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7: 꿈결 같은 여행

어떤 날 7: 꿈결 같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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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등 유난히 섬세한 이들의 여행을 담고 있는 여행 무크지 『어떤 날』 제7권 《꿈결 같은 여행》. 책은 ‘모든 여행은 꿈’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아홉 명의 아홉 가지 여행을 유영하였다. 책을 만드는 강윤정은 코발트블루빛 수평선이 반짝이는 ‘받침이 없는 이름을 가진 도시’로 우리를 안내하고, 소설가 강정의 여행은 초현실주의적 악몽을 연상시킨다. 시인 박연준의 꿈결 같은 여행은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첫 여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시인 신해욱의 꿈결 같은 여행은 사쿠라도 단풍도 쌓인 눈도 없는 메마른 2월의 교토의 현실에서 펼쳐졌고, 아나운서 위서현은 미술을 향한 바슐라르의 꿈을 통해 누구에게나 꿈꿀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

강윤정

문학편집자이다.소설리뷰웹진[소설리스트(sosullist.com)]의필진으로참여하고있다.

목차

받침이없는이름을가진도시에서/ 강윤정
이것은용龍이꾸는꿈/ 강정
꿈,잠자리,서커스/ 박연준
역몽버스/ 신해욱
지호/ 요조
그대의‘꿈꿀권리’/위서현
꿈으로부터온문장들/ 이제니
Dreamoflittledream/ 장연정
피라미드의별/ 정성일

출판사 서평

책소개

모든여행은꿈이다.
떠난다는꿈,이곳에서잠시사라지겠다는선언,
다녀올게요,라고말하는시간에깃든약속.


여행은꿈을잠시빌려오는것이다.어디선가이야기를데려오는것이다.어제당신이했던말속에서,그늘을기억하는무의식의헛간에서‘빌려’오는것이다.빌려온꿈을어떻게갚아야할까?여행에가서빌려온꿈을두고온다면,적당한곳을골라몰래두고온다면…….꿈을꾸고,갚고하는과정속에서여행은더깊어질지도모른다.

시인,작사가,영화감독등유난히섬세한이들의여행을담고있는여행무크지『어떤날』7호는‘모든여행은꿈’이라는상상에서출발한다.떠난다는꿈,이곳에서잠시사라지겠다는선언,‘다녀올게요’라고말하는시간에깃든약속.『어떤날』7호를읽는것은그약속을지키겠다는것이다.그꿈을함께꾸겠다는것이다.

출판사서평

꿈결같은여행,꿈결같은세상

꿈을‘꾸다’라는말의사전적의미는“꿈을보다”이지만,가끔‘빌리다’로오독하고싶을때가있다.여행은꿈을잠시빌려오는것이다.어디선가이야기를데려오는것이다.어제당신이했던말속에서,그늘을기억하는무의식의헛간에서‘빌려’오는것이다.빌려온꿈을어떻게갚아야할까?여행에가서빌려온꿈을두고온다면,적당한곳을골라몰래두고온다면…….꿈을꾸고,갚고하는과정속에서여행은더깊어질지도모른다.

그래서시인,작사가,영화감독등유난히섬세한이들의여행을담고있는여행무크지『어떤날』은일곱번째이야기로‘꿈결같은여행’을골랐다.‘모든여행은꿈’이라는상상에서출발한아홉명의아홉가지여행을유영하기로했다.떠난다는꿈,이곳에서잠시사라지겠다는선언,‘다녀올게요’라고말하는시간에깃든약속…….시인박연준의말처럼『어떤날』7호를읽는것은그꿈을함께꾸겠다는약속이다.

책을만드는강윤정은코발트블루빛수평선이반짝이는‘받침이없는이름을가진도시’로우리를안내한다.그는우리말로‘바르다’라는어감을가진,나폴리에서직장생활을하고주말마다내려와부모님의밭을돌보는‘발다’라는남자를소개시켜준다.받침이없는도시는나폴리에서남동쪽으로육십여킬로미터떨어진곳으로추측된다.남자와함께감자를캐고,보기만해도침이고이는레몬을따고,손으로비비면향이물씬차오르는허브잎을뜯으며우리는식물을키우듯,밭을일구듯착실한마음으로‘사랑을키우는’것을생각한다.물론사랑이란언제나아픔을동반하는것이어서,그사랑을키우는마음은헛된꿈일지도모른다.누군가를생각한다는것은,그사람과함께한다는것은,결국그의곁을떠난다는것은언젠가흩어질꿈일테니까말이다.

