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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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투쟁을 공동체에 출현하는 진리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이를 증명하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세월호를 둘러싼 지난 3년의 투쟁이 단지 유가족들의 개별적인 투쟁이 아니라 한 사회에 진리가 출현하고 보존되는 혁명적 절차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과 방황의 여정, 그리고 그러한 슬픔이 확산되어 도달하는 공동체의 각성에 관하여 말하고자 한다. 한없이 나약해 보였던 눈물 흘리는 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공동체의 미래를 창안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철학의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

백상현

저자백상현은정신분석학자.프랑스발랑스의‘에꼴데보자르’졸업후파리8대학에서예술학을전공했다.파리8대학철학과에서라깡의정신분석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박사학위논문「리요타르와라깡,증상적문장」).고려대,이화여대,강남대등에서정신분석과미학을강의했으며한국프로이트라깡칼리지FLC상임교수로활동했다.현재숭실대학교,말과활아카데미등에서강의하고있다.

『라캉미술관의유령들』,『고독의매뉴얼』,『라깡의루브르』,『헬조선에는정신분석』(공저),『라깡의인간학-세미나7강해』(근간)

목차

프롤로그
철학의슬픔
조난당한삶
철학은방황을지지한다
진실한슬픔은존재를적신다

1장나를만지지말라
슬픔의정동
슬픔에관하여말하고또말하다
애도하지말라
속지않는자들이방황한다
슬픔에대한신뢰
불순한자들과유순한자들
슬픔에서어떻게혁명이시작되는가

2장해방된관객
스티그마의기적
스펙타클의구경꾼에서주인공으로
가짜상처와살균된슬픔
진리에대한감각

3장소명의공동체
보바리증후군
‘마치~아닌듯’의공동체
진리는동사이다

에필로그
리히터의촛불
미주

출판사 서평

철학은속지않는자들의방황을지지한다
2014년4월16일이후,
집요한방식으로우리에게말을걸어온특수한슬픔과
슬퍼하기를멈추지않은세월호유가족들의방황의여정
그리고방황끝에도달하는공동체의각성에관하여

2014년4월16일세월호참사이후벌어진유가족들의투쟁은지금의한국사회가감당할수있는정의와감당할수없는정의의간극을보여줌으로써우리공동체의한계를드러냈다.『속지않는자들이방황한다』는세월호참사이후유가족들의투쟁을공동체에출현하는진리의과정으로간주하고이를증명하려는시도이다.저자는세월호를둘러싼지난3년의투쟁이단지유가족들의개별적인투쟁이아니라한사회에진리가출현하고보존되는혁명적절차의전형이라고말한다.‘세월호에대한철학의헌정’이라는부제가말하듯세월호유가족들의슬픔과방황의여정,그리고그러한슬픔이확산되어도달하는공동체의각성에관하여말하고자한다.한없이나약해보였던눈물흘리는자들의투쟁이어떻게공동체의미래를창안해낼수있는지에대해철학의언어로이야기하고자한다.

_세월호의슬픔은어떻게우리모두의슬픔이되었는가
:정치적정동으로서의슬픔에관하여

세월호참사1073일만에세월호가물위로모습을드러냈다.세월호가인양되었지만유가족들에대한정부와일부국민들의냉담한시선은여전하고유가족들은이전과다름없이소외되고배제되어있다.어느새유가족들은우리사회에서이념적논쟁의중심에서게되었다.촛불과태극기.세월호유가족들은종북세력으로몰리고,사적인이익을위해슬픔을멈추지않는이익집단으로까지매도당하고있다.우리는진실이떠오르기를바란다.그렇다면우리가기대하는진실은무엇일까?

이책은유가족들의슬픔에주목한다.집요한방식으로우리에게말을걸어오고있는슬픔.세월호와함께사라져갔던단원고의어린학생들이우리에게전한이슬픔은우리를관객석에‘가만히앉아’있을수없게하는특별한슬픔이었다.저자는유가족들의슬픔과방황이우리의현재를흔들고,안정된일상을불편하게만들고있었다고말한다.그럼에도그들의진실한슬픔이우리의삶을물들게하고,그리하여우리를광장에나서게만들었다고한다.바로이것이정치적정동으로서의슬픔이다.이는또한우리공동체가세월호참사이후경험했던슬픔의특수한정치성이다.304명의죽음에대한개별적슬픔은유가족들의투쟁속에서‘정의의상실’이라는보다근본적인슬픔의정동으로변해가고있었다.그리하여슬픔은정치적인것이되었다.참사와관련된몇몇주체들을눈물흘리게만드는것을넘어서공동체구성원모두의마음을흔들게되었다.그들이상실한것을우리모두가상실한것으로만드는이슬픔은정치학의범주에서진리를지칭하는용어인‘혁명’을가능하도록만드는토대의정동이었다.저자는세월호유가족들의눈물만큼이나슬픔의혁명적차원을선명하게증명해낸사태는없었다고단언한다.우리가아는한,세월호의슬픔은어떻게혁명이시작되고,지속되고,그리하여어떻게모두의공감을얻어낼수있는지를보여주는가장최근의사례이다.슬퍼하기를멈추지않는투쟁은2016년11월의혁명을가능하게만들어준근원지,눈물의수원이었다.

