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요이의 시간
Description
“일본 아마존 1위, 연쇄 의문사 사건 실화 소설” 《버터》 유즈키 아사코,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 《기억술사》 오리가미 교야,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맛있는 한 끼, 시원한 한 잔” 《낮술》 하라다 히카,
“마라톤 주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달리기의 맛》 누카가 미오,
그리고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사카이 기쿠코.

일본 여성작가 5인이 담금주부터 사케, 칵테일, 위스키까지
술을 소재로 그 종류만큼 다채롭고,
해가 갈수록 깊어지는 인생,
특히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단편집.

《기억술사》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도시전설 속 괴인을 그린 오리가미 교야, 〈그에게는 쇼콜라와 비밀의 향이 풍긴다〉에서는 이모 도와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속마음을 드러냈던 달콤쌉싸름한 30년 전 비밀을 품은 위스키 봉봉을 가지고 그 기억의 진실을 찾아가는 조카 히나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달리기의 맛》에서 ‘달리며 요리하며,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그렇게 결승선으로 다가서는’ 청춘을 그린 누카가 미오. 〈양조학과의 우이치〉에서는 전통을 중시하는 사케 양조의 코하루가 부모 기대에 따라 어영부영 들어간 양조학과 기숙사 입사 첫날, 변화를 추구하는 양조의 육촌 우이치와 함께 보낸 농대의 풍경, 그 하루를, 정성스럽게 빚은 사케 맛처럼 상쾌하고 여운 있게 담는다.

《버터》에서 연쇄 의문사 실화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여성 혐오를 버터로 녹여’ 그려낸 유즈키 아사코. 〈bar 기린반〉에서는 어린이집 교사의 코로나 확진으로 가정에서 독박육아를 하는 상이한 나이, 직업, 성별의 보호자들이 온라인 바를 통해 가진 호로요이의 시간을 유쾌하고 섬세하게 그리면서도 ‘언제나 비상시에 타격을 받는 것은 환자나 어린이, 노인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라며 사회적 문제의식도 이어간다.

저자

유즈키아사코,오리가미교야,하라다히카,누카가미오,사카이기쿠코

織守きょうや

1980년런던에서태어났다.2013년《영감검정》으로데뷔,2015년《기억술사》로일본호러소설대상독자상을수상했다.주요저서로는《영감검정》시리즈,《기억술사》시리즈,《소녀는새장에서잠들지않는다》,《세계의끝과시작은》,《아침놀에팡파르》,《환시자의흐린하늘》등이있다.

목차


〈그에게는쇼콜라와비밀의향이풍긴다〉오리가미교야
〈첫사랑소다〉사카이기쿠코
〈양조학과의우이치〉누카가미오
〈식당‘자츠’〉하라다히카
〈bar기린반〉유즈키아사코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알코올이든봉봉은도와코씨가우리집에올때가져오는단골선물이었다.술이들어가서,하고도와코씨는내가한개를다먹지못하도록반으로나눠주었다.맛있어요,더먹고싶어요,그랬더니“히나키는나중에술을잘마시겠구나.”하고웃었다.도와코씨네집에놀러갔을때도봉봉상자가있었다.이때는엄마에게비밀로하기로하고한개를다먹게해주었다.달콤하게신기한향이나는걸쭉한크림이맛있었다.어른이되면실컷먹을수있겠지만그날이너무아득했다.하지만도와코씨는어른인데도봉봉은한개밖에먹지않았다.딱한개만,아주소중한듯이음미했다.“이초콜릿을굉징히좋아한사람이있었는데말이야.그사람이가르쳐준가게야,여기.”...
---「그에게는쇼콜라와비밀의향이풍긴다」중에서

열두살카호의천진난만한물음이떠올랐다.결혼을막연히동경했던그아이에게지금은말할수있다.가정을갖는것이여자의인생전부는아니란다.잔을내려놓고카호는뒤로기지개를켰다.결정했다.내일부터진지하게맨션을찾자.조건은오로지내가편안한집,그것만보고고르는것이다.그리고그집에서혼자즐기기위한술을담그자.달지만은않지만시간이흐를수록맛있어지는게있다는것을지금의카호는알고있다....
---「첫사랑소다」중에서

창을열었다.밤을새운눈에아침해가따끔따끔눈부시게스며들었다.그러나캠퍼스에서불어오는바람은서늘하여기분이좋았다.코하루는술병바닥에남은봄의연주를잔에부었다.아침햇살을받아하얗게빛나는봄의연주를꿀꺽마셨다.쓴맛과알코올의무게에무의식적으로미간에힘이들어갔다.하지만봄의연주는어젯밤보다훨씬가볍게코하루속으로들어갔다.크게심호흡을하고나니아침공기너머로황금빛들판이보였다....
---「양조학과의우이치」중에서

사야카의아버지는결혼전에일로영국에유학한적도있어서위스키,특히아일라몰트라고불리는싱글몰트를좋아했다.엄마쪽은별로술을마시지않는다.그래서본가에서는먼저제대로식사한뒤에아버지가좋아하는바카라잔에라프로익등의위스키를따라서스트레이트나록으로천천히즐기곤했다.실제로스모키향이나는아일라몰트는음식에는별로어울리지않는다.그렇다고절대있어보이는척하거나점잔빼는가정이었던건아니라고사야카는생각한다.아버지는늘사야카나엄마가텔레비전을보는옆에서조용히술을마셨다.싱글벙글웃으면서,취하거나하는일없는좋은술버릇이었다....
---「식당‘자츠’」중에서

“나는방문요양보호사여서역대급으로바빴어요.남편이재택근무라육아와집안일은전부맡고있지만,이제그사람이쓰러질것같아요.큰애는초등학생인데여름방학이단축돼서짜증이늘어가지고요스케랑맨날싸우기만하고.”그렇게투덜거리며보리차를탄고구마소주를비우는사람은아까오츠카를나무라던안경여자,요스케엄마다.“안나엄마처럼우리딸도서비스직이에요.딸이이혼하고나서가사와육아는원래내담당이었는데,이렇게연일무더위라밖에나가놀지도못하니,힘이넘쳐나는세살짜리아이와함께있는게여간힘들지않습니다…….”온화하게입을연사람은70대로보이는쇼야할아버지다.가장피폐한얼굴을한사람은그였다.수건을목에두르고어쩐지딸의것인듯한큼직하고귀여운티셔츠는전혀어울리지않았지만,품위있는백발의신사다.보드카미즈와리를기울이는모습도아주익숙하다.
---「bar기린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