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책이 좋아서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하필 책이 좋아서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18.00
Description
“좋아하는 동료들과 작은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신연선 작가, 김동신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더니 흔쾌히 맞잡아주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10년차에서 20년차를 향해 가고 있는 업계의 허리 세대에 속합니다. 꾸준히 걸어왔지만 남은 길도 많은 상태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이야기를, 그다지 무겁지 않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 정세랑(소설가)


여기, ‘하필 책이 좋아서’ 직업으로 삼은 자들이 있습니다. 편집자에서 작가로, 글 쓰고 강의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북디자이너로, 마케터에서 온라인 서점 MD를 거쳐 팟캐스트를 만들고 작가들을 인터뷰하는 프리랜서로…….

김동신, 신연선, 정세랑. 출판업계의 허리 세대에 속하는 세 사람이 손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묵묵히 ‘책’과 더불어 걸어온 길, 그러나 여전히 남은 길이 많은 상태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필 책이 좋아서』는 하필 책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직업으로 삼게 된 세 사람의 여전한 애정과 가끔 찾아오는 머뭇거림을 담은 책입니다. 시대와 출판 환경을 거창하게, 애써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게 너무도 빠른 스트리밍 시대에 ‘가장 느린’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 표면에 천천히 떠오른 질문들을 세심히 모았다고 할까요.

저작, 편집, 디자인, 홍보, MD, 콘텐츠 제작…… 세 작가의 ‘언어’는 출판계 안쪽을 향하기도, 바깥쪽을 향하기도 합니다. 추천사, 증정본, 개정판, 리커버, 굿즈, 작가, 1인 출판사, 대형 출판사, 웹 콘텐츠, 집필, 강연, 출판노동자, 스트리밍, 문학상 심사, 서점, 파주출판도시, 원고료, 사회적 소수자(약자), 젠더, 환경, 문화 정책, 취향, 북디자인, 로고, 계약(서), 기획, 홍보, 마케팅, 베스트셀러, 브랜딩, 덕질…… 책과 출판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그리고 여성, 환경,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적확한 성찰, 그리고 온당한 분노가 서려 있습니다.

혹여 세 사람이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당신에게 그 일을 부탁하려 합니다. ‘하필 책이 좋아서’라는 말에 깊이 ‘웃픈’ 당신이 기꺼이 떠맡아줄 또 다른 이야기를 즐거운 여백으로 남겨둡니다.
저자

김동신,신연선,정세랑

저자:김동신

출판사돌베개에서디자이너로일했다.디자인스튜디오겸출판사동신사를운영하고있다.일상적으로쓰고있는인덱스카드를기반으로하는「인덱스카드인덱스」연작을2015년부터제작하고있으며,『OpenRecentGraphicDesign』(2018,2019)에기획자및작가로,『젊은모색2023:미술관을위한주석』에작가로참여했다.



저자:신연선

프리랜서작가.출판사홍보기획자,온라인서점MD로일했다.북칼럼,인터뷰,콘텐츠시나리오등을쓴다.2017년부터팟캐스트〈책읽아웃―오은의옹기종기〉대본을쓰고있다.



저자:정세랑

2010년『판타스틱』에「드림,드림,드림」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3년『이만큼가까이』로창비장편소설상을,2017년『피프티피플』로한국일보문학상을받았다.소설집『옥상에서만나요』『목소리를드릴게요』,장편소설『덧니가보고싶어』『지구에서한아뿐』『재인,재욱,재훈』『보건교사안은영』『시선으로부터,』『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7

정세랑

추천사를어쩌면좋을까?11
증정본의미묘함16
개정판과리커버,그리고굿즈20
저자들은1인출판사가될까?26
우리세대의종합출판사가나올수있을까?29
기존출판계와웹콘텐츠계는분리될수록좋지않을까?33
책과얼굴사이35
집필과강연사이41
출판계는충분히안전한가?45
책은스트리밍될수있을까?48
심사의고민51
출판계밖에서만나는출판인들56
짧은여행과색깔이강한서점들60
출판단지를길목으로63
원고료는언제오를까?66
괴롭힘은방치되고있다69
파본판매를어떻게할까?72
범죄에닿은책들75
일관적인문화정책을바란다79
출판인들이글을더많이쓰면좋겠다82