소설가강정의여행은초현실주의적악몽을연상시킨다.미세한무늬들이촘촘하게엮여있는하얀벽,왠지집에나말고누가더있는것같은느낌,삶과죽음,꿈과현실따위의경계없이버무려져어둠속에녹아들어간것같은여행으로우리를끌고들어간다.그낯선시공간속에서시인은유년시절의‘나’를맞닥뜨리고,덥수룩한장발에불안한눈빛으로어두운골목을서성거리는스무살의‘나’를만난다.꿈의여행에서그는모든살아있는사람이자모든죽어가는사람이었음을고백한다.꿈에서깨어난후시인이마주한것은오래가슴에품고있던,내안에담겨있어스스로에겐늘미지이자타자였던내우주의진짜아버지였다.우리를세상의이편과저편으로인도하는것,그렇게우리를처음으로되돌리는것.꿈은현실을의심하게한다.여행은낯선세상을통해나에게익숙한세상을의심하게한다.

시인박연준의꿈결같은여행은더이상기억나지않는어린시절의첫여행으로돌아간다.어릴때는모든것을처음경험한다.진정한처음은기억나지않는다.그게처음인지도모르고사라지기때문이다.누구도첫여행에대한기억은없다.여행을갔었다는증거가사진으로남아있을뿐.아주오래전에꾸어기억나지않는꿈같은여행,기억보다는감정이각인된첫여행.시인은잠자리가날고서커스가벌어지던꿈결같은첫여행을돌아보며이렇게되뇐다.첫여행의기억은모든여행의기억을지배한다고.우리가가끔여행지에서슬픔을느끼는이유는바로그때문이라고.오래전부터우리를따라온것들때문이라고.

시인신해욱의꿈결같은여행은사쿠라도단풍도쌓인눈도없는메마른2월의교토의현실에서펼쳐진다.좀처럼방향이잡히지않는이국의낯선땅.시내의정류장을하나하나거쳐교외로나가는교토의완행버스속에서시인의분신으로여겨지는‘목유리’라는인물과여행을떠난다.시인은말한다.떠날때가되어서야비로소방향감각이잡히는여행처럼우리의삶은,내신체가머무는공간은,안팎의방향이통하지않는법이라고.마치역몽의경미한증세처럼,어제도그랬고,오늘도그럴것이라고.사는건그런거라고.

아나운서위서현은미술을향한바슐라르의꿈을통해누구에게나꿈꿀권리가있다고말한다.삶의한계단앞에서세차게넘어질때,작은탈출구하나없는밀폐된시간앞에서우리를살게하는것은오직‘꿈’이라고,꿈꾸지않고서는단하루도버틸수없다고,꿈이없다면삶의의미를부여할수없다고힘주어말한다.꿈이란그런게아닐까.눈에보이지않는것을볼수있게하고,세상에존재하는것을통해존재하지않는것을볼수있게하며,존재하지않는것을보며땅위의살아숨쉬는모든것을다시바라보게해주는것.그건오늘의삶이실은지난밤건너온꿈결속세상과그리다르지않다고말하는시인이제니도,이제는꿈속낯선존재로만찾아오는유년시절의기억을읊은뮤지션요조도,친구와의꿈결같은여행을촉촉한언어로옮긴작사가장연정도,자신을증명해주던‘노동’의자리에서물러나문득보고싶었던피라미드의별을향해떠나고싶었던영화감독정성일도같지않을까.결국삶이란,여행이란……한폭의꿈을꾸는것일테니까.

책속으로추가

3년전이었을것이다.꿈에서그골목길의모퉁이를돌았을때거대한성이나타났던것은.정말거대한성이었다.입구로들어서자또다시문이나타났다.그문을다시열었다.나는빨간벽지로둘러쳐진,침대가하나놓여있는작은방에있었다.그방에는어떤여자도함께있었다.마치러시아여자처럼창백하도록하얀피부.구불구불탐스러운금발머리가허리까지길었다.너무나전형적으로아름다워징그러웠다.그녀는침대에기대어서서나를지긋이바라보다가천천히옷을벗기시작했다.어쩌면저렇게인형처럼예쁠수있는지의아했다.그런데결국옷을다벗은그녀의알몸을보니그녀는정말인형이었다.양어깨관절과고관절이갈라져있었고봉긋솟은가슴엔유두가없었다.당연하게도성기역시없었다.그녀는침대에올라타다리를벌리고누운채로나를올려다보았다.아무것도없는밋밋한그녀의사타구니에손을올려놓았다.고관절의갈라진틈을가만히만져보기도하였다.나는슬퍼져서가만히그방에있던아무문을열고나가버렸다.그곳은또다른방이었고거기엔또다른문이있었다.그래서문을열면또방이나오고,또문이……끝나지않을것처럼문을열고열어서나는가까스로그성을빠져나왔다.
-요조‘지호’중에서

