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신승준 시인은 1960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나 2014년 『대한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강릉명륜고등학교, 계명대학교, 일본죠오치대학(上智大學)에서 수학하고, 건국대학교 국제대학원(정치학 석사)을 졸업했다. 1988년부터 주한일본대사관공보문화원에서 일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 재직하고 있다.
詩人이란 무엇인가? 이제 다시 시의 순간은 허무일 것이며 시인의 순간도 결국 허무주의자일 것이다. 이제 시인은 또 시 이외 갈 곳도 없는 참혹한 방랑자일 뿐이다. 이제 다시 시인은 직업병 같은 직관과 감수성과 자긍심과 자존심을 조금씩 뜯어먹으며 그저 시인으로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시인은 시라는 형태의 옷을 겨우 맡겨놓고 시 앞에서 사라져갈 뿐이다. 이제 시인은 시가 존재하는 곳에서만 존재할 것 같고 이제 시인은 시가 존재하는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ㅠㅠ 이제 다시 시인은 시인 앞에 붙어있던 수식어와 꼬리표와 훈장과 완장과 회원증을 아무도 몰래 다 갖다 버려야 할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인은 어느 날엔 어떤 나무처럼 그저 하릴없이 제 그림자만 뚫어지게 쳐다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곧 시의 슬픔이며 아픔이며 현실이며 환상이며 기표이며 구멍 뚫린 깃발일 것이다. 이제 시인은 다시 텅 빈 언어와 더불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히며 제 삶에 부딪히며 또 언어 안/밖에서 언어를 기다리며 언어를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시인은 그저 삼류쯤 되는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시인은 또 시를 써서 무슨 순결한 의식을 치르듯 어느 출판사에서 시집을 상재하는 일이, 이 또한 한없이 떨리고 설레는, 시의 순간이며 시인의 순간일 것이다. 다만 이 글 끝에 고백할 것은 이 시집에서 제의(祭義)를 치르듯 등장하는 시인의 육친(肉親)들―가령 그의 조부모는 나의 외조부모이며 그의 부모는 나의 외숙이며 그의 형님은 내가 존경하고 의지하던 내 바로 위 외사촌 형님이다―과 필자도 같은 피를 나눈 피붙이라는 것과 이 시집에 등장하는 시인의 거처―가령 주문진이며 오대산이며 견불리이며 이연당이며―도 필자의 거처와도 두루 겹치거늘! 그리고 이제 다시 그대 시인이여 ^^ 끝도 없고 길도 없는 저 시의 길과 시인의 삶을 ‘봄비 따라온 그대’와 함께 ‘우리는 그렇게 걸어갈 것’을 나직하게 또 고백하고 약속해야만 할 것이다. - 강세환(시인)
이연당집(상) (신승준 시집)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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