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서재 (오래된 책들의 슬픈 이야기)

아버지의 서재 (오래된 책들의 슬픈 이야기)

$14.00
Description
우리 모두 아버지의 자식이다.
아버지의 유산은 오래되어 낡은 책뿐이었다.
그 책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나?

가족 그리고 죽음, 논픽션.
우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작가가 출판사 사무실에 들른 건 2021년 1월 중순 아니면 하순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으레 하는 인사로 “오랜만이네요”이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놀랐고 부친의 부음을 듣지 못한 나는 섭섭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오랜 불화로 자신도 장례식장에 갈지 고민했었다고 말하곤 돌아갔다. 〈오랜 불화〉, 불편한 단어였다. 그런 작가가 다시 나를 찾아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서재에 대해서 말했다. 오래된 서재의 책이 많은데 주인 없는 그걸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어쨌든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나의 의견을 물은 것인지? 이미 자신이 답을 정해놓고 나에게 동의를 구한 것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작가는 책을 일부 가져오기로 해놓고 이 책《아버지의 서재》 이야기를 했다. 처음 작가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다시 들춰볼 만하거나 의미가 있는 책을 정리해보겠다고 했다. 출판 기획자인 나는 대단히 통속적으로 그런 것보다는 아버지의 책을 정리하면서 ‘죽음’을 다시 생각해보는 일종의 자기계발서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생이 어떻게든 마무리된 시점에서 하기 적절한 의논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인가를 만나 이 책에 대해서 의논했고, 이렇게 《아버지의 서재》가 나왔다.

세월이 지나 결국 남아 있는 이야기
결국 아버지를 두고 자기계발서 류의 책을 낸다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 완성된 원고를 읽으면서, 이 책은 작가가 애초 말했던 불화했던 아버지의 서재에 쌓여있던 책에 관한 이야기나, 아버지의 죽음과 서재를 정리하는 아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절연됐던 부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감동 에세이와 자기계발서의 요소가 적절히 섞일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런 내용이 어떠냐는 말이 오간 적이 있지만, 작가는 속마음은 전혀 그런 걸 쓰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쓰고 싶다고 하더라도 가슴속에 쌓여있던 마그마 같은 문장 때문에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나를 발견한다.
두어 달 지나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 잠시 지나간 세월을 재구성한 원고를 보내왔다. 그것은 가족과 특별히 불화했던 아버지마저 등장하는 것에 비하면 건조한 문장의 연속이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반가운 원고는 아니었다. 그리 극적이지 않았다. 몇 번을 더 읽고 나는 ‘작가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에게 있어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 건조한 문장에는 터질 대로 터진 울분 뒤 담담한 고요함이 있다.
작가는 아버지와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길었던 아버지와 불화의 원인 제공자는 아버지의 큰 사위인데, 패악에 가까운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그 연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은 사위의 탓이지만, 끌려다닌 아버지의 책임도 크다. 그리고 그 연유에는 어찌 보면 작가가 스스로 밝힌 성격과 닮아있다. 작가는 긴 시간 돌아 자신과 주변의 삶을 반추하면서 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은 자신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남겨놓은 서재 앞에서…
그래서 이 책은 의도하지 않게 자기계발서를 만들었다면 도출되었을 결론과 맞닿게 된다. 내 모습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아버지처럼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너무나 당연해서 ‘발견’이나 ‘깨달음’으로 부르는 게 어색할지 모른다. 하지만 쉽고 간단한 진리를 잊고 우리 모두 살아간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아버지가 있지만, 그 존재는 늘 변방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부재했을 때 비로소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의 서재》는 그런 스산함을 부르는 책이다.
저자

김호경

1962년태어나경희대신문방송대학원을졸업했다.
1985년대학문학상에〈부비트랩〉이당선되었으며,1997년〈낯선천국〉으로21회‘오늘의작가상’을받았다.장편〈낯선천국〉,〈삼남극장〉,스크린소설〈명량〉,〈국제시장〉,〈징비록〉,단편집〈남자의아버지〉,여행에세이〈가슴뛰는청춘킬리만자로에있다〉,〈설렘〉,독서가이드북〈쓸모있는책읽기〉를비롯하여여러권의컬러링기행문을펴냈다.

목차

책을사랑한아버지와문약한아들 9
탄자니아혹은세네갈아니면상파울로 19
그대여,돌을던져라 23
32분후에알게된사실 25
잊을수없는두개의주소 30
프롤레타리아문학을좋아하면어떻게될까 35
호남선야간완행열차 42
원래나의집이아니었다 54
저승가는여비는6만원 65
한인간의흔적은쉽사리지워지지않는다 74
책을사랑하는사람은가난과친구가된다 79
갈이유가없으며,가지못할이유도없다 86
멈추어버린1등,그러나아직도늦지않았다 99
IQ와공부는아무런관련이없다 107
결혼은여러사람에게독이될수있다 113
10년과1년 124
현명하거나미련하거나잘못을되풀이한다 132
아버지의집은아버지의집이다 142
마지막승자는누구일까? 147
소유와죽음의관계 156
방법이없는것은아니다 160
아버지의서재 166
103일만의해후 180
물려줄수있기를소망한다 186
나는여전히어리석다 193

에필로그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