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재단이후원하는제18회에르메스재단미술상최종수상자로전소정작가가선정됐다.에르메스재단미술상은2000년시작해2018년까지18회를맞이했다.첫해에장영혜,김범(2001),박이소(2002),서도호(2003),박찬경(2004),구정아(2005),임민욱(2006),김성환(2007),송상희(2008),박윤영(2009),양아치(2010),김상돈(2011),구동희(2012),정은영(2013),장민승(2014),정금형(2015),오민(2017)등이수상한에르메스재단미술상은국내미술계에서가장권위있는상으로꼽힌다.
제18회에르메스재단미술상은국내외미술계인사4인으로구성된심사위원단이1차서류심사와2차심층인터뷰심사를통해최종수상자1인을선정했다.심사위원단에는국립현대미술관학예연구실장강승완,2006에르메스코리아미술상수상작가이자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인임민욱,에르메스재단디렉터까뜨린느츠키니스(CatherineTsekenis)와베트남계프랑스작가투-반트란(Thu-VanTran)이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전소정은넓고깊은사유를기반으로시각,청각,촉각등모든감각을결합해설득력있는작업을보여준다”고평가했다.“사회적이슈에강한책임의식을갖고있으면서도,미학적인언어를통해서균형을맞출줄아는작가”라는심사평도인상적이다.수상자전소정은서울대조소과를졸업하고연세대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미디어아트를전공했다.영상,설치,퍼포먼스등다양한매체를넘나드는그의작업은이른바‘감각의번역’이라는높은평가를받아왔다.
삶이빛나는순간을포착한예술
『폐허』는전소정작가의작품활동을정리한책이다.작가의작품집이자작가의작품을객관적으로바라본비평집이기도하다.미술평론가김윤경과방혜진,타이베이에서큐레이터로활동하고있는에이미쳉,프랑스렌느제2대학연구원으로재직중인시몽다니엘루의글이깊이를더한다.
바닷가에서유유자적낚시를즐기는노인,눈부신햇살이잘게부서지는수면을가르며청어를낚아올리는북유럽바닷가노인,대도시교외의초라한행사장에서변검(變?)공연을선보이는변검술사,김치공장에서오랜세월김치를담가온아주머니들……자신이만난사람들의이야기를들려주는영상과누군가의소중한물건을조심스레선보이는설치작업.전소정의작업은다양한삶의양태를서로다른층위에서로다른온도로다소매끄럽지않게펼쳐놓는다.작가가마주한삶의장면,그순간작가의심경에일었던변화의면면을담는다.조각(학부)과영상(대학원)을전공한경험을바탕으로,전소정은매체의경계를자유로이오가며자신을둘러싼세계와그곳에서마주친사람들의이야기를드러낸다.삶의어떤순간에서든,어디서든,그저스치듯만날것같은사람들이평범하게살아가는모습을결코평범하지않은순간의연속으로번역해낸다.
전소정의작업은삶의중심이아니라삶의구석으로깊숙이향하는작가의시선에눈길을둬야한다.개별적인삶으로깊숙이들어가는작가의시선을통해우리는각자의삶에깊숙이감춰진목소리를듣는다.그래서일까.작가는공들여연출하며자신의존재를드러내던방식에서자신의이야기를들려주는누군가를바라보는‘시선’으로작가의존재를축소시킨다.작가의시공간으로누군가를초대해이야기를듣던방식에서누군가의시공간속으로찾아들어가는방식.매일의삶을평범하게이어가는사람들의일상이펼쳐지는시간과공간으로들어간전소정은그들의이야기를묵묵히기다린다.오랜기다림의시간이흐르고,작가가선택한그들은자신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작가와인물사이의오랜기다림은감정의교류를이끌어내고,관객은이야기를들려주는사람의삶으로몰입한다.오랜기다림이잊고있던순간을끄집어내고,내면깊이감춰둔기억을되살리는순간.작가의개입을자제함으로써타인의목소리가도드라지는순간.전소정의작업은우리에게필요한삶의태도는스스로를지우는데있음을,그러나그태도가결국자신의확신을드러내준다는평범한진리를일깨운다.
예술,사소하고무의미한행위의반복
물론전소정의목소리가드러나는작업도있다.7가지에피소드로구성된영상과사진을선보인<예술하는습관>이그것이다.이작업에서전소정은타인의삶에몰입해특정한서사를따라가는것과달리스스로이야기를시작한다.새까맣게타버린재로부터되살아난불꽃이활활타오르면서새의형상을드러내고,깨진항아리에밤새물을길어다채우기를반복하고,손바닥에서유리구슬로둥글게원을그리고,아슬아슬하게쌓아올리다가마침내무너지는성냥개비탑을조심조심쌓고,물위에비친보름달을떠내고자헛된수고를되풀이하고,불붙은원형고리를순식간에뛰어넘고,물이가득찬유리컵을들고좁고긴평균대를오가고……작가는그단순한,그러나결코쉽지않은에피소드를담담하게,무한히반복한다.
작가가직접등장하여계획된행위를수행하는것.<예술하는습관>에서전소정은예술가에게기대되는덕목과연관된7가지에피소드를수행한다.몇번의시도로성공한행위도있지만끝내완수하지못한행위도있다.물론과업의성공은중요하지않다.중요한것은전소정이이행위를쉼없이‘반복’했다는것이다.끊임없이되풀이되는행위를전소정은‘습관’이라부르고,예술가의덕목혹은‘예술하기’와연결짓는다.특별할것없는평범한행위를무한히반복하는과정.전소정에게예술은그런것이다.특별한기교도,장대한스케일도,극적인서사도찾기힘든행위.작가는이렇게믿는듯하다.예술은그사소하고무의미한행위를되풀이하는것에서나온다는것을.그것은우리가매일마주하는삶도무관하지않을것이다.
[필자약력]
김윤경은서울과뉴욕에서잠시현대미술사를공부한후,작가를만나고,글을쓰고,전시를기획하고,책을만드는일을하고있다.사적인영역에머무르기보다는공적인영역에관여하며사회변화의원동력을발생시키는예술의가능성을여전히믿고있으며,이러한과정을작동시키고소통시킬작가들이나타나기를오늘도기다리고있다.
방혜진은확장된영역으로서의현대미술을탐구하는비평가다.장르를가로질러평론활동을하고있으며,전시와공연의기획자및드라마터그등비평적참여를실천하고있다.
에이미쳉은타이베이에서큐레이터로활동하고있다.2010년에음악평론가제프로와함께‘더큐브프로젝트스페이스’를창설하여타이베이의현대미술연구,제작,전시를위한독립공간을운영하고있다.작가들과장기적인관계를맺고,로컬문화를심도있게연구할목적으로쳉은‘확장된기획’의가능성을모색한다.2009년이후여러연구프로젝트를공동기획하고수행하며전후대만의소리문화(2011?)비평적정치적예술과기획실습연구(2009)에기고했고,예술과사회:7명의현대미술가들의소개의편집인으로도활동했다.
시몽다니엘루는영화로박사학위를받았다.프랑스렌느제2대학연구원으로재직중이다.영화이론과미학에관심있으며,일본영화속전통극에대한박사논문및글을썼다.현재영화와다른예술형태,특히공연예술,미술,음악과의관계를연구하고있다.작가가예술비평가가될때(렌느대학교출판부,2015)의공동편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