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사티,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 (에릭 사티가 남긴 서른 구절의 말)

에릭 사티,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 (에릭 사티가 남긴 서른 구절의 말)

$22.25
Description
“듣지 마세요! 걸으세요, 이야기하세요!”
“나는 음악가가 아니다!”
“내 이름은 에릭 사티다. 다들 그렇듯이.”
짐노페디, 그노시엔느, 배 모양을 한 세 곡의 소품…… 음악의 역사에서 독자적 광채를 내뿜는 에릭 사티의 작품에는 엇갈리는 갖가지 해석이 뒤따랐다. 갖가지 미디어가 혼합된 그의 작품의 밑바탕에는 전통적 미학에 대한 삐딱한 도전적인 태도가 깔려 있었다.
‘음악계의 이단아’ 사티는 언어의 곡예사이기도 했다. 그가 남긴 글은 그의 음악만큼 기이하기 짝이 없다. 사티는 왜 썼을까. 사티를 둘러싼 맥락은 무엇이며, 기이한 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본의 음악학자 시이나 료스케는 그 자체로 대단히 독특한 사티의 작품과 그의 뜻 모를 말들을 ‘사티의 시각’으로 읽어내기 위해 사티에 관한 거의 모든 문헌을 샅샅이 파헤쳤다. 엉뚱한 재치로 가득한 사티의 글로 만나는 그의 세계관, 『에릭 사티,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를 사티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선사한다.
저자

시이나료스케

(椎名亮輔)
1960년도쿄에서태어났다.파리8대학음악학과박사과정DEA,도쿄대학대학원종합문화연구과박사과정,니스대학철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도시샤여자대학학예학부음악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데오다드세브라크』로제21회요시다히데카즈상을수상했다.그밖에『음악적시간의변용』『광기의서양음악사』등을쓰고,『음악을생각하기위한기본문헌34』를엮었으며,뤼크페라리와마이클나이먼의책을일본어로옮겼다.

목차

새김말/5
독자에게/7
사티를읽다/9

1.내이름은에릭사티다.다들그렇듯이./27
2.젊은시절에줄곧이런소리를들었다.“쉰살이되면보일것입니다.”나는쉰살이되었다.아직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33
3.피아노는돈과마찬가지로그것을만지는사람에게만즐거움을준다./39
4.엘리베이터에깜빡우산을놓고온모양이다.(…)우산은나를잃고무척걱정하고있을것이다./45
5.인간을알면알수록개가좋아진다./50
6.베토벤은공공의평화를어지럽히는자다./55
7.라벨은레지옹도뇌르훈장을거부했지만,그의음악전체가그것을받아들이고있다./60
8.드뷔시는이요리의비법(가장절대적인비법)을터득하고있었다./71
9.우리의정보는정확하지않다.하지만우리는그사실을보증하지않는다./78
10.나는흰음식만먹는다.삶은달걀,설탕,갈아낸뼈,죽은동물의지방,송아지고기,소금,코코넛,흰물로익힌닭고기,과일에핀곰팡이,쌀,무,장뇌가들어간순대,파스타,(흰)치즈,목화샐러드,그리고몇종류의생선(껍질없이)./83
11.담배를피우세요.그러지않으면다른사람이당신대신피우고말겁니다./90
12.등장인물이무대에나타날때오케스트라는얼굴을찌푸리지말아야겠지요.생각해보세요.무대배경의나무들이얼굴을찌푸리던가요?/95
13.예술에는‘진리’(물론유일한진리라는의미에서)가없다고나는항상이야기해왔으며,내가죽은뒤에도오래도록이야기할것이다.(…)‘예술의진리’가있다는것은‘기관차-진리’‘집-진리’‘비행기ꠓ진리’‘황제-진리’‘거지-진리’가있다는선언을듣는것만큼이나이상하고어처구니없는일이다./109
14.‘가구음악’은본질적으로공업적이다.(…)우리는‘유용한’필요를충족시키기위한음악을만들어내고자한다.‘예술’은그필요에부합하지않는다.‘가구음악’은공기의진동을낳을뿐이며,그밖의다른목적은없다./119
15.행진곡,폴카,탱고,가보트등은‘가구음악’으로대체되는편이낫다.‘가구음악’을요청하십시오.‘가구음악’없는모임,집회등은있을수없다.공증사무소,은행등을위한‘가구음악’……‘가구음악’에는이름이없다.‘가구음악’없는결혼식은있을수없다.‘가구음악’을사용하지않는집에발을들여서는안됩니다.‘가구음악’을들어본적이없는사람은행복을알지못한다.‘가구음악’한곡을듣지않고잠을청해서는안됩니다.그러지않으면잠을설칠것입니다./127
16.공상으로가득하며,높은담에둘러싸인,개인소유의작은중세풍마을.주철로지어진,안락하고오래된,수상쩍은가옥.무서운외관에,험궂은정원이딸린.
(마법사를위한)낡고조잡한가구와함께./135
17.내가음악가가아니라고,누구나당신에게말할것이다.*맞는말이다./141
18.내이력의초창기부터나는줄곧음향측정가로분류되어왔다.내가하는일은순전히음향을측정하는것이다.《별들의아들》《배모양의소품》《말의옷차림으로》《사라방드》를살펴보면,우리는이작품들의창작에서음악적아이디어는지배적요소가아니라는사실을알수있다.이곡들을지배하는것은과학적사고다./149
19.작가들의허가?그것은아무짝에도쓸모없다.아!작가들!그들의말을들어서는좋을게하나없다.그들에게는아이디어가없으며,있다고해도상업적이지않다./155
20.음악이귀머거리들의마음에들지않는다해도,그들이벙어리라고해도,그것이음악을무시할이유가되지는않는다./162
21.멜로디가아이디어이며윤곽이라는점,그리고작품의형식&소재라는점을잊어서는안된다.그에비해화성은조명이며,대상의제시는그반영이다./169
22.작품하나를쓰기전에나는혼자서그주위를여러번돌아본다./179
23.함께죽으러왔습니다./191
24.아이들은많은노인들보다어리다는점을알아두십시오./200
25.부인,조심하세요.당신은살찌기시작했습니다!……그리고살찐다는것은곧늙는다는것입니다!……솔페주에스포츠를도입한달크로즈방식으로날씬함을유지할수있습니다.베토벤의소나타세곡으로나날이뚜렷한체중감량효과를얻을수있으며,바흐의푸가여섯곡은지방세포에전격적작용을일으킵니다.이를순환형식혹은오토바이형식의테마로연주하면효과는더욱촉진되겠지요.해당시설에는골프,복싱,리듬수영담당강사가있습니다./209
26.자네는한쪽눈으로춤추는법을아는가?……왼쪽눈으로말일세……(오른쪽눈을가리키며)이눈으로말이지./221
27.재즈는우리에게자신의고통을이야기한다-&‘알게뭐람’…….재즈가아름답고도현실적인것은그때문이다……./233
28.그렇다.오늘날‘6인조’는안타깝게도그다지값이나가지않는다(오네게르를제외하고는)./242
29.내하루일과는정확히다음과같다.7시18분기상.10시23분에서11시47분까지영감얻기.12시11분에점심식사를시작해12시14분에자리에서일어난다.13시19분에서14시53분까지정원안쪽에서건강을위한승마겸산책.15시12분에서16시7분까지또한차례영감을얻는다.16시21분에서18시47분까지이런저런일(펜싱,성찰,가만있기,친지방문,명상,손재주발휘,수영등).저녁식사는19시16분에시작해19시20분에끝낸다.이어서20시9분에서21시59분까지소리내어교향곡악보를읽는다.취침은규칙적으로22시37분.주1회3시19분에화들짝놀라며잠에서깬다(매주화요일)./249
30.매우‘오전9시’적으로./263

