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15.00
Description
“이게 사랑 아니면 무엇일까?”
희귀난치병 자가면역질환의 기록,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의 작가 오지영의 첫 소설

이별의 계절을 지나온 사람들,
파도가 피고 지는 바닷가 작은 마을
상처가 여물지 않은 낯설고 버거운 하루하루
어느 날,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불시에 찾아오는 엄청난 고통, 사라지고 싶은 만큼 괴로운 나날. 희귀난치병 자가면역질환의 기록을 담은 산문집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을 펴내고 오지영은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100만 명 중 2명이 걸린다는 이 병을 처음 진단받은 날부터 사라지지 않는 고통과 마주하는 하루하루를 담담히 고백한 그의 글은 삶이란 결국 ‘버티는 태도’에 달려 있음을 전해주었다.

‘질병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글’ ‘인생을 다시 보게 해준 책’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 독자들의 애정 어린 반응처럼 그의 글은 고통 속에서도 찬연하게 빛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아로새겼다. 글을 쓰는 자로 살겠다며 고통 속에서도 버티고 버텼던 직장인의 의식주를 과감히 버린 첫 결실이었다.
저자

오지영

1988년서울에서태어나일산에서자랐다.무엇이든남기고싶어오랫동안하던일을멈추고쓰기시작했다.모든계절을,그리고그계절마다바다에가는것을좋아한다.『아픔이내가된다는것』을썼다.@from__jiyoung

목차

등장인물_8

Part1여름

지안·찬란한여름,쓰레기같은여름_17
새봄·아이같아서_33
민·내안의모든글자를만든사람_42
희나·내마음은고마움이라고?_53

Part2가을

지안·인생에빨간불이들어왔다_67
새봄·시간이지나면나아진다고_78
유준_84
민·우리도세번째는아니만났어야했다_91
희나·큰파도가작은파도가될때까지_103

Part3겨울

희나·산다는것은계속해서이별하는것_119
지안·자발적백수_130
새봄·준비의계절_141
유준_144
다시,새봄_148
다시,유준_153
민·우리의겨울_157
준_163

Part4봄

지안·봄은반드시온다는것을_173
새봄·고여있어도괜찮다말하는사람_187
민·밥먹었어?_196
준_200
다시,민_205
희나·어느새벚꽃이만개해있었다_209

Part5또다른계절

소윤·이게사랑아니면무엇일까_221

작가의말_229

출판사 서평

픽션과현실사이를오가는드라마적스토리텔링,
바다에서느릿느릿깨달은‘우리’

오지영의첫장편소설『내마음은바다에있어』는이야기를‘짓는’자로살겠다는작가의오래고절실한소망의두번째결실이다.30대여성작가,저마다쓸쓸함과서러움을감내하는소설속다섯명의30대여성.오지영의소설은오늘날한국문학의맨앞자리를차지하는‘여성’소설가들의얼굴과자연스레겹친다.남성작가들이역사적인서사를갖고있는데반해여성작가들은개인의경험을기록하는의미에그친다는성차별적해석을노벨문학상정도는받아야해소할수있는척박한현실에서소설가로버텨온이름‘들’을일렬로호명하게한다.

하긴누구의작품위에누구를포개는지형도가무슨소용이란말인가.『내마음은바다에있어』는‘탈남성적’문장의종착지라고할수있는‘여성의연대’에당도한또하나의성과라고부를만하다.30대는실사구시적일의경력에집중해야한다고강요하는세상.그러나작가는여전히30대에도사랑하고,다투고,서운해하고,아파하고,헤어지는자신과자기옆에있는사람들을기꺼이보듬기로했다.


“내가했던것,우리가했던것은분명사랑이었어.
그것만은당신이틀렸어.”

광고기획자로한직장에서10년을일한서른다섯지안,강원도바닷가마을에서꽃집을운영하는서른둘새봄,작가지망생이지만세상에떳떳한글을내놓지못해움츠러든서른다섯민,동료에게좀처럼사적인이야기를터놓지않는와인가게부점장서른여덟희나,남편을떠나보내고학창시절부터결혼생활까지모든기억이묻혀있는양양에카페를연서른아홉소윤까지.

소설속다섯여성은‘결핍’이라는부력에떠밀려강원도양양의작은마을에우연히모인다.아침에도오후에도밤에도바다가피고지는곳,봄에도여름에도가을에도겨울에도파도가일렁이고부서지는곳.저마다심연깊숙이가라앉아있던외로움과두려움은파도위로떠오르고,서로독립적이고무관한듯살아가던다섯여성의우연적인만남은이내운명으로하나가된다.

바다가어떤곳이던가.이브몽탕이〈고엽(Lesfeuillesmortes)〉에서“삶은그러나서로사랑하는이들을갈라놓아버리지,아주슬며시소리소문없이,그러고나면바다는지워버리지,그들이찍어놓은모래위발자국들을”이라고노래했던때는1946년이었고,쓸쓸한목소리의가수임지훈이“어느새사랑썰물이되어내게서멀리떠나갔네”라고절창했던때는1987년이었다.오래전부터바다는그런공간이었다.

한편으로바다는음운그대로‘받아들이는’곳이다.반듯한문장으로사랑에패배한다섯여성의무력함을더없이담백하게그려낸작가에게는더더욱그런곳인가보다.아프지않은날보다아픈날이흔한운명의방해공작에지칠때마다바다를찾아서였을까.소설속다섯여성의결핍과상처가헤엄치는강원도양양의바다는작가오지영의실존적운명도,소설속다섯여성의삶의찢김도너른가슴으로받아들인다.마치한편의담백하고감각적인드라마를본듯한이소설을읽고나면그들의기쁨과슬픔과절망에또르르눈물을떨구다가,서로의눈을맞추는아름다운풍경에빙긋웃다가어느새바다로발걸음을옮기는자신을확인할지도모른다.


