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글쓰기 : 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글쓰기에 관하여

박물관의 글쓰기 : 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글쓰기에 관하여

$16.00
Description
박물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
‘박물관의 일’ 시리즈는 박물관 전시실 뒤편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일, 볼 수 없는 일 모두를 다룰 예정입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모두를 위한 박물관의 글쓰기 체질 개선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국어 전문기관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협력하여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박물관의 글쓰기-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글쓰기에 관하여』를 발간하였다.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공동기획했다. 박물관의 업무를 체계화하여 대중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기획한 ‘박물관의 일’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은 전문용어나 한자어가 많은 어려운 전시 용어를 쉽고 바르게 쓰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큐레이터가 작성한 원고는 국어전문가 3인, 중학생, 전문가 감수와 쟁점 논의, 최종 반영 여부 검토에 이르기까지 총 6차에 걸친 검증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 및 13개 소속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을 비롯한 30개 전시의 패널, 설명문, 도록, 영상 등 각종 정보들을 새로 작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시 글을 쓰는 이와 읽는 이들이 수시로 대화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발간된 『박물관의 글쓰기』는 그 치열한 소통의 결과물이다. 박물관은 국어문화원연합회를 비롯한 다양한 국어전문가들과 함께 박물관 글쓰기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여 관람객을 위한 좋은 글쓰기의 원칙과 방법들을 정리하였다. 이 책은 박물관 글쓰기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박물관 글, 어떻게 쓸까?
몇 년 전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문화재 설명문을 읽던 작가가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한 장면이 방송되었다. 설명이 너무 딱딱하고, 전문 용어가 많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최근 전시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어렵지 않고, 영상 자료를 통해 전문적인 내용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 전시가 이렇게 쉽고 친절하게 탈바꿈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박물관이 늘 어렵고 권위적인 학술적 단어만을 고집해온 건 분명 아니다. 오래된 것들이 전시되고 보관된 곳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학창 시절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배우러 오는 장소라는 생각이 각인되어서인지, 박물관 하면 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부의 직원들은 항상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전문적인 용어들을 쉽게 바꾸고, 내용을 좀 더 재밌게 쓸 수 있을지 말이다.
『박물관의 글쓰기』는 여기서 시작했다. 필자들은 그동안 어렵고 지루한 박물관 전시글에 관해 뼈아픈 반성과 함께 어떻게 하면 관람객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기존의 권위적이고 학술적인 설명문에서 탈바꿈하여 요즘 사람들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추어 새롭게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특히 학예연구사들의 글쓰기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방법적 해결책을 함께 모색함으로써 관람객들을 위한 좋은 글쓰기의 핵심 요점을 모았다.


