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러 강으로 갔다 (정양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별을 보러 강으로 갔다 (정양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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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멸과 생성을 응시하는 강물 같은 시
시력 30여 년에 이른 정양주 시인의 첫 시집이다. 소멸과 생성의 시라고 해야 할까. 소멸이든 생성이든 시들이 한결같이 은근하다. 젖어 있으면서 맑은 가을하늘 같고, 말라 부서질 것 같은데 물속처럼 깊다. 거기 슬픔과 설렘과 바람들이 어려 자아내는 서정의 무늬들이 오래도록 시린 여운을 안겨준다.
시인이 노래하는 것은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폐교 운동장의 개망초, 죽은 지 한참인 마른 새, 기억마저 사라져가는 고향집. 특이한 것은 소멸에 기울 때나 생성에 기울 때나 그것들을 바라보는 어조는 애잔하고 슬프다는 것. 이것은 시인의 천성에서 왔을 것이다.

하늘이 두 뼘쯤 되는 산골짜기 집 마당에
백 촉짜리 백열등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저 집에서 다시 불빛 새어 나올 일 없습니다
장독대 항아리들 다시 빛날 날 없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을 엉덩이 없습니다

시골집 환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마지막 불빛입니다
- [환하면 끝입니다]
저자

정양주

전남화순에서태어나전남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1989년<무등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전교조활동으로해직된기간을포함하여30여년동안중고등학교교사로일하면서시를쓰고있다.

목차

5 시인의말

제1부

13 환하면끝입니다
14 옛길
15 경천리가는길
16 남평
18 양지편의겨울
20 달개비꽃
21 달맞이꽃
22 길을찾아서
23 선암사부도밭
24 아짐이변했다
26 미황사동백꽃
28 억새꽃
29 타향살이
30 하류로가고싶다

제2부

35 등꽃
36 물매화
38 마른새를줍다
39 미루나무
40 별을보러강으로갔다
42 개망초
44 잠들지못한밤
46 코끝이가렵다
48 봄날이간다
50 오월자운영꽃밭
51 흉터
52 금남로를걸었다
54 빈들
56 박새를만났다

제3부

61 쓸쓸해진다는것은
62 빈자리
63 경읽는소리가들렸다
64 설사
66 햇빛농사
67 울타리곁에서
68 산정山頂에서
70 봄날은길다
72 월식月蝕
74 풀뽑기
76 오동꽃이피었다
77 11월,비
78 야간산행
79 가을강

제4부

83 산수유꽃지나간자리
84 강건너에마을이있다1
86 강건너에마을이있다2
87 강건너에마을이있다3
88 은행잎에게보내는편지
89 당산나무두그루
90 파도리소쩍새
92 첫사랑
93 족제비를만나다
94 저수지에서
95 금잔화를심다
96 우두가는길
97 수월정에서
98 봄날서시

99 발문40년세월이빚은한'머저리'의시집_곽재구

출판사 서평

소멸의극으로치닫는변두리의마지막삶의풍경.극과극의노래다.담담한어조로그려낸산골짜기의장례풍경이지만우리들아버지의아버지,어머니의어머니,그러니까우리들삶의연원인그곳의,“환하면끝”인절체절명의운명이장엄하면서도슬픈내일의정전을응시하게한다.
그운명들은현실화되어“양은주전자혼자마루햇살을차지하고”“거미가떠난거미줄은묵은솜처럼처져있”게되지만,시인은그소멸의끝에서“열살때엄니따라시래기주우러온”것과“배춧잎달랑한장토끼주고/우리식구가겨우내다먹었던”기억들을소환하면서,지금도“누나들과길게이마맞대고싶은”고향을그리워한다.그리고그것은단순한고향이나유년,가족에대한그리움을넘어마땅히있어야할것들의생성을기원하는시적확장을꾀하게한다.“환하면끝”인세계에대한탐색은생성의세계에대한탐색과다르지않은것이다.

맨꼭대기숨어있던까치집은그대로두세요.나란히뻗은가지들,그자리에또새순을밀어올리는겨울내내아프게서로를후려치면서그대를잊지않으려애쓸테니.살랑거리고간지럼태우던그대의기억으로오래아파할테니.안녕,안녕,안녕하나씩인사할틈도없이,우르르보내고우두커니흰눈을맞을테니.
-[은행잎에게보내는편지]부분

화려한수사나언어의분절없이대상에대한명징한묘사와진술이주는시적서정은요즘시집에서좀처럼얻기힘든즐거움을준다.어느날시인이별을보러강에가서강물속에뜬별을볼때,별이강물속에서튀어오르고,튀어오른별들이모래알이되고,밤깊어서로속삭이고,서로어깨를토닥여주고,끼리끼리모여밤을건너는것처럼,“어깨부축이며함께살아온사람들이름을세다/지난밤스무살까지다녀온”시인의삶이강물위에뜬별처럼아름다운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