번외/277
사티의초상/285
감사의말/292
옮긴이후기/294
참고문헌/298
찾아보기/308

출판사 서평

“사티는자신의독백을아무도듣지못하도록,작은소리로스스로에게말을건다.”
-마르셀슈네데르(프랑스음악평론가)

짐노페디,그노시엔느,배모양을한세곡의소품……음악의역사에서독자적광채를내뿜는에릭사티(ErikSatie,1866-1925)의작품에는갖가지해석이뒤따랐다.여러미디어가혼합된작품의밑바탕에는전통적미학에대한삐딱한도전적인태도가깔려있다.

사티는풍자와해학을즐겼다.이런그의면모는작품제목에서그대로드러난다.‘관료적인소나티네’‘차가운소곡집’‘엉성한진짜변주곡-개(犬)를위하여’‘말의옷차림으로’‘바싹마른태아(胎兒)’‘배(梨)모양을한세개의곡’‘지나가버린한때’등서로모순되는의미의두단어를합쳐놓거나전혀이미지가연결되지않는단어를합쳐놓은기묘한제목은듣는사람의흥미를유발하는것은물론그속에담긴속뜻이무엇일까유추하는즐거움을안겨준다.

사티는선천적인반골기질의소유자였다.학창시절부터아카데믹한음악에반감을품은사티는생계를위해몽마르트르의카페에서피아노를연주했다.정통파들은“음악의격을떨어뜨린다”며눈살을찌푸렸지만사티는전혀아랑곳하지않았다.오히려다양한패러디를통해고급음악의권위를살짝비트는것을즐겼다.고전주의작곡가클레멘티의소나티네작품36의1번을패러디한《관료적인소나티네》처럼말이다.

외형적으로는고전주의소나타형식을따른듯보이는《관료적인소나티네》는곳곳에이를살짝비튼풍자와해학이숨어있다.그중에서도3악장의‘Vivace(빠르게)’를‘Vivache’로표기한부분이압권이다.‘vache’는프랑스어로‘소[牛]’를말한다.빠르고경쾌한리듬을지시하는이탈리아어‘비바체’를느릿느릿여유롭게움직이는‘소’를의미하는프랑스어로바꾸어놓은사티만의언어유희인셈이다.

