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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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만큼 베푼 사람은 많지만
이만큼 드러내지 않은 이는 없다”

20대 중반부터 50년 넘게 이어온
기대 없이 베풀고 대가 바라지 않는 삶
선한 영향력 절로 넓혀가는 김장하 바이러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삶을 가능하게 했을까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김장하 선생의 허락을 받았느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선생은 허락한 적이 없다. 선생은 그동안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여러 공적인 단체에 몸을 담고 공적인 활동을 해왔다. 따라서 선생은 공인(公人)에 준(準)하는 인물
을 취재하겠다는데, 그것까지 못하게 막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인터뷰도 한 적이 없다. 찾아오는 사람을 냉정하게 내치지 못하는 선생의 약점(?)을 공략했을 뿐이다. 그리고 많은 분이 자연스럽게 선생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그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2021년 11월 엠비씨경남 김현지 피디로부터 함께 취재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덕분에 내가 아예 접근하지 못했거나 놓쳤을 것들을 얻어 건진 것도 많았다. 특히 김현지 피디와 강호진 촬영감독, 차선영 작가의 기획력과 섭외력, 취재현장의 순발력에 덕본 게 많다.
‘100명의 김장하, 1000명의 김장하’를 취재 과정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기쁨이었다. 하남칠 교장은 ‘장학금 돌려주기’ 차원에서 모교 학생들에게 오랜 세월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었고, 본문에 등장하진 않지만 명신고 출신 건축가 박범주(1970~) 씨도 문화예술계에 든든한 후원자로 김장하를 닮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등장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이미 ‘김장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많았다. 이런 선순환이 돌고 돌아 김장하 선생이 꿈꾸는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취재 과정에서 김현지 피디는 만나는 사람마다 “김장하 선생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생불’ ‘보살’ ‘의인’ ‘진정한 어른’ ‘이 시대의 예수’ ‘든든한 뒷배’ ‘시민운동의 비빌 언덕’ ‘호의(好義)와 경의(敬義)의 표본’ ‘남명 조식 선생 같은 분’ ‘모든 것을 품어주는 호수’ 등 다양한 표현이 나왔다.
그런데 내가 가장 공감했던 표현은 ‘이 시대의 강상호 선생’이었다. 극단현장 고능석 대표가 한 말이었다. 대중적으로 강상호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방송용으로는 별로였겠지만, 호의호식할 수 있는 부자임에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 세상의 가장 천대받는 사람들 편에서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가장 닮은 두 사람이었다.
----작가의 ‘닫는 말’ 중에서
저자

김주완

1964년생.경남도민일보편집국장을거쳐전무이사로있던중2022년에정년을3년앞당겨퇴직했다.경영진으로서깜냥도안될뿐더러좀더긴호흡으로깊고넓은취재를해보고싶었기때문이다.기자로일할때역사와사람에관심이많았고지금도그렇다.인생2막에서는더멋진사람이되고싶다.그래서그동안롤모델로삼아왔던멋진어른을첫탐구대상으로정했다.
썼던책으로는『풍운아채현국』,『별난사람별난인생』,『지역출판으로먹고살수있을까』,『80년대경남독재와맞선사람들』,『토호세력의뿌리』등이있다.

목차

여는말7

제1부생애
취재의시작17
이어지는모임22
삶의지표를정해준할아버지32
한약업사시험합격42
아버지와어머니47
조용한소년김장하51
사천석거리의젊은한약사60
도시로나온남성당한약방73
문전성시79
그남편에그아내90

제2부전달식없는장학금
장학사업의시작105
투사가된장학생들118
이어지는우연과인연125
헌법재판관문형배의경우129
무한한믿음과지지148

제3부학교설립과헌납
전재산을털어설립한고등학교159
교육부감사와세무조사를받다162
이학교의두가지불법행위166
다있는데이사장실만없는학교177
전교조해직교사가없었던이유183
100억대학교를무상헌납한까닭192

제4부공동체를치유하다
알고보니나도그돈을받았네209
행동하는시인박노정과진주신문가을문예215
친일청산과평등세상을위하여232
지역문화공간토종서점을살려내고241
문화와예술을꽃피우기위해244
남강을지키고지리산을살리는일250
남명학관건립비사(?史)256
학대받는여성을구조하라259
여성평등기금과농민열사장례비271
진주정신과진주문화를찾아서274
수십억남은재산기부하고60년만에은퇴279