_세월호에대한철학의헌정
:철학은함께슬퍼하고,조난에동참하고,방황을지지한다

이책의부제는‘세월호에대한철학의헌정’이다.그렇다면저자는왜철학의언어로세월호를이야기하려는것일까?저자는수많은대답이존재할수있지만그럼에도단하나의문장을선택할수있다고말한다.철학은슬퍼하기때문이라고.철학을지탱하는정동중에서가장근본적인것은슬픔이기때문이라고말한다.저자는철학의탄생그자체에슬픔이있다고말한다.소크라테스의부당한죽음에직면했던젊은제자플라톤이경험한바로그슬픔,그러한슬픔때문에플라톤은스승의죽음을변호하기위해평생을바친다.서구철학은그렇게진리상실의슬픔에대한기나긴애도의철차로서시작되었다.철학은슬픔에대처하는특수한절차로서탄생한것이다.
슬픔과조난의고독속에서고통받는사람들에게철학은친구가되어야한다.그들과함께슬퍼하고,조난에동참하고,그들의방황이말해지고긍정되고지속될수있도록언어를세공해야한다.공동체가철학자에게부여하는최소한의소명에충실하기위해저자는참사이후슬픔의편력을떠난세월호유가족들의투쟁에주목하고진리사건의장소로찾아가증인이되려한다.

_우리는왜슬픔을멈출수없는가
:위로는성공하지못했으며,상처는아물지않았다

저자는슬픔에주목한다.세월호참사의슬픔이서서히잊혀갈즈음,유가족들이선택할수있었던남겨진저항의수단이단지‘슬퍼하기를멈추지않는것’이었을상기한다.유가족들의슬픔은완고했고섣부른위로에곁을내주지않았다.슬픔이흩어지지않도록눈물을무기로싸우고있었다.저자는슬픔과애도가전혀다른절차라고강조한다.슬픔은상실을마주한채로고통받는감정이라면애도는슬픔을끝내기위한작업이다.그런데세월호유가족들은슬퍼하기를멈추지않았다.애도의작업을완료하기를거부했다.누구보다그것을간절히바랄유가족들은어째서애도를완료할수없었을까?

누군가의상실과슬픔을위로할때우리가기대는것은고정관념의언어이다.상심한주체를비롯한주변사람들모두가이해하고공감할만한보편적단어와문장들로우리는슬픔을위로한다.이것이바로애도의작업이다.하지만세월호유가족들에게는애도가불가능했다.유가족들은우리사회의‘고정관념’을받아들일수없었기때문이다.고정관념의정당성을보장하는정부의태도를,그들의권위를수용할수없었다.상처를위로하는말의정당성과보편성에깊은불신을품게되었기때문이다.상처입은주체가섣부르게상처의봉합을시도하는사회적담화의권위에대항하는한위로는결코성공하지못하며상처는아물지않을것이다.그리하여애도작업은실패로돌아갔고,상실의공백은광장을떠돌게된다.세월호유가족들이떠났던편력이바로이것이다.상처를아물게할수없었던그들은벌어진균열을떠안고우리사회의표층을떠다니게되었다.우리는그들의상처를만질수없었다.

_“나를만지지말라”
:권력에속지않는자들에게방황은숙명이다

“나를만지지말라.”이말은죽임을당한며칠뒤부활한예수가막달라마리아에게한말이다.예수는자신의죽음과부활의의미가당대의고정관념에의하여해석되기를원치않았고,자신의죽음에대한섣부른애도를거부함으로써슬픔을보존할것을이문장하나로요구했던것이다.저자는예수의죽음과부활의의미에대한이같은해석이세월호참사이후벌어졌던투쟁을환기한다고말한다.

한사회가감당할수없는한계로서의상처가출현하고그러한상처를섣부르게봉합하려는시도에저항하는주체들의투쟁은가장전형적인진리출현의패러다임이다.세월호참사는정부의무능과부도덕을폭로하는방식으로우리공동체의한계점을드러냈고,우리사회를실제로지배하는정의와우리가상상하던공동체의정의가서로얼마나다른모습이었는가를폭로하는방식으로진실을드러냈다.그래서정부는세월호를동정하고함께슬퍼하는모든표현들에전방위적억압을실행하고은폐하려했으며,이는세월호의상처가봉합되지않는다면권력의토대자체가무너질것이라는사실을박근혜정부가직감하고있었기때문이다.

