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스카이

스킨스카이

$13.00
Description
시인은 자신을 분류하고 규정하고 전유하고 지배하려는 언어와 불화하며, 그 "사이"에서 시를 씁니다. 성다영의 시는 바로 그러한 간극에서 생성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인 동시에, "나는 내가 쓰는 시보다 가치 있다"는 문장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시인은 시를 물화하기를 거부하고 시로도 환원될 수 없는 삶의 편에 서서 거듭 시를 쓰고자 합니다.
저자

성다영

저자:성다영
1989년구례에서태어났다.2019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잔디활착
스킨스카이
너무작은숫자
투명한얼굴
직물과신체
시원한카페
대게의나라
더명복
보헤미안랩소디
터널안굽은길
창안에서
메모렉스
팻말
뭃갋늫핝싫
전달:전달:뜨거운파인애플물
나의것인고통
두번째피부
하얀리듬
소망상자순환마법
불행한은유
같은날
자립과자연
물주름
벌거벗음
처음에
레디-메이드
어떤일의끝
행운은여기까지
액체로쓴시
밥에대하여
시는읽로으앞서에뒤
이벤트
여행지
증거1
블라인드
다중슬픔
실공
그는알고있다
신명기(新命記)
하얗고깨끗한손
가상들판
좋은시
세번째플레이
사랑의에피파니

작은글씨
잔디활착
보헤미안랩소디
얼룩
너무작은숫자
투명한얼굴
직물과신체
시원한카페
대게의나라
더명복
터널안굽은길
붏갋늫핝싫
같은날
창안에서
팻말
두번째피부
전달:전달:뜨거운파인애플물
소망상자순환마법
불행한은유
하얀리듬
자립과자연
벌거벗음
물주름
소금사막
처음에
레디-메이드
어떤일의끝
행운은여기까지
이벤트
여행지
증거1
블라인드
실공
다중슬픔
그는알고있다
신명기(新命記)
하얗고깨끗한손
가상들판
세번째플레이
메모렉스
스킨스카이
사랑의에피파니

해설
사이에서김보경

출판사 서평

*
시집의제목‘스킨스카이’에대하여
책등에새겨진낯설고독특한제목‘스킨스카이’에대해,시인은이렇게말합니다.

“하늘을보거나하늘의이미지를떠올리면,거의언제나저너머-천국이나다른세계를상상하게됩니다.물론하늘너머에는다른행성과별들이있지요.사람들은무언가를보면서어떤의미를찾으려고합니다.그러나저는가끔이세계가아주얇은천에인쇄된이미지처럼보입니다.찢어질것처럼약하고깊이없이희미한피부처럼요.세계는견고한벽처럼보이지만가끔바람이불어그세계가시폰커튼처럼흔들리는것을봅니다.세계의살갗.이시집에서그러한풍경을발견하고커튼너머가아니라이곳에서살아가기를,아직상상할수없는것을상상하기를바라는마음으로시집의제목을‘스킨스카이’로정하였습니다.”

*
첫시「잔디활착」과마지막시「사랑의에피파니」에대하여
시인들은보통시집의맨처음시와맨마지막시에가장애정이있고,그만큼많은고심을한다고합니다.성다영시인도마찬가지였고요.시인은말합니다.“「잔디활착」은실하나의무게처럼가볍고산뜻한,그리고투명하고연약한문장으로구성되어있어요.제시의특징을잘보여준다고생각하여처음으로배치하였어요.마지막시는제목에서알수있듯사랑에관한시인데요,저는이시집이사랑에관하여말하고있다고생각해요.마침내하게되었지만처음부터하고싶었던말이죠.”