제5부김장하의기질
권력과정치를멀리하는이유287
감시받고도빨갱이콤플렉스가없는노인291
검사의폭탄주를거절한지역유지307
처음으로화를낸이유310

제6부줬으면그만이지
진정한보시의삶이란321
비방과험담,그리고비판333

제7부김장하의철학
운명을바꾸며살자341
진주정신에관한소고345
생활신조와인생관349

닫는말353

김장하선생약력357

출판사 서평

한동안소문으로만떠돌던나눔과베풂이야기

가난속에일군부아낌없이내놓은김장하
언론에자신을드러내지않는김장하

베풀고도내세우지않는자세는어디에서연유할까?
그이를본받으려는100명,1000명의김장하장학생

『줬으면그만이지』는아름다운부자김장하를취재한기록이다.책을보면김장하는보통사람들은따라하기어려운대단한인물이라는생각이절로든다.찢어지게가난한집안에서태어나중학교밖에졸업하지못하고한약사로성공해대단한부를일군것을두고하는말이아니다.

선생은나눔과베풂을일상속에서실천했다.20대젊은시절부터가난한학생들을위해남몰래장학금을주었다.지금까지선생의장학금을받은사람이1000명을웃돈다고한다.100억원이넘는돈을들여세운사학명신고등학교는자리를잡자마자바로국가에헌납했고필생의사업이었던한약방을접을때도30억원이넘는자산을국립경상대에기부했다.선생의지원은교육뿐아니라사회·문화·역사·예술·여성·노동·인권등정치를제외한모든영역에걸쳐있었다.

이런얘기들이한동안은소문으로만떠돌았다.장학금을받은사람은있는데준사람은없었다.형평운동·남성문화재단·진주신문등쉽게노출되는일조차도언론의스포트라이트는커녕자기이름이거명되는것까지한사코꺼렸다.도움을받은사람은줄줄이널렸는데정작베푼사람은보이지않는이상한현상은50년남짓이어졌다.

『줬으면그만이지』는‘아름다운부자김장하취재기’이기도하지만‘허락받지못한취재기’이기도하다.김장하선생은본인의정의로운베풂을여태꽁꽁숨겨왔다.보통사람이라면열배백배뻥튀기해알리고도남았을텐데선생은그랬다.이런선생이본인에대한취재를허락했을리가만무했고실제로도그러했다.

전직기자인김주완작가는허락받지않은취재를하면서놀라운경험을했다고밝혔다.지난30년동안기자로살았지만이토록많은이들로부터자발적이고적극적인취재협조를받은적은없었다는것이다.선생이베푼범위가넓다보니겹치는인연이많아서일수도있고,정의를위해선의로베푼것이다보니아름답게여기는이들이많았기때문일수도있다.

이렇게펼쳐지는취재기는30년경력취재기자의남다른필력이돋보인다.본인의허락이없었기에선생의생애전체가일목요연하게들여다보이지는않으나그래도이런정도면어지간하게했다는생각이들게만든다.선생의기부와나눔과베풂도모든것을샅샅이찾아내지는않았지만모자라지않을만큼은담아내었다.게다가흥미로운에피소드와숨은이야기도제법실려있다.

하지만사람들이가장궁금해하고흥미로워하는것은도대체선생이왜그랬을까가아닐까싶다.그렇게열심히번돈을선생은왜그렇게아낌없이기부하고나누고베풀었을까?그렇게세상과남을위해좋은일을하면내세우고싶었을텐데어떻게해서선생은시종일관조금도드러내지않았을까?

이책은선생의행적을제대로밝혀놓은것만으로도제몫을하고있다.하지만그에머물지않고나눔과베풂을하면서도본인은드러내지않는평소소신과생활태도까지쉽게풀어놓고있다.선생의소탈한인간적인면모와꾸밈없는유머감각도책갈피여기저기에서읽은재미를더한다.

