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픈 몸을 살다

$13.13
Description
『아픈 몸을 살다』 는 《몸의 증언》의 저자 아서 프랭크(Arthur Frank)가 자신의 질병 경험(특히 암)에 대해 쓴 개인적인 에세이다. 사회학 교수로 젊고 건강했던(건강해 보였던) 저자는 39세에 심장마비를 겪고 그 다음 해에는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가 수술과 화학요법을 통해 회복한다. 이런 경험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지만 『 아픈 몸을 살다』 를 질병 수기라는 말로 전부 설명하기엔 부족한데, 이 책은 우리가 보통 질병 수기라는 장르의 글에서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내용들, 즉 질병(고환암)의 증상- 시도해본 치료법- 치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고통- 치료 성공과 일상으로의 복귀- 다른 암환자들을 위한 조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질병 경험에 대한 ‘서술’을 넘어 질병 경험에 대한 ‘사유’로, 저자 자신이 질병을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을 짚어가며 인간의 삶에서 질병의 의미를 묻고 재의미화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저자

아서프랭크

1975년에예일대학(YaleUniversity)에서사회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같은해부터캘거리대학(UniversityofCalgary)의사회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몸의사회학분야에서도특히질병의경험,생명윤리,임상윤리에대해연구를계속해왔고,세계적으로수많은강연을하고있다.1991년에자신의암과심장마비의경험을담은회고록인『몸의의지로:질병에대한숙고』(Atthe...

목차

위험한기회,질병
길위에서쓰러지다
그저지나가는사고로여긴심장마비
암이찾아오다
한밤의통증사이로엿본아름다움
잃어버린것들을애도하기
돌봄은아픈사람의고유함을아는것
의학의식민지가된몸에서경이를발견하다
아픈사람에게강요되는긍정적인겉모습
화학요법그리고질병안에서발견한모험
질병은싸워야하는대상이아니다
암과낙인
질병을부정하는사람들,인정하는사람들
위로하는사람들,비난하는사람들
질병에가치를부여하기
아픈사람들의이야기를듣기
회복의례
덤으로얻은삶
개정판후기
도움받은문헌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아서프랭크가명료하게인식하고있듯이,한개인에게있어질병은의료용어들로설명할수있는무엇이아니라"삶의모든측면을건드"리는것이기때문에이책에서저자가질병을통과하며겪고,관찰하고,화제로삼는내용들도다양하다.어느날갑자기맞닥뜨린삶의위기,언어로표현하기어려운통증,수술과화학요법,돌봄,의료시스템안에서환자의위치,환자에게요구되는긍정적인태도,암과오명,주변사람들의태도(부정,인정,비난),경이로서의몸,이야기의힘,아픈사람들의이야가중요한이유….하지만이모든화제들을관통하는가장중요한저자의통찰은,질병은우리를삶의경계로데려가며그곳에서우리는삶을,자기자신을어느때보다또렷하고투명하게마주보게된다.죽음가까이가는이여행은물론위험하지만또한모험이고,경이를발견하고배우는과정이며,변화와다른삶의가능성들과맞닿아있다.그렇기때문에질병은"위험한기회"라는것이다.

아서프랭크의질병이야기에서질병과환자의의미와위치는근본적으로다른맥락에놓인다.질병은그저불행한일,피해야하는일,빨리벗어나야하는일,시간과자원의낭비가아니라새롭게되는기회,다른삶으로건너가는계기가될수있다.환자는치료와돌봄과지원이필요한사람에그치는것이아니라다른이들이보지못한것을본목격자이며새로운이야기를가져올수있는사람이다.이책자체가아픈사람이가지고돌아온새로운이야기의한사례다.질병을보는,질병을이야기하는,혹은질병을'사는'이런다른관점을제시했다는점이이책의가장큰의미다.아프다는것이어떤일인지,어떤의미를지니는지를유려한문장으로밝힌책!"아서프랭크는뼛속까지파고드는솔직함을보여주면서우리를자신의경험안으로안내한다.그는질병경험을에두르지않고직면하면서통과하는일에어떤가치가있는지보여준다."

아서프랭크의이에세이는질병이가져오는상실과고통을인정하면서도그저피해자의이야기에서멈추지않는다.또한모든어려움을용감하게극복해낸흔한질병서사의영웅이야기도아니다.위험과기회,고통과축복,위기와새로얻은삶등모순되는요소들을또렷한비전을가지고함께엮어말하기때문에영적차원의울림도크지만'신이주신질병으로삶이변화되었다'식의간증과도거리가멀다.세속적이고평이한용어들로질병으로인해얻을수있었던깊이를드러냈다는점이이책의커다란미덕이다.또다른장점으로는사유의무게가만만치않으면서도쉽게읽힌다는것이다."중병은그여행자들을인간경험의가장자리로데려간다.한발짝만더나아가도그렇게아픈사람은돌아오지못할수도있다.나는이여행이인정받기를원한다","몸을통제하려하기보다는몸의경이를인식하길권한다","내가삶과바로얼굴을마주하고있었다는것,그것은축복이었다"처럼경구와도같고논증보다는직관의결과인'심오한'말들이자주나오지만저자의경험을우리가함께되짚어가며듣는이야기이기에허공에붕떠있는느낌을주지않는다.개인적인목소리로자신이마주쳤던것들을복기하기때문에독자들도쉽게그경험안으로들어갈수있고,자신의경험을말하지만언제나거기서한발자국더나아가사유를만들기에꽉찬깨달음의기쁨을함께느끼면서읽을수있다.

이책은지금의한국사회에서도의미가무척크다.우리사회에는건강하고젊고'정상적'인몸에대한내외부의집착과압력이가득하며,동시에아픈몸에대한공포와회피와비난역시존재한다.또한속도와성과,생산성을중요시하는산업화시대의습속에다자기계발시대의스스로채찍질하기가더해진삶의방식이규범이거나바람직한것으로여겨지면서개인들의몸이짊어지는하중이과도하다.이런상황에서아프게된다는것은환자와주변사람들이다층의,다중적인위기를겪게됨을의미한다.직간접적으로질병을경험하는사람들과만성질환을안고아픈채로살아가는사람들의숫자는늘어나고있지만의학적어려움훨씬이상인,여러종류와층위의어려움속에있는이들에게힘을줄수있는말은아주드물다.치료와섭생이야기,종교적간증이외의질병에관한이야기들(질병수기포함)이상대적으로극소수다.최근몇년사이에노년,질병,장애,죽음과같은주제들에대한모임,강연,연구물,책들이조금씩등장하고있는것은,'다른'이야기를필요로하는이들이많아지고있으며취약한필멸(必滅)의몸을가지고살수밖에없는인간의조건에대해생각해보고자하는이들이늘어나고있다는징후가아닐까한다.『아픈몸을살다』는이런필요와요구에부응해질병의의미를전환시킬수있는이야기,아픈사람들에게목소리를줄수있는이야기,고통에대한다른시각을줄수있는이야기,그럼으로써고통과함께살아갈수있게하는이야기를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