김동신

자주받는질문89
취향의방향을가늠하기94
코어에힘주기,책등디자인110
가장출판사다운로고를원한다면119
‘PPT로한것같은디자인’에대한단상131
북디자인과여성139
‘한국에서가장아름다운책’에대한의견151
계약서위에서디자인은167

신연선

출판사의홍보기획부라는애매한위치177
어디서든친절로한명의사람을만나야한다185
삼구무배의추억193
조금씩자리를바꿔만난다202
책이라는상품의기이함209
어떻게베스트셀러를만들까?216
내가브랜드가되는곳223
나의사랑하는울보들233
여자들이나를위로한다238
책덕질이왜좋은지말해볼까24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추천사읽고쓰기를좋아하긴하지만,과열의분위기는다소식혀가야하지않을까싶다.한권의책에네명,다섯명의추천사가붙는경우가늘고있다.주목할만한책이라는강렬한신호가필요한때가분명있지만,읽는입장에서는오히려눈길이덜가기도하고추천자들이겹치는경우도늘수밖에없다.과열의끝이소모일때가많아,우려의마음을표해본다.-정세랑‘추천사를어쩌면좋을까?’중에서

출판계가어려워서사람대우를제대로못해준다는이야기는반은맞고반은틀린것같다.출판계가여유없이어려운것은맞으나열의를가진사람들을너무예사로이여기고홀대하고있는것은아닌지물을필요가있다.책을사랑하는사람들은계속출판계의문을두드리겠지만,이대로라면떠나는속도또한빨라질지도모른다.마땅한존중을이야기할때가왔다-정세랑,‘출판계밖에서만나는출판인들’중에서

어떤서점들은오래된책,잘알려지지않았지만좋은책,재발견되어야할책들을빛나는자리에두고그럴때공간은마치한사람의내면세계같아재밌어진다.목록과배치의차이가그려내는점묘화가뚜렷한개성을자아내는것이다.누군가의머릿속에문을열고들어가는경험은서점에서드물게가능한것같다.-정세랑,‘짧은여행과색깔이강한서점들’중에서

음악을북디자인과비슷하다고느꼈던것은둘다오래전에결정된형식의반복과변주를지속해왔다는부분때문이었다.물론책의역사에도기술의발명과시간의흐름에따라많은변화가있었고,때로는변주라는말만으로설명하기에는부족한혁신과비약의순간들도있었지만그결과로빚어진차이는관심을기울여살펴보지않는이상좀처럼감지하기힘들다.그리고이점또한두분야가비슷하게느껴졌다.그러나한분야를들여다보는시간이쌓이면재능이나감식안의유무와상관없이누구든전에는보이지않던부분을볼수있게되는법이다.-김동신‘취향의방향을가늠하기’중에서

책표지라는공간에는글자만있는것이아니다.사진,일러스트레이션,색상등경중을따질수없는다른요소들도함께존재하며,이런상황에서글자의역할이란책의전체적인상을구성하는일부로서녹아드는것이보다일반적이다.그렇기때문에만약어떤표지디자인에정렬의축이뚜렷이드러난다면그것은다른시각적요소들의중요도를감소,혹은배제하면서까지타이포그래피중심의디자인콘셉트를좇겠다는디자이너의의지가있기에생겨난결과다.나는이런자기주장을하는표지들과그것을가능케하는디테일들을보는것을좋아한다.-김동신‘취향의방향을가늠하기’중에서

신체와관련된책의세부명칭가운데가장절묘하다고생각하는것은책등이다.등에는인체를지탱하는기둥인척추가있기때문이다.코덱스의구조적정수가종이를엮었다는점인만큼엮인부분들이모여만들어진면을등이라고일컫는것이퍽적절하게들린다.영어권에서는직접적으로spine이라고부르는데,실제로노출바인딩으로제작한책에서표지를입히지않은책등을보면종이묶음을실로엮은모습이뼈마디와닮아보이기도한다.-김동신‘코어에힘주기,책등디자인’중에서

