는애욕은있으나애정이미약하고,질투는있으나신뢰가없다.연애소설은일반적으로사랑하는남녀가있고,그들사이에다른인물이개입하면서사건이만들어지고,사랑의장애물이존재한다.하지만『금단의유역』에서정비석은인간의가장밑바닥에있는나약한면과혼란스러운감정들을집중적으로조명하여오로지자기자신의욕망속에서번민하고절망하는인간의모습을포착한다.결론적으로이작품은미완의연애소설이라할수있다.

오히려『금단의유역』에는예술가소설의면모가많이나타난다.예술가소설은소설가나그밖의예술가가성숙단계를거치는동안에자신의예술가로서의숙명을인식하고예술적기법에통달하게되는성장과정을그린것으로,예술가의자의식,삶과예술사이의관계를탐구하는소설이다.『금단의유역』의등장인물은대부분예술가혹은예술가적자질을지닌인물이다.노화백과승조는미술,순환은문학,영옥은음악과관련있다.순경또한종교적가치를상징하는인물임이뚜렷하게드러난다.

이처럼『금단의유역』은대중문학이나연애소설이라기에는예술가소설에가깝다.통속소설의문법을깨뜨리면서인물들은생동하고,내면깊숙한욕망을읽어낼수있다.인간에대한뛰어난통찰력은인물들이맺는복잡한관계속에서다양한구조적인문제를논할수있게해준다.이것이『금단의유역』의진짜문학사적의의라할수있다.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틈〉소개

한반도에서한국어를사용하며살아가는우리는언어공동체이면서독서공동체이기도하다.우리는같은작품을읽으며유사한감성과정서의바탕을형성해왔다.그런데한편생각해보면우리독서공동체를묶기가그리간단하지만은않다.누군가는『만세전』이나『현대영미시선』같은책을읽기도했겠지만또다른누군가는장터거리에서『옥중화』나『장한몽』처럼표지는울긋불긋한그림들로장식되어있고책을펴면속의글자가커다랗게인쇄된책을사서읽기도했다.(…)그중에는우리문학사에서한번도거론되지않았던소설책들도적지않다.전혀알려지지않은낯선작가의작품도있고유명한작가의작품도있다.본격문학으로보기어려운이소설들은문학사에서는제대로다뤄지지않았던것들이다.―‘발간사’중에서

발간사에서이렇게밝혔듯〈틈〉총서는그간한국문학사에서제대로다뤄지거나거론된적이별로없었던대중소설을주로소개할계획이다.‘본격문학’의큰흐름들사이에서그간존재감을드러내지못하고잊혔던작품들중오늘날독자들에게소개할만한것을가려재출간함으로써근대문학사의군데군데빈틈을채워넣으려한다.특히일제강점기와그전후를아울러민중들에게읽히고상상력을자극했던작품들을발굴한다.과학소설,탐정소설,연애소설,무협소설등그장르도다양하게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았던작품들이다.일찍이학교에서배우거나들어본적없는소설들이지만당대대중들의정서에가장가까운욕망과상상력을생생하게드러내는이야기들임에틀림없을것이다.본총서를통해근대독서공동체의모습이조금더실체적으로드러나리라기대한다.

또한〈틈〉총서는다양한시각자료를통해당시의사회상을친절히소개하고자한다.소설의배경을이해하는데도움이되는도판을본문사이사이에배치한다.시대사적의의를짚어주는해제작업또한본총서의중요한부분이므로책의후반에는문학연구자의해설이함께한다.현장에서한국문학을연구하고학생들을가르치고있는연구자,교육자들로구성된기획편집위원회가선정부터해제,주석작업까지책임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