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 - 문학들 시인선 5

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 - 문학들 시인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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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현우 시집 『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
삶의 원형 고향 진도
시는 시인을 닮고 시인도 시를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살아온 만큼 시를 쓴다는 말도 있다. 최근 시집 『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문학들 刊)를 펴낸 박현우 시인과 그의 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의 고향은 진도다. “철선에 기대어/물보라 이는 진도 벽파항”을 등지며 “새 운동화 끝을 조일 때/아득히 멀어졌다 고향은.” “선술집 창가에서/멀리 바라본 하늘가/둥근 달이 따라오더니/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
흔히 고향은 삶의 원형이라고 한다. 고향에는 부모와 일가친척이 있고 한몸처럼 자란 이웃이 있고 내일을 바라던 꿈이 있다. 고향이 익숙하고 아늑한 세계라면, 마음을 다잡아 끈을 조여 맨 “새 운동화”, 그러니까 고향 밖의 삶은 낯설고 아픈 세계다.
고향을 떠난 박 시인은 광주에서 대학을 나왔고, 1980년 5월 항쟁을 겪었으며,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신산한 세월의 부침과 간극 사이에 이번 시집의 시가 자리한다.
“뼈 부스러기를 들고/저만치 선산이 내려다보이는/원포리 선착장에 다녀온 후/이른 아침 부은 눈으로/더 초라해진 나를 봅니다.”(「원포리 메꽃」).
혈족의 뼈 부스러기를 고향 바다에 뿌리며 더 초라해진 자신을 떠올리거나 팥죽집에서 “노모께 팥죽을 떠먹이는/백발의 아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머니 생각에 “내 가을은 눈물 빛이다”(「내 가을은 눈물 빛이다」)라고 노래한다. 그뿐인가. 대학 시절 신은 ‘나’의 고무신을 고향집 토방 위에 가지런히 놓아둔 노모에게 “아니고 엄니, 무슨 신줏단지라고/저걸”(「검정 고무신」)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거나 길을 가다 들려오는 옛 함성의 노래에 “익숙한 가락은 몸이 먼저 움직이지”라며 상처와 사랑의 금남로를 되새기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그의 시에 추억과 아쉬움과 애절함의 정서만이 넘칠 것 같지만, 아니다. 갈치 몇 도막을 안주 삼은 술자리에서 “슬며시 간을 보는 것들”에게 그는 술잔을 건네며 한 마디 던진다. “그런다고 바다를 안다고는 말하지 마라” “온갖 양념 버무려진 토막 난 의식보다/등가시를 바르고도 남은 살점을 지탱한/큰 가시의 중심에 머무는 맛을 말하자”(「갈치에 대하여」)라고.
그는 어느 날 거울을 닦는다. “나를 보는 너는 내가 아니다/지울수록 선명한 너의 맑은 눈/더 흐려진 내가 너를 닦는다”(「거울을 닦다가」).
그는 단정하는 시인이 아니라 반성하는 시인이다. 그 반성과 겸허와 포용의 시선 위에서 숲의 절정은 더 이상 초록이나 단풍이 아니다. 문명의 그늘에서 연명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캬, 저만큼 소나무 밑에 쪼그려 앉아/그윽한 눈길을 주는”(「맹감나무에 찔렸다」) 길냥이다.
“박현우 선생의 시는 그가 살아온 세월을 잘 빗질한 듯이 어디 한군데 헝클어짐이 없다. 그의 고향 바다에 철썩철썩 밀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하늘의 달빛도 받아 아늑함을 준다.”(김준태 시인)
저자

박현우

저자:박현우
전남진도에서태어나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고등학교에서오랜세월아이들을가르쳤으며시집『풀빛도물빛도하나로만나』를펴냈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
13사랑의넓이
14누수
15달이따라오더니내등을두드리곤했다
16원포리메꽃
17장성호수변길
18내가을은눈물빛이다
20검정고무신
22갈치에대하여
24귀에익은노래
25맹감나무에찔렸다
26시인이상의봄
28나는바스락거리고싶다
30쑥을말리며
31초승달
32홍시

제2부
35서비스센터
36수산물시장
38목화밭
40염전옆에앉아
41늦매미
42고추잠자리
44젓가락단상
46오일시장날
48길냥이출석부
50밥
51금당산산책길
52무심천에서
53누구도낙엽을쓸지않았다
54둑방에앉아
56시詩

제3부
59꽃지니알겠다
60거미줄
62봄빛음계-오월광주
63처방전도없는
64물염정
65거울을닦다가
66꽃비
68찍지못한풍경하나
70막잔-남광주역지나며
72샘구멍같은점방
74어머니의고쟁이
76뉴스가시작되면
78그해여름
80삽질
81친구

제4부
85춘란
86만춘유감
88가을문밖
89만추서정
90아내의이순耳順
91마음을받다
92견뎌낸시간
9412월의개나리꽃
95겨울비1
96겨울비2
98멍하니벽을바라-코로나19
100어느설날
102나도달도거꾸로간다
104와온의봄1
105와온의봄2-낙조

106발문고향에서‘달’을데리고오는노래들_김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