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 (Paperback)

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 (Paperback)

$16.00
Description
꼰대가 되기 싫은 젊은이를 위한 책
“노인들을 이해하지 마라.
대신 똑똑히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세상 흐름을 거스르는 철부지 노인들을 향한 느닷없는 일성으로 단박에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한 몸에 받았던 채현국 선생. 본인이 80 노인이면서도 덜떨어진 ‘꼰대’ 노인들의 시대착오를 거침없이 비판했던 늙은 청년 채현국 선생.

이제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2021년 4월 2일 영원한 소풍을 떠나기 전날 선생은 본인의 뜻대로 입원 병동에서 자택으로 자신을 옮겨갔다. 목숨을 늘리는 연명 치료를 뒤로 하고 어떤 비감도 없이 삶과 죽음을 담담히 맞아들였다.
돌이켜보면 채현국 선생의 어떤 일갈이나 한 마디 명언 때문에 젊은이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선생은 세상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꿰며 일치시켜온 삶을 살고 있었다. 그 많은 젊은이들이 아무 망설임 없이 ‘시대의 어른’이라는 헌사를 선생께 올렸던 까닭이다.

선생은 엄청난 재산을 모았지만 미련 없이 버렸다. 자신을 위해서는 손톱만큼도 쓰지 않고 사회를 위해 일하다가 핍박받는 당대 젊은이들을 위해 물 쓰듯 자기 재산을 썼다. 그것도 남몰래.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일반 분야에서 민주화 등 공익을 위해 활동한 이들 가운데 적어도 1,000명 이상은 선생의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 무소유의 화신이 되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지에 매이지 않은 구름처럼 살았다. 장삼이사들 틈에 끼여 표나지 않게 살면서 그 장삼이사들의 삶과 정과 놀이에서 달콤한 행복을 느꼈다.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있을 적에는 작업복 차림에 화단에 김매기를 일삼아 학생들조차 한낱 인부로 여겼을 정도로 나 이런 사람이요 뻐기지 않았다.
선생은 오히려 세상이 알아볼까 봐 낮추고 숨기며 살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향기가 천 리에 퍼지듯 세상이 선생을 알아보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었다. 상황이 달라지자 선생은 자신의 몸조차 아끼지 않았다. 갖은 질환이 있는데도 요청과 필요가 있는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가서 거침없는 사자후로 촌철살인을 했다.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고 죽음은 삶의 연장임을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행보였다.

선생이 떠난 자리에는 허전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을 털어내고 허전함을 떨치기 위해 길게는 70년 이상을 함께했던 서른일곱 분의 추억을 모았다. 여기에 이 시대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던 채현국과 그 친구들의 빛바랜 청춘들이 반짝이고 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장면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청춘이라서 익숙하고 그때와 지금은 배경이 달라서 낯설기도 하다.
제1부는 채현국 선생이 주인공이다. 제2·3·4부는 선생보다 먼저 하늘나라 소풍에 들어간 선생의 친구들, 민병산·박이엽·이계익·이구영·조관준·천상병 선생들이 주인공이다. 부록에 담긴 대담과 강좌 두 꼭지는 선생의 살아생전 생각과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나는 늙어도 저따위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청춘이라면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

황명걸

시인

목차

제1부
명동,관철동,인사동세시절_황명걸9
채현국선생님을기리며할머니꼰대가되지않기를_고은광순19
‘라마르세예즈’의밤_김보경26
채현국선생의존댓말_김운성31
풍운아채현국_김주완33
채현국선생님께_김철환38
43년늦었던만남,너무빨리끝나다_하제김태동41
그때지리산종주이야기_남난희45
산타와늙은청년채현국_박상희50
건달할배와호빵_달묵박영현53
현국이생각_백낙청59
마달거사채현국_복기대63
‘한국의큰건달’채현국선생_서승74
채현국선생추억_신경림80
자유인채현국선생을기억하며_염무웅82
6.25동란이맺어준나의영원한벗채현국_이기흥92
채현국선생의파리시절과헌시두편_이만주96
못생겨서다행이었다_이용학110
채현국을생각한다_이종찬113
스승의은혜_임락경116
채선생님_전종덕126
징검다리_정명숙131
영원한천재맨발의마달이_정상학137
선생님이떠난지1년_최규일139
인사동과나의추억_최정인141
허군,내집으로가세_허태수144

