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기에 좋지 (개정판)

스미기에 좋지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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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복희

김복희는1986년태어났다.2015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내가사랑하는나의새인간』『희망은사랑을한다』,산문집으로『노래하는복희』『시를쓰고싶으시다고요』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밤의기계
발과날개
잃기
꽃잎의신
거울
사랑
요정고기
교안만들기
나뭇잎선물
아이생각
귀곡
긴줄넘기
양몰이개
괴물보다악몽같은

2부

두사람과춤
체리사러다녀왔지
씌기
형태를완성하기
병든호랑이만지기
귀신같이알기
밖에서보자
죽어서먹는밥
세상에서가장하얀토끼
외국여자
종자는먹어치우지않고
우리나라
산사람의원한같은것
산불관리인의노트
그물

3부

종이뼈
죽고싶은마음과친해지기
자유로운마음
노을보기

천사의선물
인간놀이
차가운마음
세상에서가장멋진새
호랑이가들려준이야기
날바라보는웅덩이
옮긴이
컵하고발음해봐요
문열기
잘지내고계세요?저는춤을추겠어요
손씻기
용서는가장작은돌

낭독에관한지시사항들

천원이기
관광버스멈추기
두명
내친구의손가락
핏기
꽃과나무,할머니의노래
인조노동자
좋은말좋은꿈
지수
피고용인잭이마침표로읽을문장은……

해설「심약자주의」(소유정)

출판사 서평

어느덧,마음에스며드는시

시인은인간의마음을전보다더욱지긋이탐구한다.마음에스미는모든것들에대해서,아울러그것들에자연스레스며드는마음들에대해서,입체적이고종잡을수없는다채로운마음의향연을,시인만의독특한발화와이미지와이야기를통해드러낸다.그시편들은정처없이아름답고다감하다.

사랑을말하는가장새로운목소리를지닌시인

시집『내가사랑하는나의새인간』『희망은사랑을한다』,산문집『노래하는복희』등을통해독자와평단의폭넓은지지를받고있는김복희시인은“인간을부르는가장낯선입모양이자,사랑을말하는가장새로운목소리”라는수식어에부름을받듯2년만에새시집『스미기에좋지』를냈다.그동안김복희의시는대상을아주많이좋아하고,결국그것을하며,되어버리는방식으로사랑을감각하고실천해왔다.이번시집에서시인은인간의마음을더욱지긋이탐구하는듯하다.마음에스미는모든것들에대해서,아울러그것들에자연스레스며드는마음들에대해서,입체적이고종잡을수없는다채로운마음의향연을,시인만의독특한발화와이미지와이야기를통해드러낸다.그시편들은정처없이아름답고다감하다.때때로드러나는무시무시함속에는귀여움이,귀여움속에는무시무시함이비치기도하는데,그매혹은어느덧읽는사람의마음에스며들어깊이감화한다.

그마음이궁금하여신을대놓고보는시인

나혼자서는어디도갈수없구나
산사람을빌려야겠구나
아무래도몸보다는마음이편하지
스미기에좋지
―「씌기」부분

김복희의시는(귀)신,동식물,기계등다종다형의존재들과기묘한방식으로관계맺으며경계의몸을감각해내었다.이번시집도연잇지만,그중(귀)신들과의스밈이돋보인다.인간을좋아하여먹고자고걷는시늉하며인간을흉내내는귀신.김복희시의화자는그존재의기척을잘눈치채며골똘하고도무심히들여다보는듯한데,귀신이스미고싶은곳은인간의마음이다.인간의마음을궁금해하는귀신이라니.또한「거울」은대놓고인간을바라보는거울의시각에서쓰인시다.그리고거울역시인간의마음이무엇인지궁금해하지만,궁리를해도영모르겠으므로“미치지않고서야”저렇게인간만을따라다닐리없는(귀)신을대놓고바라볼따름이다.그러면(귀)신을통해서라도인간의마음에가닿을수있을까.(귀)신과사물마저궁금해하는인간의마음이란무엇일까.시에서전하듯인간의마음은어떤“사고”나“기호”,그도아니면“변덕”에대한“핑곗거리”일까.인간의마음은사실인간그자신도잘모르겠는,알쏭달쏭한것일텐데말이다.그럼에도「자유로운마음」「차가운마음」「죽고싶은마음과친해지기」등의시제목에서도나타나듯,시집전반에서인간의마음은다채롭고도그윽하게형상화된다.그리고(귀)신은그마음으로자유롭게부유한다.

인간을인간답게만들기로마음먹은시인

나는장난이조금치고싶어서고통스럽다.사실나아이를……하고얼굴을두손으로가릴수도있고(……)하지만나는심장이간질거리도록장난이조금치고싶어서,
―「아이생각」부분

『스미기에좋지』의시편들은사뿐하다.이는장난기가많은화자덕분일지모르겠다.김복희의시편들은장난기어린인간의마음과친하다고,그리하여스며들기에좋다고말할수있을지모르겠다.「아이생각」에서누군가묻는아이생각이없는거냐는질문에화자는불쑥장난을치고싶다는마음이인다.사실아이가있다고,“내아이는내옷이고신발이고”심지어“내가싼똥”이라고,“그런거짓말을뱉을까봐두렵기도하다”는생각이들면서도계속장난을궁리하는인간의모습이라니.그럼에도“아이가자라면서자신을미워하는이야기가되는것,그것만은막아야겠지”라고서술하는인간의마음이라니.

「병든호랑이만지기」에서는“병들지않았다면손대지못했을호랑이”에대한상상을펼쳐나간다.화자는호랑이가순간깨어나활개칠모습을떠올리다가도병든모습을안쓰러워하며“만질수없으면좋겠”다고고백하기도하는데,기운을내라고강아지풀로든새의깃털로든머리카락한줌으로든,간질이고싶어하는인간의마음을드러낸다.그마음역시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기이하고도소중한마음이라고할수있을까.동물에게기운을내라고간질이는.이처럼『스미기에좋지』는인간이품은귀한장면과풍경을고스란히드러내기에더없이소중한시집이다.

마음,귀신,새.이다음에는무엇이올까?아마도김복희는계속해서보이지않는것들을들여다볼것이다.내가아는시인은,그의시는쉽게손에잡히는것들에는흥미를느끼지못하니까.골치가아프더라도재밌는것들은참지못하니까.그러다마주친것들에기꺼이경계를허물고자신의자리를반쯤내어줄것이다.스미고자하는궁금한마음을귀신같이알아차리고,“너를위해문을열어둘게”(「문열기」)말하며.또한수많은만남끝에마음에스민것들에대해서도쉽게입을열지않으리라.모두이해한다고말하지않는미더운태도가있어우리는김복희의시를계속해서읽는것일지도모르겠다.나는그의시를종종걸음으로따라읽으며단언하지않는사람앞에서함부로단언하고싶다.이해를말하지않으면서전부스미고싶다.내게씐마음을모른척하고함께모험하고싶다.이책너머의당신도함께해주길.시집의열린문을따라들어온당신에게도김복희의시는이미깊게스며들었을테니.
―소유정,해설「심약자주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