‘음악계의이단아’사티는언어의곡예사이기도했다.그가남긴글은그의음악만큼기이하기짝이없다.인쇄매체가발달한근대이래로많은작곡가는오선지를잠시물린채문장으로자신들의음악적이념을설파하고,과거또는동시대작곡가들의작품을비평하며,교육적·학문적저술을내놓았다.그중에서도세기전환기의파리에서세간의몰이해속에서기상천외한유머와아이러니,풍자와역설을늘어놓은‘권외작곡가’에릭사티의존재감은이루말할수없다.

사티는왜썼을까.사티를둘러싼맥락은무엇이며,기이한글의의미는무엇인가.일본의음악학자시이나료스케는그자체로대단히독특한사티의작품과그의뜻모를말들을‘사티의시각’으로읽어내는데성공했다.사티의언어의맥락과배경을꼼꼼히살펴보고,사티의(숨은)의도를파헤치기위해사티에관한‘거의모든’자료를발굴하고답사에나선그의집념덕분에우리는‘사티’라는텍스트(가사,대본,칼럼,에세이,강연문,편지,메모)에감춰진‘비밀’과‘비의’를엿볼수있게되었다.『에릭사티,이것은음악이아니다』를통해서말이다.

*에릭사티는누구인가?

프랑스대혁명에서파리코뮌에이르는80여년의정치적격변이후벨에포크(아름다운시절)에활동했던아방가르드작곡가.1866년프랑스북서부노르망디지방옹플뢰르에서해운업자의아들로태어났다.
그는반항적이었고농담을즐겼다.1879년파리음악원에입학했으나아카데믹한분위기에염증을느껴중퇴했다.26세의청년사티는쉬잔발라동과6개월간짧은사랑을나누었다.
1887년몽마르트르에정착하고나서는개성적차림새를하고알퐁스도데,기드모파상,에밀졸라,샤를구노,클로드드뷔시등파리예술가들의아지트였던카페‘검은고양이(Lechatnoir)’의피아니스트로일하며이름을날렸다.똑같은모양의검은벨벳슈트열두벌을돌려입고,백여개의우산을갖고있었지만정작비가오는날에는젖는다는이유로접고다녔으며,1인종교의사제이자유일한신자로산기인이었다.
사티는시대를앞선‘음악발명가’였다.‘안단테’‘모데라토’‘알레그로’등을적어야할악보의지시어자리에“치통을앓는나이팅게일처럼”“너무많이먹지말것”“난담배가없네”“매우기름지게”“혀끝으로”“구멍을파듯이”라고썼다.같은악구를무려840번반복하는곡《짜증》을완성하고나서는“이곡을제대로연주하려면아주조용한곳에꼼짝말고앉아서미리단단히연습해두는게좋을것이다”라고엄포를놓았다.1963년존케이지와열한명의피아니스트들은이곡을15시간연주하며사티의지시를따랐다.어디음악뿐이랴.사티는수많은그림과글을남겼고,우스꽝스러운강연과분노에찬외침으로세상에맞섰다.
사티에게희망은클로드드뷔시였다.드뷔시스스로‘서정극’이라이름붙인오페라《펠레아스와멜리장드》는사티에게커다란충격이었다.1903년,드뷔시는사티에게‘형식’을공부하도록권했고,사티는《배모양을한세곡의소품》으로화답했다.
파리음악원을졸업하지못한열등감때문이었을까,드뷔시에게인정받고싶었던걸까.사티는39세였던1905년가을,뱅상댕디가교장으로있던파리의사립음악학교스콜라칸토룸에입학하여대위법과음악이론을공부하고1908년최우수성적으로졸업했다.
학업을마친사티곁에는라벨과콕토가있었다.두사람은사티에게연주를알선해주고,곡의출간을도왔으며,살롱을드나드는사티를차에태워줬다.드뷔시는처음에는그를존경했지만나중에는배척했고,라벨은그를지지했으며,콕토는그를우상화했다.
사티의음악은‘침묵’으로부터시작한다.그는침묵이전에온것과이후에올것을작곡했다.1888년,사티는라투르의시「고미술품」에서영감을얻어《짐노페디》를작곡했다.《짐노페디》는부드럽고매혹적인선율의왈츠곡으로,고전적인피아노음악을뒤엎었다.
1890년에는조표와세로줄을폐지한《그노시엔》을작곡했다.이밖에플라톤의대화편에서영감을얻은《소크라테스》,‘가구처럼그저그자리에있는음악’이라는뜻의‘가구음악’도사티가우리에게남긴선물이다.
1898년12월,사티는파리남쪽교외의아르퀴유로떠났다.아르퀴유코시가22번지,다섯평남짓한집,수도도전기도없는모기가득실거리는그곳에서알코올중독,간경화,늑막염으로고생하면서도아동복지를위해힘쓰고,밤에는몽마르트르의카바레에서일하며수많은샹송을작곡했다.
1925년7월6일,그의장례식날에는날씨가아주화창했고,장례행렬은매우길었다.향년59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