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 희 희 (오지영 단편집)

희 희 희 (오지영 단편집)

$13.00
Description
희귀난치병을 담담히 고백한 산문집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과 ‘상실’을 겪은 다섯 여성이 하나의 마음을 그러모은 장편소설 『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삶을 그린 오지영 작가의 첫 단편집.
『희희희』는 세 명의 ‘희’가 겪는 상실의 아픔, AI와 고양이를 통해 투영된 현대인의 고립과 오해, 그리고 노년의 소외와 연결을 다룬 세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외와 오해와 늙음과 죽음을 물끄러미 바라봄을 통해 삶을 붙잡는 역설. 꾸밈없이 말갛게, 서두르지 않고 단정한 글로 돌아보는 ‘지금, 여기, 우리’ 이야기가 짧지만 오래 읽힌다.
저자

오지영

1988년서울에서태어나일산에서자랐다.무엇이든남기고싶어오랫동안하던일을멈추고쓰기시작했다.모든계절을,그리고그계절마다바다에가는것을좋아한다.산문집『아픔이내가된다는것』과장편소설『내마음은바다에있어』를썼다.@from__jiyoung

목차

희희희 9
오해를오해로두기 37
오래된사람 61

작가의말 102

출판사 서평

“어떤소설은걷는중이다.
그건말하자면목적의문제일지도모른다.종착지에깃발을꽂기위해서가아니라어딘가를향해나아가기위하여,길위의풍경을하나하나기억하기위하여존재하는소설이있는것이다.
오지영작가는꾸밈없이말갛게,서두르지않고단정하게그길을걸어간다.끝내멈추지않을반짝이는여정을조용히응원하고싶다.
-정이현소설가


0.

불시에찾아온상실과오해,그막막한터널을지나는우리를향한위로.작가오지영은질병과아픔이라는실존적운명을읽는일과쓰는일로버티고견딘다.희귀난치병을고백한산문집『아픔이내가된다는것』이그러했고,‘상실’을겪은다섯여성이하나의마음을그러모은장편소설『내마음은바다에있어』가그러했다.

오지영의첫번째단편집『희희희』는삶의모퉁이에고여있는상처의아픔과회복의기쁨을세밀하게그린한편의소묘다.


1.

표제작「희희희」는비슷한시기문단에등단한세친구(수희,민희,주희)의이야기다.동갑이었고,이름에‘기쁠희(喜)’가들어있는세사람은늘함께였다.있는시간을내어주고,없는시간도쪼개서내어주었다.

등단하며가장주목받은건주희였다.가장높은평가를받는문학상을받아서였지만,동시대풍경을포착한글이참좋았다.주희는민희와수희의자랑이었다.

세상의관심이부담스러웠을까.주희의쓰는속도는현저히더뎌졌다.힘겹게세상에나온작품은금세잊혔다.주희는홀로죽음에다다랐다.

남겨진민희와수희는각자의방식으로주희를떠나보내야했다.자주책을펴내고,독자를만나는일에도능숙한민희는시(詩)로주희를추억하고,첫시집을내고출판사에입사한수희는그런민희를이해할수없었다.수희는시를놓아주기로했다.‘당근’의‘나눔’카테고리를열어갖고있던시집을올렸다.‘안녕하세요.시를좋아합니다’로시작하는메시지가눈에들어왔다.

눅진한여름오후,고등학생남자가캐리어를들고서있었다.유난히마른팔과다리가눈에들어왔다.저몸으로시집을들고갈수있을까.수희는캐리어를끌고소년과나란히걸었다.

“시를왜읽어요?”
“답이있으니까요.또답이없으니까요.”
“답이없어서좋은게있나요?”
“답없이살고있으니까요.저는삶이얼마남지않았거든요.”

그해여름,수희는소년의말을되새겼다.죽음이란남겨진사람들을생각할수없는,오롯이‘나’만을위하는일일까.수희는주희를이해하게되었다.계절이바뀌고,민희의시집이도착했다.그리고알게되었다.민희역시매일주희를부르고있었다는걸,‘희희’는‘희’를오래오래생각할거라는걸.


