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책이흔하디흔한‘퇴사하고여행하는’이야기라면저는책소개를한줄도쓰지못했을겁니다.“요즘재미있는책을작업한다”고주변에얘기하는일도없었을거고요.『퇴사는여행』이라는제목의원고를받았을때저역시오해했습니다.지금시대에‘퇴사’는전염병번지듯유행하고있고,거기에세계여행이덧붙은이야기는벌써차고넘치는꼴이니까요.
그런데『퇴사는여행』원고를읽기시작한지얼마쯤지났을까요.저는다른여러업무를모두뒤로미루고이책부터교정을보기시작했습니다.다음여정이너무궁금해서읽기를도저히멈출수가없었기때문입니다.퇴사후떠난동남아시아여행일화에서움트는이책의이야기는,뜻밖에저자가여러차례입·퇴사하며경험한스타트업기업문화,여행중탐방한실리콘밸리내오피스들,미국네바다의사막에서펼쳐지는버닝맨(BurningMan)현장속으로저를밀어넣었습니다.
저자가써내려간경험들은몹시생경했고,동시에생동했습니다.그덕에저는아주오랜만에책을통한간접경험을제대로즐겼습니다.어떤순간은스타트업기업의직원으로치열하게일했고,그러다디지털노마드로살아갈방법이없을까고민했고,어느순간에는반짝이는눈으로에어비앤비와유튜브등실리콘밸리의내로라하는기업오피스를살폈으며,다른순간엔사막위를달리는아트카에몸을싣고7080록을듣고있기도했습니다.그리고궁극에는그가꺼내어보여준슬픔안에서함께눈물을흘렸습니다.저는정말그자신이되었다가책밖세상으로튀어나온것만같았습니다.
그의여행은그어떤여행과도닮지않았습니다.그의여행은늘현재에존재합니다.그래서진부하지도빛바래지도않습니다.삼십대또래인저조차그가너무나젊다고느꼈던이유는바로그것때문이겠죠.디지털노마드부터실리콘밸리까지,저자가‘퇴사’와‘여행’으로만난삶의방식은너무도다양해서,제가‘일’에갖고있던편견을와장창깨부쉈습니다.세상에이토록유연하게일하며삶을유영하는사람들이있었다니,또그들이모여가꾼이상적인공동체가해마다사막위에만들어지고있었다니.친구들의재밌는놀이에서소외된꼬마처럼분했고약간의배신감마저들었습니다.
하지만저자가자기앞의유리벽을깨뜨린뒤유연하고커다란세상으로더나아갈수있었던까닭이,‘프로이직러’‘퇴사컨설턴트’라는별명을얻을만큼끊임없이일과삶의형태를고민하고만들어온그자신에서비롯되었음을,이책을읽노라면누구도부정할수없을겁니다.‘글쓰는스타트업마케터’인그는계속해서홀로서기를실험해왔습니다.어딘가에소속되지않고도혼자오롯이설수있을만큼단단해지기위해,누구도시키지않은그일을용감하게도계속해왔습니다.
이미1만여명의사람들이브런치(brunch)에연재된그의이야기를구독했고,후에『퇴사는여행』이라는동명의독립출판물로제작된책역시독자들에게사랑받았습니다.우리에게는그의이야기가필요했습니다.우리는기업의부품처럼소모되며살길원하지않기때문입니다.경주마처럼좁은시야로앞으로만달리지않고,혹등고래처럼느리게저바다를유영하기를원하기때문입니다.“삶의방향을바꾼다는건짜릿하고도두려운일이다.그일을몇번이고멋진여행으로만들어냈던그녀의이야기를읽으면서,이제갓여행을시작한내마음속짜릿함의비율이51퍼센트가되는것을느꼈다”라는음악가장기하의추천사처럼,두렵지만방황하여진짜나자신과만나고싶기때문입니다.
저자는자발적으로모험을떠나고방황하는이들을응원합니다.우리자신만의경험이하나의점을찍히고,그시간이쌓이면점과점이연결되어새로운기회를열어줄거라말합니다.인생을옭아매는저벽,그아래작은문을열고나가길두려워하는이들에게그는이야기합니다.어떤일이든문을열어주는사람들이있고,문을열고들어간그길은또새로운기회로이어진다고말이지요.
걱정마세요.“방황하는이들모두가길을잃은것은아니다.(Notallthosewhowanderarelost.)”라는J.R.R.톨킨의말을인용하며시작하는이뜨거운책이당신의손을이끌어줄것입니다.긴장하세요.정말이지뭐라도시도해보지않고서는오늘밤쉽사리잠들지못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