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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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_ 『아무튼, 메모』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되묻는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아무튼, 메모』는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장 안에서 더 용감해진 이야기이다.
저자

정혜윤

마술적저널리즘을꿈꾸는라디오피디.세월호유족의목소리를담은팟캐스트[416의목소리]시즌1,재난참사가족들과함께만든팟캐스트[세상끝의사랑:유족이묻고유족이답하다]등을제작했다.다큐멘터리[자살률의비밀]로한국피디대상을받았고,다큐멘터리[불안],세월호참사2주기특집다큐멘터리[새벽4시의궁전],[남겨진이들의선물],[조선인전범75년동안의고독]등의작품들...

목차

1부메모주의자
메모해둘걸
비메모주의자의고통
나는왜메모주의자가되었나
메모에관한열가지믿음
메모는나를속인적이없다
메모의부화

2부나의메모
10월6일,김소연과오소리의날
제기랄,나도꿈이있었으면좋겠다
한사람의어떤노력도중요하지않은세상
지금어디선가고래한마리가숨을쉬고있다
말과몸
꼽추의일몰
나는당신을위해메모합니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_슬픈세상의기쁜인간
“나는너무후져.”그리고어느날정말로‘갑자기’결심했다.달라지기로.뭔가를하기로.그만초라하게살기로결심했다.르포작가가되고싶었다.슬픈세상의기쁜인간이되고싶었다.내가없으면볼수없는현실을보여주고싶었다.현실의또다른측면에불을비추고싶었다.어디서도들어보지못한이야기를들려주고싶었다.하지만당시나로서는어림반푼어치도없는일이었다.나자신이현실을보는새로운눈이없었다.내눈두개는세태에영합하면서도아닌척할줄아는나의영리하고쩨쩨한자아에깊숙이물들어있었다.그때나는처음으로‘메모의화신’이되었다.나자신을위한메모를했다.문구점에가서가장두꺼운노트를몇권샀다.거기에책을읽고좋은문장들을모으기시작했다.나에게도움이될생각들을꿀벌이꿀을모으듯모았다.

_메모장안에서우리는더용감해져도된다
그때의노트들은이제어디있는지도모른다.하지만그메모들은지금의내삶과관련이깊다.나였던그사람은아직사라지지않았다.당시노트에쓴것들이무의식에라도남아있으리라,나는믿는다.어느날무심코한내행동속에서그모습을드러낼것이라믿는다.이게메모를하는가장큰이유인지도모른다.무심코무의식적으로하는행동이좋은것이기위해서.혼자있는시간에좋은생각을하기위해서.그런방식으로살면서세상에찌들지않고,심하게훼손되지않고,내삶을살기위해서.

_마음은어둡지만미래에대한계획은있다
메모장이꿈의공간이면좋겠다.그안에내가살고싶은세상이있다면더좋다.그안에서나는한해한해나이들고,곧잊힐상처와결코잊히지않을슬픔이어떻게다른것인지알게된다.내가무엇때문에슬펐는지어떻게버텼는지알게되고,나를살피고설득하고돌보고더나아지려애쓴다.반대로내가언제행복한지언제심장이뛰는지도알게된다.

●본문인용

빈공간에단어를써놓는것의의미는생각보다크다.‘친구’라고쓰면나는그단어속으로들어가버리고싶다.‘무지개’라고쓰면그단어를보고싶다.그런단어들은아주많다.흑조,4월의눈,호랑가시나무,러시아식꿀커피.나는그단어들을여행의단어들이라고불렀다.내몸이아니라내마음을움직이는단어들이었다.각각의단어들에는사연이있다.그러나내가왼편에얼마나멋진문장들을옮겨썼든나의삶은오른쪽페이지에아직완전히쓰이지않은채로있었다.그엉성한생각들은좀더정교해지고정확해지다가언젠가는현실이되어야했다.나는점점더쓰이지않은페이지에관심을기울이는데익숙해졌다.나는과거보다는미래를생각하고싶었다.내메모장의여백이현실보다더중요한현실같았다.먼훗날나는보르헤스가이것을아주멋진문장으로표현했다는것을알게되었다.“우리는단어를읽지만그단어를살아낸다.”(p.38)

비록내가쓴글은지루하기짝이없었지만일기도메모로서분명히장점이있다.자기자신을보게만든다.과거를돌아보게한다.객관적으로보는것이야말로도덕적인것의출발이다.자신의못난점을인정하는것도대단한용기다.그러나,나는그때나지금이나나자신에대해말하는것보다는나자신에게말을거는것이좋다.내속을들여다보는것보다는내속에들어오는이야기들에빠지는것이더좋다.내가나를보는것이아니라내가새로포착한문장이나를보게만드는것이좋다.그때쓴것과비슷하게재현하면이런메모들이나올것같다.(p.58)

혼자서메모를하는것도중요하지만결국우리는사회적존재다.메모는재료다.메모는준비다.삶을위한예열과정이다.언젠가는그중가장좋은것은삶으로부화해야한다.분명한것은우리가무엇을메모할지아무도막지못한다는점이다.분명한것은메모장안에서우리는더용감해져도된다는점이다.원한다면얼마든지더꿈꿔도좋다.원한다면우리는우리가쓴것에영향을받을수있다.어떻게살지몰라도쓴대로살수는있다.할수있는한자신안에있는최선의것을따라살라는아리스토텔레스의말이있지않은가.자신안에괜찮은것이없다면외부세계에서모셔오면된다.(p.67)

이탈로칼비노의말이떠오른다.“해답이아니라경이로움을즐기라.”나는지칠때면속으로이렇게말하곤했다.‘지금어디선가고래가숨쉬고있다!지금고래가제할일을하고있다.’그리고고래처럼깊게숨을쉰다.‘나는너와함께,너처럼힘을낼거야.’고래처럼물밖으로솟구쳐태양을향해뛰어오를수있다면좋을것이다.그러나이야기는여기서끝이아니다.(pp.96~97)

우리사회는꿈을너무오래말하는사람을억압한다.너무오래열정을포기하지않는사람을비난하는경향이있다.자신의길을꿋꿋이걸을수록철부지사춘기미성숙한소년쯤으로여긴다.솔직히내눈에도기타를보고정신못차리는모습이딱철부지처럼보인다.나는친구와기타를번갈아보았다.내친구의여위고지친얼굴이눈에들어왔다.그래도활짝웃고있었다.배고파쓰러져도음악소리가나면웃을것같은얼굴이었다.그웃음이좋았다.친구에게는가난도건드리지못하는단호함과인내심이있었다.이렇게지속적으로고생하는사람은대체얼마만큼멀리자기길을갈수있을까?그는고통에도에너지가있다고나에게말해주었다.(p.111)

한해가끝나고또한해가시작되면다이어리를구입한다.혹은어디선가얻기도하고선물로주고받기도한다.한해가흐르는동안나는시간의흐름을단어로,문장으로바꿔놓는다.메모를한사람은누구라도자신의메모장안에서인내심과경이로운순간들,생각들을찾아내게될것이다.이두단어‘인내심’과‘경이로움’이빚어낸놀라운이야기들이함께하길바라마지않는다.(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