출판계와디자인계는각각실무노동자많은수를여성이차지하고있는여초업계다.그러나관리자·임원급으로가면압도적으로남성이많고여성은실무자·사원으로서‘남성의‘하부구조’를이루는식의성별에따른차별이공고하다.이러한상황은한국사회에분야를불문하고존재한다.그중에는애초부터여성의진입을막아여성의수가극히적은업계가있는가하면출판계나디자인계처럼이른바‘여성적’인노동으로서여성의유입이많은분야도있다.단,그렇게유입된여성들이올라갈수있는한계는뚜렷하다.더많은권력을지닌보직,특히규모있는출판사의소유자는대체로남성이다.-김동신,‘북디자인과여성’중에서

책표지는자주얼굴에비유된다.만약이얼굴에성별이있다면그것은여성일것이다.요즘표지디자인의스타일이나유행이‘여성적’이라는게아니다.표지-얼굴이처한상황이여성의그것과닮았다.호감이가야하고,항상웃어야하고,예쁘면가장좋은,손쉬운평가의대상이되는얼굴.꾸미면화장이너무진하다고훈계를듣고때로는얼굴보단마음이고운게진짜예쁜거라며칭찬을듣는존재.너무나익숙한말들이다.-김동신,‘북디자인과여성’중에서

나는종종‘을(乙)이어야한다’는생각에서자유롭지못했다.그것이신입사원의자세라고여겼던것이다.주변으로부터그런이야기를많이듣기도했다.대학교졸업을앞두고청강한‘취업강의’에서강사가,막입사한곳에서만난상사가너희는을이어야한다,을이라고생각하고일해라,라는말을했다.하지만그런생각을품은시간이계속될수록나는작가와의관계에서도,편집자와의관계에서도,마케터와의관계에서도,아니그밖에맺게되는모든관계에서도언제나을이어야하는일이라는게정말이지안타깝다고생각했다.역시편집부로입사했으면더좋았으려나.아니,을이라니?그런생각은얼마나후진가.-신연선‘출판사의홍보기획부라는애매한위치’중에서

일터에서친절은가치의문제이기도하지만분명한업무능력의문제이기도하다.내가일터에서여러번자리를바꾸어가며오랜만에만난사람들과도변함없이반갑게인사를나눌수있는것은,그들과불필요한불안감이나긴장감,쓸데없는에너지소모없이수평적으로일할수있는것은,결국내가나의긍지를위해삼았던친절과다정의태도덕분이라고믿는다.나는동료들과친절로호감을나누었고,그호감은일을잘해내고싶다는마음,즉책임감으로돌아와사회생활의양분이되었다.실제로그렇게일할때일의결과도좋았다.-신연선‘어디서든친절로한명의사람을만나야한다’중에서

나는국내여행을좋아하는데어느지역에가든그곳의동네책방을찾아방문하는코스가여행의필수과정이다.즐겁게도이여행방식을이제많은분들이즐기고있는것같다.그동네책방에서만만날수있는멋있는독립출판물을발견하는기쁨,그곳만의색깔이담긴색다른큐레이션을감상하는즐거움은여행지에서만날수있는최고의순간중하나다.-신연선‘삼구무배의추억’중에서

무너지는댐에난구멍을제몸으로막는사람들.그런사람들이계속해서나를다독인다.일말의희망을가르쳐준다.비와햇빛이되어준다.그존재들에번번이감동하고놀라는이유는인간이란존재가쉽게변질되고마는,나약하고어리석은존재이기때문이다.나의허기가타인의병보다중하기때문에.애쓰지않으면타인은,언제나나의바깥에만머무는존재이기때문에.도무지가닿을수없을것같은영역까지나아가타인과세상의고통을그대로나의것으로여기는사람들이언제나놀랍다.나의사랑하는울보들.-신연선‘나의사랑하는울보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