*61가지 기본 원칙과 기술에서 배우는 박물관 글쓰기의 모든 것
‘박물관의 글’이란 박물관 사업의 일환으로 생산되는 글을 가리킨다. 박물관이 기획한 전시와 발간하는 책에 수록된 원고, 보도자료, 그리고 누리집 등의 글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큰 책임이 따른다. 박물관의 글쓰기도 일반적인 글쓰기처럼 바르고 좋은 글이 담보해야 할 공통된 요건과 원칙을 따른다. 하지만 그 목적과 방향에서 명확히 구별되는 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여섯 가지 주제를 세 단계로 나눠서 박물관 글쓰기의 모든 것을 풀어보고자 한다. 1-3부에서는 기본 원칙을 공부한다. 4부와 5부는 학예연구사들의 글쓰기 비법과 기술이다. 또한 설문조사를 하여 글쓰기에서 궁금한 점을 모아 구성했다. 6부에서는 실전이다. 단어 바꾸기, 문장 다듬기, 문단 고치기 문제를 풀면서 유의할 점을 정리한다.
‘1부 박물관 글이란 무엇일까’에서는 박물관의 글에 관해 설명한다. 즉 박물관 사업의 일환으로 생산되는 글의 성격과 특징을 실제 전시된 사례를 들어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준다. 가령 학예연구사들의 직무와 공공 정보로서 박물관 글의 중요성, 박물관 전시를 위한 적절한 구성과 다양한 방식의 전시글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현장감 있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뽑은 좋은 전시글과 국어 전문가가 뽑은 좋은 전시글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좋은 박물관 전시글은 무엇이며, 그 이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2부 박물관 글, 어떻게 쓸까’에서는 학예연구사들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시글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여준다. 박물관 전시장에서는 기획의 목적과 의도에 맞게 다양한 설명글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처음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대패널, 유물을 설명하는 설명 카드, 관람객 동선에 따라 배치되는 각각의 소패널, 전시 영상물의 스크립트와 자막용 원고, 오디오 가이드용 원고,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설명문, 보도 자료 등이 있다. 따라서 각각의 쓰임에 따라 글쓰기 방식과 방법들이 다르다. 다양한 전시글이 관람객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 짚어내고 있다.
‘3부 정확하게 쓰는 것은 기본이다’에서는 공공 언어로서 박물관 글쓰기 기본 원칙과 학예연구사에게 유용한 한글맞춤법을 소개하였다. 특히 실제 전시글의 사례를 예문으로 들어 그 이해를 높였다. 예를 들어 전시물 명칭 표기, 인물과 연대 표기, 숫자와 단위 표기, 사이시옷 현상, 두음 법칙, 합성 용언 쓰기, 보조 용언 쓰기, 외래어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법 등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맞춤법을 중심으로 설명문과 예문을 달았다.
‘4부 원칙도 살리며 쉽고 재미있게 쓰는 기술이 있다’에서는 박물관 글쓰기가 지향해야 하는 집필 원칙과 노하우를 담았다. 여기에서는 글쓰기에 있어 집필 원칙들을 정리해서 제시했다. 바로 나열, 일치, 배려, 분리, 지정, 상술, 숨은동사찾기의 원칙들이 있는데 이는 박물관 글쓰기가 아니어도 글쓰기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이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모든 글쓰기가 마찬가지겠지만 글쓴이의 성향에 따라 글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박물관 글쓰기는 개인적 문체보다는 공공의 언어로서 글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박물관 전시글의 성격에 부합하는 글쓰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학예연구사들의 글쓰기 비법을 담아 후배 학예연구사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박물관 글쓰기 자가 진단 항목을 통해 스스로 박물관 글을 퇴고할 때 유용한 점검표를 제공하였다.
‘5부 궁금할 땐 어떡하죠’에서는 국립국어원 국어사전 찾기 방법과 유용한 기능을 소개하고, 학예연구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글쓰기에서 어렵고, 궁금한 점을 모아 해결책을 제공했다. 또한 참고도서 목록과 각각의 특징을 소개하여 학예연구사들이 필요한 참고 도서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전국 국어문화원 목록과 연락처를 소개하여 안내문 쓰기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6부 한번 써볼까요’에서는 박물관 글쓰기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좋은 전시글을 쓸 수 있도록 실전 연습 문제를 준비했다. 여기에 수록된 문장과 글은 실제로 학예연구사들이 쓴 글이며, 이를 국어 전문가들이 고치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단어 바꾸기, 문장 다듬기, 문단 고치기 문제를 풀면서 더 나은 박물관 글쓰기를 위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실제 전시글에서 배우는 글쓰기 수업
‘박물관 글’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전시실 내외부에 붙는 설명문, 전시품 앞에 놓이는 설명 카드, 영상 속 자막, 전시실 전체에 대해 설명해주는 리플릿, 도록의 설명문, 소리로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 등 모든 종류의 글을 같은 톤으로 쓸 수 없다. 목적이 다르고 분량도 다르다. 꼬마 손님이건 공부하는 연구자건 공공 시설이다 보니 누구나 들어와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보와 표현 등을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늘 고민이 된다. 국립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책임감은 두 배가 된다. 게다가 이제는 쉽고 재미있게 써야 한다니! 『박물관의 글쓰기』에 사용된 모든 예문은 실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의 전시글에서 박물관 학예연구사와 국어 전문가가 좋은 글을 골라냈다. 분야와 대상, 목적에 따라서 공공언어로서의 매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예문들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그 설명을 추가하여, 용도에 따라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1. 전문 용어
석촉 ⇒ 화살촉 / 지석묘 ⇒ 고인돌 / 어망추 ⇒ 그물추 / 장신구 ⇒ 꾸미개

2. ‘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뽑은 좋은 전시글’에서
〈세한도〉 속 세한. 〈세한도〉는 조선 최고의 문인화(文人畫)로 평가받습니다. 문인화는 화가가 아닌 사대부 계층이 취미로 그린 그림으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때문에 김정희는 가슴속에 천만 권의 책을 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정희는 〈세한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추위와 시련을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_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 평안(平安)》 주제 패널

3. ‘국어 전문가가 뽑은 좋은 전시글’에서
수표. 〈질문 1〉 수표는 왜 만들었을까요? 조선시대 한성 한가운데에는 청계천이 흘렀어요. 큰비가 내려 청계천이 넘치면 그 주변의 집들과 시내가 물에 잠겨버렸지요. 세종은 청계천이 넘쳐 백성이 피해를 입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수표를 만들게 하였어요. 하천의 물 높이를 보고 가뭄과 홍수를 예측하는 도구였던 수표는 전국의 주요 하천까지 널리 사용되어 백성이 피해를 대비할 수 있게 해준 과학적인 관측기구였어요.