1980년광주의시신들,박종철열사와백남기열사의시신….저자는권력의부패와무능이야기한이모든죽음들이아주특별한방식으로진리를말하고,“나를만지지말라”고명령하는방식으로우리에게지금이곳에없는정의를발명해낼것을요청한다고말한다.그렇기에이렇게상처를봉합하지않으려는자들,진리의부재와마주한자들,진리를발명해낼것은요청받은자들(1980년광주의시신들을목격한독일기자힌츠페터,박종철열사의시신앞에섰던현장부검의오연상,백남기열사의사망진단서왜곡앞에서투쟁하던유가족과이름없는시민들)은고난의여정을시작할수밖에없다.권력에속지않는자들에게방황은숙명과같기때문이다.

_우리는어떻게광장으로나서게되었는가
:스티그마의기적과되찾은진리

참사가일어난직후많은사람들을충격과슬픔에빠트렸던세월호는어느새권력의여론조작과은폐그리고억압과배제의작업속에서부정적이미지를갖게되었던사실을우리는기억한다.공중파방송에서세월호관련보도를찾아볼수없었고,진실을밝혀야한다고주장했던사람들이고소고발되는사태가이어졌으며,자살하거나투쟁을포기하는사람들이생겨났다.권력은세월호유가족들에대한보상부터언급하면서그들을공동체의다른구성원들과분리했고미디어를장악하여통제했다.무엇보다블랙리스트를만들어세월호를다룬문학작품,미술작품등에낙인을새겼다.

이러한상황에도불구하고슬픔을보존하려는유가족들의투쟁은지속되었고,이후우리의마음속을찾아와다시반복되는데저자는이를‘스티그마’의기적이라고말한다.낙인이라는뜻의‘스티그마stigma’는기독교전통에서‘성흔’의의미를가진다.저자는세월호앞에서수동적인관객에불과했던우리가광장으로나선것,세계라는스펙타클의구경꾼에서주인공이된것이야말로스티그마의기적이라고말한다.우리를찾아온세월호의스티그마를통해우리는세계스펙타클이공연되는장소의고정된관람석에서이탈하게되는‘흔들림’을경험하게된것이다.

그렇다면방황하는그들앞에서단지구경꾼에불과했던우리에게찾아온슬픔에관하여우리는무엇을할수있는가?저자는우리가할수있는일이란먼저우리자신을구원하는일이라고말한다.이슬픔은우리에게스스로에관하여진실해질것을요청할것이며,슬픔에흔들리는존재는사회적고정관념과타협한결과물인자아에대해거짓을참을수없게될것이다.그렇게해서우리는각자의자아가귀속된토포스(topos)를일탈하여아토포스(atopos)의영역으로,그어떤실질적이익도기대할수없는광장으로들어서게된다.누군가에게광화문광장으로향하는발걸음은일탈이겠지만,우리에게는오늘의세계가줄수없는것을찾아나서는진리를향한탐사의여정이다.광장에서우리가진짜로얻는것은바로‘진리에대한감각’이다.우리의일상이잊게만들었던것,가장추상적인동시에우리의존재를구성하는중핵이기도한진리,그진리에대한감각에노출된우리는우리가처한변화무쌍한현실만큼이나새롭고유연한언어를지속적으로발명해내야하는숙명을안게되었다.

_소명의공동체
:진리는언제나동사이다

이러한숙명을받아들이는것은또한우리가또다른세월호를,또다른박근혜를만날지모르는시지프스적공동체임을분명하게인식함으로써만가능하다.파시즘은떼어낼수없는인간본성의한부분이고이같은잔혹한현실을받아들이지않는한우리는‘마치정의의가치가이미실현된듯’또다른환상에빠져들리라는것이다.따라서저자는세월호유가족들이드러낸진리,슬픔의확산이우리에게소명의형식으로참여할것을독려했던진리의속성이란명사가아닌동사적형식을갖는다는점을힘주어상기한다.진리는절차이지실체가아니며,추구되는것이지찾아지는것이아니라는것이다.정의와같은진리의대상은그것이무엇인지를진지하게묻고찾아나서는투쟁의동사적절차속에서만유지되는현상일뿐,진리는우리가이미확보했다고믿는순간즉각적으로과거의개념이되어권력화되고이데올로기화된다고말한다.

저자는독일화가게르하르트리히터의<촛불>이라는작품으로우리가추구하는진리의모호함을설명하면서글을마친다.리히터는초점을흐리듯불투명한효과로<촛불>을완성함으로써진리란언제나그처럼위태롭게흔들리는모습으로나타난다는것을드러내려했다.저자가<촛불>을통해말하고자하는바는모든진리여정의시작에는그처럼미약한촛불의고독이있으며,흐느끼듯흔들리는촛불의이미지는진리가시작되는장소의형상이라는것이다.촛불이꺼지지않도록두손을모아저항하는사람들의형상들.이것은이제까지우리가세월호의투쟁에공감하면서그여정을그려내려했던촛불의역사이기도했지만,저자는그러나그것이전부는아니라는사실에주목할것을제안하며글을마친다.

“매년자살을선택하는4백명이넘는청소년들이있다.불법체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