이런선생에게그이를본받고배우려는이들이100명,1000명생겨나는것은당연한일이었다.선생은장학생들에게나에게서받은것이있다면그것을나에게갚으려하지말고대신다른사람에게베풀라고했다.공동체를아름답게하는선순환,이른바‘김장하바이러스’다.

책속에서

남성(南星)이라는그의호(號)와남성당한약방이라는상호의뜻을물었다.
“남성이수를맡은별이라고.목숨수(壽)자.남성이비치는곳에는오래산다는그런속설이있습니다.할아버지가지어주신건데,남성당을상호로쓰고남성을아호로도쓰라고했어요.남극노인성이란별자리를딴거지.”
-손자가오래살라는뜻에서그렇게지어주신겁니까?
“약방에서지어준약을먹고다들오래살라는뜻이지.또그별은보일듯말듯하면서도그러나역할은한다,앞에나서지말고항상제역할을하는그런사람이되라는뜻이지요.”
-할아버지가그런깊은뜻을가지고지어주셨구나.
“별빛처럼빛이아니지만뭔가공헌을하고있거든.하지만공헌했다는표를내지말고그렇게살아라….”
(18~20쪽,취재의시작)

김장하는8세에자신을낳아준어머니를여의고계모밑에서자랐으며할아버지의가르침을받았다.20세에사천석거리에서남성당한약방을연후사실상집안을책임지는가장이되었다.27세에할아버지가돌아가실때까지석거리에모셔부양했고,29세에자신을길러준계모의장례를치렀다.30세에는홀로된아버지를위해새어머니를모셔왔고,42세에아버지를보내고남은새어머니에게는아버지와함께살던집을팔아노후를보장해드렸다.물론이런과정에서아래동생들을키우고시집·장가보내는것도장하의몫이었다.
(50쪽,아버지와어머니)

“장하는딸과아들결혼식에청첩장을돌리지않았어요.그래도알음알음으로알게된수많은사람이하객으로참석했는데,축의금을받는창구자체가없었던겁니다.참석한하객들은최상의음식을대접받았지만,일부불쾌하게여기는이도있었죠.자신은모든지인의경조사에다참석해축의금이나부의금을전달하고도받지않으니‘돈있다고유세하는거냐’는반응을보이기도했지요.”
(56쪽,조용한소년김장하)

김장하는1992년대통령으로부터국민훈장모란장서훈을받게되었는데전수식참석을거부하여경남교육청이난리가났다.표면적인거부이유는‘약방을비울수없어서’였다.당시관선교육감이‘내목이날아간다’며사정사정하는통에결국참석은했으나두고두고회자되는일화다.
2003년1월에는노무현대통령당선자가부산에서개최한오찬간담회와토론회에1번으로초청을받았으나불참했다.역시같은이유였다.나도사람들과어울려선생과몇번점심을먹은적이있는데,어떤상황에서도일정시간이되면“손님이기다린다”며어김없이일어섰다.
(80~81쪽,문전성시)

“1987년2월에제1회명신고등학교졸업식이열렸을때였다.키가그리크지않으신아주머니께서운집한학부형들의뒤쪽에서앞이보이지않아까치발로애를쓰고있는모습이한교사의눈에띄었다.이사장부인이셨다.
살며시다가가단위의자리로옮기실것을권하자극구사양하시면서자기가여기온것을어디에도말하지말아달라고부탁하셨다.이윽고졸업식이마치자이사장부인께서는조용히버스를타러학교문을나서는것이었다.남편의필생사업인학교의첫졸업식에와보고싶은마음이야인지상정이겠지만,행여누가보고폐를끼칠까보아조심하는모습에서그들가족의마음씀이참으로예사롭지않다는것을짐작할수있는일이었다.”
(92쪽,그남편에그아내)

선생은제게자유에기초하여부를쌓고평등을추구하여불합리한차별을없애며,박애로공동체를튼튼히연결하는것이가능한곳이대한민국이라는것을몸소깨우쳐주셨습니다.
제가사법시험에합격하고인사하러간자리에서‘내게고마워할필요는없다.나는이사회의것을너에게주었으니갚으려거든내가아니라이사회에갚아라’고하신선생의말씀을저는한시도잊은적이없습니다.
(136쪽,헌법재판관문형배의경우)

