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박성천 소설집 | 밤을 건너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루 (박성천 소설집 | 밤을 건너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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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잔의 술을 마셔야만 밤을 건널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가 박성천의 세 번째 창작집
“당신은 왜 밤늦게까지 거리를 방황하고 있나요.”
소설 속 화자의 질문에 선뜻 대꾸할 말을 못 찾는다면, 당신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성천의 세 번째 창작집 『하루』의 인물들, 그러니까 대학의 시간강사이거나 실직했거나 군인이었거나 등등의 직업보다는 현실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들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그들과 당신은 ‘변두리 인간들’이다.
「미라」는 끔찍한 대학 사회를 그리고 있다. 시간강사인 화자는 대학사회를 카스트보다 더한 세계라고 말한다. 그의 아내는 전임교수로 같은 대학에 있지만 염연히 다른 계급을 갖고 있다. 여러 남자들과 조건부 연애 관계 계약을 맺어야 하는 능력 있는 조선족 시간강사 정연화의 모습은 어떠한가. 부부간 성관계까지도 철저하게 협상 하에 이루어지는 화자의 결혼 생활은? ‘모멸을 견디지 않고는 주류 진입이 어렵다.’ 장기간 출장이 이루어지면 곧잘 미라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모습 등에서 우리는 계급에 의해 형성된 관계가 개인의 자존감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저자

박성천

전남대학교영문과와동대학원국문과박사과정을졸업했다.2000년〈전남일보〉신춘문예당선과2006년『소설시대』신인상수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메스를드는시간』,『복날은간다』,기행집『강같은세상은온다』,『사진으로보는문화역사기행』,인문서『책은사람을만들고사람은책을만든다』,연구서『해한의세계문순태문학연구』등을펴냈다.〈광주일보〉기자로활동하면서틈틈이소설을쓰고있다.

목차

미라 _9
하루 _54
어떤기별 _85
11월의포장마차 _127
무배치간이역 _157

해설밤을건너는사람들_186
작가의말 _205

출판사 서평

표제작인「하루」는하릴없이밤의거리를배회하는실직한남자의삶을그리고있다.그의행동중그나마눈에띄는건두려움과불안을애써감추기위해반복적으로펀치게임을한다는것이다.특별한사건도없고,희망도보이지않으며,규칙이나의미도찾기힘든그의삶은같은원룸에서거주하고있는403호여자와접점이생김으로써변화의희망이보인다.신도심의상징과도같은복합쇼핑센터1층에서‘살아있는마네킹’으로일하고있는그녀가자신의고양이를부탁하자그는이웃의부탁이라면야,라는마음가짐으로받아들인다.그러나변화는쉽게찾아오지않는다.하루내내뙤약볕에서밭일하시는노모를생각하며,다시마음을다잡으려하지만“학창시절과이십대때는누구못지않게치열하게살아왔다”는회상이손안에머무르다가모래알처럼빠져나갈뿐이다.그리고403호여자는고양이의사체가들어있는박스를그에게부탁한채사라진다.그는허탈감을느끼며그녀또한사람이아니라쇼핑센터에디스플레이된하나의마네킹이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을한다.
「어떤기별」은이번소설집에서가장능동적인인물이등장하는작품이다.함정에빠진주인공과주인공을끊임없이위험에빠트리는안타고니스트가등장하면서일종의연쇄적서스펜스가작동한다.앞서소개한「미라」가대학사회를그렸다면「어떤기별」은그보다선명한군대의계급사회에서벌어지는일을묘사하고있다.정일병을괴롭히는최병장은구타같은직접적인폭력이아닌‘명령’을폭력의수단으로이용한다.
「11월의포장마차」는공단인근에설치한포장마차의수입으로근근이삶을이어가는한가족의이야기다.가장인아버지는공사장추락사고로거동조차힘든불구가되어병석에누운지오래고,화자인‘나’는취업과거리가먼문예창작과학생신분으로그나마등록금도해결하지못해입대신청을해놓았다.이가족의유일한희망은디자이너라는꿈을저당잡힌누나의임용고시합격이다.그러나우리는알고있다.희망이이루어지더라도조금더나아질수는있겠지만,그것이곧가난의해결이될수는없을것이라고.

이웃한불씨를불러새끼를치고그새끼는또다른불씨를낳는다.불의대물림.차츰차츰퍼런불꽃이미세한바람에일렁이며더큰불로이어진다.영화속어느여주인공의시퍼런입술처럼잔뜩독을품고있는불꽃의향연.며칠전고양이엉덩이뒤께로새끼들이빠져나오던직전의붉은속살을닮아있다.
-「11월의포장마차」부분

신화와문학에서불은정념·축제·에로틱·소멸등의상징으로수없이쓰였다.그러나이소설집에서불은가난의대물림을상징할뿐이다.소설가김용태는“이소설에등장하는가난은절대적가난”이라고평한다.가난한이들은오직가난에서벗어나기위해서산다고.남들보다잘살기위해서나남부럽지않게살기위해서가아닌,그저살아남기위해서사는인물들이,한잔의술을마시지않고는잠을못이루는이들이이번소설집에서저마다‘밤을건너고있다’는것이다.
박성천소설가는전남대학교영문과와동대학원국문과박사과정을졸업했다.2000년〈전남일보〉신춘문예당선과2006년『소설시대』신인상수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메스를드는시간』,『복날은간다』,기행집『강같은세상은온다』,『사진으로보는문화역사기행』,인문서『책은사람을만들고사람은책을만든다』,연구서『해한의세계문순태문학연구』등을펴냈다.〈광주일보〉기자로활동하면서소설을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