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위한도시인문학>시리즈에대하여
알면더사랑하게되는로컬의재발견
<여행자를위한도시인문학>,줄여서‘여도인’시리즈는국내여행자들이사랑하는전국의도시들을인문적시선으로조금더깊숙이들여다보고풍경이면의뿌리와정신까지읽어주는문화안내서이다.그도시에서태어났거나어떤이유로든오래머물면서문화의흐름과변천사를지켜본저자들이그지역의주요역사·지리적배경,고유한음식과축제,건축과주거문화,현지민의언어와대표적인물,그밖에다양한풍속과라이프스타일속에서이야기를끌어내지역의고유함과차이를알게한다.인문적스토리를찾아느린도시여행을즐기는사람,그도시에서한번쯤살아보거나이주할계획을갖고있는사람,‘로컬의재발견’을시도하고있는오늘의젊은세대들에게공간의서사를발견하고이해하는데필요한정보를제공하고자기획되었다.
백제의흥망성쇠가고스란히남아있는옛도읍지
역사속인물들이공주·부여답사여행의묘미를더하다
여행이라는단어앞에따라붙는형용사는매우다양하다.즐거운,신나는,아름다운,감동적인,여유로운….하지만우리나라의도시이름을여행과연관지어생각하면연상되는형용사는매우제한적이다.그도시의개성과매력을잘모르기때문일수도있고,특화된이미지로충분히홍보되지못한이유도있다.
공주와부여는그런면에서분명하고정확한이미지를갖고있다.역사적인,경건한,백제의도읍,옛문화,왕릉,박물관….즐겁고신나는여행지는아니지만공부할것도생각할거리도많아알찬시간을보낼수있는곳.하지만좀지루하지않을까?
이미지의대부분은맞다.공주와부여는역사와문화유산이산재한우리나라최고의고품격역사문화답사지다.64년간백제의두번째도읍지였던공주는아름다운공산성과무령왕릉을비롯한문화유산들이즐비하고마곡사,동학사,갑사등불교문화재의보고다.동학농민혁명의격전지인우금치와세세천년을흐르는금강변에는무수한이야기가산재해있다.123년간백제의세번째수도였던부여는또어떤가?탑과불상만남은정림사지와궁남지,백제의역사유산이산재한부소산과백제문화단지,그리고성흥산성을비롯한홍산,임천,석성의옛고을들이수많은문화유산들을품고있다.조선의아웃사이더였던매월당김시습이마지막을보낸유서깊은무량사와대조사도이곳에있다.공부할것도생각할거리도무궁무진하다.
하지만지루할것이라는이미지는맞지않다.두도시에대해조금만알고떠나면전혀지루하지않다.공주의공산성을걷다가인조임금이인절미를허겁지겁먹는광경을눈앞에그려보고,부여의사비성에서는무왕과그의아들의자왕이이야기를나누며걸어가는뒷모습을따라가다보면지루할틈이없다.백제의병사들과궁녀들,근대의동학농민군과독립운동가들이함께걸으며옛이야기를들려주는여행이라니,이런멋진여행지가어디또있겠는가!
이책은두도시로여행을떠나기전읽어야할필독서다.지루할지모른다는걱정을깨고여행을흥미진진한역사드라마로만들어줄비법소스와도같다.1989년부터문화유산답사프로그램을만들어현재까지진행하고있는저자는타고난이야기꾼이며도보여행대가다.이책에서그는《삼국사기》《삼국유사》《신증동국여지승람》《정감록》《택리지》《인조실록》등을인용해과거와현재,허구와진실사이를오가며백제이야기를술술풀어낸다.조상들과나누는대화속으로독일철학자니체와칼야스퍼스,포르투갈작가페르난도페수아,고대로마정치가키케로의등을떠밀어이야기를더욱풍성하게만들어낸다.
책은크게공주편과부여편으로나뉜다.공주편은1부‘백제의두번째도읍지에가다’와2부‘사계절이아름다운공주를걷다’로구성되었다.오래전이야기인1부에서는문주왕때부터성왕때까지백제의도읍으로충청지역의중심이되어온공주의입지를살피고,금강과계룡산,공산성과곰나루,우금치에전해지는이야기들을소개한다.또수많은도굴꾼들의눈을피해기적처럼살아남은무령왕릉과무령왕릉국보를만날수있는국립공주박물관에대해서도설명한다.가까운과거와현재이야기인2부에서는마곡사,갑사,계룡산,동학사등아름다운공주의자연을안내하고,중동성당,황새바위성지,공주기독교박물관등종교사에연관된장소와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봉황동도시재생사업,상신리돌담마을,장승마을빛축제등문화예술에연관된장소를소개한다.
부여편은1부‘낙화암에올라백마강을바라보다’와2부‘부여의문화와인물을만나다’로구성되었다.백제의마지막수도였던부여는어디를걷든역사의유적이다.그것도걸어서돌아볼수있을만큼가까운거리에유적들이집중적으로모여있다.1부는저자가직접걸으며소개하는역사의현장들로궁남지,정림사지,부소산과부소산성,부서산성안의삼충사,궁녀사,낙화암,백화정,고란사등이줄지어등장과퇴장을반복한다.2부는백제문화단지,국립부여박물관,능산리고분군,무량사,부산(浮山)등의답사지와역사인물및전통을통해백제문화의정수를보여준다.‘검소하지만누추하지않고(儉而不陋),화려하지만사치스럽지않은(華而不侈)’진정한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