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가 내게 왔다

살구가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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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수시로 길을 잃거나 경계를 놓칩니다. 즐거운 장마당 (‘모란시장, 웃어라’)인가 했더니, 울음의 덤불숲속입니다. 산이 정물인 줄 알았더니, 바다를 향해 떠가는 바위와 구름의 탈것입니다.(‘미시령 넘는 길’) 그렇다고 두려워하진 마십시오. 정우림 시의 본성은 사뭇 선량합니다. 이정표도 너무 깊이 숨기지 않고, 관계와 질서의 봉합선도 일부러 그냥 둡니다.
어떤 시들은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생각나게 합니다. 새의 날개가 거대한 산천을 품고(‘범상’), 달이 죽은 물고기처럼 호수를 들락거립니다.(‘달을 깎다’) ‘상자 속’에서 아기와 흰 수염이 나옵니다. ‘데페이즈망’의 위트와 기교가 가득합니다. 사물과 풍경이 서로 간지럼을 줍니다. 생물과 무생물이 함께 깔깔대며 눈물짓습니다. 농담이 직설보다 무겁고, ‘트릭’이 ‘팩트’보다 엄숙합니다.

윤제림(시인, 서울예술대 교수)
저자

정우림

경기도용인에서태어났다.
2014년[열린시학]등단.
‘12더하기시인’동인.

목차

*시인의말

1부

달을깎다
한밤의태양
바람칼
그아이는머리카락만만지고있다
죽은자의한식寒食
모란시장,웃어라
범상
색은하루종일나를
다족류의불안
호수를돌다
유일한목격자
헤링본스타일
상자속의별
책의무덤

2부

이방인의피사체
바람에오르다
최초의이발
바다로돌아가는ㅜㅁㄹ
죽음사
미시령넘는길
안면도에서사라지다
탄천으로달려가보니
영실로들어서자,
1.4평
흰범을찾아서
고요동물원
검은테이블아래
후회의돌맹이

3부

언제나첫번째드로잉
초조焦燥
호모레퍼투스
피구避球
뷰티메이크업공원
키친테이블라이팅
거품속으로사라지는것들속에는
베이커리수다
흑백횡단보도를뛰어가며
물방울이어둠속에서
앰뷸런스를따라가다
비의리허설
혀로만든유토피아
새문안로의가을밤
천지모텔후문
데드마스크

4부

숲사이로초록물고기들이
햇살의유서
매화나무가지를자를때
경주하는그레이하운드
솟아오르던탑
물고기들의식사
호두를까면서
기분좋은상상
염소에게
달의초분草墳
친구들
다시,봄을봄
스펑
순간,장미문신
살구가내게왔다

*해설
우주창생의시공을실감으로드러내는최첨단포에지│이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