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재, 최후의 코뮤니스트

이일재, 최후의 코뮤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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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일재(1923~2012). 낯선 이름이고, 기억되지 않은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90평생 가운데 20여 년을 감옥에서 사회와 격리되어 지낸 사람이고,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이일재와 같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우거나 묻어버리고 싶어 한 정권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90년이라는 짧지 않은 삶,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절체절명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그의 삶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휴머니즘이었다. 그리고 그가 평생을 걸고 지켜낸 가치는 오롯이 우리 현대사의 발전 과정과 맥을 함께한다.
저자

안재성

저자안재성은1960년경기도용인에서태어나장편소설『파업』으로제2회전태일문학상을수상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파업』,『경성트로이카』,『황금이삭』,『연안행』,『사랑의조건』등의장편소설과『이관술1902-1950』,『이현상평전』,『박헌영평전』,『실종작가이태준을찾아서』,『식민지노동자의벗이재유』등의평전,『한국노동운동사』,『청계내청춘』,『타오르는광산』등의노동운동관련책,『잃어버린한국현대사』등의역사책을펴냈다.가난하고약한사람들과억울한사람들의사연에귀를기울이고그들을위해싸우는정의로운사람들의이야기를쓰며살아왔고,앞으로도그렇게살아가고싶다.

목차

1.마지막공산당원
2.프롤레타리아
3.노동자가되어
4.해방대구
5.전평그리고공산당
6.대역공
7.대구10월인민항쟁
8.김달삼의권총
9.입산
10.생존자
11.방황
12.부르주아민주주의시대
13.반동의시간
14.인사동사람들
15.남조선해방전략당
16.정지된시간,20년
17.쇠비름처럼
18.민주노총으로
19.노동자평의회
20.「뱃노래」

출판사 서평

빨치산,20년장기수,그리고광복절특사…….
90살휴머니스트,또하나의한국현대사를증언하다!


이일재(1923~2012).낯선이름이고,기억되지않은이름이다.그럴수밖에없다.90평생가운데20여년을감옥에서사회와격리되어지낸사람이고,대한민국의역사에는이일재와같은이들의이름을기억하려고하기는커녕,오히려지우거나묻어버리고싶어한정권이훨씬많았기때문이다.
이일재의삶은요약하면간단하다.대구지역을기반으로민족해방운동과노동운동에평생을헌신한사람이다.일제강점기인1920년대에태어나사회과학서적을찾아읽으며자생적으로공산주의에눈떴고,해방이후조선공산당에가입하여활동했으며,이승만정권때빨치산으로항쟁을벌였고,박정희정권때이른바‘남조선해방전략당’사건이라는조작된사건으로20년을감옥에서보내고,1988년에야‘광복절특사’로햇빛을보았다.그리고대구지역에서민주노총지도위원으로현장활동가들을지원하고노동자들과여생을함께했다.
그러나이런몇줄의건조한이력만으로그가흘린피와땀의가치를설명할수는없다.90년이라는짧지않은삶,생과사의경계를넘나드는절체절명의고비를수도없이넘겼지만,생명의위협을받으면서도결코포기할수없었던그의삶의가장큰가치는무엇이었을까.그것은휴머니즘이었다.그리고그가평생을걸고지켜낸가치는오롯이우리현대사의발전과정과맥을함께한다.

20대열혈청년,
대구10월인민항쟁선봉에서다


해방다음해인1946년대구10월인민항쟁의주역으로항쟁을이끌고,한국노동운동의숨은대부로,노동자의영원한벗으로살아간이일재의일생은한마디로자본주의모순과의투쟁으로압축된다.다른많은이들이그랬듯이일제강점기에유년기와소년기를보내면서직접체험한제국주의의치떨리는만행은그를투사의길로이끌었을것이다.조금더일찍태어났더라면적극적인독립운동가의길을걸었을지도모른다.강직한선비적기풍과항일운동내력을지닌가풍도작용했겠지만,이일재의선택은‘자발적공산주의자’였고,17살나이에노동현장에들어감으로써이후90평생을몸바치게될사회운동을시작한다.
해방과신탁통치의격랑속에서‘먹을것을달라’는절박한생존형구호를내걸고불붙었던1946년대구10월인민항쟁당시,20대의열혈청년이었던이일재는최선봉에선다.하지만“영토의절반에사회주의정권이세워진나머지땅에서사회주의를지향해야했던,극단적인반동에직면할수밖에없던이들의비극이었다.남한의공산당또는남로당은그어떤정책을펴더라도,얼마나민중의지지를받는가와상관없이몰락하고소멸할수밖에없는운명이었다(본문124쪽).”라는작가의말을빌면‘조선의좌익’의길을선택한이일재의이후행보는필연적으로‘몰락하고소멸할수밖에없는’이들과궤를함께한다.그는운명을회피하거나거부하지않고정면돌파를선택한것이다.
대가는혹독했다.대구항쟁이후남한만의단독정부수립을앞둔이승만정권의대대적인좌익검거,그리고빨치산이되어산속에서보낸처절한나날들,체포와수감생활,그리고이후20년이라는시간을앗아가버린조작사건인‘남조선해방전략당’사건…….그러나감옥에서본잡초인쇠비름,짓밟아도잘라내도기어이다시자라나는그쇠비름처럼살아가겠다는의지는미련스럽다고말해도될정도로평생토록변하지않았다.그는진짜사회주의자의삶을살았던것이다.그것은훗날이일재의다음과같은말에서도알수있다.

“나는갈릴레오갈릴레이가현명했다고생각합니다.지구가태양을도는것이분명하지만,그걸주장하다가죽음을당하는것보다는태양이지구를돈다고인정해서일단살아난다음에왜지구가태양을도는게맞느냐는거를과학적으로입증해내는겁니다.그건결코목숨을구걸하기위한비굴만은아닙니다.자기개인의체면과명분을지키려고목숨까지버리는우국지사보다는민중의이익을위해자신에게쏟아지는수치와모멸까지감수할수있는것이진정한사회주의자라고나는생각합니다.”

그날이올때까지,
노동자평의회의깃발을내릴수없다


작가는“마지막공산주의자일수는없지만가장늦도록생존했던조선공산당원임은분명한”한인간의삶이우리에게기억되어야할이유를이렇게쓴다.“생애마지막까지온평생을이사회의모순을고치기위해바쳤기”때문이라고.그말에동의할수밖에없는이유는,책장사이사이마다배어나오는듯한,그가흘린피와땀의처절한흔적을덤덤히읽어내려가기가쉽지않기때문이다.
누구나말은할수있지만행동하기는쉽지않다.행동한자에게만주어지는영광,그것은역사가기억해주는것이다.이일재는그‘명예의전당’에이름을올릴자격이충분하다.그리고언젠가한국사회와한국의노동운동상황이제2,제3의이일재를필요로하지않을그날이올때까지,그의이름은아마도오래도록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