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싶을땐산에가야한다”
“저산은내게우지마라,우지마라하고…….”‘이러다무너지겠구나’싶었던때가있었습니다.몸도마음도힘들었습니다.무작정산에올랐습니다.그때‘저산’은정말‘우지마라,우지마라’해주었습니다.
그렇게서울의북한산을오르기시작했습니다.울고싶은것만큼,잊고싶은것도많았나봅니다.굳은몸과거친숨이가파른경사에적응해풀어질때쯤산행은무모하고과도해졌습니다.
어느해였을까요.북한산을1년에100번오른적도있었습니다.직장을다닐때였으니,52주에걸쳐토-일,토-일로이어간여정이었습니다.말그대로독한산행이었습니다.어떤날은백운대정상까지,어떤날은대동문~대성문~대남문을잇는북한산성주능선까지.몸이힘들어서였을까요.산을오르내리며저를적시고있던슬픔과울분이사라졌습니다.
마치산으로들어서듯초록초록한본문을한장한장펼치면아시겠지만,『저산은내게』는지상에서입은내상의치유기록입니다.‘이산저산떠도는바람’에지친몸과강퍅해진마음을씻어내린시간을산을오르듯우직한문장으로담았습니다.
그렇습니다.울고싶을땐,산에가야합니다.사방이온통산으로이루어진중앙아시아에서히말라야에이르는산악지역에는삶전체의희망을‘산’에건이야기가전설처럼남아있습니다.이산을천번오르면꿈이이뤄진다,저산둘레를백팔번돌면지난생애의잘못이씻겨나간다……당신이어떤산을오르든지마음속품은꿈이한두개는이뤄질거라믿습니다.
산은매혹그자체입니다.산의아름다움을어찌말로표현할수있을까요.어느가을,홍조띤숲길을걷다가멈추었을때절감했습니다.단풍숲을빠져나와곁에있는바위로잠시물러서고개를들었습니다.서쪽낮은하늘로노을이붉었습니다.그붉디붉은기운을머금고멀리파도로펼쳐진장대한산세에압도당해말을잃었습니다.보이는풍경전체가붉어,입을뗄수가없었습니다.그날생각했습니다.산행은정상에서완성되는게아니라,말끊긴곳에서완성되는구나!
여러해동안홀로잠행한산행의기록을모아한권의간소한에세이를내놓습니다.북한산,지리산,알프스,시베리아……그산과길의흔적을반추하며저의새벽은사유의시간으로물들었습니다.그리고알았습니다.산을오르는일이란삶의고단함을작은배낭에밀봉한채확산(몸)과수렴(마음)을오르내리는수행이라는것을.
마지막으로묻습니다.도대체이울퉁불퉁한지구에서산을오른다는건무엇일까요.“힘들게산에왜올라?”얄미운표정으로묻는지인들을멀뚱멀뚱쳐다볼수밖에없었던것은‘등산이란무엇일까?’에답을내놓지못한까닭이었습니다.그러나10년의산행기록을이조그마한책으로묶으며이렇게속삭여봅니다.
‘등산은우리를자꾸만끌어내리지못해안달인,못된지구중력과의우아한드잡이다!’
되도록많은분이저의‘좌충우돌’산행기를읽고,지구인의숙명인중력과의한판승부에동참하면좋겠습니다.주말을이용해배낭하나메고중력과맹렬히싸우다보면허벅지가딴딴해지고,숨이거칠어지면서,문득지구를이탈해달에가고싶을지도모릅니다.
당신은지금어떤인생을오르내리고계시나요?그곳이어디든지중력을잊고통통튀면서가볍게오르내리시길기원합니다.불안으로부터해방되기위해,행복을꿈꾸기위해우리는문을박차고나가야합니다.골방에틀어박혀복음과경전을붙들고있을필요도없고,달변의멘토와자기계발서의호언장담에마음을내줄필요도없습니다.신발끈을여미고폐쇄된공간에서훌쩍벗어나는게우선입니다.행복은지금있는공간으로부터의‘이탈’가능성에비례합니다.해발고도를높일때우리는행복에잠길수있습니다.
자,워밍업은끝났습니다.이제산에오를차례입니다.
우리,산에갈까요?
이지형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