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와 잔혹의 마블링 (권미영 소설집)

온유와 잔혹의 마블링 (권미영 소설집)

$17.00
Description
2023년 봄 통신

해변대로를 가운데 두고 이편은 바다와 허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저편은 번창한 도시이다. 이편 사람들은 저편 사람들의 모든 의미를 초월하고, 저편은 이편의 신비를 죄다 불신한다. 저편은 단숨에 소멸할 수도 있으나 영광을, 이편은 지리멸렬하나 장구한 전설을 소중히 여긴다. 이편은 어처구니없이 때늦은 순수를 발산하는 백발의 아이, 저편은 물을 뿜어 올리지 못해 싯누렇게 시들마른 상록수.
이편은 노인, 별것 아닌 사건과 이야기들로 가득 찼고 저편은 젊은이들, 수두룩하고 시끄럽지만 공허하다. 이편의 노인은 노상 벙긋거리며 뭔가를 동경하는 눈빛을 번쩍인다. 저편의 젊은이에게 긍정이란 미지의 낱말이고 현실은 거부의 객체이다. 노인은 회한의 한숨을 내쉬지만 단연코 우아하다. 젊은이는 휘파람 불 듯 욕설을 내뱉고 당연 천잡하다.
길이로 보자면 이편은 장대, 저편은 아이스케키의 막대기에 불과하다. 즉 노인의 시간은 길고 젊은이의 시간은 새벽의 일출 찰나만큼이나 짧다. 양쪽은 ‘영영 평행’으로, 다시 말해 ‘항상 나란히’인 채 오래전부터 지금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여러 날의 매일을 지날 것이다. 어쩌면 이편의 세월이 무궁무진할 것도 같은 아둔한 환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저편은 이편에 다다른다.
저자

권미영

1963년경북안동에서태생
대학에서교육심리학과를졸업한후도미했다.유학중에영국으로건너가중부의목가적이고고전적인전원도시‘노팅햄셔’에서머물던1년동안첫소설「로이손의선택」과「이상한이별」을썼다.10대때부터쓴시와산문이아직도친정집다락방에가득재어있을만큼글쓰는일은자타에게당연시되었고결국미국에서다니러와영구귀국을결정한2001년도에한문학지를통해시로등단했다.연이어단편「마음껍질」이당선되어본격적인소설가의길을걷게된다.
작품으로는「탑지기전설」,「창가에서돌아보면여신이서있다」,「조르바식결혼」,「AllSpirits」,「서울,다다」,「목소리」등이있다.문학21문학상과설송문학상을수상한바있다.저서는장편소설『눈썹속의제국』,『다섯번째부인과이혼하기』,『난,난』,『목화밭,말거는별』과단편집『조르바식결혼』이있으며,현재국제펜클럽한국본부,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화경아,화경아....6
정오에신을신다....55
온유와잔혹의마블링....130
범람하던날....148
당신....181
(에필로그)2023년봄통신....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