제2부
거리의철인_김낙영149
인사동그때그얼굴평론가민병산_김승환154
기러기훨훨_방영웅164
민선생님追想_최혁배166

제3부
박이엽선생생각-인사동에서_박구경179
박이엽선생님과「씨칠리아마부의노래」_임계재181
늘앞서가던멋쟁이박이엽_황명걸188

제4부
소년뱃사공이계익_구중관197
노촌이구영선생님과이문학회_이진영207
알타이하우스와조관준_이상만221
평화를쪼다날아간파랑새_배평모224

부록
채현국·채희완대담241
부산무위당학교강좌268
에필로그288

출판사 서평

〈건달할배채현국과친구들〉은말그대로‘시대의어른’채현국과그친구들과함께했던여러사람들이그들을그리워하며쓴글들이다.그런데읽다보면그것이단순한회고담이나추억담으로그치지않는다는것을알수있다.
1970년대와그이전,그리고1980년대를지나지금에이르기까지동시대를살았던많은이들이경험했던현대사의장면들이책의갈피에녹아들어있다.‘건달할배’라는말이시사하는바대로바람처럼자유로운영혼의소유자들이질곡과고난의한시대를살아내면서그요구와아픔에정직하고성실하게대응했기때문일것이다.
한편으로는채현국선생이인연을맺었던이들의스펙트럼이사람들이상상하는이상으로다양하고광범하다는사실도확인할수있다.이는평소선생이어떤이념이나정치성향에매이지않고‘사람됨’에집중한것과연결되는것같다.
그가어떤생각을하든관계없이얼마나곧은가가사람을보는기준이었다.그래서재벌그룹총수나정보기관의수장,청와대수석비서관이나이름높은문필가에서변방의장삼이사까지두루임의롭게사귈수있었던모양이다.
끝자락부록에실은좌담과강연은선생이평소어떻게생각하고행동했는지알려주는것들이다.세상의상식과고정관념에짓눌리지않고자신과경험과사고를바탕으로삼아자유로우면서도이치에어긋나지않게결론을끌어내는모습이생생하게담겨있다.
이리내치고저리달리는발언에서는선생의호연지기와자유분방함도느껴진다.70년지기백낙청문학평론가는“그는‘확실하게아는것도고정관념’이라는명언을남겼지만완전히확실치않은것을단정적으로말하는경우도없지않았다.그래도그의단정적인발언들이통쾌할적이더많았으므로나는굳이이견을내고다투려하지않았다”라고했다.
채현국선생본인도이를알고있었을것이다.내뱉는말들이모두이치에맞아야한다면스트레스를얼마나감당해야할지모른다.어디에도완전한것은없고사람들이줏대있게살아가는데보탬이되고힘이되는말이면그만이니까말이다.

[남긴말씀]
“봐주지마라.노인들이저모양이라는걸잘봐두어라.너희들이저렇게되지않기위해서.까딱하면모두저꼴되니봐주면안된다.”
“자기개인재산이란게어딨나?다이세상거지.공산당얘기가아니다.재산은세상것이다.애초부터내것이아니다.이세상것을내가잠시맡아서잘한것뿐이다.그럼세상에나눠야해.그건자식한테물려줄게아니다.”
“학교는좋은학생만길러내는곳이아니라좋은교사도길러낼수있는곳이라야한다.교사들이학생을가르치려고들면안된다.교사가제대로성장하면그게학생의성장으로이어진다.”
“사업을해보니까…돈버는게정말위험한일이더라.사람들이잘모르는데,‘돈쓰는재미’보다몇천배강한게‘돈버는재미’다.돈을벌다보면어떻게하면더벌릴지자꾸보인다.그매력이어찌나강한지,아무도빠져나올수가없다.어떤이유로든사업을하게되면자꾸끌려드는거지.정의고나발이고,삶의목적도다부수적이된다.이건중독도아니고그냥‘신앙’이된다.돈버는게신앙이되고권력이,명예가신앙이된다.그래서‘아,나로서는더이상깜냥이안되니,더휘말리기전에그만둬야지’생각했다.”
“지식을가지면‘잘못된옳은소리’를하기가쉽다.사람들은‘잘못알고있는것’만고정관념이라고생각하는데‘확실하게아는것’도고정관념이다.세상에‘정답’이란없다.한문제에무수한‘해답’이있을뿐,평생그해답을찾기도힘든데,나만옳고나머지는다틀린‘정답’이라니….군사독재가만든악습이다.박정희이전엔‘정답’이란말을안썼다.모든‘옳다’는소리에는반드시잘못이있다.”
“모든건이기면썩는다.예외는없다.돈이나권력은마술같아서,아무리작은거라도자기가휘두르기시작하면썩는다.아비들이처음부터썩은놈은아니었어,그놈도예전엔아들이었는데아비되고난다음에썩는다고….”
“‘쓴맛이사는맛’을묘비명으로삼고싶어.하지만그렇게만새겨두면솔직하지못하고위선자라할것같으니‘그래도단맛이달더라’하고덧붙여야지.어떨때단맛이냐고?사람들과좋은마음으로같이바라고그런마음이서로통할때….그땐참달다.”
“서른다섯에당뇨가나오면서이가다빠졌어요.그만처먹으라고빠진건데또해넣을겁니까?그렇지않아요?당뇨는많이먹어서나는병인데….이를안해넣었기때문에적게먹어서이렇게까지살아있는겁니다.해넣었으면훨씬빨리죽었습니다.아무래도잇몸으로먹으니까불편할거아닙니까.안그래도이렇게배나오고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