오랫동안‘꿈’은내게완벽히죽어있는단어였다.‘꿈’이라는단어가시시하기만했던시절.그러던어느날,나는삶의한계단앞에서세차게넘어졌다.작은탈출구하나없었던밀폐된시간,그깊은어둠의터널에서나를살게하고,내게의지를갖게한것은오직‘꿈’이었다.살면서진실한꿈하나가져본적없던내가어떻게그칠흑같은어둠의시간에빛나는꿈을품었을까.내안에간절한꿈이어떻게들어설수있었을까.뒤돌아생각하면꿈꾸지않고서는단하루도버틸수없던날이었기때문이다.꿈이없다면삶의의미를부여할수없었기때문이다.꿈이있기에,꿈을품었기에다시일어설수있었던그시간을지금도잊지못한다.그꿈은지금도내안에서여전히빛나고있다.꿈이란비루한일상에서도나를빛나는시간속에살수있게만들어준다.눈에보이지않는것을볼수있게하고,세상에존재하는것을통해존재하지않는것을볼수있게하며,존재하지않는것을보며땅위의살아숨쉬는모든것을다시바라보게해준다.그것은환상의옷을입은현실,손에만져지지않는진실이다.
-위서현‘그대의꿈꿀권리’중에서

모든꿈은내면의우물과관계가있지.너는계속말한다.나는그저듣는다.나는보류한다.나는판단중지상태에놓여있기로한다.너는계속한다.내면의우물은내면의우울에다름아닌말이지.꿈분석이론에익숙하지않아도알수있지.꿈을해석해보려고안간힘을써본적이있는사람이라면.자신에게조차자신을숨기기위해,언젠가들킬,어쩌면들키길바라는,그렇게숨겨진채로드러난문장대신,또다른내면의문장을,또다른비밀의일기장을간직해본적이있는자라면.아니,그런은밀한기록은어쩌면영원히쓰일수없는거겠지.쓰자마자지워질테니까.쓰면쓸수록더더지우고싶어질테니까.분석되는순간일그러지며사라지는꿈처럼.끝없이첨삭되고수정되는방식으로끝끝내유보되는너의문장처럼.나는그저듣는다.나는판단유보상태에놓여있기로한다.너는지속한다.너는전진한다.열에들뜬아이가말을토하듯.
-이제니‘꿈으로부터온문장들’중에서

처음듣는언어의첫인상.그소리가낯설어나는몇번이고멈춰섰다.돌부리처럼발에차이는새로운뉘앙스.이해할수없다는것은때로얼마나두려운일인가.때로그것이너무나자유로운일인만큼.이곳의언어는이곳에사는이들만의것이라했다.살지않으면소통할수없고,알수가없다는이들만의언어.이들의언어는사전으로해석할수도없는언어였다.존재한다고말할수없는존재.온전히그들의삶바깥에있을수있는여행.나는문득외로웠고,이제야비로소내가바란여행의시간위에있다는생각이들었다.
-장연정‘Dreamoflittledream’중에서

하지만내뜻대로일은흘러가지않았다.여차저차한일이생겼고나는거의동시에두일을모두그만두게되었다.그과정에서몹시피로하다는생각이들었다.그러자오래미루었던일을할때가왔음을알았다.아니,알았다기보다는그냥멀리떠나서모든일로부터자유로운상태가되고싶었다.아마누구나마음속에여행을하기에는약간황당무계한장소를하나씩품고있을것이다.나에겐그게이집트에가서피라미드를보는것이다.어떤영화를보고그런생각을하게된것도아니고그렇다고누군가의신비로운문장을읽고홀린것도아니다.게다가내주변에는피라미드를보고온사람이단한명도없었다.물론피라미드를사진으로보는것은쉬운일이다.피라미드를주인공으로한그림엽서는너무흔하다.하지만나는피라미드가서있는곳에가고싶었다.
-정성일‘피라미드의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