개교초기잠시있었기는했다.커다란책상과명패,소파등이있는교실1개크기의이사장실이었다.처음엔으례히그런가보다하고거기서집무를봤는데,한달정도지나보니학교시설이부족한데다이사장이자리를차지할이유가없다는생각이들었다.김장하는교장에게이사장실을비우라고했다.그리고그자리를양호실로쓰도록했다.
특별한행사나회의가있는날말고는학교에자주가지도않았다.이사회도교장실에서열었고,결재할일이있으면서무실에서했다.학교에갈때도버스나자전거를타고갔다.이사장이자전거를타고학교안으로들어오는모습은학생들에게도깊은인상을남겼다.
(179쪽,다있는데이사장실만없는학교)

“이사장퇴임식에는집사람도같이참석했거든.마치고돌아오는길에‘놔버리니까섭섭하제?’하고물어요.왜안그렇겠어요?서운하지.그런데내가그때‘섭섭할것하나도없다.우리둘이만날때빈손이었잖아.지금이거내버려도우리먹고살만큼남아있고,빚진게하나도없는데뭘서운할게있나.’그랬지.”
-속으로는서운했지만사모님한테그렇게말씀하셨다는거죠?
“그렇지.”
(205쪽,100억대학교를무상헌납한까닭)

‘형평운동가강상호선생묘역’이있다.‘백촌강상호지묘(栢村姜相鎬之墓)’라는묘비하나만있었다.누가언제세웠는지알수없는묘비였는데,뒷면에이런글귀가적혀있었다.“모진풍진의세월이계속될수록더욱그리워지는선생님이십니다.작은시민이.”
‘작은시민’이과연누굴까궁금했다.수소문끝에김경현(1966~)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전문위원이1999년에세웠다는것을알수있었다.왠지이‘작은시민’이김장하선생은아닐까하는생각이들었다.김경현씨에게전화를걸었다.
“그걸도대체누구한테듣고나에게확인하고계신지모르겠지만,누구한테들었는지그이야기부터좀해보세요.”
“누구에게들은이야기는아니고요.그냥내느낌이아무래도….”
끝내그의실토(?)를받아냈다.내감이맞았다.김장하선생이었던것이다.
(236~238쪽,친일청산과평등세상을위하여)

“상담소이사회에기금이1억이있고,이기금을활용하여여성들피난시설을만들었으면좋겠는데어떻게하면좋을까요?이렇게의논을드렸죠.”
“아좋다고,시설을하자,아주전폭적으로.그동안그런생각하고있었냐고,자기도그런생각을했는데,어찌그런생각을다했냐그러면서적극적으로호응을해주셨어요.다른이사들이불평안하도록자기가방패를쳐주겠다.그렇지않으면집을짓기힘들거다.그
래서김장하이사장님아니었으면이집은탄생하지못했을겁니다.
(267쪽,학대받는여성을구조하라)

-이사진도그렇고,저사진에서도그렇고김장하선생은항상끄트머리에있네요?
“잘보셨네요.가운데자리에이사장님자리라고딱놔두죠?사양하세요.여기서도제일끝에앉아계시죠?‘아유나그런데안간다’면서스스로구석진자리에항상가세요.사람들이막이렇게모시는걸또굉장히싫어하세요.”
-그런것같네요.본인이돋보이는걸싫어하는.
“바로이런거에요.참지적을잘하셨는데,우리한테정신적지주역할을하시려면가운데앉으셔야돼요하고자리를마련해도안앉으셔.”
(269쪽,학대받는여성을구조하라)

“버렸으면미련없이버려야지.줬으면그만이지.감사패그거뭐하려고….”
9일오후5시경상국립대행사장.원래선생은원치않았던자리였다.하지만받는쪽에서간곡하게부탁하는바람에마지못해참석한자리였다.그래서일까?행사내내선생에대한찬사가이어졌지만,표정은계속불편해보였다.그럼에도예정된인사말은A4용지1.2매가량을꼼꼼히써오셨다.그마지막대목은이랬다.
“재단설립20여년이지난오늘제대로이루어놓은것은없고뒤떨어진지역문화를발전시키기에는역부족이었습니다.이에남성문화재단을해산하고남은재산을경상국립대학교에기부하기로했습니다.무거운짐을대신짊어지게해서죄송합니다.”
(281~282쪽,수십억남은재산기부하고60년만에은퇴)