2.

은밀한따돌림과오해.두번째이야기「오해를오해로두기」는소통과고립의이중성을묵독한다.

지원은오해가생기는사람이었다.오해는오해를낳았으나지원은아무것도할수없었다.어느날,길고양이‘보리’를만났다.언어가필요없는소통.보리는지원의삶의이유가되었다.혼자만보기아까워SNS에보리를올렸다.어느새보리는‘스타고양이’가되었다.

그러다보게되었다.지원은‘보리’에게‘좋아요’를남긴직장동료‘유경’을팔로우했다.고양이를좋아하고책을좋아하는사람,사람들속에서생활하는사람,누구와도적이아닌사람.마치잘아는사람같았다.

그러나‘섞임’의이유를알기까지는오래걸리지않았다.“미치겠어.자기들은밥만주면끝이지.”고양이를꺼리는직장동료의하소연에답하는유경의목소리가또렷하게들렸다.“그러게말이야.”

어제와다르지않은평범한아침.출근하며인트라넷에올라온소식에유경은할말을잃었다.

-Data&Analytics팀에재직중인유지원씨께서별세하시어아래와같이알려드립니다.

리프레시휴가로떠난프랑스여행에서의추락사.여행을떠난지원대신보리를돌보던유경은참고인조사를위해경찰서로향했다.지원과유경이친한사이였대!사람들은본것처럼이야기했고,아는것처럼이야기했다.타인과섞이기위해기꺼이‘동조’를선택했던유경은지원이되었다.어느날,지원의(예약)메시지가도착했다.


3.

단편집의마지막을아스라하게덮게만드는「오래된사람」은70대여성‘인숙’을통해늙음과소외를이야기한다.

인숙의첫차는프라이드였다.갑작스러운사고로세상을떠난남편이남긴차.인숙은프라이드를타고보험영업에나섰다.아들하나,딸둘,손주넷을길렀다.어느덧늙어있었다.

자녀들과의식사자리.‘70대노인운전자’로시작하는뉴스가들려왔다.애써모른척하는인숙의마음도모르고사위와딸이“운전면허증을반납하는게어떻겠냐”고물어왔다.

인숙은억울했다.어떻게살았는데,얼마나열심히살았는데.그런데다시내려가라니,포기하라니.그순간,살가운손녀‘효원’에게배운챗지피티가떠올랐다.나는70대여성이고,가족들이운전면허증반납을요구하다가다툼이있었고,어디를가면좋을까물었더니‘연화’에있는휴양림을추천해주었다.인숙은무작정차를몰았다.

-연화에는잘도착했어요.
-잘도착하셨다니기쁩니다.연화의휴양림에는오래된느티나무가있습니다.그아래벤치에앉으면바람이이야기를들려준대요.

인숙은느티나무아래앉아챗지피티를열었다.

-오래된나무가사람들에의해지켜지듯이,오래된사람도그런걸까요?


4.

죽음을쓰며살아남은자의이야기를짓고,오해를오해로둔채사람을이해하고,‘사랑한다’는말대신고양이사진에‘좋아요’를누르고,AI에게‘늙음’을묻는사람들.

오지영은상실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의이야기를‘우리시대’의시선으로담담히그린다.그의드로잉은집요하지않다.물끄러미바라보고덩그러니놓아둔다.수희가수건을접으며망설이는손끝의무게를감지하게하고,팔을긁는유경의몸짓에감춰진언어를읽게하며,거울앞에서늙어버린몸을응시하는인숙의처연함을느끼게한다.

살아있는자와떠난자,여성과남성,노년과청년,인간과AI……글자는울고,오해는쌓이며,오래된것은우리를떠난다.작별하지못한어떤죽음,해소되지않는오해를떠나보낼준비,그리고결국내려놓아야하는삶의마지막은존재와존재사이에응결된다.

기쁠희(喜)로시작하여빛날희(熙)를지나바랄희(希)에다다르는이야기.당신은어느‘희’앞에서있는가.그곳이어디든지오지영의언어는당신을마중나가려한다.알고싶기에,이해하고싶기에,용서하고싶기에,사랑하고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