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선이 아니다 (자갈과 모래의 정원 Gardens of Gravel and Sand)

이것은 선이 아니다 (자갈과 모래의 정원 Gardens of Gravel and Sand)

$15.07
Description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교토의 정원에 깃든 종교적 배경을 제거하고, 그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자갈과 모래에 주목한다. 자갈과 모래의 다양한 배치와 정돈을 보여주는 사진이 담담히 펼쳐진 이 책에서 교토의 정원은 아무데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흔한 풍경으로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자갈과 모래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자연이 무심히 운행하도록 두지 않는 인위(人爲)를 상징한다. ‘마른 정원(가레산스이)’, 즉 물을 사용하지 않은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정화, 제초, 갈퀴질, 재구성 같은 꾸준한 유위(有爲)가 필요하다. 갈퀴질을 새로이 하고, 형태를 달리해서 조성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자갈과 모래의 정원은 바람, 비, 지진, 중력, 이끼, 잡초, 낙엽, 인간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해 해지고 사라지고 만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선적인’ 혹은 ‘영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일본의 정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정원이란 자연을 정교하게 축소시켜 눈 아래 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마주보는 하나의 통로라는 뜻밖의 사실을 깨우쳐준다. 자연과 인간의 변덕스러운 기질에 맞서 정원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단단한 의지의 표상. 그 무위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저자

레너드코렌

LeonardKoren
샌프란시스코와도쿄를오가며살고있다.건축을전공했고,1960년대후반로스앤젤레스와파리에서야외대형벽화를작업했던‘로스앤젤레스파인아트스쿼드TheLosAngelesFineArtsSquad’를공동설립했다.1970년대주요아방가르드저서로평가받는『WET:TheMagazineofGourmetBathing』을간행했다.저서로『배치의미학』(2011)과『와비사비』(2019)등이있다.『WhatArtistsDo』(2018)의한국어판출간을앞두고있다.

목차

바위는없다Norocks29
선禪이아니다NotZen51
아마도예술Possiblyart 69
메타정원Meta-gardens97

주석121
옮긴이의말174

출판사 서평

『이것은선(禪)이아니다』는일본의다회(茶會)를체험하고자연과시간의변화를그대로받아들이면서지금에집중해자신을온전히바라보는삶의태도를사유한『와비사비』의저자레너드코렌의책입니다.

코렌은이책에서우리를교토의정원으로인도합니다.교토,사찰,정원……아마도당신은색채감이없고,섬세한기교를다양하게구사하는일본의정원을떠올릴것입니다.커다란자연을작은정원으로축소하고,차경의원리를도입한독특한아름다움을기대할것입니다.하지만『와비사비』에서그랬듯이코렌의사유는뜻밖의다른길로안내합니다.저자가교토의선종(禪宗,선불교)사찰에위치한‘마른정원(枯山水,가레산스이)’을다녀온흔적은SNS를수놓은‘일본미학’의타성에젖은당신의기대를무너뜨리기에충분합니다.

일본정원에서‘가레산스이’는물을사용하지않은정원또는자연을의미합니다.문자그대로‘마른산수’입니다.이정원에서암석은섬과산같은큰지형을표상하고,자갈과모래는주위의강,바다같은물을상징합니다.물의핵심적인본질을물을사용하지않고심오하게표상하기.가레산스이의아름다움은이역설에있습니다.

『이것은선(禪)이아니다』의정수는자갈과모래의다양한배치와정돈을보여주는사진에있습니다.자갈이나모래가까이에있는나무와관목,바위를배제한사진은아무데서나발견할수있는흔한풍경처럼교토의정원을담아냅니다.바위를애지중지하는마음이‘낮게’깔린자갈과모래를제대로보지못하게만든다며일본식정원의핵심인바위마저의도적으로배제합니다.

그렇습니다.『이것은선(禪)이아니다』는제목그대로일본의정원에깃든종교의사상적인배경을제거한채‘자갈과모래의정원’이라는상황에집중하게만듭니다.자연을압축한다는축경의원리에따라인간의의지를구체적인형상으로조성하는불교적배경,아름다운자연을선경(仙境)으로격상시키는도교적배경,그리고조상신에대한감사와숭배의원리를자연에빗대는신도(神道)사상으로‘포장’된정원에서벗어나오랫동안‘배경’으로만여겨졌던자갈과모래를제대로볼것을요구합니다.

당연한얘기겠지만,정원의주인공은식물입니다.식물을가꾸는공간이정원입니다.식물은저절로[自]그렇게[然]생장하는활발한기운을표상합니다.이와대조적으로자갈과모래로정원을조성하는것은자연이무심히운행하도록두지않는인위(人爲)를상징합니다.마른정원을관리하기위해서는규칙적인정화,제초,갈퀴질,재구성같은자연의성향과상반되는꾸준한유위(有爲)가필요합니다.일본의디자이너하라켄야(原硏哉)가『백白』(안그라픽스)에서말한것처럼“고승의처소앞에펼쳐져있는하얀사각형의돌로꾸민정원은사람의의지를상징적으로보여”줍니다.

자갈과모래는임시성,일회성,불안정성을상징합니다.매일여러번갈퀴질하고,다시형태를만들어야하는한갓되고허무한시도입니다.자갈과모래로정원을조성하는고집스러움은바위를산위로밀어올리는시시포스의부조리한노력을떠오르게합니다.그러나갈퀴질을새로이하고,형태를달리해서조성하는지속적인노력이없다면자갈과모래의정원은바람,비,지진,중력,이끼,잡초,낙엽또는인간의도발적행동으로인해해지고사라질것입니다.자연과인간의변덕스러운기질에맞서정원을보존하려는인간의단단한의지의표상.저자가이책에서말하고싶은메시지는이것이아닐까요.

『이것은선(禪)이아니다』는삶이라는존재론적본질에사로잡혀세상모든것에‘의미’를두는우리에게삶을이루는기초재료에주목할것을넌지시일러주는책이기도합니다.자갈과모래가인간의몸을기준삼아정원의본질을이루는기초재료의역할을묵묵히수행하듯이,우리네인생도기초재료를인식하고매순간순간보존하는노력을기울일때비로소의미가피어날것입니다.선(禪)의핵심원리를담기위해극도의단순함을추구하고,물[水]을표현하기위해물질적으로상반되는재료를사용한교토의정원처럼인생의의미는모순과역설에자리할지도모릅니다.이것이선(禪)이아니듯이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