4. ‘오디오 가이드용 원고’에서
권진규(1922~1973), 1960년대 제작. 〈모자상〉의 어머니는 대개 행복한 표정을 짓는데, 작가는 이
상의 어머니 표정을 복합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어머니의 시선과 입매, 풍만한 아기를 두 다리로 받치고 탄탄한 양팔로 감싸 안은 자세에서 현실 세계로부터 아기를 지키려는 의지와 긴장감이 전해지지만, 어머니의 품속에 있는 아기는 평온하기만 하다. _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1주년 기념전 〈모자상〉

5.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설명문 제작 과정’에서
18세기에 일본 무사들이 입었던 갑옷입니다. 일본 무사들의 갑옷은 조그만 가죽을 색실로 이어 만들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입기 불편하고 무거워 전투에서 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16세기에 갑옷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 갑옷은 몸통 부분을 판 하나로 만들고, 재료도 철로 바꾸어 적의 공격을 더 잘 막아낼 수 있게 했습니다.

저자

국립중앙박물관,국립박물관문화재단

기획:국립중앙박물관,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정명희:‘생각보다생각할것이많은박물관글’,‘박물관글쓰기에서염두에둘두가지’등
학예연구사이동관:‘박물관글쓰기Q&A’,발간업무진행등
학예연구관이진민:‘들어가는말’,‘박물관학예연구사가뽑은좋은전시글’,발간기획등
학예연구관양성혁:‘국립중앙박물관고고학관련전시원고집필원칙’등
학예연구사정미연:‘장애인관람객을위한설명문쓰기’
학예연구관허형욱:편집및교정

국립국어원김형배:‘정확하게쓰는것은기본이다’
국어문화원연합회신다원:‘짧고쉽고정확하게2’,‘궁금할땐어떡하죠’등
박찬희박물관연구소박찬희:‘내글은괜찮은글일까?’,‘와닿는글을위하여’등
상명대학교국어문화원김형주:‘원칙도살리며쉽고재미있게쓰는기술이있다’등

목차

들어가는말/박물관글이문제라고요?4

1부박물관글이란무엇일까
1생각보다생각할것이많은박물관글16
2공공정보로서의신뢰성을지켜야한다19
3천천히스며드는글24
4박물관글쓰기에서염두에둘두가지25
5관람객에게전시글이란27
6질문을던지는전시글31
7와닿는글을위하여33
8좋은디자인은전시기획의의미를효율적으로전해준다35
9박물관학예연구사가뽑은좋은전시글37
10국어전문가가뽑은좋은전시글47

2부박물관글,어떻게쓸까
1큐레이팅이란여러정보를수집하고선별하는과정이다58
2눈으로보고귀로듣는전시글61
3와닿는전시글쓰기63
4잘지은제목은전시의주제를잘드러낸다65
5전시의이유를분명하게드러낸글일수록또렷하게와닿는다68
6학예연구사의전시글쓰기71
7누가전시글을읽을지,먼저생각한다73
8전시글에담아야하는것들76
9단문으로쓰기80
10패널과설명카드83
11보도자료잘쓰는법92
12영상물을제작하려면무엇을준비할까97
13영상물을제작할때주의할사항108
14전시영상물의스크립트와자막용원고111
15오디오가이드용원고113
16장애인관람객을위한설명문쓰기117

3부정확하게쓰는것은기본이다
1공공언어로서박물관안내문작성기본원칙128
2전시물명칭표기130
3인물과연대표기132
4숫자와단위표기134
5‘셋방’에는있고‘전세방’에는없는것은138
6입맛은‘돋우고’안경도수는‘돋구고’141
7아니요,괜찮으니오십시오142
8‘되’와‘돼’는정말구별이잘안돼요143
9낙원과락원145
10‘명사+명사-하다’의띄어쓰기147
11합성용언띄어쓰기150
12보조용언띄어쓰기153
13외래어다음에띄어쓰기156
14그밖의띄어쓰기159
15문장부호162
16외래어표기법166

