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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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인간이 인간일 때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지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지금과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남도 외딴 항구의 어부, 뒤늦게 글자를 깨우친 할머니,
시장 야채장수 언니,?9·11테러 생존자, 콜럼바인 총기 사건 희생자…
인간의 기억 속에 영원히 좋은 것으로 남을, 조용히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

정혜윤

마술적저널리즘을꿈꾸는라디오피디.세월호유족의목소리를담은팟캐스트[416의목소리]시즌1,재난참사가족들과함께만든팟캐스트[세상끝의사랑:유족이묻고유족이답하다]등을제작했다.다큐멘터리[자살률의비밀]로한국피디대상을받았고,다큐멘터리[불안],세월호참사2주기특집다큐멘터리[새벽4시의궁전],[남겨진이들의선물],[조선인전범75년동안의고독]등의작품들...

목차

프롤로그자기자신을말하기

나의단어,이야기
자유,약속,품위
배지근해지다
눈맛,무게제로
하쿠나마타타
일기,동화책,컵
꽃이폈어
달,B95
유리창
목소리,이름,우리,인생의전문가

나의단어,시와운명
돌고래,아더사이드,스틸뷰티풀

에필로그우리의좋은결말을위해서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런생각들을하다가나자신에게이런질문을자주던졌다.‘살아있는데,이살아있다는것으로무엇을해야할까?무슨말을나눠야할까?’그질문을중심으로여러생각들이잔물결처럼퍼져나갔다.그때칼비노의이야기도생각나곤했다.흔하디흔한시장한구석이특별해지는것은우
리가나아닌다른누군가를만났기때문이고,내가아직가보지못한곳이있다는것은내가아직들어보지못한이야기가있다는뜻이될것이다.나는언어가우리를구해줄수있다고믿고있다.새로운생각,새로운말,새로운이야기가있는곳에서새로운사람이태어난다고믿고있다.수천년동안인간삶은그렇게변해왔다.그러니나에게서어떤새로운말도,이야기도나오지않는것,이것이야말로오늘내가가장슬퍼해야할일이다.그럼이제뭘해야할까?(p.7)

살아있는자들이진정으로알고싶어하는유일한것은자신의미래다.진정으로만나고싶어하는것은좋은미래다.언어공동체에속하는우리가이좋은미래를만나는방법은좋은미래에대해많이이야기하는것이다.한새로운세계의창조앞에는언제나언어와이야기가있어왔다.그러니살아있는자의심장에서나온살아있는이야기는우리모두를살아있게하는데필수적이다.한사람의좋은이야기는우리모두의이야기가된다.좋은이야기는우리의내면깊은곳에‘부드럽게’각인되고남아서우리의자아를바꾼다.세상에존재하는모든부드러움중가장믿을수없을만큼부드러운것은인간의변화다.(pp.15-16).

나는공부를많이못하고부산으로갔어.거기서일을하다가할머니가돌아가신줄도몰랐어.고향에돌아와서야돌아가신걸알았지.그후론쭉고향서살았어.뱃사람이될지도모르겠다는예감이좀있어서뱃일을배웠고그뒤로바다와고기잡는것에푹빠져살았어.밤에는배에누워서라디오를듣곤했어.그리고커피를많이마셨어.이상하게배에서는커피를많이마시게돼.그렇게누워서인간은본질적으로외로운존재다,이래생각하고살았지.그래도나스스로한약속만은친구처럼어디든같이다녔어.(p.35)

내가이런말을들으면천국의모습이바뀔지도궁금해.내가이제살면얼마나더살겠어.한2~3년남았을까?내가지금듣는것은다시는못듣겠지.다시는이야기도못나누겠지.그런걸생각하면아주열성적으로듣게돼.귀가배지근해지지.(p.57)

나를좋아했던사람이준찻잔을손에들고그렇게몇그루나무에불과하지만그래도자연속에있으면이상한존재감이생겨요.누군가에게좋은사람이었던나,그런게조금씩보여요.우울증이란게사실은자신의존재감도느끼지못하고자신을좋아하기힘들어서생겨난일이라고하잖아요.제가멘토라고하니까이상하지만우울증에서벗어나게된이야기는알려드리고싶었어요.(p.122)

형이누구인지말하려면우리의마지막날,9월10일밤을말하는게좋을것같아요.형은죽기전날늦게까지히스토리채널에서세계대전에대한다큐멘터리를봤어요.형은역사에관심이많았어요.하지만형은직장이멀어서일찍자야했어요.제때출근하려면5시에는일어나야했거든요.그래서형은저에게20분뒤에논쟁적인인물이나오니까꼭녹화해달라고했어요.그게형과나눈마지막대화예요.우리형은합기도같은동양무술을배우고바닷가를달리고자전거를타기좋아했던,활기차게자기삶을즐겼던사람이에요.우리형,그리고그날생을떠난2,977명은모두하나의숫자가아니에요.모두자기인생이야기가있던사람들이에요.역사를열정적으로사랑했던형은이제역사의일부가되고있어요.(p.191)

세상은우릴잊고변하는데우리는그일에갇혀있어요.우리는계속악몽을꾸고계속소리지르고울어요.벗어나야한다고하지만잘안돼요.그런데우리가겪은이야기들을나누면서우리는외롭지않았어요.우리가서로이해받는다고느꼈으니까요.그렇게각자자신을이해하는과정이있었어요.트라우마는우리의일부분이에요.우리가받은충격은백퍼센트사라지지않아요.그냥조금씩앞으로걸어나갈수있을뿐이에요.사실지금도힘들지만더이상몇년전처럼끔찍한상태로머물러있지는않아요.(p.222)

우리가곧잘그사실을진지하게여기지않지만세상은이야기로이루어져있다.언제나가장좋은이야기로힘을내고,가장좋은이야기와함께여러가지압력에맞서싸우면서따뜻하면서도깊게대담하면서도섬세하게살수있게된다면기쁠것이다.현실을살되마음의한쪽에뭔가를품고현실의일부분을바꿀수있다면기쁠것이다.저마다이문제많은현실의‘해결자의목소리’가된다면기쁠것이다.우리가가진여러모습중가장좋은모습이우리의미래가된다면정말기쁠것이다.(p.263)