“정치인들은다옆에누구를배석해가지고몇시에언제어디서다이런식으로계획을짜가지고나오라고안하나?그분은절대로거기나가는분이아니고정치인들하고는안만나는분이다.그래서만나고싶다면그냥한약방으로찾아가면된다고그랬지.”
당시대통령후보보좌역이었던김성진(1963~)씨는그런사실을보고했고,노무현후보는건너편에차를세운뒤횡단보도를건너남성당한약방문을열고들어갔다.
약50분간만나고나온노무현후보는김성진씨에게이렇게말했다.“참좋은분을만났네.정말좋은분이다.정치인을만나훈수를하지않는사람은처음이다.”
훗날김장하선생한테“왜훈수를좀하지않으셨어요?희망이나바람을이야기해줄수도있었잖아요?”라고물은적이있다.그랬더니“정치10단에게내가무슨말을하겠어요?”라고짧게답했다.
(288~289쪽,권력과정치를멀리하는이유)

앞서말했듯이북한의입장에서보려고노력했다.그러나이해가안된것은김일성종합대학을방문했을때다.적어도김일성종합대학은북한에서최고의대학이요세계100대대학에든다니교수진은어떻고시설은어떠며,학생들의열심히학문탐구하는모습이라도볼거라생각했는데본관건물에들어서자마자안내한곳은김정일위원장의김일성대학정치경제학과에입학한이야기로부터재학생활연구활동및졸업할때까지의전시실을14실이나돌고나니김일성종합대학의방문은끝이다.서운하기가말할수없다.
이번방문에서이북에계시는형님의소식을듣지도못하고돌아가자니마음한구석에또피가맺히는느낌이다.그래도이북에는동토의이방인이아니라우리형제들이살고있다는것을확인하고평양을떠난다.
(304쪽,감시받고도빨갱이콤플렉스가없는노인)

지청장은굳은얼굴로그잔을자신이마셔버렸다.순간분위기가싸늘해졌다.검사들이수군거렸다.
“그래서술판이깨져버렸지.그런데생각해보니그때내가자리를피했어야하는데….”
선생이이이야기를하는동안에도옆자리에서는술권하는분위기가이어지고있었다.선생과마주앉은나도술잔을앞에두고있었다.
이처럼김장하는한번결심한일은확실히지키는사람이었다.그만큼자기절제력이대단했다.아무리반가운사람이찾아와점심을먹더라도약방근무시간이되면딱끊고일어선다.
그리고또하나는그의화내는모습을본사람이없다는것이다.김장하의가장오래된친구인최관경교수도그랬고,이용백명성한약방원장도같은말을했다.
“김장하선생이화내는모습을한번도본적이없다.아무말도안하는게화난것이다.”
(310쪽,검사의폭탄주를거절한지역유지)

“요새만원어치봉사를하면서고아원앞에서사진을찍고백만원어치피알(PR)을한다든지,그봉사의가치를되받으려한다든지,반대급부를바라고봉사를한다든지,이런봉사의개념에서는정말맞지않는이스님의이야기를우리는떠올려봐야하지않나생각합니다.”
실제김장하의삶과나눔이이런걸철저히배격하며이뤄져왔기때문이다.대가없는나눔,간섭없는지원,바라는것도없고기대할것도없는보시이런걸실천해온사람이김장하였다.
(330쪽,진정한보시의삶이란)

한군데에다주지말고1억원씩나눠서른네곳에나눠주면어떨까?모르겠다.그서른네곳을선정하는과정은더큰논란과비판을불러오지않았을까싶다.
김장하선생한테자신에대한비방과헛소문을들어본적이있는지물었다.
“나도그런말많이들었어요.그러나결과를보면알잖아.”
-세월이증명해주는거라고요?
“예.그걸다증명하려고,변명하려고하지도않았고,화를낼필요도없었고,그냥참고견디는거죠.”
(337쪽,비방과험담,그리고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