“내가만난글들이나를단단한사람으로만들어주었듯이
누군가에게도하나의이유가될수있기를”

글쓰는것을좋아했지만,그저좋아하는일로생각했다는작가는여전히자신의첫소설을어색해하는듯하다.현실의고통과허구의욕망이몸속을비집고나와자신만의언어로밀물과썰물로교차하는모습을편집자의자격으로지켜본자로서감히말하련다.감정의담백함과겸손한어휘의선택만으로도충분한자격이있다고,만약순문학이라는게여전히존재한다면당신이마지막생존을이어가고있다고말이다.

소설가오지영은몇해전유난히밝은봄날,직장이라는안전하고튼튼한울타리를자기손으로열고나와품고있던이야기를풀어놓기시작했다고,여러이야기를서성였지만결국‘사랑’이었다고고백한다.사랑을선택한작가의쓰기를옹호한다.불안하고,비겁하고,옹졸하고,치졸하고,두려움과오해의연속이더라도사랑은사랑이아니던가.다른감정으로,다른단어로애써숨겨도사랑은사랑.지안에게서,새봄에게서,민에게서,희나에게서,소윤에게서‘이건내이야기야’라고고개를끄덕이는당신도기꺼이옹호해주리라믿는다.

내친김에묻는다.당신은누구의이야기에,누구의사랑에공감하는가.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결국사랑일텐데.누군가의숨은구석을알아채고,살피고,보듬고,내어주는마음.상처입은기억이고여있는시간을통해회복하고다시흐르는기쁨.기꺼이다른사람의안녕에도움을주는배려.그렇게소설을쓴자와읽는자가서로닮았으면좋겠다.상처를보듬고,회복하고,무언가로채우는‘다정한’사람들.

아픔과사랑의힘으로산문을쓰고소설을짓는,우리에게매력적으로다가온이름석자를부디기억해주기를바란다.오지영첫장편소설『내마음은바다에있어』.


등장인물

지안(35)광고대행사‘A&E커뮤니케이션즈’과장,전남친건우

광고기획자(AE)로한직장에서10년을일했다.광고가곧나이고,내가곧광고인삶.혼자가익숙했던삶에잠입해훼방을놓은건건우였다.대학생광고연합동아리에서처음만난사람.그시절에는그리친하지않았는데,경쟁프레젠테이션때상대회사아트디렉터가되어있던건우를우연히만났다.그리고이어진건우의끈질긴구애.하지만긴연애끝에지안에게당도한것은건우의바람이었다.잔잔한삶에켜진빨간불,지안은탈출구를찾기위해무작정양양을찾는다.그곳에서의시간이한뼘한뼘늘어날수록지안의선택은달라진다.


새봄(32)양양꽃집‘플라타너스’사장,전남친진운

꽃을사람으로만들면새봄이지않을까.이름처럼봄같다.매일매일꽃과가장많이대화를나눈다.그다음은꽃집옆카페레콩포르를운영하는소윤.새봄을아는모두가새봄을좋아하고,새봄도그들모두를좋아한다.좋은것도좋고,싫은것도좋다며아이처럼해맑게미소짓는사람.그러나그늘없는사람이어디있을까.엄마가세상을떠나고새봄을찾아온갖가지결핍.그결핍을남자친구진운을통해채웠다.그래서일까.“너는내아이같아”라고새봄을유난히좋아했던진운은헤어짐의이유도같았다.아이같아서……시간이지나면나아질거라믿었지만나아질기미가보이지않았다.어느날,한남자가꽃꽂이를배우겠다며찾아온다.


민(35)작가지망생,전남친준

내직업은무엇일까.누군가직업을물어올때마다머릿속을떠도는질문.사람들에게“작가입니다”또렷이말할수없지만,온종일글을지으며보내니분명글쓰는사람.약간의예민함이존재하지만남자친구준만있으면누구와도섞일수있고,무엇이든넘길수있었다.보물1호는준과함께구조한길고양이마틸다.대학동기인준과10년을연애하고헤어졌다.그중세해를함께살았다.지금은준의형수인소윤의카페에서일한다.헤어진남자친구의형수가운영하는카페에서일한다며사람들은수군거리지만한번도이상하다고생각한적이없다.


희나(38)와인숍부점장,전남친수호

와인가게부점장.동료를싫어하지않지만,그렇다고개인적인이야기를터놓고나누진않는다.서른이넘고나서는한번도울지않았다.‘내가내린선택에책임지는사람이되어야지’눈물을보여서는안된다는강박이있다.와인은혼자마셔도청승맞지않아서마시기시작했고,계속마시다보니소믈리에자격증을손에쥐게되었다.세련되고수려한외모덕분에와인을사러왔다가치근덕거리는남자손님이꽤있지만,연애를즐기지않는다.단한사람,수호는‘속이보이는’사람이어서좋아했다.투명한사람.하지만결혼을앞둔어느날,수호의고백이마음을할퀴었다.‘내가한건사랑이아니었다고?’괜찮을줄알았는데흐르는눈물을멈출수없다.


소윤(39)양양카페‘레콩포르’사장,준의형수

양양은소윤의고향이자남편훈의고향이었다.학창시절부터결혼생활까지,모든기억이이곳에묻혀있다.작은카페를열어다시정착한양양.“네가내려주는커피가가장행복하다”던훈은세상에없지만,다른사람들에게커피를내려주며마음을채운다.간혹그늘진얼굴로카페에들어서는이에게불쑥스콘과케이크를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