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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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6』의 시인 성동혁, 5년 만의 신작시집. 투명한 서정의 시인 성동혁이 불투명한 여러 색을 거느린 회의와 성찰의 시인으로 우리 앞에 왔다. 어린 사도라 불리던 그가 사랑으로, 숭고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감싸던 순정한 모습에서 벗어나, 어둡고 혼란스런 세상에서 숱한 인간적인 문제들을 겪으며, 타인의 민낯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민낯까지 가없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시로 써낸다.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 검정색으로.
저자

성동혁

저자:성동혁
1985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1년《세계의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6』이있다.

목차

*
할렐루야이제는이말에위로받지못하는사람들의시간
글피/다시너에게
조향사
seizure
까다로운침묵
양장
이해
작열감
은박지를씹으며

*
아네모네
니겔라
더미
연못
밀레니엄
Дудкино
성찬식
노을은딸기를으깨놓은것같고
점묘화
입속말
속죄양
마호가니
히아신스

*
테트라포드
삭망월
변성기
후천
캐비닛
안경사
풍향계

플로랄폼
Маша
엔딩크레딧

*
B2
만우절
고드름
브로치
거룩
핑크피아노

억양
파종
천사는지옥에가다가/숨이차서돌아온/악마

*
Овца

발문임승유(시인)

출판사 서평

발만큼이나멀리있는모스크바를향해

항상차에산소탱크를싣고다니는시인이,한겨울에는집밖으로나오기힘든시인이모스끄바라니.시인에게는가지말아야할이유가너무도많아서일일이열거할필요조차없었다.하지만시인은육체를가장고통스러운풍경속에위치시키고나서야영혼을건질수있다고믿었나보다.결국시인은모스크바로떠난다.그리고말한다.어쩌다나는이렇게가벼운육체이며,어쩌다이렇게어지러운걸까요.최고성직자여,차라리이럴거면그저‘흩어지게하소서’.
‘지상을통째로화장하는거대한정원사처럼/달을태우며걸어가는가을처럼’멈추지않고이동하며,‘물병에넣어둔천사의고막처럼’‘듣지않고도먹먹하게울어’본다는게뭔지「발문」을쓴임승유시인은알고싶었다.시집의마지막페이지의마지막시「Овца」을읽으며임시인은마침내알게된다.모스끄바에도달한시인의육체가그육체를통과한목소리를통해‘중력’을벗어나아름답게흩어지고있다는것을.

슬픔이뭔지알아슬픔을그냥둘수없는시인

다시,「발문」을쓴임승유시인은,‘아네모네’는탁자위화병에서가아니라장화를신고나선‘가을’‘산책’길에서떠올린꽃,혹은‘별’과‘남동풍’과‘식욕’의분별이따로없는신화적세계의‘목동’이지키는거대한‘화병’에담긴‘꽃’으로보았다.임시인은이번시집에서장화를신고산책을나선,내친김에광야로내달리는‘목동’을만날수있어좋았다고고백한다.「니겔라」를읽다가는“율법처럼울타리를펼치고모든슬픔을서쪽으로서쪽으로몰고있”는,시인이아는또다른시인동혁―슬픔이뭔지알아슬픔을그냥둘수없는,유쾌한―을떠올린다.이이상하게웅장하고아름다운시,「니겔라」에서속죄양이되어황야를도망쳐다니는게아니라,언제고울타리를지키며슬픔을조율하는목동으로서의동혁을.

(독자들과)함께표제시「아네모네」를읽다
나할수있는산책당신과모두하였지요
사랑하는이여제라늄은원소기호가아니죠
꽃몇송이의허리춤을자른다고
화원이늘슬픔에뒤덮여있는건아니겠지만
안잘리면그냥가자
꽃의살생부를뒤적이는세심한근육을
우린플로리스트플로리스트라고하지요
꽃범의꼬리매발톱
모종의식물들은죽은동물들이기어코다시태어난거죠
거기빗물에장화를씻는사람아
가을의산책은늘마지막같아서
한발자국에도후드득
건조하고낮은짐승이불시에떨어지는것같죠
나의구체적애인이여
그래도시월에당신에게읽어준꽃들의꽃말은
내편지다름아니죠
붉은제라늄내엉망인심장
포개어진붉은장화
아네모네아네모네
나지옥에서빌려온묘목아니죠

‘봄날의책한국시인선’의첫번째시집
봄날의책은울라브하우게의시집『어린나무의눈을털어주다』부터사이토마리코,이바라기노리코,라이너쿤체의시집,그리고캐롤앤더피의『세상의아내』까지모두다섯권의‘세계시인선’을냈다.동시대세계곳곳의다양한시적흐름,지향등을놓치지않고담아내고싶었다.당연히,그시집들이어떤식으로든한국시에도움이,자극이되었으면했다.새롭게시작하는‘한국시인선’은한국시의새로운흐름,지향을최선을다해담아내고싶었다.그첫시집으로시인성동혁의『아네모네』를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