「잔디활착」

겨울에걷는다
잎과열매가모두떨어졌다나무가가볍다
사람들이외로워보인다
사람이나무에전구를휘감는다
나무가무거워보인다
무엇도너를유혹하지않는다
밤이움직이지않는다
잔디활착
잔디가웃는다

「사랑의에피파니」

이것은물의비유가아니다

사람들이진짜를말할때나는가짜가떠오른다가짜를말할땐?잠깐눈물좀닦을게물?너는당황한다아니야이것은물의비유가아니야
너는마스크를쓰고말하지신은사람을아주작은먼지로만들었대처음엔바다밖에없었고바다?아니야이건물의비유가아니야
기억하는것보다잊는것이더어렵네
습기로가득한여름
도시는온통늘어지는초록으로가득해
나를­잡지­마­나를­잡지­마
이­세계의­폭력­속으로­뛰어들­거야

사랑은나를움직이지못하게하네
나는사랑으로부터멀어지네
사랑은낮에이어지네
사람들이­상상하는­사랑­사랑을­사랑으로­만드는­슬픈­결말­반대­엇갈림­불치­나에게는­환상없음

이순간이지나가는것이아쉬워요
그러니즐기세요
연주자가마지막으로인사하며말한다
그러나시간이지나가기를바라는사람이있다
나는잠깐사라질게
아름다운순간
영혼의반대말은시체다
헤어지기아쉬운사람들
어쩔수없는거야?
길에서서로의손을만진다
태어남
이이미지에는환상이없다

사람들은나를모른다
한번도보여준적없으니까
그래도이렇게말하지
사랑해

*
성다영의시에대하여
성다영시의문장들은대체로군더더기가없고단순합니다.시인은이단순한문장들을통해관찰하는자의주관성을최대한배제한채어떤사물이나풍경,사태를이미지화합니다.
성다영의시에서주로포착되는장면이무언가가흐르거나떠오르거나움직이고있는장면이라는사실은성다영의시가관심을두고있는것이언어와사물을고정시켜놓은그누빔점이느슨해지는순간에누수되고흘러내리는이미지를포착하는데에있다는사실을보여줍니다.성다영의시에서주목되는것은그간극으로인해비로소열어젖혀지는대상의낯선모습에주의를기울이게되는순간이그려진다는데있습니다.
이처럼언어와세계가틈을벌리는그‘사이’가바로시가시작되는순간인바,성다영시에서이러한틈과균열의감각이이세계에자명하다고여겨져온것들을회의하는시도로확장된다는사실입니다.
성다영의시에서우연성은서로이질적인것들을마주치게하고연결하는형식으로작용합니다.또한이러한우연성은문장과문장을연결하는원리로도작용합니다.
“여기되게유명한아이스크림가게래제발내것을먹어줘나는멈춘다사오년돈모으면여기살수있겠지멈춘다왜너는그런다고바뀌지도않을일만골라서하니나는계속한다”는문장에이어,“아무도강간을원하지않는다”는문장이돌연이어지고있습니다.이문장은돌연하고낯설게읽힙니다.그런데이문장이낯설게읽히는이유는이문장의내용때문이아니라외부,곧그배치에서찾아야하는데요,말하자면이문장이제시될만한어떤개연적인맥락이주어지지않았다는점때문에이문장은낯설게느껴집니다.나아가이시에서이러한우연적인연결은비로소이문장의의미에주목하게만듭니다.
―김보영의「해설」에서

*
표지그림「스킨스카이」에대하여(「스킨스카이」,MixedMedia,205×440mm,2022)
시집전체를감싸고있는표지그림「스킨스카이」에대해,그림작가이소루는이렇게말합니다.

“비가지나간뒤풍경입니다.젖은들판에는물이고여있고물위에는풍경이흐릅니다.풍경안에는시간이흐르고그것을따라흐르는나무들구름들하늘들이흔들립니다.형태를잃으며.투명하게뒤섞이며.물이면서하늘이고.하늘이면서물인어떤형상으로.그무엇으로.저멀리남겨진비가잠시조용히머무르고있습니다.끝남뒤에도남겨진것들이있습니다.여전히.기다림과유예사이에서.응답없음과영원사이에서.”

*
좋은시에대하여
이시집에서가장낯설시일「좋은시」는처음부터끝까지소리내읽어주셨으면한다는청드립니다.무척길고자세한이야기를더해야하는시인데,여러이유로최종적으로지금의형태로존재하게되었습니다.남아있는글자만이아니라지워지고가려진검은흔적들에도주목해주시기를요!‘좋은’시는미적가치만이아니라,윤리적정치적가치를지닌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