4부원칙도살리며쉽고재미있게쓰는기술이있다
1통하게써야통통한글이된다178
2부연은비중있는조연이다181
3문단쌓기에도요령이있다184
4나열의원칙187
5일치의원칙190
6배려의원칙192
7그밖의원칙들195
8짧고쉽고정확하게1198
9짧고쉽고정확하게2205
10내글은괜찮은글일까?212
11국립중앙박물관고고학관련전시원고집필원칙220
12국립중앙박물관고고학관련전시내용체계222

5부궁금할땐어떡하죠
1국어사전찾기226
2박물관글쓰기Q&A232
3참고도서236
4국어문화원에문의하기244

6부한번써볼까요
1단어바꾸기252
2문장다듬기257
3문단고치기264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예전에는박물관이교양을쌓고공부하는곳이라고생각했다.오랫동안박물관은관람객에게무엇인가를알려주는곳이라는생각이지배적이었고관람객은그것을당연하게받아들였다.그런데요즘은어떨까?
박물관이담당하는교육적인측면은여전히중요한부분이긴하나,단지그것때문에박물관을찾지는않는다.바람을쐬기위해,데이트하기위해,아이와시간을보내기위해,특정유물이나공간을보고기분전환을위해,가치있는소비를하기위해,사진촬영을해,약속장소근처에박물관이있어서,지나가다호기심에서,건물이예뻐서,문화공연을보기위해서…….헤아리다보면방문이유에는끝이없다.
박물관에오는이유만바뀌었을까?전시글을보는눈도그렇다.‘바람쐬러,복잡한생각을하지않으려고왔는데머리아픈글은읽지말자’,‘얼마든지볼수있는데굳이읽을필요가있을까?’라는생각을하기도한다.
---p.27

관람객이전시글을읽지않으려는이유,요즘은영상의시대다.영상에익숙해질수록글읽기는점점힘들어진다.재미없는영상을금방돌려버리는것처럼글도지루하게느껴지면절대읽지않는다.더구나짧은글도아니고긴글이라면두말할필요도없다.글읽기를어렵게만드는건영상만이아니다.학교교육과도관련이있다.학교교육에서,‘읽기’는맞았는지틀렸는지를맞춰야하는문제와이어진다.읽기는즐거움이아니라시험이다.낯선말과내용으로이루어진전시글은즐겁지않은시험의연장선일가능성이높다.
---p.28

국어전문가가뽑은좋은전시글.박물관글의좋은사례를뽑기위해국립중앙박물관을찬찬히살펴보았다.전체적으로내용이좋은데,단어하나가어렵다든지문장연결이어색하다든지하여,한조각부족함이들어있었다.그만큼글쓰기는어려운일이다.그러니대중에게선보이는공식적인글은여럿이머리를맞대고궁리하여다듬고또다듬을필요가있다.잘구성되었다고생각되는글을소개하며왜괜찮다고보았는지,또한조각고칠점이무엇인지이야기해보고자한다.
“(예)식물채집과농사짓기:식물채집은신석기시대중요한생계수단이었다.도토리,가래,살구등다양한야생식물을먹었을것으로추측된다.신석기인들은점차땅을일궈조,기장등을재배하였다.농사는자연이주는그대로가아니라인간이특정자원을생산해내기시작하였다는점에서중요하다.땅을일구고이삭을거두기위해괭이,낫등을사용하였다.”
이글은신석기시대의생계수단인식물채집과곡식재배를이야기한것이다.특히농사의역사적의미를알기쉽게기술하여문화의발전에대해인식할수있게한점이좋다.또농사를짓기위해농기구가사용된점도함께언급하여이시기의정황을상상할수있게한점도좋다.
---p.47

