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발레 - 아무튼 시리즈 16

아무튼, 발레 - 아무튼 시리즈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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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무료하게 낮잠을 자던 중.
정말 낮잠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마흔 살, 이미 청춘과는 멀어진 나이지만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회한이 밀려들었다.

『아무튼, 발레』는 갑자기 입문하게 된 발레의 세계를 보여준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발레의 세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첫날 발레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피곤한 날에도 홍삼 한 포 털어 놓고, 학원에 가는 나날.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그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
저자

최민영

취재기자.2000년부터신문사에서일해왔다.이달의기자상도여러번받았지만여전히적성에맞는일인지생각하곤한다.사람많은회식때는말수가줄어들고,취재원에게전화걸기전에는울렁증에시달린다.마흔살을코앞에둔2015년부터취미발레를시작했다.10년뒤실버아마추어발레단의오디션에합격하는게목표다.

목차

3개월일시불선결제해주세요
1번발,2번발이라는게있는데…
여기요!미디엄,미디엄사이즈갖다주세요!
좀찢어드릴까요
오늘은꽤깊은그랑플리에를하고있구나
셰네로돌다가통베파드부레다음에앙드오르로두바퀴돌고
신발가운데를말이죠,(흡!)
소란스러운고요함
고백하자면나는힘빼기를두려워했다
오오터닝신이강림하셨다!
어떤동작이든하나도힘들지않은것처럼
나는내몸을다시빚는중이다

출판사 서평

_규칙도모르겠고,용어도모르겠고,음악에박자는맞춰야되겠고
그러나역시발레는호락호락하지않았다.첫날부터속옷도안입고타이즈와레오타드만입는다는것이정말일까반신반신하며탈의실에서한참을꾸물거리고,기초적인팔과다리의포지션을배웠지만머릿속에남은건‘1번발,2번발’뿐이었으며,고등학교때프랑스어를전공했음에도‘앙아방’,‘앙오’같은발레용어가프랑스어임을한달후에야눈치챘다.규칙도모르겠고,용어도모르겠고,음악에박자는맞춰야되겠고,몸이마치광고용바람인형처럼움직였다.다리동작을하면팔이공중에서헛짓을하고있고,팔동작에신경을쓰면다리가엉뚱한데로가있다.앞사람을곁눈질로따라했는데알고보니앞사람도틀렸다.“총체적으로완벽하게자신의존재가바보스럽다고느끼는”초유의경험.

하지만역설적이게도수업첫날발레에빠져버렸다.도전의식이활활불타오르는채로.이후야근으로피곤한날에도홍삼한포를입에털어넣고발레학원에가는날이이어졌다.“입구는있지만출구는없는”발레의세계로들어선것이다.

_‘세상의쓴맛’을아는어른들의‘달콤한끝맛’
이생에단한번만이라도‘옆찢기180도’에성공하고싶다는바람을품은채어른이된다는것은180도다리찢기가가능한고관절의유연성을영영잃어버린다는뜻이다.선생님들은자애로운미소를띤얼굴로수강생들의안쪽허벅지를발로밀어다리각도를늘리고심지어안쪽허벅지를밟고위에서기까지한다.부끄러움도다잊은채“앗!저!선생님!잠깐!아!아악!”하고비명을지르고나면어느새다리각도는10도쯤늘어있다.세상에애쓰고노력한만큼의결과가돌아오는일이그리흔하지않다는‘세상의쓴맛’을아는어른에게,스트레칭의고통이보장하는‘달콤한끝맛’을알아갈무렵,어느새잠들기전다리하나번쩍들어코앞까지붙여보고“어허시원하다”같은감탄사를내뱉는경지에이르게된다.

_“목에제발힘좀빼세요.이렇게힘주면목두꺼워져요.”
거의매번수업때마다힘좀빼라는지적을듣는다.처음에는자신에게하는소리인줄모르다가어느날답답함에못이겨선생님이‘바로당신이야기예요’하고일러주었을때에야뒤늦게문제를인지했다.대체뭘어떻게해야이런지적에서벗어날수있을까,깊이고민하면서총체적으로자신을돌아보게되었다.그러다자신이모두소진될정도로최선을다하지않으면불안과죄책감에시달리곤했음을깨달았다.한국형‘맏이표준교육’을받으며부모님에게인정받는큰딸이되기위해자신이우울한줄도모르면서죽우울하게커왔음을인정하게됐다.목표를이루면기뻐하기보다안도했고,이루지못하면쉽게자기혐오에빠졌다.상황이극단적으로나빠졌을때는사직서를제출하기도했다.한달이라는긴휴식을거치면서자신이최선을다하는것은오로지자신의불안감을지우기위한것이컸음을깨닫는다.난생처음으로마음이가벼워졌다.그러자비로소발레를할때의몸의움직임에도여유가생기기시작한다.

_학원비벌려고일하고,퇴근해서발레하려고출근한다
발레에입구는있지만출구는없다.한번빠지면벗어날수없는개미지옥.하지만온몸으로궁극의아름다움에도전하는일은예상을훌쩍뛰어넘어‘꿀잼’이다.그래서발레인들은학원비를벌기위해일하고,저녁에발레할생각으로즐겁게출근한다.비록타고나길뻣뻣하고방향치인몸이지만이런자신에게도물흐르듯자연스럽게발레를아름답게출수있는날이올거라고희망한다.발레를배우기시작했을때는얼추비슷하게만해내도스스로가자랑스러웠는데,이젠완벽하게해내고싶다는열망에불타고있는자신을바라보면서씨익웃음도짓는다.이런성취욕,살면서한번쯤은괜찮지않나,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