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아 (강애영 소설집)

우리의 민아 (강애영 소설집)

$12.00
Description
희망도 화해도 용서조차 없는 현실
강애영 소설가의 첫 소설집 『우리의 민아』
소설은 그것이 사랑의 이야기든, 윤리에 대한 담론이든 혹은 역사에 대한 이면이든, 우선적으로 생활의 세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세목을 소홀히 여긴다면 사랑도 윤리도 역사도 모두 허황하고 보잘것없고 무력한 구호가 되어 버린다. 강애영 소설가의 첫 소설집 『우리의 민아』는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누구보다 가장 치열하게 생활과 대결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책을 펼치면 독자는 먼저 무턱대고 “너는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된다. 소설집의 첫 번째 단편소설 「너는 모른다」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동생 두식을 건사하러 애쓰는 누나 영화의 이야기다. 오 년 전 동거녀에게 쫓겨나 석촌 호수에서 사실상 노숙을 하고 있었던 두식을 데려온 영화는 공공임대 주택이나 시영아파트를 얻어 주고 가재도구와 생필품을 채워 주며 그 과정에서 온갖 구차하고 번잡스러운 잡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유형무형의 수고를 감수한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이미 작고한 어머니를 대신하여 나름대로 동생의 갱생을 위한 뒤치다꺼리에 분주하다. 그 과정에서 부득불 남편에게 부담을 지우고 자식에 대해 소홀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헛수고다. 두식은 그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돌아다닐 뿐이다. 기껏 얻어 준 거처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고 노숙하지 않나, 집과 살림살이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나, 힘들게 구해 준 새 거처와 생필품을 수상쩍은 이웃에게 제공하지를 않나. 두식은 아무한테나 친절한데 정작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추스르기 위해 궁핍한 생활의 세세한 세목을 챙기는 누나의 번거로움에 대해서만큼은 감사하기는커녕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바로 ‘너는 모른다’이며, 두식에 대해 영화 또한 결국 “너는 모른다.”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야기다.
저자

강애영

2019년도〈광주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한밤중에민서는」으로등단.광주대문예창작학과석사.

목차

너는모른다 9
한밤중에민서는 37
김만수와현아 61
우리의민아 87
김현우의열쇠 115
피트인 145
한낮의바다 173

해설_나는모른다(조형래) 198
작가의말 213

출판사 서평

표제작「우리의민아」에서등장하는판이는두식의다른이름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그는중국교포와결혼했으나안정적인결혼생활을이어가는데실패하고외국에서의고된노동으로몸이망가져버렸다.무엇보다사랑하는딸민아를잃어버린후치매를앓아폐인이되었다.그런그를피를나눈가족이라는이유로거두어돌봐주는화자가있다는것또한동일하다.그런데그는지금“부재중”이다.그리고지금그를찾아KTX를타고서울에서내려오는‘우리의민아’가있다는사실이앞서소개한소설과는결정적으로다르다.

이제와생각해보면그때,줄을끊었어야했다.포기할것과포기하지말아야할것의임계점을나도판이도알지못했다.그날판이가건져올린것은쓰레기더미였다…(중략)가자!나는판이를향해소리치고뒤돌아섰다.비바람이정면에서불어와눈을뜨기가어려웠다.나는바람막이트렌치코트를머리까지둘러쓰고허리를굽힌채로주차장쪽으로내달렸다.
-「우리의민아」부분

줄을언제끊었어야했는가.쓰레기더미밖에낚아올리지못하는혈육의실패를‘나’는언제까지포기하지말아야하는가.남매의삶에관한이중삼중의은유로얽히는이대목은여러모로아슬아슬하지만동시에애매모호하다.그리고“나는그이후에대해‘내’가파도에휩쓸릴지도모를판이를옹벽위에내버려둔채혼자차를타고달아왔다는쪽에걸겠다.”(조형래문학비평가)는추론도납득할수있다.광대아서플렉(〈조커〉)이계단을흥겹게내려오는모습처럼노력을포기하는건편하다.
이제우리는대답을준비해야만한다.

똑똑.누군가밖에서문을두드린다.나는숨을깊게들이켜어깨를편다.그러고는입꼬리를한껏치켜올려미소짓고는고리를풀어조심스럽게문을연다.문틈으로눈부신햇살이와락쏟아진다.문밖에너를닮은그림자가서있다.
“혹시너니?”
-「우리의민아」부분

우리의민아가오고있다.민아가도착하면대답을해야만한다.‘나’는포기할것인가말것인가에대한스스로의욕망을시인할것인가,아니면자기암시에대한기만을계속유지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