쉬운전시글은어떤글일까?모든사람을만족시키는글이아니라전시글을읽었을때대부분사람이큰어려움없이읽을수있다는것을뜻한다.큐레이터가관람객의입장이되어무엇이궁금할지,큐레이터가말하고자하는걸관람객의입장에서꼭알아야하는것인지를따져보면글쓰기가한결수월하다.전시에관심이있을법한지인을떠올리거나가족을떠올려도도움이된다.
중학교2학년수준의글쓰기라고하지만정작중학교2학년이전시글을읽는경우는드물다.누가전시글을읽을까?경험으로보면초등학생이나청소년이전시글을읽는경우는흔하지않다.전시글은대부분성인가운데전시에특별한관심이있는사람이읽는다.전시를보러와도전시글을읽지않은성인이많다.전시글을읽는관람객들은전시글이호기심을해결해주거나,전시를보는데도움이된다는것을아는사람이다.아래글은쉬운전시글로고쳐써본예다.
“(예)백제사찰은정림사와왕흥사,미륵사등이대표적이다.백제의우수한건축기술과독창적인가람배치는일본에전해져일본의건축발전에큰영향을미쳤다.⇒백제를대표하는절에는정림사와왕흥사,미륵사등이있다.이절들은백제의우수한건축기술과독창적인건물배치방식을보여준다.백제의절건축기술은이후일본에전해져일본의건축발전에큰영향을미쳤다.”
---p.73

문화생활에쉽게접근하기힘든사람들.시각혹은청각장애가있는관람객이이해하기쉬운설명문은무엇일까?‘중학생이쉽게이해할수있는설명문쓰기’라는명제는박물관이오랫동안다각적으로고민하고있는문제다.하지만장애인관람객을위한설명문쓰기는수어전시안내와점자책대여서비스를제공하는고객지원팀에서의근무경험이없다면,이에대해생각해보지못한사람들이대부분일것이다.
2020년부터2021년에걸쳐추진된세계문화관‘문화취약계층전시접근성강화’사업은시각장애인을위한촉각전시(점자안내문)와청각장애인을위한수어전시안내영상을제작하는것이었다.이사업을추진하면서헌법으로보장된문화생활이라는기본권리를누리지못하는소외된계층에대해생각해보는계기가되었다.오감에불편함이없는관람객에게모든초점이맞춰진유물설명문은오늘도박물관을방문한수많은장애인관람객에게는불친절한전시글에불과할뿐이다.따라서여기에서는시각장애인과청각장애인관람객을위한설명문쓰기에관해이야기하고자한다.
---p.117

언어를인식하고이해하는방식이다를수있다.우선우리나라사람이라면모두한글이제1언어일것이라는고정관념을버려야한다.시각장애인에게는점자(點字)가제1언어이고,청각장애인에게는수어(手語)가제1언어다.이들에게한글은제2외국어와같다.우리는다른나라말인영어를이해하기위해문법을공부하고사전을들춰보지만,장애인에게는그것조차쉽지않다.왜냐하면한가지이상의감각이결여되었을때사물과언어간의관계를이해하는것이매우힘들기때문이다.혹자는시각장애인은설명글을볼수없을지라도,눈으로볼수있는청각장애인은한글로쓰인일반설명문을읽을수있지않느냐고반문한다.눈이잘보이는데별도의설명문이필요하냐는것이다.그러나이런의문은온전히비장애인의시각에서비롯된것이다.시각과청각을모두상실했던헬렌켈러(HelenKeller,1880~1968)의일화는우리에게말해준다.장애인들이사물과그것에상응하는언어를인식하고이해할때,일반인이생각하지못한복잡하고어려운점들이존재한다는사실을말이다.
---p.118

모든이를대상으로하는공공언어가읽기쉬워야한다는점에는모두공감할것이다.박물관도예외일수없다.더이상어렵다는변명과넋두리에갇혀미룰순없다.국어문화원연합회와함께작업하면서박물관에서는그이전보다더쉽게글을풀어쓰려고노력하고있다.하지만아직까지포기할수없는것도있다.예를들어반가사유상처럼보편적으로사용되는명칭이있을경우,한자어표현이어도그대로사용하고있다.또한한국사람들에게익숙지않은지명이나인명이나올경우,보다정확한정보를주고자한자와영문을함께표기하는것이그런경우라할수있다.국어문화원연합회에서는한자와영문병기를지양한다.이러한정보들이글을이해하는데크게도움이되지않는다고보기때문이다.그러나박물관에는어린이부터문화재에대해더깊이알고싶어하는사람들까지각양각색의관람객들로넘쳐난다.중학생수준이상으로좀더정보를얻고자하는사람들까지함께생각하는것은무리일까?
국립박물관의글은공공언어이자우리문화재를설명하는글이기에어떠한표현이가장적정한것인지여전히논의해나가야할부분이많다.중요한것은이러한논의에대해많은학예연구사들이공감하고있고,노력할준비가되어있다는것이다.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